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가을 비어는 깨가 서말이다
“자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위험한 곳에 있었나!”
거북선에 오르자마자 내 머리 위로 불같이 떨어지는 이순신 장군님의 호통 소리.
우와, 입에서 번개 숨결을 뿜었다는 전설이 거짓은 아닌가 보네.
당연히 거짓말이지만, 험상궂은 얼굴로 호통을 치는 장군님을 보니 진짜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게다가 그 꼬락서니는 뭐고! 전장터에 나선 이가 어찌 그렇게 허술하게 입고 왔단 말인가!”
“나름 준비해서 껴입고 온 건데······.”
나는 내가 입고 있던 헌터 장비를 보며 시무룩하게 중얼거렸다.
연준이가 자신이 쓰던 최고급 장비 여벌을 내게 준 것이었다.
“지상의 물건이 이곳에선 거적때기만도 못함을 어찌 모르는가!”
“역시 그렇죠?”
사실 나도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었다.
그래도 동생이 챙겨준 건데 어떻게 벗어놓고 와.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순신 장군님 뒤에 있던 임상옥과 김만덕에게 말을 건넸다.
“두 분 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성좌 마켓이 이렇게 된 걸 보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소, 송구하옵니다.”
“부디 말씀을 낮춰주시옵소서.”
내가 말을 건네자, 임상옥과 김만덕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연신 허리를 굽혔다.
음? 왜 그러지?
김만덕이야 원래 내게 높임말을 썼다지만, 임상옥은 내게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는데?
거기다 김만덕도 평소와 달리 마치 왕을 대하듯 내 앞에서 조심하고 있었다.
“아니, 왜들 이러세요.”
“어찌 저희가 귀하신 분께 예전같이 대할 수 있겠사옵니까.”
“······네?”
귀하다니?
까마득한 선조 님들한테 이런 대우를 받으려니 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거 같네.
나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 옆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껄껄 웃음을 터뜨리는 이순신 장군님.
“이게 다 자네가 신화급 성좌가 되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는가.”
“아니 성좌만 되었다 뿐이지 저는 그대로인데······.”
“겸손하지 않아도 되네. 신화급 성좌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존재니까.”
이순신 장군님은 그렇게 말하며 기특하다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한반도 출신 성좌 중에서도 딱 한 분만이 신화급 성좌의 자리에 오르셨지.”
“누구신데요?”
“누구겠는가. 이 땅에 터 잡으신 분이지.”
“아······.”
우리나라를 빛낸 100명의 위인 제일 처음에 나오는 그 분이시구나.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에 내가 납득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 이순신 장군님이 짓궂은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나도 자네에게 이제 함부로 말하면 안 되겠군. 이제 어엿한 성좌인 데다가 나보다도 높은 격을 가지지 않았는가. 제 인사를 받아주시지요, 나으리.”
“아이고, 장군님까지 왜 이러세요, 정말.”
당장 절이라도 올리려는 이순신 장군님의 장난에 나는 그 자리에서 펄쩍 뛰며 그를 말렸다.
내가 신화급 성좌이건 아니건 이순신 장군님에게 절을 받고 말을 편하게 하면 아마 나는 가루가 되도록 까일 거야.
“허허, 그래도 자네에게 내 언제나 감사하고 있다네.”
“저한테요?”
“그래, 자네 덕분에 많은 것이 바뀌었지.”
무슨 의미인지 몰라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내게 이순신 장군님이 웃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그때 자네가 해준 음식 덕분에 내가 전설급 성좌가 될 수 있었지.”
‘충무공을 위한 충무 김밥(영웅급)’의 효과, [호국영령]으로 일시적이나마 전설급 성좌가 되었던 이순신 장군님은 조정 경기에서 우승하며 인지도를 크게 올리셨다고 한다.
그 영향으로 완전한 전설급 성좌가 되셨다고.
하긴, 호레이쇼 넬슨, 체스터 니미츠와 함께 세계 3대 해군 제독으로 불리는 데다, 전 세계 역대 군지휘관 중에서 해군 1위로 손꼽히는 분이 자로 장군님인데.
진즉에 전설급이 되셨어야 했다.
“그 덕분에 내 힘이 늘어나 외신들과의 싸움에서 더 많은 한반도 성좌와 권속들을 지켜낼 수 있었네.”
영웅급 성좌와 전설급 성좌의 차이는 극명하다.
영웅급이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이라면, 전설급은 올타임 레전드급 인물이었다.
당연히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서 많은 사람이 그 인물을 칭송할 터였고, 그렇게 되면 당연히 힘도 강해질 터.
