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복숭아 물방울떡
미즈신겐모찌(水信玄餅).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물방울떡이라 불리는 이 일본의 과자는 특별할 거라곤 없는 떡이었다.
한천 가루와 물, 설탕만으로 만드는 떡이라서 투명하고 젤리처럼 탱글탱글한 물방울 모양이 특징이었다.
대신 그 모양과 투명함을 위해 아무것도 넣지 않기 때문에 아주 약한 단맛 외에는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
거기다 특별한 모양에서 오는 즐거움은 있지만, 식감은 쫄깃한 젤리보다도 부드러운 묵 수준에 불과했다.
마지막으로 정말 조금도 존재하지 않는 영양분까지.
결과적으로 콩가루와 당밀시럽을 곁들이지 않으면 아무리 좋게 쳐줘도 맛있다고는 할 수 없는 음식이 바로 물방울떡이었다.
“그래서 나도 호기심으로 딱 한 번 만들어 보고 끝이었지.”
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그런 점이 좋았다.
부드러워서 벌들이 먹기 편할 거고 인간의 입맛에 맞춘 자극적인 맛은 벌들에게는 오히려 해로울 터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영양분은,
“전설급 아이템인 보석 왕대로 해결이 될 테니까.”
나는 보석 왕대를 절구에 넣고 잘게 부수어서 가루로 낸 뒤 미야가 섞고 있던 한천과 물의 혼합물에 넣어 주었다.
그리고 이걸 전부 녹을 때까지 가열하면서 저어주면 끝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 물방울떡이라는 건 왜 만드는 거예요?”
“아, 미안해요. 내가 설명이 부족했죠?”
나는 [서천 꽃밭]에서 여왕벌, 크리스탈 퀸이 우화한 일, 그리고 일벌들이 죽은 일과 그걸 살리기 위해 [부활] 특수 효과가 있는 보석 왕대로 요리를 만들어 주기로 한 일을 모두 설명해 주었다.
그 설명을 들은 미야는 얼굴에 있던 마지막 앙금까지 싹 날린 뒤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그 아이들을 살리는 일이라면 저도 도와드려야죠. 뭘 할까요?”
“물방울떡에 적합한 틀을 가져다주실래요?”
물방울떡은 말 그대로 물방울 모양이어야 하지 않겠어?
단순히 모양이 예쁘다는 이유 외에도 둥근 언덕 같은 형태는 움직일 힘도 없는 일벌들이 그 위에 앉아 편히 먹을 수 있게 해줄 터였다.
그리고 아무래도 과자를 만드는 미야에게 더 적합한 틀이 있을 거고 말이야.
“잠시만요. 금방 다녀올게요.”
미야가 틀을 가지러 올라간 사이 나는 불 조절을 세심히 하며 한천과 보석 왕대를 마력수에 모두 녹였다.
물방울떡은 원래 투명한 음식이지만, 연한 핑크빛을 띠는 복사꽃꿀로 만들어진 보석 왕대였기에 냄비 속의 액체가 은은한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거기다 로열젤리 특유의 뿌연 느낌 덕분에 투명하기보다는 분홍빛을 띠는 우유색이 되어버렸다.
“마스터, 여기 틀 가져왔어요.”
“고마워요. 딱 적당하네요.”
나는 미야에게 받은 구형 틀에다가 만들어 놓은 액체를 부어주고 다시 틀을 꽉 닫으면 끝.
원래는 이걸 냉장고에서 24시간 이상 식혀야 탱글탱글한 젤리 형태가 되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나는 마력 빙정의 냉기를 멀리서 뿌려주면서 천천히, 그러나 냉장고에서 식히는 것보다는 빨리 물방울떡을 식혔다.
“됐다!”
그렇게 차갑게 굳어진 내용물을 틀에서 떼어내자 마치 슬라임처럼 탱글탱글한 물방울떡이 저절로 조리대 위에서 푸르르 춤을 췄다.
핑크색 우윳빛 물방울 모양의 떡이라니.
의도치는 않았는데 마치 복숭아처럼 생겼네.
“그렇다면 장식을 살짝만 해줄까.”
나는 던전 민트 잎을 따서 꼭대기 위에 살짝 얹었다.
그리고 복사나무 잎을 그릇에 깔고 그 위에 복숭아 물방울떡을 올린 뒤, 단맛을 추가 해주기 위해 복사꽃꿀로 만들어진 보석 벌꿀 시럽을 살짝 뿌려주었다.
“이걸로 완성이네요.”
[당신이 만든 ‘복숭아 물방울떡(전설급)’에 특수 효과가 부여됩니다.] [특수 효과 [부활], [완전 회복]이 적용됩니다.]음? 효과가 하나 더 붙었네.
이거 그런 건가.
