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85
185화. 검은 우주의 광기
그것은 포도주라고 하기엔 너무 검고 짙었다.
사실, 이른바 블랙 와인이라고 불리는 종류의 검은 와인이 없는 건 아니었다.
특정 품종의 포도를 오븐에 굽고, 짜낸 즙을 한번 끓여서 수분을 날려 농도를 진하게 하고 당도를 높인 와인을 블랙 와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블랙 와인의 색도 실제로는 검은색이 아니라 짙은 와인색이었다.
“저런 색이 존재할 수가 있나?”
디오니소스가 만든 포도주의 검은색은 마치 심연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보는 이의 정신까지 빨아들이는 듯했다.
마치 빛의 99.965%를 흡수할 수 있어서 우주의 검은 부분을 구현할 수 있다는 물질, ‘반타 블랙’으로 만든 술 같았다.
하지만 디오니소스의 포도주가 온전히 검기만 한 건 아니었다.
“빛이······.”
검은 포도주 속에서 기묘한 색채를 띠는 빛이 마치 살아있는 무언가처럼 꿈틀거리며 피어오르고 있었다.
빨주노초파남보, 아니 색 프리즘의 어떤 색으로도 묘사가 안 되는 생전 처음 보는 색이었다.
“아름답다.”
“저런 색은 처음입니다.”
에녹과 천오도 그 색에 홀린 듯 넋을 잃고 보고 있었다.
아니 그 둘 뿐만이 아니었다.
헤르메스와 라구티스, 라구티엔을 포함한 이 자리의 모든 성좌가 홀린 듯 디오니소스의 포도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단둘만 빼고.
“마스터, 뭔가, 뭔가 이상해요.”
미야가 어지러운 듯 비틀거리며 몸을 내게 기대왔다.
나는 서둘러 그녀를 잡아주긴 했지만, 나 역시도 눈앞이 핑핑 도는 듯한 어지러움에 버티기 어려울 정도였다.
“저 포도주를 보는 순간, 홀린 것처럼 눈앞이 핑 돌기 시작했어요. 마치 취한 것처럼요.”
“저도 비슷합니다. 냄새도 비슷해요.”
신화급 술의 성좌가 만드는 술은 보기만 해도 취하게 할 정도로 뛰어난 건가?
술에서 퍼져 나오는 달콤한 향까지 맡으니 더더욱 취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무언가 미묘하게 달랐다.
“이건 뭔가, 취기와는 다른 듯한······.”
미야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술을 먹고 느끼는 기분 좋은 취기가 아니었다.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정신을 뒤틀어 놓는 듯한 기분 나쁜 무언가였다.
마치 술의 이름 그대로,
“광기.”
검은 우주의 광기라고 했었지?
그 이름 그대로 저 술은 보고 맡는 사람의 내면에서 광기를 끌어내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도 나와 미야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그 광기 속에서 황홀해하는 것 같았고.
“왜 우리만 다른 걸까요?”
“그 이유는 저도 모르겠네요.”
나와 미야가 특별히 격이 더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미야야 조금 더 성장하면 신화급 성좌가 될 수도 있는 전설급 성좌였지만, 지금은 스스로 권속에 머물러 있었고, 나 역시 아직은 권속.
신화급, 전설급 성좌들이 널려있는 이곳에서 우리만 다른 이유가 격은 아닐 터였다.
“아무튼, 우리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해요.”
나는 미야의 어깨를 단단히 쥐며, 그리고 어지러운 내 정신을 스스로 다잡으며 이를 악물었다.
대체 디오니소스가 저 술에 어떤 수작을 부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우리까지 넘어가 버리면 큰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아니, 보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면 대체 저 술을 마시면 어떻게 된다는 거지?
“자, 다들 그렇게 갈증이 난다는 표정만 짓지 말고 마셔보지 그래?”
디오니소스가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포도주가 담긴 암포라를 흔들어 보였다.
