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91
191화. 젤리와 양갱 사이
“가장 먼저 할 건 이걸 요리에 쓸 수 있는지 확인부터 하는 건데······.”
일반적으로 양봉 벌집에서 여왕벌의 왕대는 다른 벌집과 마찬가지로 밀랍으로 지어진다.
그리고 밀랍은 사람이 전혀 먹을 수 없는 물질.
정확히는 먹고 삼켜도 소화를 시킬 수가 없다.
밀랍은 애초에 그 구조를 잘 살피면 플라스틱에 가까운 물질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왕대는 밀랍이 아니니까 가능성이 있겠어.”
보석 왕대는 겉으로 보기엔 던전 보석벌들이 만들어 내는 일반 보석 벌꿀 결정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보석 왕대도 보석 벌꿀 결정처럼 꿀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소리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작은 보석 왕대 조각을 입으로 가져갔다.
요리에 쓰려면 우선 맛부터 봐야 하니까.
“음.”
묘한 맛이 입안에서 피어오른다.
분명히 진한 단맛이 올라오는데 동시에 시큼하면서 맵고, 떫으면서도 알싸하고, 끝맛은 굉장히 썼다.
그리고 생각보다 익숙한 맛이었다.
“이거 로열젤리랑 꿀을 섞어놓은 맛인데?”
나는 입가를 맴도는 익숙한 맛을 최대한 느끼기 위해 눈을 감았다.
잠시나마 신화급 성좌가 되었을 때, 잠깐이지만 얻어낸 것들이 몇 개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천미통]의 업그레이드.
그전까지의 [천미통]이 단순히 마력을 느끼는 것이었다면, 성좌의 경지에 올라 성좌들이 보고 느끼는 새로운 지평의 감각을 적용시켜 [천미통]의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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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 퀸의 왕대 조각(전설급)]– 감미(甘味, 단맛) 70% : 탄수화물 기반 에너지 다량 확보 가능.
– 지미(旨味, 감칠맛) 5% : 다종다양한 아미노산 확보 가능.
– 산미(酸味, 신맛) 1.6% : 생명력의 근원이 담긴 물질. 시큼하다.
– 고미(苦味, 쓴맛) 5% : 몸에 좋은 약은 입에도 쓴 법.
– 신미(辛味, 매운맛) 1% : 작은 꿀벌의 매운맛을 보여주마. 폭풍 로열젤리가 간다!
– 마미(魔味, 마력 맛) 17.4% : 반도의 ‘불로불사’ 마력이 진하게 농축되어 있음.
– 특수 효과 :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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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및 분석
– 가장 하찮은 미물이 가장 커다란 기적을 일으키는 법. 반도원의 정순하고 뛰어난 마력과 여왕을 생각하는 충신들의 염원이 합쳐지며 놀라운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 반도원의 복사꽃꿀과 보석벌의 로열젤리가 87 : 13의 비율로 혼합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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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니소스의 ‘검은 우주의 광기’를 먹고 조금 문체가 이상해진 것 같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더 자세하고 정확해진 [천미통]이었다.
특히 내 예상대로 보석 벌꿀과 로열젤리가 섞여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그 혼합비율까지 알려줄 정도로 성능이 올라갔다.
“역시나 로열젤리였네.”
벌꿀과 함께 꿀벌들이 생산하는 가장 대표적인 양봉 부산물인 로열젤리는 일벌들이 마치 포유류의 젖처럼 몸에서, 정확히는 머리에 있는 분비샘에서 생산해 내는 흰색의 탁한 액체였다.
여왕벌이 바로 애벌레 시절, 이 로열젤리만 먹고 자라며 그 덕분에 다른 벌들의 수백 배는 되는 수명과 건강함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예전부터 사람들은 로열젤리를 ‘불로불사의 약’이라 부르며 즐겨 먹었다고 한다.
언급한 대로 시큼하고 맵고 써서 즐겨 먹을 만한 맛은 아니었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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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대 속에 차 있던 로열젤리가 보석 왕대 속으로 흡수되면서 특별한 효과가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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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대 안에 있던 로열젤리가 왕대 속으로 흡수됐다니. 이건 또 예상치 못한 혼합 방법이네.”
여왕벌이 자라는 동안 왕대 안은 일벌들이 분비해 놓은 로열젤리로 가득 차게 된다.
여왕벌이 될 애벌레는 그 로열젤리를 먹고 성장하는 거고.