더 강력해진 성좌력으로 거북선을 모는 이순신 장군님 덕분에 외신과의 전투에서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소리였다.
“거기다 자네 덕분에 거북선을 하늘에 띄울 생각도 해볼 수 있게 되었지.”
“아, 그러고 보니 정말 하늘을 날고 있네요?”
조정 경기 때만 해도 거북선은 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하늘의 구름을 마치 파도 가르듯 가르며 시원하게 날고 있었다.
마치 견우가 내게 주었던 ‘천우혁선’처럼 말이다.
“하늘을 날며 활약한 자네의 그 뗏목을 보며 떠올랐지. 배를 하늘에 띄워서 전투에 나서면 바다가 아니어도 우리가 활약할 수 있을 거라고.”
“좋은 생각이었습니다.”
덕분에 바다도 아닌데 성좌 마켓 영역을 지나가던 거북선이 나를 발견하고 구해줄 수도 있었고 말이야.
고개를 끄덕이는 나는 곧 의문점이 들어서 장군님께 물었다.
“그런데 ‘천우혁선’은 천우의 가죽으로 만들어서 날 수 있었던 건데, 거북선은 어떻게 나는 거죠?”
“고구려의 전설에 보면 ‘비어(飛魚)’라는 날개 달린 물고기가 있지. 그 비어의 날개와 비늘을 거북선에 붙여 날고 있네.”
이 큰 배를 날게 하려면 비어를 수천 마리나 잡아야 했다고 한다.
바닥에는 비어의 비늘을 붙여 배를 띄우고 거북선의 지붕 위에는 날개를 붙여 날 수 있게 하려면 그 정도는 필요했다나?
“덕분에 최근에는 말린 비어 포만 먹고 있지.”
장군님은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말했다.
비늘과 날개를 떼어낸 비어를 버리자니 아까워서 잘 말린 다음 전투 식량으로 쓰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비어 구이 이야기가 나오자, 임상옥과 김만덕도 질린 표정을 지었다.
“비어라는 생선을 제가 본 적은 없지만, 잘 요리하면 맛있을 거 같은데요?”
“······제대로 요리할 줄 아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네.”
아, 그러면 힘들지.
거기다 배 위에서 불과 물을 마음껏 쓰기도 힘들었다는 이순신 장군님의 말.
거기까지 말한 이순신 장군님은 잠시 헛기침을 하더니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신화급 성좌가 된 자네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것도 민망하네만, 혹시······.”
“네. 제가 요리해 드릴게요.”
요리사한테 그게 뭐 어려운 거라고.
그리고 나에게는 불과 물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만능 아공간, 아니 이제 내 영역이 된 ‘연성이네’가 있으니까.
“오랜만에 진수성찬을 드실 수 있도록 해드리죠.”
내 선언에, 거북선에 타고 있던 모든 이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 * *
나는 날개와 비늘이 제거된 비어를 받아 들고 그 자리에서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비어가 전어였어······?”
누가 봐도 비어는 전어랑 똑같은 모습이었다.
살짝 푸른 기가 도는 누런 등에 물방울 같은 비늘무늬.
일반 전어랑 달리 호랑이처럼 줄무늬가 있긴 했지만, 생김새도 크기도 딱 전어였다.
하긴, 전어도 성질이 급해서 잡으면 금방 죽어버리는 생선이었는데, 그 전에 팔딱대는 모습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느낌이긴 하지.
거기다 전어는 상어나 고등어처럼 끊임없이 헤엄쳐야 숨을 쉴 수 있는 어종.
“아니, 이 맛있는 걸 왜 고통스럽게 먹고 있었어요?”
“제가 오기 전까지는 요리할 줄 아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내 부탁에 아까보다는 조금 편해진 듯한 김만덕이 대답했다.
“오신 다음에는요?”
원래 숙박시설인 여각까지 운영하던 객주 출신 김만덕이었다.
거기다 내 부탁으로 ‘연성이네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랑 어묵을 만들던 그녀였으니 요리를 못할 리는 없고.
“저도 이 배에 합류한 지 며칠이 되지 않았기에 요리할 시간이 없기도 했거니와, 제대로 된 주방 시설이 없어서 요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랬군요.”
하긴 원양을 항해하는 배도 아니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근해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나가는 배에 주방 시설이 있으면 그것도 좀 우스운 일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만덕에게 창고에 남아있는 전어, 아니 비어를 모두 가져다 달라고 했다.
“말린 거 반, 신선한 거 반이네.”
