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93
193화. 나라를 망치는 양갱
“아우스테야 님?”
“그래! 그게 나야! 나 안 보고 싶었어?”
해맑게 방긋방긋 웃으며 대답하는 아우스테야를 보니 일단 안심과 동시에 당황이 밀려왔다.
안심한 건 그녀가 외신들의 간첩이 아니라는 점이었고 당황스러운 건,
“마스터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오지 말아 주세요.”
“응? 왜? 난 가까워지고 싶은데!”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이 거리감 때문이라고 해야 하나.
미야가 혹시 몰라서 제지하니깐 오히려 왜 막냐고 억울해하는 표정까지.
아니 오늘 초면인데 왜 이렇게 친근하게 대하는 거야?
“아, 그건 말이야. 우리 붕붕이들 때문에 계속 너를 지켜봤더니 내적 친밀감이 생겼달까?”
“그, 그렇군요······.”
무려 성좌들의 세계에서 나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더니 어느 순간 서로 친구처럼 속으로 여기고 있었단다.
“막 다른 성좌들처럼 나도 식당으로 손님으로 가거나 뭔가 주고 싶었는데, 그게 너무 힘들지 뭐야.”
“힘들다뇨?”
“예약은 대기열이 너무 길고, 선물을 주려고 했는데 네가 나보다 스타 코인이 더 많던데?”
“하, 하하······.”
자기보다 부자한테 후원해 주는 것도 좀 이상하지 않냐며 투덜대는 아우스테야를 보면서 나는 난처한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건 뭐 유튜버나 스트리머를 보는 팬도 아니고 말이야.
“그래서 여긴 어쩐 일로 오신 건가요?”
“그야 당연히 내 최애를 보고 싶어서!”
“네?”
“······라는 이유도 있지만, 두 가지 큰 이유가 있어서 왔어.”
거기까지 말한 아우스테야는 해맑던 표정을 진지하게 굳히고 입을 열었다.
“우선 첫 번째는 던전 보석벌들을 데려가기 위해서야.”
“이 아이들을요?”
“이 아이들을 포함한 모든 던전 보석벌을 데려갈 거야.”
잠깐, 모든 던전 보석벌들을 데리고 간다고?
내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물으려 하자 그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건 정해진 사항이야. 번복할 수 없어. 그리고 두 번째는······.”
꼬르륵.
그 말을 하는 아우스테야의 뱃속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 이건, 그, 그러니까······.”
그러자 진지하고 엄격한 분위기를 유지하던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얘들이 먹던 저게 너무 맛있어 보이는 게 잘못이야!”
“키잉?”
아우스테야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여전히 입에 물방울떡 조각을 물고 오물오물 해대는 던전 보석벌들을 가리켰다.
그러자 억울한 듯 더듬이를 축 내리는 보석벌들.
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일단 식당으로 가시죠. 이야기가 길어질 테니 뭘 좀 만들어 드릴게요.”
“진짜?!”
“네. 여기까지 오셨는데 당연히 제 손님이죠.”
“고마워! 나도 드디어 ‘연성이네 신야식당’ 음식 먹는다!”
얼마나 신이 났는지 그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면서 춤을 추는 아우스테야였다.
덩달아 신이 난 건지 그 주변을 붕붕 날면서 함께 춤을 추는 던전 보석벌들까지.
아까까지 엄숙한 표정을 짓고 심각한 이야기를 하던 성좌 맞아?
꿀벌의 여신이라는 모습에 딱 어울리긴 하지만.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들을 식당으로 안내했다.
“그냥 팬이 아닌 것 같은데······.”
등 뒤에서 왠지 서늘한 미야의 목소리가 들려오긴 했지만.
* * *
“여기가 맨날 보기만 하던 ‘연성이네 신야식당’! 나 완전 두근거려!”
눈을 반짝이며 들어오는 아우스테야의 들뜬 목소리가 가게 안을 울렸다.