[천미통]에 따르면 그 과정에서 밀랍과 달리 보석 벌꿀 결정으로 만들어진 왕대가 그 로열젤리를 흡수한 것 같았다.======================
최종 결론 : 식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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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좀 독특하지만, 효과는 확실하네. 이건 요리 재료로 쓸 수 있겠다.”
꿀이나 로열젤리나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재료였기에 두 재료가 혼합된 보석 왕대 역시 식용으로 쓸 수 있는 건 당연한 일.
나는 [천미통]의 확실한 분석에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문제는 어떤 요리를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네.”
“키잉?”
내 난감한 표정에 크리스탈 퀸의 더듬이가 당황한 듯 떨렸다.
아니, 당황스러운 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도 그럴 것이,
“얘들에게 뭘 먹일 수가 없는 상황이니까.”
죽은 건지, 아니면 아주 미약하게 숨이 남은 건지 모르는 던전 보석 일벌들을 보면서 내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보석 왕대를 따뜻한 물에 녹여 저번처럼 감뀰물을 만들어도 좋겠지만,
“그랬다간 모두 감뀰물에 빠져 죽을걸.”
“키, 키잉!”
크리스탈 퀸이 그건 몰랐다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긴, 이제 갓 태어난 네가 이것저것 다 알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그나저나 이걸 어떤 식으로 먹여주지?
꿀과 로열젤리를 먹기 편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 있나?
꿀과 로열젤리, 젤리······, 젤리?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지?”
아직 게이트 사태가 터지기 전의 순박한 7살 도연성은 그 또래 남자아이들처럼 곤충과 공룡에 관심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건 공룡처럼 멋지게 생긴 곤충, 바로 사슴벌레였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조르고 졸라서 남양주까지 가서 사슴벌레를 채집했던 기억이 있다.
‘아빠, 얘들도 돼지국밥 먹어?’
‘······우리 아들은 요리랑 국밥에 진심이구나.’
어린아이니까 당연히 자신이 좋아하는 걸 먹이고 싶어 하는 날 보며 황당해하던 아버지.
아버지는 그런 내게 사슴벌레는 나무에서 흘러나온 수액을 먹고 사는 곤충이라는 걸 알려주셨다.
그러나 집에서 나무 수액을 줄 수 없으니 대신 주던 게 바로 곤충들을 위한 곤충 젤리였다.
“곤충 젤리라고 해 봤자, 사람이 먹는 젤리랑 큰 차이는 없었지만.”
설탕과 물, 젤라틴 가루를 넣고 만든 인간도 먹을 수 있는 젤리에 곤충에게 좋은 영양분을 조금 더 추가해 주는 정도?
산란 촉진, 체력 증진, 수명 연장, 식욕 증진 등 영양분도 다양했다.
아무튼, 그렇게 만들어진 영양 음식은 젤리 형태라 곤충들이 으깨기도 쉽고 먹기도 쉬운, 그리고 주인이 주기도 쉬웠다.
“일단 여기서 기다려. 금방 만들어서 올게.”
“키잉!”
나는 일벌들 곁에서 떠나지 않는 여왕벌, 크리스탈 퀸을 내버려 두고 보석 왕대 조각들을 챙겨서 [서천 꽃밭]을 빠져나왔다.
제대로 요리를 하려면 역시 ‘연성이네’로 가야 했다.
“젤라틴 가루는 당장 만들기가 어렵지.”
젤라틴의 주원료는 동물의 몸에서 나오는 콜라겐이었다.
그래서 콜라겐이 풍부한 돼지껍데기나 뼈를 이용해 만드는 게 보통.
하지만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던가.
돼지껍데기는 구워 먹기 딱 좋은 재료고 돼지 뼈는 푹 우려내서 국물을 만들어 먹는 나라가 아니던가.
거기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빨리 요리를 만들어야 일벌들을 살릴 수 있는 상황.
따라서 젤라틴을 만들기 위한 재료도 시간도 모자란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답은 있었다.
“한천 가루를 미리 준비해 둬서 다행이다.”
얼마 전, 미야가 아시아의 전통 과자인 양갱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미야가 만든 앙버터 빵을 맛보고 팥이 너무 맛있다며 양갱은 안 만드냐고 물어본 손님이 있었거든.
아시아판 젤리 과자라고 할 수 있는 양갱은 팥앙금과 설탕, 물, 그리고 젤라틴 대신에 한천 가루가 들어간다.
한천 가루는 해초인 우뭇가사리를 말려 가루로 만든 것을 뜻했다.
만드는 방법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셀키야, 바닷속에서 이렇게 생긴 붉은 해초를 발견하면 가져다줘.’