게임에서 흔히 HP가 1만 남기고 부활하는 아이템이 있고 HP까지 모두 회복시켜 주는 부활 아이템이 있었는데 후자 같은 느낌이네.
‘엘릭서’라고 해도 되려나?
아무튼, 특수 효과가 추가되었다는 건 좋은 일이니 서둘러 가져다주는 것만 남았다.
“미야, 뒷정리 좀 부탁할게요.”
“네, 마스터. 저도 정리하고 따라갈 테니, 서둘러 일벌들을 구해주세요.”
나는 미야에게 주방을 부탁하고 복숭아 물방울떡을 들고 서둘러 [서천 꽃밭]으로 복귀했다.
“키잉!”
내가 돌아오자 반가운 듯 날갯짓을 하는 여왕벌, 크리스탈 퀸.
하지만 그와 반대로 일벌들은 마치 보석으로 만든 장식품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
사실 이미 진즉에 일벌들의 숨이 끊어졌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내 성안(星眼)에 그 어떤 기운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크리스탈 퀸이 일벌들을 포기하지 않았고 나 역시도 그 아이들에게 신세 진 게 있으니 보석 왕대에 부여된 특수 효과 [부활]을 믿어볼 수밖에.
“자, 너희를 위한 음식이야. 감뀰물보다 더 좋은 거란다.”
감뀰물이 자이언트 와스프의 독을 해독해 주고 체력을 채워주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복숭아 물방울떡은 말 그대로 완전 부활 아이템이었으니까.
나는 탱글탱글한 복숭아 물방울 떡 위로 일벌들을 조심스럽게 잡아 들어 올렸다.
이제 먹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역시 먹질 못하는구나.”
복숭아 물방울떡이 아무리 좋은 효과를 가진 음식이라도 먹지 않으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법.
이미 숨이 끊어진 일벌들은 물방울떡 위에 고요히 얹혀 있을 뿐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내가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고 있을 때였다.
“키잉! 키이잉!”
포기하지 말라며 부우웅 날개를 펴서 날아오르는 여왕벌.
크리스탈 퀸은 자신이 직접 물방울떡 위에 올라앉더니, 앞발을 부지런히 놀려서 물방울떡을 아주 조금 잘라내었다.
그리고 그걸 입에 물고 가장 가까이에 있던 일벌의 입에 가져갔다.
그러곤,
쑤욱!
마치 모기처럼 기다란 여왕벌의 입이 잘라낸 물방울떡 조각을 일벌의 입 안으로 집어넣는 게 아닌가.
마치 키스가 연상되는 모습이었지만, 조금이라도 일벌을 살리기 위해 물방울떡 조각을 집어넣는 그 모습은 키스라기보다는 인공호흡과도 같았다.
날개를 부르르 떨며 자신의 기운을 나누어주는 모습은 심폐소생술처럼 보였고 말이야.
“키잉!”
원래는 시중드는 일벌들이 자신이 만들어 낸 로열젤리를 여왕벌이 받아먹으면서 사는 것이 보통인데 완전히 뒤바뀐 모습이었다.
그만큼 자신을 애벌레 때부터 먹이고 키워주고 지켜준 부모와 같은 자매 일벌들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여왕벌의 마음이 느껴져서 보는 내가 다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때, 기적은 일어났다.
부붕, 부웅.
차갑게 굳어있던 보석 일벌의 날개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키잉?”
[당신이 만든 ‘복숭아 물방울떡(전설급)’에 특수 효과가 부여됩니다.] [특수 효과 [부활], [완전 회복]이 적용됩니다.] [던전 보석 일벌이 [부활]합니다.]부우웅!
완벽하게 되살아난 보석 일벌이 날개를 활짝 펼치고 몸을 일으켰다.
“키잉! 키잉!”
지극정성으로 물방울떡을 먹이던 크리스탈 퀸이 감격의 울음소리를 내고는 서둘러 다른 일벌에게 달려들었다.
[부활]에 성공한 일벌도 여왕벌을 도와 물방울떡을 뜯어 다른 일벌들에게 먹이기 시작했다.그렇게 [부활]한 일벌이 하나에서 둘이 되고, 둘에서 넷이 되고, 물방울떡의 크기가 반으로 줄었을 무렵.
스무 마리가 넘는 일벌들은 모두 되살아날 수 있었다.
“키이잉!”
“키잉! 키잉!”
마치 얼싸안는 것처럼 서로 몸을 붙이고 비벼대며 기쁨을 나누는 크리스탈 퀸과 일벌들.
내 요리를 통해서 영영 잃어버린 줄 알았던 가족을 되찾은 행복을 보고 있자니 괜히 코가 시큰해져 오네.
“짜식들. 되살아나 줘서 내가 다 고맙다.”
내 말에 마치 감사 인사를 하듯이 부우웅 날아올라 내 주변을 도는 던전 보석벌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기껏 되살아났는데 날다가 힘 다 빠지겠다. 얼른 남은 것도 마저 먹어.”