외향도 그렇고 말투나 하는 행동도 딱 우리 식당 단골 여고생들이랑 똑같아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마스터?”
“어흠, 큼. 일단 여기 앉으시죠.”
나는 미야가 깨끗하게 정리해 준 주방과 오픈 키친으로 들어서며 아우스테야를 자리에 안내했다.
미야는 그런 나를 살짝 흘겨보고는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내 옆에 섰고.
“우와, 진짜 둘이서 함께 요리하네. 항상 영상에서 봤지만, 부부 같아. 신기하다.”
“부, 부부요?”
갑작스러운 아우스테야의 말에 미야가 당황하며 얼굴을 붉혔다.
미야도 아직 내공이 부족하구나.
원래 손님의 이런 대화는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게 아니고 말을 잘 돌려야 하는 건데.
자, 베테랑 사장인 내가 하는 걸 잘 보라고.
“저희야 매번 이렇습니다만, 대체 어디서 그걸 보신 건가요?”
“몰랐어? 갓튜브에 손님들이 올린 후기 영상이 엄청 많아.”
또 갓튜브야?
아직 성좌가 아닌 나로서는 갓튜브 영상을 볼 수 없기에 어떤 영상이 올라갔는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헤르메스도 그렇고 다들 갓튜브로 스타 코인 창출하려고 고생이구나.
나는 다시 피식 웃고 있자, 옆에서 뭔가 싸늘한 시선이 날아왔다.
“미야?”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거 같은데?
나에게는 섬뜩한 표정을 지으면서 반대로 아우스테야에게는 웃으며 수저와 따뜻한 물수건, 그리고 따뜻한 철관음 차 한 잔을 내주고 있었다.
아니, 아까까지 경계심을 드러내던 미야는 어딜 가고 저렇게 눈 녹은 듯 사르르 빛나는 미소를 짓고 있는 거지?
살짝 억울한 감도 들었지만, 그건 그거고.
나는 손님을 위해 주문을 물어보았다.
“드시고 싶은 음식이 있을까요?”
요즘에야 예약받을 때 원하는 재료나 음식 유형을 미리 전달받기에 안 그랬지만, 처음에는 이렇게 성좌 손님이 오시면 뭘 먹고 싶은지부터 물어봤었다.
그러자 아우스테야가 고민이 된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끙. 새우살 스테이크도 맛있을 거 같고 비빔밥도 괜찮을 거 같고, 순대도 허르헉도 먹어보고 싶은데······.”
아우스테야의 입에서 줄줄 흘러나오는 우리 식당의 과거 메뉴들.
이쯤 되면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우스테야는 진짜 ‘연성이네 신야식당’의 팬이었다.
“으아아! 다 너무 맛있어 보였어서 고민 돼.”
답이 안 나오는 고민에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아우스테야가 머리를 헝클어뜨리자, 그녀의 머리 위에 앉아있던 던전 보석벌들이 깜짝 놀라서 부우웅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걸 본 아우스테야의 얼굴이 환해졌다.
“맞아. 여기까지 왔는데 다른 성좌들이 먹었던 걸 똑같이 먹을 순 없지. 나도 나만의 메뉴를 먹어서 갓튜브에 영상 올릴 거야!”
“아우스테야 님만의 메뉴라고 하시면······.”
“우리 애들이 먹었던 걸로 줘.”
“복숭아 물방울떡 말씀인가요?”
“응!”
하긴, 물방울떡은 지금까지 아무도 안 먹긴 했지.
하지만 그걸 그대로 해줄 수는 없었다.
그건 일벌들을 [부활]시키기 위해 만든 거기도 했지만, 솔직히 거의 아무 맛이 안 나는 간식이었거든.
물론 아우스테야의 입맛에 맞을 수는 있었지만, 기왕 먹는 거 더 맛있는 걸로 해줘야 하지 않겠어?
“미야, 양갱 만들려고 했던 팥앙금, 남아있나요?”
“네.”
미야가 가져온 팥앙금에는 마력이 가득가득 들어있었다.