‘꾸엉!’
[남국의 해안]에서 셀키가 열심히 뜯어다 준 던전 우뭇가사리를 잘 말려주는 게 첫 번째 단계였다.3일 정도 지나서 우뭇가사리에서 붉은색이 빠지고 상아색의 수세미처럼 변하면 솥에 넣고 푹 끓여준 뒤 체에 거르면 걸쭉한 액체가 모인다.
‘삶은 물이 엄청나게 끈적해졌어요, 마스터.’
‘이걸 그대로 식히면 우뭇가사리 묵, 혹은 우무묵이 됩니다.’
한천 성분이 빠져나온 물을 식혀주면 불투명한 탁한 흰색의 거대한 젤리가 완성된다.
이걸 그대로 먹기도 하지만, 한천 가루를 만들기 위해 나는 적당한 크기로 썰어준 다음, 다시 말렸다.
‘원래는 일교차가 큰 날씨에 널어서 얼렸다가 녹였다가 하면서 말리는 게 포인트야.’
‘[남국의 해안]은 덥기만 하잖아. 어떻게 하려고?’
‘우리에겐 이게 있잖아?’
천오의 물음에 나는 씩 웃으며 마력 빙정을 꺼내 들었었다.
그렇게 인위적으로 얼리고 말리기를 반복하면 수분이 모두 빠져나가 마치 스티로폼이나 뻥튀기처럼 하얗고 바삭바삭한 건조 한천이 완성된다.
그걸 가루로 내면 언제든 한천 묵을 만들 수 있는 한천 가루가 되는 거고.
“분명 미야가 내가 만든 한천 가루를 잘 쓰겠다고 주방 어딘가에 넣어뒀었는데······.”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연성이네’의 주방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을 때였다.
“마스터?”
“우왁! 깜짝이야.”
분명 퇴근하고 자신의 오두막으로 돌아가 있었을 미야가 주방에 서 있었다.
나는 예상치 못한 미야의 등장에 깜짝 놀랐고 미야는 반대로 주방으로 돌아온 나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마스터, 이 시간에 주방엔 무슨 일이에요?”
“나야말로 묻고 싶은 말이네요. 미야는 안 돌아간 거예요?”
“아, 간단히 간식이나 만들어 보려고요.”
미야는 난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만들고 있던 간식을 내게 보여주었다.
“사실은 마스터가 기운이 없어 보여서 달달한 간식이라도 만들어 드리려고 했는데, 들켜버렸네요.”
“미야······.”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미야를 보며 말하는 내 목소리가 떨려왔다.
그리고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미야에게 손을 뻗었다.
“마스터, 그렇게 보면 조금 부끄러운데······.”
“그거 잠깐 빌릴게요.”
“······네?”
나는 미야가 손에 들고 있던 볼을 가지고 왔다.
볼 안에는 하얀 가루가 마력수에 천천히 녹아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물을 확인하곤 씨익 웃었다.
“이거 한천 맞죠?”
“네? 네······.”
“이야, 미야 덕분에 살았어요. 시간이 촉박해서 찾는 시간도 아까웠는데. 어떻게 알고 한천 가루를 준비했어요?”
“······양갱을 만들려고 했죠.”
“역시 미야야! 고마워요!”
덕분에 찾는 시간도 줄었고 요리 시간도 줄었다.
그런데 뭔가 등골이 서늘한데.
미야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려고 고개를 들자, 감정이 없어진 듯한 미야의 눈이 나를 보고 있었다.
“호.호.호. 그. 것. 참. 잘. 됐. 네. 요.”
꿀꺽.
미야의 얼굴이 갑자기 마녀의 형태로 되돌아가는 데, 뭐, 뭐가 문제인 거지?
내가 식은땀을 흘리고 있자, 미야는 한숨을 깊게 내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마스터한테 기대한 제가 잘못이죠. 그래서 뭘 만들려고 하는 거예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미야를 보며 나는 내가 주방으로 온 목적이 떠올라 서둘러 말했다.
“젤리, 아니 정확히는 한천 가루를 이용한 양갱을 만들 거예요.”
“아, 그래서 잘 됐다고 한 거였구나. 팥을 쑤어놓은 게 있는데 가져다드릴까요?”
미야가 팥앙금을 가져오려고 하자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팥이 들어가지 않은 양갱, 물양갱을 만들 겁니다.”
“물양갱이요?”
“네. 물방울떡이라고 들어봤어요?”
내가 지금 만들려고 하는 건 물방울떡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과자, 미즈신겐모찌였다.
복숭아 물방울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