그래도 전설급 성좌 이순신의 기운이 서려 있는 거북선이라 그런지 잡은 지 꽤 됐을 생선이 상하지 않고 신선한 채로 남아있었다.
나는 일단 이걸 모두 [연성이네]로 옮긴 뒤, 요리에 들어갔다.
“일단 처음은 당연히 전어회, 아니 비어 회지.”
나는 당장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은 신선한 비어의 머리와 지느러미를 잘라내고 배를 땄다.
내장과 검붉은 막을 모두 제거하고 차가운 소금물로 깨끗이 씻어주면 손질은 끝이다.
이걸 사선으로 먹기 좋게 썰어주면 비어 회 완성.
어디 보자, 맛도 괜찮은지 먹어봐야지.
“음, 괜찮네. 아주 고소해.”
오독오독 씹는 맛이 아주 좋았다.
전어는 크기가 작아서 뼈를 발라내기가 힘들어 뼈 채로 씹어먹는 생선.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면 입안을 찌르는 뼈의 감촉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꼭꼭 씹어먹으면 오히려 그 식감에 빠지게 되는 법이지.
거기다 전어와 똑같이 기름진 생선이라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누가 그랬던가? 가을 전어는 깨가 서말이라고.
그만큼 고소한 기름 맛이 일품인 생선이었다.
이젠 가을 비어가 깨가 서말이라고 해야 할 것 같네.
“이걸 좀 썰어주시겠어요?”
“알겠사옵니다.”
내가 손질하는 걸 유심히 본 김만덕이 옆에서 남은 신선한 비어를 열심히 썰었다.
나는 그동안 나는 회무침을 할 준비를 했다.
이렇게 맛있는 회를 먹었으면 그다음은 당연히 회무침이지.
“상추랑 양파, 파, 깻잎을 잘게 썰고.”
회무침은 간단했다.
썰어놓은 전어회를 각종 채소와 다진 마늘, 참기름, 깨와 함께 초고추장으로 무치면 끝.
“자, 드셔보세요.”
“그럼, 조금만······.”
내가 손맛을 더해 열심히 버무린 회무침을 주자 김만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기가 막힌 맛이 옵니다.”
“맛있죠?”
나는 김만덕의 반응에 흐뭇하게 웃었다.
전어가 워낙 기름지고 고소한 생선이라 상큼한 초고추장과 야채를 곁들이면 놀랄 만큼 맛있는 밥도둑이 된다.
아, 밥이라고 하니깐 또 다른 메뉴가 생각나네.
“저기 보면 자청비 님의 종자로 키운 보리가 있는데 그걸로 보리밥을 해주세요.”
회무침을 또 보리밥에 쓱쓱 비벼 먹으면 환상적이지.
차가운 회무침이 따뜻한 보리밥과 함께 입안에서 섞이면 식감도 좋고 맛도 끝내주거든.
나는 절로 고이는 침을 꿀떡 삼키고는, 다른 전어, 아니 비어들로 시선을 돌렸다.
“이것들론 구이를 해야겠다.”
회로 먹기에는 신선도가 조금 아쉬운 녀석들.
그러면 당연히 구이로 해 먹어야지.
전어 요리라고 하면 역시 구이가 핵심 아니겠어?
“분명 트렌트랑 리빙 트리로 만든 숯이 여기 있었을 텐데······.”
나는 창고를 뒤져서 전에 만들어 놓았던 마력 깃든 숯을 꺼내 들었다.
전어구이는 마정석 화로에 굽는 것보다 숯으로 불을 피워 직화로 굽는 게 향도 좋고 맛도 더 좋아지니까.
“아, 그러고 보니 이것도 있었지.”
나는 숯을 뒤지다 따로 만들어 놓은 고급 숯을 보며 탄성을 터뜨렸다.
복사나무로 만든 숯이었다.
귀한 반도가 자라는 복사나무를 베어내서 숯을 만들 수 없었기에, 자연적으로 떨어지는 가지들을 모아서 만든 귀한 숯이었다.
놀랍게도 이 숯에 불을 피우면 은은하고 달콤한 복숭아 향기가 난다.
이걸로 생선을 굽는다면?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고소하고 기름진 전어구이에 향긋한 복숭아향까지.
이건 못 참는다.
“자, 어디 한 번 집 나간 며느리를 불러 볼까?”
집 나간 며느리도 아내도, 아니 심지어 여친도 없지만 함께 먹어줄 성좌와 권속은 충분했으니까.
오늘은 비어 파티다!
집 나간 며느리를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