그러자 술의 농밀한 향기가 더욱더 퍼져나가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었다.
“큭.”
“마스터!”
위험했다.
순간 아찔해져서 나도 모르게 저 술을 향해 달려들 뻔했어.
미야가 붙잡아주지 않았으면 정신없이 달려가서 저 술을 퍼먹고 있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간신히 자제한 나와 미야와 달리 다른 이들은 달려가서 ‘검은 우주의 광기’를 입 안에 쏟아붓고 있었다.
“······.”
“······.”
“······.”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술을 입에 넣고 황홀경에 차올라서 몸을 떠는 그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광기 그 자체였다.
모두 나름 위대한 성좌의 일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디오니소스의 술에 홀려 위신이고 격이고 다 팽개친 듯했다.
그 광기의 현장을 보고 있으니 절로 공포가 밀려왔다.
“마스터, 천오와 에녹 씨도······.”
천오와 에녹도 그 현장에 끼어있는 걸 본 미야가 실낱같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들을 말리고 싶지만, 그녀는 스스로를 억제하는 것만으로도 한계였고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디오니소스는 그런 우리를,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지켜보도록 하지. 하지만 너희는 결국 내 발을 핥으며 술을 달라고 애원하게 될 거다.’
라는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역시 저 술에 뭔가를 한 게 분명했다.
내가 애써 이를 악물고 술을 마시고 싶다는 이 부자연스러운 충동을 참고 있자, 디오니소스는 입을 열었다.
그러곤 달콤한 목소리로 모두를 향해 속삭이듯 말했다.
“자, 다들 내 술을 즐겼으니 이제 대답할 수 있겠지. 저 인간 따위가 만든 것과 내 술 중, 누가 더 뛰어나지?”
저 자식, 이걸 노렸구나.
술에 무슨 짓을 한 지는 몰라도 성좌들을 완전히 마약에 취한 것처럼 만들어 놓고 평가를 하게 만들다니.
이렇게 되어선 디오니소스의 술에 취한 모두가 그의 술에 손을 들어줄 것이 뻔했다.
“······.”
하지만 놀랍게도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당연히 풀린 눈으로 디오니소스의 승리에 한 표를 던질 것 같았던 성좌들이 머뭇거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디오니소스도 이를 예상하지 못했는지, 자신만만했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이 나의 술을 마셨는데도 여전히 저 인간이 만든 술과 요리 따위 사이에서 고민한다고?”
“하지만 내 형제야.”
방금 전까지 디오니소스의 술을 실컷 퍼먹던 헤르메스가 입을 열었다.
“네 술도 대단하지만, 연성의 술과 음식도 대단했는걸. 그건 모두가 부정하지 못할걸?”
놀랍게도 말을 계속 이어 나가면서 헤르메스의 흐리멍덩했던 눈에 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훌륭한 음식과 훌륭한 술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건 오랜 시간 상업의 성좌를 맡아온 내가 봐도 훌륭했어.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마, 맞아.”
“그렇지만 디오니소스의 술이 진다고는 상상도 못 하겠는데······.”
헤르메스의 말에 다른 성좌들의 눈에도 조금씩 빛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디오니소스의 술에 홀려있는 성좌들도 많았다.
그렇기에 나와 디오니소스, 둘 중 누구의 승부도 명확하게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허, 기가 막히네. 다른 이도 아닌 내 형제가 내 술을 부정하다니.”
디오니소스는 자신이 원한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눈을 사납게 번뜩였다.
그러곤 자신의 포도주, ‘검은 우주의 광기’를 들고 헤르메스에게 다가갔다.
“형제여, 다시 한번 마셔보지 그래? 그러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잖아?”
마치 그가 만든 포도주처럼 달콤하고 농밀한 목소리에 헤르메스의 눈에 다시 총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안 돼. 이래선 모두 디오니소스의 수작에 놀아나게 된다.