그녀는 내가 이 주방에서 ‘수 셰프’로 임명했기에 [성좌의 마스터셰프]의 힘을 같이 쓸 수 있었으니까.
나는 팥앙금의 상태를 확인한 뒤, 아우스테야를 보면서 씩 웃었다.
“물방울떡과 비슷하지만, 더 맛있는 양갱을 해드리겠습니다.”
* * *
양갱(羊羹).
왜 양갱에는 한자로 양(羊)이 들어가는 걸까?
놀랍게도 예전엔 양갱을 만들 때 진짜 메에~ 우는 양이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때는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고대 중국에서는 양고기와 선지를 넣고 국을 끓였다고 한다.
양갱에서 갱(羹) 자는 국을 뜻하거든.
이 양고기 선짓국이 얼마나 맛있었냐면, 중산국 왕이 병사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서 양고기 선짓국을 끓여 대접했다고 한다.
그랬는데 하필 사마지기라는 신하 앞에서 양고기 선지국이 떨어지게 되고 그는 혼자 대접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분노한 사마지기가 초나라로 귀순해 중산국의 정보를 팔아넘기고 이후 초나라가 중산국을 멸망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얼마나 맛있었기에 못 먹었다고 나라를 팔아먹었을까?
어쨌든, 이 양고기 선지국은 식히면 기름과 선지의 특성상 묵처럼 굳어버리게 되는데, 여기서 지금의 양갱의 형태가 나왔다.
이 양갱은 당나라 때 스님들이 고기와 피를 먹지 못하기에 양고기와 양 선지 대신 색이 비슷한 팥을 넣어서 만들면서 큰 변화를 겪게 된다.
그렇게 당나라 스님들이 만든 팥양갱이 일본으로 전래되고, 일본의 다도 문화와 잘 어울리는 전통 과자로 대대로 내려오게 된 것이었다.
“그런 이야기가 있는 줄은 몰랐어!”
아우스테야는 내 설명에 신기하다며 손뼉을 쳤다.
사실 이 이야기가 진짜 양갱의 유래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냥 팥묵을 양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양갱이라고 불렸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니까.
“아무튼 이 양갱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물양갱과 팥양갱이죠.”
물 양갱은 물방울떡처럼 팥 등의 앙금을 넣지 않고 투명하거나 색이 있게 만든 재료를 굳혀 만드는 양갱이었다.
마치 유리처럼 투명한 양갱 속에 꽃이나 바다, 구름 등을 만들어 넣을 수 있어서 예술작품에 가까운 요리였다.
반대로 팥양갱은 팥앙금을 넣고 굳혀서 외형보다는 맛에 치중한 양갱이었고.
“오늘은 둘 다 만들어 드릴 겁니다.”
전자는 손재주가 좋고 과자를 잘 만드는 미야가, 후자는 내가 만들 예정이었다.
“미야, 부탁할게요.”
“맡겨주세요. 아우스테야 님, 혹시 원하는 모양이 있을까요?”
“꿀벌로 만들어줘!”
“알겠어요. 후후후.”
손님을 접객하는 게 어렵던 처음의 모습은 어디 가고 이제는 환하게 웃으며 손님을 대하는 미야였다.
이제는 손님이 원하는 걸 묻는 경지까지 올라온 걸 보니 그녀도 참 많이 성장했다 싶네.
미야는 아우스테야의 주문대로 투명한 한천 양갱 재료와 색이 들어간 양갱 재료를 준비해서 물양갱 제조에 들어갔다.
“이렇게 먼저 투명한 양갱을 틀에 부어주고 굳혀준 뒤, 그 위로 이 주사기를 통해서 색 있는 양갱을 넣어 주면 된답니다.”
“신기해!”
투명한 양갱 속에서 주사기를 통해 색색의 양갱이 퍼져 꿀벌을 그려가는 모습에 아우스테야가 눈을 반짝였다.
던전 보석벌들도 자신들과 똑같은 모습의 양갱이 생겨나는 걸 보면서 신이 나서 붕붕거렸고.
