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97
197화. 임시휴무
그렇게 미야 마저 떠나보낸 뒤, 한 달이 지났다.
날은 금세 쌀쌀해져 순식간에 왔다 가버린 가을이 지나 겨울 초입에 들어섰다.
그러나 세상은 이미 혹독한 한파를 겪고 있었다.
“손님이 없으니 출근해도 할 게 없구만.”
던전이 늘어나는 속도가 심상치 않았다.
덕분에 던전 브레이크가 하루건너 하루씩 발생했다.
아니, 매일 발생하는 것도 이제 시간문제였다.
그 탓에 거리 곳곳이 마력으로 오염되어서 일반 시민들은 길거리를 나설 수 없을 정도였다.
“비전투 계열 각성자들이 생필품을 배달해 줘야 할 정도라고 하던가.”
그런 상황이니 당연히 식당에 찾아오는 손님이 있을 리가 없었다.
성좌들이 오지 않는 것에 이어서 일반인 손님들도 오지 않으니 ‘연성이네’도 개점휴업 상태.
아니, 사실은 문을 닫고 있어야 했다.
그래도 내가 문을 닫지 않고 장사를 하는 이유는,
“춥다, 추워.”
저렇게 식당을 찾아주는 헌터 손님들이 있었으니까.
헌터들은 마력 오염에 저항력이 있었고 이 시국에 문 연 가게가 거의 없었기에 여유가 생기면 ‘연성이네’를 찾아왔다.
나는 그런 헌터들에게 몰래 적합한 마력으로 전환한 성좌용 음식들을 내주었고.
내 요리를 먹고 특수 효과 버프를 받은 덕분에 ‘연성이네’에서 밥 먹고 싸우면 저승사자도 피해 간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덕분에 그럭저럭 가게를 유지할 수 있었다.
“S급 헌터가 춥다고 하면 퍽이나 믿겠다.”
S급 헌터 정도 되면 어지간한 더위나 추위는 타지도 않는다.
거기다 검선 여동빈에게 직접 무공을 배웠으니 이미 한서불침(寒暑不侵)을 넘어 수화불침(水火不侵)의 경지에 올랐을 놈이 엄살은.
나는 피식 웃으며 녀석 앞에 따끈한 돼지국밥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미간을 찌푸리는 연준이 녀석.
“또 돼지국밥이야?”
“춥다며. 그거 마력 중독 증상이야. 국밥 먹어야 해결된다.”
그날을 계기로 미친 듯이 늘어나기 시작한 던전을 공략하느라 쉴 틈도 없이 던전에 들어간 연준이 녀석의 몸에도 좋지 않은 마력이 쌓이고 있었다.
던전에서 쌓인 마력 중독을 해독하는 데에는 돼지국밥이 최고지.
하지만 연준이 녀석은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안 그래도 매일 먹고 있단 말이야. 삼천 그룹 회장이 헌터 식단에 무조건 돼지국밥을 넣어서 이제 물릴 정도야.”
“거기서 하는 레시피란 내가 만든 거랑 같냐? 이쪽이 오리지널이라고.”
할아버지가 레시피를 고안하고 내가 완성했다.
당연히 효과가 다를 수밖에.
거기다 내가 성안으로 보이는 동생의 상태를 살피며 돼지국밥의 효과를 미세하게 조정했기에 효과는 탁월할 터였다.
“그러니 동생아. 잔소리하지 말고 먹으렴.”
“쳇.”
투덜거리면서도 한 입 맛을 보고는 먹는 속도가 빨라진다.
짜식, 맛있지?
나는 그런 동생을 보면서 피식 웃었지만, 곧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추위를 느낀다는 건 마력 중독의 증세가 심각하다는 소리였다.
아버지가 딱 그러셨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마력 중독으로 인한 오한으로 고통스러워하셨다.
보통의 마력 중독은 무증상이기에 오한을 느끼려면 몇 년은 걸려야 할 텐데. 겨우 한 달 만에 이런 지경이었다.
그만큼 연준이가 많은 던전을 몸을 깎아가며 돌고 있단 소리였다.