나는 이를 악물고 발걸음을 옮겨서 헤르메스와 디오니소스 사이에 섰다.
“그 술, 제가 마시겠습니다. 저 역시 대회 참가자이니 심사할 자격은 있겠죠.”
“마스터! 안 돼요!”
나처럼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있던 미야가 비명을 질렀다.
그녀도 알고 있겠지.
지금처럼 간신히 버티는 상황에서 저 술을 마신다면?
아마 나도 다른 성좌들처럼 디오니소스의 광기에 취해버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대로 심판인 헤르메스마저 디오니소스에게 완전히 넘어가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그리고,
“다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괜찮아요.”
“······마스터?”
미야에게 말한 것처럼 나 역시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나선 것이었다.
아까부터 ‘전장의 축복’이 미친 듯이 일을 하고 있었거든.
디오니소스의 ‘검은 우주의 광기’에 무슨 해로운 요소가 섞여 있었고 그것을 막아주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마 나와 미야만 여기서 멀쩡한 이유도 ‘전장의 축복’ 때문이겠지.
미야가 멀쩡한 건 내가 그녀를 수 셰프로 임명했기에, 내 ‘전장의 축복’이 그녀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말인즉슨, 주방에 있는 한 나는 저 술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네가 내 술을 마신다고? 버티는 것도 고작인 네가?”
그런 내 자신감의 원천을 모르는 디오니소스는 입가를 비틀며 나를 비웃었다.
그러곤 내게 잔을 내밀었다.
“그래. 스스로 내 노예가 되겠다고 자청하는 멍청이를 걷어찬다면 내가 바보가 되는 거겠지. 마셔라.”
잔에 따라지는 칠흑 같은 포도주.
그 향과 기묘한 색채를 가까이서 보자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며 아까보다 더 버티기 힘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마시겠습니다.”
나는 눈을 딱 감고 ‘검은 우주의 광기’를 입에 머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천미통]이 미친 듯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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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우주의 광기(???급)
– 감미(@#$&, !@#) 40% : 달콤한 말은 네 정신의 방벽을 썩어 무너뜨리리라.
– ■□(鹹味. 짠맛) 5% : 어떤 소금이라도 광기의 부패를 막지 못하느니, 네 저항이 부질없다.
– 지미(旨味, 감칠맛) ?@!% : 이것은 소리소문없이 네 혀를 지배하는 금단의 맛.
– 산미(□■. ●□) 10% : 썩어들어가는 네 영혼의 시큼한 악취를 느끼거라.
– 고/미?(苦味, 쓴맛) 6% : 쓰디쓴 고통에서 해방시켜줄 테니 내 손을 잡거라.
– 삽■(#味, 떫은☆) 21% : 내가 너를 지배하겠느니 부정하지 말지어다.
– 마미(魔味, 악마의 맛) ???% : 타락, 타락, 타락의 맛
– 특수 효과 : [???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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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 심각한 정신 오염 및 타락의 위험이 있습니다. 당장 입에 든 것을 뱉고 소독하십시오. 다시 경고합니다. 해당 음료는 당신의 영혼과 격을 무너뜨리는 سلطان شيطان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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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이게 뭐야.
나는 바로 입 안에 머금고 있던 ‘검은 우주의 광기’를 바닥에 뱉어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가 만든 오크 소곡소주로 입안을 가글해서 씻어냈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편이니 조금은 소독이 되겠지.
내가 그렇게 입을 씻어내고 있자 디오니소스가 분노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감히 내 술을 뱉어? 이 건방진······.”
“당신. 이 술에 대체 뭘 넣은 거야.”
[유니크 클래스 [성좌의 마스터셰프]가 정보오염을 뚫고 재료, ‘ سلطان شيطان’의 정체를 파악합니다.]“뭐가 문제지?”
“이 술에 들어간 게 대체 뭐냐고!”
이제 존칭이고 뭐고 없다.
