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86
186화. 최고신 자그레우스
“‘외신의 타락한 영혼 가루’가 대체 뭐야!”
“퉤!”
연성의 말을 들은 헤르메스는 당장 입 안에 남아 있 포도주를 뱉어냈다.
그리고 입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게워내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큭!”
포도주를 따라 온몸에 퍼지는 끔찍한 기운.
혈관을 따라 마치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이었다.
신화급 술의 성좌 디오니소스가 만든 술답게 기분 좋은 취기를 불러온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술의 달콤함이 불러온 착각일 뿐이었다.
달콤함 속에 가려져 있었던 광기와 혼돈이 헤르메스의 성좌력을 잠식해나가고 있었다.
“디오니소스! 이 미친 자식아! 네가 어떻게 그 찢어 죽일 놈들의 물건을 쓸 수 있어!”
“형제여 시끄럽군.”
“아악!”
디오니소스가 손을 휘두르자 헤르메스의 몸속에 스며들었던 기운이 날뛰며 끔찍한 고통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포도주를 마신 성좌들 역시 발작을 일으키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렇게 모두를 조용히 시킨 뒤, 디오니소스는 연성을 바라보았다.
“신기하군. 어떻게 그걸 알아챘지?”
아름다운 미청년의 신 디오니소스에서 섬뜩한 모습으로 자그레우스로 변한 그가 손을 들었다.
“넌 앞으로 귀찮아지겠네. 여기서 처리해야겠어.”
외신의 끔찍한 기운이 섞인 검은 번개가 연성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연성은 침착하게 자신의 옆에 있던 프라이팬 하나를 들어 올려 힘껏 휘둘렀다.
깡!
외신의 힘을 빌려 최고신의 힘을 되찾은 자그레우스의 번개를 프라이팬으로 날려버린 연성이 전신에서 무지갯빛 기운을 내뿜으며 중얼거렸다.
“······뭐?”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지. 처맞기 전에는 말이야. 너 오늘 한번 주방장한테 주방에서 먼지 안 나게 털려보자.”
주방에서, 주방장이 화가 나 버렸다.
* * *
[새로운 성좌의 빛이 탄생했습니다.] [당신은 신화급 성좌입니다.] [당신의 성좌명은 ‘행복을 먹게 하는 주방의 지배자’입니다.]신기하네.
몸에서 기운이 후끈후끈 솟아오르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토르와 팔씨름을 해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고 헤르메스랑 달리기 시합을 해도 질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디오니소스? 자그레우스? 암튼 저 괘씸한 놈 뚝배기를 날려버릴 자신도 있었고 말이야.
하지만 그 전에,
“미야, 이걸 좀 마셔요.”
“마, 마스터······.”
나는 소곡소주 병을 가져와 미야의 입에 가져갔다.
그냥 소곡소주가 아니었다.
지금 내 힘이라면 뭘 넣었는지도 모를 저 끔찍한 기운을 몰아낼 특수효과를 부여할 수 있었으니까.
[‘행복을 먹게 하는 주방의 지배자’가 만든 ‘성좌의 물방울-소곡소주(신화급)’가 탄생했습니다.] [해당 술을 먹은 존재에게 강력한 특수효과가 발생합니다.] [유니크 특수효과 [알코올 소독]이 적용됩니다.]술로 알코올 소독이라니.
진짜 상처에 술을 발랐다가는 오히려 감염이 발생하는 듯 큰일 날 일이지만, 신화급 성좌인 나, ‘행복을 먹게 하는 주방의 지배자’가 만든 술에서 발생한 특수효과다.
당연히 모든 걸 깨끗이 씻어내 줄 터였다.
실제로 내 술을 마신 미야의 표정에 활기가 돌아오고 있었고.
“괜찮아졌어요. 마스터.”
“이 술을 천오랑 에녹 씨, 그리고 다른 성좌들한테도 나눠주세요.”
“네.”
깨끗이 회복한 미야가 몸을 일으켜 다른 이들에게 술을 나눠주러 갔다.
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다가 멈칫했다.
······잠깐만, 지금 내가 뭐라고 했지?
신화급 성좌? ‘행복을 먹게 하는 주방의 지배자’?
디오니소스, 아니 자그레우스 역시 놀랍다는 듯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하찮은 인간 따위인 줄 알았건만, 단숨에 신화급 성좌가 될 줄이야. 힘을 숨기고 있었나?”
요리사가 힘을 숨김?
아니, 이게 아니지.
내가 진짜 지금 신화급 성좌라고?
“못 믿겠나? 그럼 한 번 더 받아보도록.”
콰르릉!
자그레우스의 손에서 다시 검은 번개가 쏟아져 나왔다.
나는 다시 얼떨결에 프라이팬으로 그걸 후려쳤고,
깡!
시원한 소리와 함께 자그레우스의 검은 번개도 흩어져버렸다.