‘복숭아 물방울떡’의 효과는 [부활]만 있는 게 아니라 [완전 회복]도 있으니까.
여왕벌의 탄생을 위해 죽을 정도로 몸을 혹사시킨 일벌들에게는 딱 좋은 보양식이었다.
거기다 잘 보아하니 크리스탈 퀸도 일벌들의 부활을 위해 자신의 기운을 꽤 많이 소모한 모양이었다.
“여왕벌은 너희가 만든 로열젤리밖에 못 먹잖아. 얼른 밥 챙겨줘야지. 안 그래?”
“키잉!”
“키잉, 키잉!”
그제야 자신들의 일을 깨닫고 서둘러 물방울떡을 먹기 시작하는 일벌들.
나는 목마르지 않도록 감뀰물도 타서 그 옆에 놓아주었다.
“키이잉······.”
되살아난 일벌들이 만들어 주는 로열젤리를 먹으면서 행복해하는 여왕벌의 울먹이는 울음소리까지.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갑작스레 변화가 생겨났다.
[당신이 만든 ‘복숭아 물방울떡(전설급)’을 먹은 일반 몬스터들의 격이 크게 상승합니다.] [일반 던전 보석 일벌들이 여왕의 근위병, ‘크리스탈 가드’로 진화합니다.] [네임드 몬스터가 된 던전 보석 일벌들의 수명이 늘어납니다.] [완전 회복]을 넘어서 일벌들이 네임드 몬스터가 되어버렸다.생각지도 못한 변화였지만, 이 기쁜 변화에 나는 웃으며 벌들을 향해 말을 걸었다.
“수명까지 늘어났다니. 축하해. 앞으로 다신 헤어질 일 없겠네.”
내 축하 인사에 기쁜 듯 축하의 춤을 추는 크리스탈 퀸과 크리스탈 가드들.
너무나 행복한 결말이었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키이잉!”
크리스탈 퀸이 갑자기 내 앞으로 날아와 자신의 벌침을 삐죽 뽑아냈다.
마치 오팔처럼 다양한 색으로 빛나는 보석 벌침이 허공으로 촤악 그어지자,
[‘크리스탈 퀸’이 [차원 찢기]를 사용합니다.]자이언트 와스프 퀸과 보석 일벌들이 사용하던 [공간 찢기]보다 더 상위의 스킬, [차원 찢기]가 허공에 게이트를 하나 열어버리는 게 아닌가.
그리고 그곳에서 기다렸다는 듯 황금색과 검은색이 층층이 섞인 긴 머리카락의 여인이 내 앞으로 뛰쳐나왔다.
“드디어 왔네! 보고 싶었어!”
“······네?”
키는 150cm 중반은 될까.
상당히 작은 체구의 여인이 나를 보며 활짝 양손을 펼쳤다.
마치 내게 안기려는 그 모습에 나는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여인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나 모르겠어? 나야 나!”
“아니, 보이스피싱도 아니고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어떻게 압니까······.”
내가 존댓말을 쓰는 이유는 그녀가 성좌였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성좌라는 건 성안으로 보지 않아도 딱 알았다.
[차원 찢기]로 연결된 차원 너머에서 오는 존재라면 최소한 성좌는 될 테니까.그러나 그녀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지금, 손님으로 온 성좌도 아닌 눈앞의 여자 성좌를 반갑게 맞이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거기서 멈추세요.”
그 생각은 막 주방 정리를 마치고 돌아온 미야도 마찬가지였는지, 서둘러 달려와 내 앞을 가로막았다.
내 눈에 보이는 건 미야의 뒷모습뿐이었지만, 그 기세만으로도 싸늘한 냉기가 풀풀 풍겨져 나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정체를 말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이곳에서 당신을 쫓아낼 겁니다.”
“······우으, 너무해.”
아이 같은 말투로 시무룩해하는 성좌의 모습은 안쓰러웠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
디오니소스가 외신들에게 넘어가 타락해서 큰일을 치를 뻔한 게 얼마 전이었다.
저 여자 성좌가 외신들의 간첩일지 아닐지는 그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나와 미야가 그렇게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자, 여자 성좌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내가 안전한 성좌라는 걸 증명할게. 얘들아, 이리 오렴.”
여자 성좌의 손짓에 크리스탈 퀸과 크리스탈 가드가 부웅 날아서 성좌의 어깨와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마치 자신의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해하는 보석벌들의 모습에 나와 미야가 놀라서 눈을 뜨고 있을 때, 여자 성좌가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내 성좌명은 ‘시간이 없는 꿀벌의 여주인’이야. 이제 알겠어?”
눈앞에서 벌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있는 작은 여인의 정체는 바로 꿀벌의 여신인 아우스테야였다.
나라를 망치는 양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