자, 나도 질 수 없지.
“저는 진한 팥양갱을 만들 겁니다.”
나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한천 가루를 마력수에 녹여서 끓여냈다.
그런 다음 미야가 만들어 놓았던 팥앙금을 섞고 같이 걸쭉한 액체가 될 때까지 풀어주었다.
“이걸 틀에 넣고 굳혀주면 끝이지만, 그렇게 하면 재미가 없지.”
네모반듯한 직육면체 모양이 양갱의 근본이라지만, 미야가 옆에서 화려한 꿀벌을 만들고 있는데 내가 질 수는 없잖아?
나는 반쯤 굳은 양갱 반죽을 짤주머니에 채워 넣었다.
그러곤 마치 떡케이크에 올라간 앙금 꽃장식을 만들 듯이 한땀 한땀 잎을 겹쳐가며 꽃장식을 만들었다.
“읏차, 무너지지 않게 바로바로 굳혀줘야지.”
양갱 반죽을 틀에 넣고 굳히는 이유는 반죽이 유지가 안 되고 바로 흘러내리기 때문.
그래서 이런 모양 양갱을 만들 때는 특별한 모양의 틀을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마력 빙정의 냉기로 그 자리에서 굳혀주면 조금 고난이도의 장식 양갱도 충분히 만들어 줄 수 있다는 말씀.
“자, 완성입니다.”
“저도 끝났어요.”
그렇게 팥양갱으로 만들어진 꽃밭과 투명한 양갱 속의 꿀벌 양갱이 완성되었다.
“너무너무 멋지다. 먹기 아까울 정도야······.”
나와 미야의 합작품인 화려한 두 양갱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고 하염없이 바라보는 아우스테야.
물론 이제는 그게 갓튜브 촬영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기뻐해 주니 참 뿌듯하네.
“보지만 말고 드셔보세요. 요리는 먹음으로써 완성되니까요.”
“응!”
신이 난 아우스테야가 양갱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맛있어! 달콤한데 많이 달지도 않아! 그러면서 부드럽게 입안에서 흐트러져.”
눈물을 글썽일 정도로 감격한 아우스테야의 맛 표현에 나와 미야가 서로 손을 짝 마주쳤다.
둘 다 처음 만드는 음식이었지만, 제대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행복해······.”
“키잉! 키잉!”
“너흰 아까 물방울떡 먹었잖아. 이건 내 거라구.”
자신들에게 나눠주지 않고 혼자 먹었다며 던전 보석벌들이 불만을 표했지만, 아우스테야는 흥 콧방귀를 꼈다.
“너희 것도 해줄게.”
“키잉!”
미야는 남은 한천 가루와 마력수, 그리고 보석 벌꿀 결정으로 물방울떡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사이 아우스테야는 먹기 아까워했던 게 거짓말일 정도로 순식간에 양갱을 모두 해치워 버렸다.
“이제 배부르다. 만족했어.”
“그러면 아까 했던 이야기를 다시 해볼까요?”
나는 미야가 벌들에게 물방울떡을 만들어 주는 동안 아우스테야에게 아까의 이야기를 물었다.
“이 벌들을, 아니 모든 던전 보석벌들을 데려가신다고요?”
“응.”
“꼭 그러셔야 하나요?”
던전 보석벌들이 사라지면 던전 보석 벌꿀도 얻기 힘들어진다.
모든 단맛의 재료를 보석 벌꿀로 쓰는 나로서는 곤란하지.
하지만 그걸 떠나서 이렇게 정이 든 던전 보석벌들과 헤어지는 것도 서운한 일이었다.
“그 이유를 대답하려면 두 번째 이유를 먼저 말해야 하겠네.”
그런 내 물음에 아우스테야가 다시 엄숙한 표정이 되어서 대답했다.
“곧 세계는 멸망할 거야.”
“······네?”
갑자기 아우스테야의 입에서 폭탄 발언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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