성좌도 단숨에 소멸시킬 정도의 강력한 번개가 마치 부싯돌에서 튕기는 작은 불똥처럼 보이다니.
“내가 진짜 신화급 성좌가 된 건가?”
나도 모르게 성좌가 된 상황에 내가 얼떨떨해하고 있자, 자그레우스가 표정을 굳힌 채로 내게 제안을 해왔다.
“새로 태어난 신화급 성좌니, 이제 인간 출신이라고 비웃지 않겠다. 다만, 날 방해하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방해하지 말라고?”
“조용히 물러나 주면 너와 네 동료들은 건들지 않도록 하지.”
“헛소리!”
미야에게 소곡소주를 먹고 오염을 씻어낸 헤르메스가 간신히 회복한 몸으로 외쳤다.
“외신에게 넘어간 이들이 바라는 건 파멸과 종말뿐이야. 믿지 마!”
외신(外神).
외우주의 신들.
지구인들의 믿음과 신앙을 기반으로 하는 성좌들과 달리 바깥 우주에서 전혀 다른 근원으로 태어난 신들.
헤르메스의 설명에 따르면 성좌들이 성좌력으로 인간을 후원하고 돌보는 것과 달리 그들은 시커먼 어둠과 혼돈, 광기를 먹이로 삼아 홀로 오롯이 존재하는 이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인간과 하하 호호 잘 지내며 밤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성좌들은 눈엣가시.
호시탐탐 성좌들을 인간, 지구와 함께 소멸시키려는 성좌들의 크나큰 ‘적’이었다.
당연히 성좌들의 힘인 성좌력과 외신의 힘인 외신력은 서로 반발하기 마련이라나?
외신의 잔재가 들어간 포도주를 마신 헤르메스와 성좌들이 쓰러진 것도 성좌력을 크게 잃고 육체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었다.
신화급 성좌인 헤르메스는 그나마 의식이라도 멀쩡하고 말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격이 낮은 성좌는 소멸 위기까지 온 건지 몸이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
지금은 다행히 내가 준 소곡소주를 마시고 오염은 멈췄지만, 빠른 조치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어떻게 네가······.”
서둘러 내게 설명을 마친 헤르메스가 울분에 가득 찬 목소리로 자그레우스를 보며 외쳤다.
“어떻게 네가 그럴 수가 있어! 최고신들이 지금 얼마나 힘들게 외신들을 막고 있는데!”
그리스 신화 성계의 제우스, 이집트 신화 성계의 아툼-라, 북유럽 신화 성계의 오딘, 힌두 신화 성계의 비슈누와 시바, 도교 성계의 원시천존, 마즈다 신화 성계의 아후라 마즈다.
각 신화를 대표하는 성계의 최고신들은 그동안 ‘연성이네’에 얼굴을 비추지 않아 왔다.
아니, ‘연성이네’ 뿐만 아니라 어떤 성좌와도 계약을 맺지 않고 인간과 거리를 멀리했다.
그들이 맛있는 걸 몰라서 그런 것일까?
그들이 인간을 싫어해서 그런 걸까?
아니었다.
그들은 오히려 인간과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우주의 경계에서 외신들과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경을 쓸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지금의 우주와 평화가 지켜질 수 있었다고 헤르메스가 설명했다.
하지만 그렇게 싸우는 최고신들도, 인간들을 돌보고 있던 성좌들도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외신들의 광기와 유혹은 최고신들의 마지노선을 넘어 이미 성좌들에게 손을 뻗치고 있었다는 걸.
그리고 그 유혹에 넘어간 성좌 중에서는 신화급 성좌인 디오니소스도 있었다는 걸 말이다.
“아버지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아?”
“아버지? 아, 제우스를 말하는 건가? 그딴 찬탈자가 왜 내 아버지지?”
제우스를 언급하는 헤르메스의 말에 자그레우스의 입가에 싸늘한 비웃음이 걸렸다.
아버지를 모욕하는 호칭에 헤르메스가 격분해서 외쳤다.
“아버지를 부정하는 거야? 넌 아버지 제우스와 인간 세멜레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걸 잊었어?”
“아아, 그걸 말하는 건가. 어리석은 인간 여성의 부탁에 멍청하게 본신의 모습을 보여줘서 아내를 태워죽인 제우스의 멍청한 과오를 말이야.”
그러고 보니 디오니소스의 탄생에는 그런 신화가 있었지.
제우스는 평소와 달리 테베의 공주 세멜레에게 자신이 제우스임을 밝히고 다가가 관계를 맺었다.
그런 세멜레를 질투한 헤라는 인간의 모습으로 찾아온 제우스가 가짜일 지도 모른다며 정체를 확인해야 한다고 그녀를 꾄다.
헤라의 꾐에 넘어간 세멜레는 제우스에게 최고신의 본모습을 보여달라고 했고 제우스는 거절하려 하지만, 뭐든지 들어주겠다고 스틱스강에 대고 한 맹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본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인간 세멜레는 천둥과 번개로 둘러싸인 성좌 제우스의 본모습을 보는 순간 번개에 튀겨져서 죽고 만다.