“국물 끝까지 다 마셔야 한다. 그래야 효과 있어.”
“어휴, 엄마랑 똑같은 소리 하네.”
투덜거리면서도 연준이 녀석은 돼지국밥을 한 방울의 국물도 남기지 않고 모두 마셨다.
[당신이 만든 ‘두 배로 진한 특 돼지국밥(영웅급)’에 특수 효과가 부여됩니다.] [특수 효과 [마력 해소]가 적용됩니다.]“역시 형이 해준 게 효과가 더 좋은 거 같아. 벌써 몸이 개운해지네.”
“그래? 그러면 이것도 마셔봐.”
나는 피식 웃으며 연준이에게 후식으로 차를 내어주었다.
“뭐야, 이거. 너무 예뻐서 먹기 아까운데?”
“먹어, 임마. 먹으라고 만든 거니까.”
평소엔 무뚝뚝한 연준이 녀석이 감탄할 정도로 예쁘게 만든 차는 바로 로즈 애플 티였다.
사과의 씨와 꼭지를 제거하고 얇게 썬 다음, 보석 벌꿀과 물에 재워서 약불로 익혀준다.
흐물흐물해진 사과를 꺼내서 겹쳐서 돌돌돌 말아 주면 짜잔, 사과 장미 완성.
전에 헤라 여신에게 바치는 사과 송송이 김치를 만들 때 썼던 장식 방법을 응용해 보았다.
“자, 이렇게 만든 사과 장미를 찻잔에 넣고 미리 끓여둔 차를 부어주면······.”
나는 끓여놓은 철관음을 사과 장미 위로 부었다.
우롱차가 과일과 궁합이 잘 맞아서 생각보다 잘 어울리더라고.
그렇게 완성된 차를 연준이에게 내밀었다.
“어떠냐. 차와 다과가 한 잔에 해결되는 이 형님의 메뉴가.”
“굿.”
짜식.
평소엔 무뚝뚝한 녀석답지 않게 엄지를 치켜들고는 연준이가 차를 호로록 마셨다.
그러곤 따뜻하게 찻물이 스며들어 있는 사과도 낼름낼름 주워 먹고.
그러자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당신이 만든 ‘사과를 문 돼지 세트(전설급)’가 탄생했습니다.] [해당 코스를 먹은 존재에게 강력한 특수 효과가 발생합니다.] [유니크 특수 효과 [독약동원(毒藥同源)]이 적용됩니다.] [유니크 특수 효과는 모든 성계에서 오로지 당신만이 부여할 수 있게 됩니다.]“음?”
새로 업그레이드해서 무려 ‘특’이 붙은 돼지국밥, 그리고 돼지와 궁합이 좋은 사과로 만든 차.
이 두 음식으로 만든 요리 코스의 유니크 특수 효과는 [독약동원], 즉 독과 약의 근원은 같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효과는?
“이상하다? 막 몸에 힘이 솟는 거 같은데? 여기에 영약 같은 거 넣었어?”
“원래 밥이 보약인 거야.”
기존의 안 좋은 마력을 해독함과 동시에 그 마력을 먹는 사람에게 적합한 마력으로 전환해 주는 효과였다.
이른바 ‘독을 먹어서 약으로 만든다.’고나 할까.
그 덕분인지 ‘사과를 문 돼지 세트’를 먹은 연준이 녀석의 얼굴에 화색이 돌고 윤기가 번들거리고 있었다.
더 좋은 건 이 효과가 1년은 지속된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마력 중독으로 고생할 일은 없을 거다.”
“응? 왜?”
“그런 게 있어.”
코스 요리의 유니크 특수 효과를 모르는 동생 놈은 눈을 끔뻑거리며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고.
아무튼, 이걸로 당분간 연준이를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인간사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법.
나는 준비해 뒀던 선물을 하나 더 꺼냈다.
“받아.”
“응? 이게 뭐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보험.”