나는 디오니소스를 보며 말 그대로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댔다.
그리고 [천미통] 마지막에 떠올랐던, 문자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끔찍한 그 단어를 입에 담았다.
[سلطان شيطان의 정체는 ‘외신의 타락한 영혼 가루’입니다.]“‘외신의 타락한 영혼 가루’가 대체 뭐야!”
“······뭐라고? 뭐가 들어갔다고?”
내 외침에 경악한 건지 조금 정신이 들던 헤르메스의 눈에 완전히 빛이 돌아왔다.
다른 성좌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마시던 극락의 포도주가 마치 방사능 폐기물이라도 되는 듯 바닥에 버리고 웩웩 속을 게우기 시작했다.
“디오니소스! 이 미친 자식아! 네가 어떻게 그 찢어 죽일 놈들의 물건을 쓸 수 있어!”
헤르메스의 비명과도 같은 고함, 그리고 자신이 기껏 만든 술이 버려지고 토해지는 가운데, 디오니소스는 오히려 나를 보며 이상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신기하군. 어떻게 그걸 알아챘지?”
그와 동시에 검붉은 포도주 빛이었던 그의 머리가 흰색으로, 그리고 백옥처럼 하얗던 그의 피부가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마치 색이 반전한 것처럼 180도 뒤바뀐 디오니소스, 아니 디오니소스였던 것이 손에 칠흑의 번개를 만들어냈다.
“넌 앞으로 귀찮아지겠네. 여기서 처리해야겠어.”
그리고 칠흑의 번개가 내 눈앞까지 날아들었다.
* * *
“마스터!”
미야는 마치 공간을 찢어발길 것처럼 강력한 검은 번개가 연성을 향해 날아가는 걸 보며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정신을 차린 헤르메스도 서둘러 손을 뻗어보았지만, 신들인 전령인 그조차도 검은 번개의 속도를 따라갈 순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번개는 디오니소스, 아니, 세상이 멸망한 후, 제우스를 대신해서 세상을 다스릴 ‘자그레우스’의 번개였으니까.
거기다 외신, 성좌들의 영원한 숙적인 외우주의 괴물들의 힘까지 깃들어 있었다.
콰르릉!
그렇게 누구도 자그레우스의 타락한 검은 번개가 연성을 덮치는 걸 막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을 때였다.
“웃기지 마.”
깡! 소리와 함께 검은 번개가 마치 폭죽처럼 사방으로 흩어져버렸다.
그리고 그 번개를 흩트려버린 주인공은 놀랍게도 프라이팬을 들고 있는 도연성이었다.
“감히 음식에 이상한 걸 넣은 걸로도 모자라서 주방에서 난동을 피워?”
한 손에는 프라이팬을, 한 손에는 식칼 크기의 [최초의 검]을 든 연성이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댔다.
“주방에서는 주방장이 가장 무서운 거 모르지? 여기선 내 말이 법이고 내가 신이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성좌가 연성의 모습에 압도되어 움직이지 못했다.
그 자신의 말대로, 주방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 그리고 주방이라는 영역의 모든 걸 지배하는 연성의 몸에서 무지갯빛이 퍼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지갯빛이 의미하는 건 단 하나였다.
“신화급 성좌······.”
자신과 같은 반열에 오른 연성을 보며 헤르메스가 경악 속에서 중얼거렸다.
미야도, 에녹도, 천오도,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헤르메스처럼 경외감을 가진 채 연성을 바라보았다.
주방이라는 이 영역의 신이 된 연성은 마찬가지로 경악하는 디오니소스를 향해 최후의 선언을 날렸다.
“너 오늘 한번 주방장한테 주방에서 먼지 안 나게 털려보자.”
암. 음식 하는 주방에선 먼지가 날리면 안 되는 법이지.
신화급 성좌의 반열에 올랐어도 뼛속까지 요리사인 연성이었다.
최고신 자그레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