자그레우스는 그 신화를 언급하며 차가운 웃음을 내뱉었다.
“아내를 죽이는 남편이라니. 그딴 인간이 내 아버지라는 건가?”
“아버지는 그래도 널 아끼셔서 당신의 허벅지에 태아였던 널 넣고 자라게 하셨잖아.”
헤르메스의 말대로 제우스는 아직 다 자라지 못한 디오니소스를 자신의 허벅지에 넣어서 성좌의 힘을 불어넣어 태어나게 했다.
그 덕분에 디오니소스는 다른 제우스의 반신반인 자식들과 달리 온전한 신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널 신화급 성좌로 만든 건 아버지야.”
“헛소리. 그런 찬탈자가 왜 내 아버지지?”
“찬탈자라니! 그건 할아버지로부터 목숨을 구하기 위한,”
“크로노스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 역시 찬탈자니까.”
헤르메스의 말을 끊고 으르렁대는 자그레우스의 목소리가 점점 차가워졌다.
“우라노스, 크로노스, 제우스. 모두 찬탈자다. 누구의 왕좌를 빼앗았냐고?”
분노한 자그레우스의 입에서 섬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태초에 세상은 나, 자그레우스와 가이아가 지배하고 있었다. 위대한 사냥꾼, 살아있는 것을 잡아채는 함정, 생명의 수확자. 그것이 나 자그레우스다.”
“······디오니소스.”
“그런 우습지도 않은 이름 따위 집어치워라.”
말투도 목소리도 태도도 바뀐 자그레우스는 디오니소스였던 자신을 부정하며 으르렁거렸다.
“나와 가이아가 세상을 지배하던 무렵, 인간은 활과 창으로 짐승을 사냥하며 살았지. 그러면서 내게 신앙을 바쳤다. 위대한 사냥꾼인 내게!”
자그레우스는 격양된 모습으로 팔을 휘두르며 말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어느새 땅을 갈아먹고 사는 것들이 퍼지면서 우라노스, 크로노스, 제우스 같은 것들이 내 신앙을 가로채 가더군.”
우라노스는 하늘, 크로노스는 시간과 농업을, 제우스는 천둥과 번개로 상징되는 날씨와 대지의 풍요를 상징하는 신이었다.
즉, 수렵과 채집을 하던 이들이 아닌 농사를 짓던 이들의 신들이었단 소리였다.
“그런데도 네 아비가 찬탈자가 아니라고 할 테냐?”
“인간들의 신앙이 달라지면 당연히 최고신도 변하는 거잖아!”
“그래, 변하지. 나 역시 그 변화에 순응할 생각이었고.”
헤르메스의 반박대로 신화 속에서 최고신이 바뀌는 건 드문 일이 아니었다.
당장 북유럽 신화 속에서도 최고신은 티르에서 토르로, 토르에서 오딘으로 변했다.
신들을 믿는 사람들과 신앙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디오니소스는 차갑게 웃을 뿐이었다.
“네 아비는 그걸로 만족하지 않았다. 얼마 남지 않은 내 힘을 가로채기 위해서 티탄들을 사주해 날 갈가리 찢어버렸어!”
디오니소스를 최후의 주신이라고 믿는 오르페우스교의 신화에 따르면 이런 전설이 있었다.
자그레우스는 원래 제우스와 페르세포네의 아들이며, 저승과 하늘의 정당한 후계자가 될 운명이었지만, 이를 질투한 헤라의 사주로 티탄들에게 사지가 찢겨 죽었다고.
이를 슬퍼한 제우스가 자그레우스의 심장을 인간 세멜레에게 먹여서 태어나게 한 것이 바로 디오니소스라는 소리였다.
“그것 역시 제우스가 퍼뜨린 거짓 신화지.”
자그레우스는 야멸차게 웃으며 분노를 담아 진실을 쏟아내었다.
“제우스는 과거의 최고신이었던 날 찢어 죽이고 내 심장을 인간인 세멜레에게 먹였다. 그러곤 마치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세멜레를 태워 죽였지!”
“······.
“불쌍한 내 인간 어미! 제우스와 한패인 헤라의 꾐에 넘어가서 남편의 번개에 튀겨져 죽었지! 그 남편은 악어의 눈물을 흘리곤 태아였던 디오니소스를 제 몸에 집어넣었다. 왜?”
“그건······.”
사실을 깨달은 헤르메스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리는 걸 보며 디오니소스가 히죽 섬뜩하게 웃었다.
“그래, 이쯤 되면 너도 짐작하겠지. 내 거짓된 형제여.”
“······.”
“제우스는 날 집어삼킬 생각으로 세멜레에게 날 임신시킨 거였다.”
자그레우스의 입에서 아주 끔찍한 가정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가 성좌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