동생은 내가 준 선물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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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 퀸의 보석 왕대 사탕(신화급)]– 여신의 신수, 크리스탈 퀸이 태어난 보석 왕대의 조각으로 만든 사탕.
– 보석 왕대는 전설급이지만, 격 높은 존재의 손길이 닿아 신화급으로 격이 올랐다.
– 죽은 자의 입에 넣으면 [완전 부활]이 발동하며, 그 즉시 모든 체력과 상태 이상을 회복한 채로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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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게 뭐야? 신화급?”
평소에 시크한 모습은 어디 갔는지 기겁하며 벌떡 일어나는 연준이 녀석.
녀석이 놀랄 만도 했다.
나도 신화급 아이템을 처음 봤을 때는 기절할 것 같았으니까.
······그랬던 내가 이제는 스스로 신화급 아이템을 만들고 있네.
“귀한 거니깐 정말 위급할 때만 써.”
“······형.”
감동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동생 놈.
크, 오랜만에 형 노릇 제대로 한 것 같아서 뿌듯하구만.
하지만 정작 연준이 녀석은 그걸 품에 집어넣지 않고 만지작거리고만 있었다.
“왜? 무슨 문제 있어?”
“아니, 이런 아이템이 더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서······.”
아마 이미 던전 공략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동료 헌터들이 떠오른 거겠지.
나는 피식 웃으며 품에 있던 주머니를 꺼내서 툭 던졌다.
“그거보단 효과가 덜하지만, 위급 시에 쓸 만한 사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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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 퀸의 보석 별사탕(전설급)]– 여신의 신수, 크리스탈 퀸이 태어난 보석 왕대의 조각을 잘게 쪼개어 만든 사탕.
– 목숨이 경각에 달린 자의 입에 넣으면 [부활]이 발동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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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급 보석 왕대 사탕보다는 효과가 덜하지만, 그래도 이것만 있으면 중상을 입은 헌터들을 죽음에서 구할 수 있을 터였다.
100알 정도가 든 사탕 주머니를 받아 든 연준이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형, 이걸 어떻게······.”
어떻게 만들었냐고 물어보려던 연준이 녀석이 곧 입을 다물었다.
여동빈에게 들은 걸까? 아니면 S급 헌터의 감인 걸까.
녀석은 더 묻지 않고 그저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잘 쓸게. 고마워, 형.”
“아끼지 말고 팍팍 써도 돼. 어차피 너 말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다 나눠줬으니까.”
“그렇게나 많이?”
이미 윤진하, 마철성, 채하나, 천은채, 정부웅, 국밥 할아버지 등 나와 가까운 지인들에게는 신화급 보석 왕대 사탕과 함께 별사탕 주머니를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내가 전투에 나서질 못하니 전투에 나서는 사람들한테 주면 알아서 적절할 때 쓸 터였다.
이들을 통해서 헌터들이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보석 왕대 역시 전혀 아깝지 않았다.
“아버지여도 그러셨을 거다.”
“······.”
“그러니 신경 쓰지 말고 써.”
나는 그렇게 말하고 연준이한테 부탁을 하나 했다.
“아, 정 여사 좀 이쪽으로 모시고 와줘.”
“엄마를?”
“그래. 이 식당이 훨씬 안전할 거야.”
“······그건 그렇겠네.”
무려 세 명의 성좌가 달라붙어서 개조한 ‘연성이네’는 마력 오염이나 몬스터의 공격에도 끄떡없었다.
외신들이 직접 쳐들어오지 않는 이상 이 가게를 무너뜨릴 존재는 없지 않을까?
그러니 어머니도 여기서 머무르는 게 나을 터였다.
“그리고 어머니께 부탁드릴 것도 있고 말이야.”
“부탁?”
의아해하는 연준이었지만, 내 부탁대로 마력 차단이 되는 개인 차량으로 정 여사를 모시고 왔다.
그러고는 또 던전을 공략하러 가야 한다며 사라졌다.
“어머니, 이거 받으세요.”
나는 어머니한테도 똑같이 보석 왕대로 만든 사탕 세트를 드렸다.
“난 이런 거 필요 없어. 너 써.”
“저는 안 써도 돼요. 연준이한테도 챙겨줬으니 받으세요.”
또 모르잖아.
아무리 여기가 튼튼해도 혹시나 라는 게 있으니까.
그런 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정 여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 가게 그만두고 어디 갈 생각이지?”
······들켰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가게 일을 하랴 우리 형제를 키우랴 얼굴 보기도 힘들 정도로 정신없었던 정 여사였지만, 역시 어머니는 어머니인가 보다.
대체 어떻게 안 거지?
“내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인데 내 자식 속도 모를까봐.”
내 생각을 귀신같이 알아차린 정 여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많이 위험한 일이니?”
어떤 일인지는 묻지 않는다.
이런 시국에 어딜 가냐고 잡지도 않는다.
다만, 정 여사의 목소리와 눈빛에 서려 있는 것은 자식에 대한 한없는 걱정뿐.
나는 그런 어머니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위험하긴 하지만, 꼭 돌아올 거예요.”
정 여사는 내 대답을 듣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 팔자도 기구하지. 하나밖에 없는 남편은 사람 구하겠다고 나서다가 마누라를 과부로 만들고, 둘째는 어릴 때부터 헌터가 되어서 어미 속 다 썩이고. 장남은 좀 착실하게 사나 했더니······.”
그렇게 말하며 나를 흘겨보는 어머니 앞에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머쓱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하, 도씨 집안 남자들이 다 그렇죠, 뭐.”
“어휴, 내 팔자야.”
정 여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
“어머니?”
“너 없는 동안 이 가게 닫을 수도 없잖니. 연준이 말 들어보니 아직도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다며? 그럼 내가 요리해야지.”
무려 2대 사장님의 귀환인가.
오픈 키친 바로 개조해서 정 여사가 사장일 때랑은 많이 달라졌지만, 바로 어색하지 않게 주방에 스며드는 어머니를 보며 내가 씨익 웃었다.
“웃지 마, 엄마는 지금 네 요리를 흉내도 못 낼 거 같아서 걱정인데.”
정 여사는 내 요리에 특수한 효과가 깃든다는 걸 알고 있다.
헌터들이 지금 이 시국에 ‘연성이네’를 찾는 이유가 그 특수 효과라는 걸 알고 있기에 어머니는 걱정이 심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어머니를 보며 씨익 웃었다.
“제가 그런 대비도 하지 않고 어머니께 식당을 맡아달라고 하겠어요?”
“대비?”
의아해하는 어머니를 향해 다가간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입을 열었다.
“정연수 씨. 당신을 지금부터 ‘연성이네’의 부주방장, 즉 수 셰프(Sous Chef)로 임명합니다.”
[성좌의 마스터셰프]의 직업 스킬 중 하나인 [셰프 임명].미야와 마찬가지로 수 셰프로 임명된 정 여사는 이제 내 능력을 조금 나누어 받을 수 있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수 셰프는 마스터셰프가 자리를 비웠을 때, 주방을 책임질 의무가 있어요. 그러니 어머니가 이 주방에 계실 때는 제가 만들어 놓은 레시피를 모두 재현할 수 있을 겁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리니?”
“이런 뜻이에요.”
[‘행복을 먹게 하는 주방의 지배자’가 정연수에게 후원 계약을 제시합니다.] [후원 계약의 조건은 ‘연성이네’에서 요리하기입니다.] [특약으로 정연수의 위급 상황 시 계약 조건이 지켜지지 않아도 되는 항목이 후원 계약에 추가됩니다.] [신화급 성좌와 계약했기에 일반인 정연수가 [요리사] 클래스로 각성합니다.]“설마······, 이거 너니?”
“네. 저예요.”
입을 가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정 여사.
나는 그녀를 보며 씨익 웃으며 윙크했다.
[‘행복을 먹게 하는 주방의 지배자’가 정연수에게 윙크합니다.]신화급 성좌 ‘행복을 먹게 하는 주방의 지배자’.
그것이 나 도연성의 성좌명이였다.
연성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