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200
200화. 집 나간 며느리를 찾습니다.
타닥타닥.
숯불이 불똥을 튀기며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었다.
숯은 한 번 불이 붙으면 그 불이 오래가지만, 이미 한번 타고 난 나무라서 처음 불을 붙이는 게 어렵다.
캠핑족들이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숯불에 불붙이기였고 그걸 쉽게 하기 위한 착화제도 상품으로 나올 정도였다.
“나한텐 이게 있지만.”
내가 숯에 불을 편하게 붙이기 위해서 선택한 건 바로 화염 속성 마정석.
숯불 밑에 깔아놓고 마력만 불어넣으면 알아서 불이 피어오르니 고생할 게 없었다.
“자, 그러면 불이 제대로 붙을 때까지 비어를 손질해 볼까.”
마력수가 끓는 점이 300도 이상으로 높듯이 마력이 깃든 숯도 불붙는 게 느린 편.
나는 그사이에 비어를 구이용으로 손질하기로 했다.
사실 구이용 전어 손질은 어렵지 않았다.
“비늘은 이미 벗겨져 있으니, 지느러미만 떼주고 칼집만 넣으면 끝이지.”
정말 간단하지만 이게 끝이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고소한 기름 빠져나간다고 칼집도 안 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기름 찌꺼기가 생선 주변에서 굳어버려서 보기 흉하게 되기에 나는 칼집을 내주는 편이었다.
“어디 보자, 숯불이 알맞게 피어올랐네.”
마정석의 열기를 받고 마치 홍옥처럼 달아오른 숯불 위로 나는 알비스가 만들어 주었던 석쇠를 올렸다.
원래는 달라붙지 않게 먼저 석쇠에 기름을 살살 발라준 뒤 올려야 하지만, 이 석쇠는 드워프 제답게 생선이 달라붙는 일 따윈 없었다.
“알비스는 잘 있으려나.”
성좌들의 세계에 전쟁이 터진 뒤, 그도 전쟁에 필요한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고향인 북유럽 신화 성계로 돌아갔다.
후방에 있을 테니 큰일은 없겠지만, 그 어느 곳보다도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던 성좌 마켓이 폐허가 된 걸 보니 괜히 걱정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헤르메스 님이랑 가네샤 님은······.”
성좌 마켓의 담당자였던 두 상업 성좌를 떠올린 나는 곧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누굴 걱정하고 있는 거야.”
나처럼 갓 성좌가 된 풋내기가 신화급 성좌인 그 둘의 안위 걱정을 한다는 게 어불성설이었다.
둘 다 본업이 상업의 성좌였지만, 전투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성좌였으니까.
헤르메스는 절대 잠들지 않는 100개의 눈을 가진 거인 아르고스의 목을 벤 업적이 있었다.
가네샤는 그의 아버지인 시바와 시비가 붙었을 때, 시바가 소환한 악마들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고 모두 물리친 전적이 있었고.
싸움 하나 못 하는 내가 걱정할 대상들이 아니었다.
“비어나 굽자.”
쓸데없는 두 성좌 걱정을 하는 동안 석쇠도 알맞게 달아올라 있었다.
내가 비어를 올리자, 치이익, 비어가 맛있게 구워지기 시작했다.
“그다음은 굵게 갈아놓은 소금을 뿌리는 거지.”
소금은 물과 달리 기름에서 녹지 않는다.
물론 생선의 몸에도 물이 있으니 조금은 녹겠지만, 이렇게 굵은소금을 뿌리면 소금이 녹지 않고 제 모습을 유지한 채로 기름과 함께 구워진다.
이렇게 생선구이를 먹을 때, 두툼한 생선 살과 바삭하게 구워진 소금이 파삭! 씹히면 그 즐거움은 수십 배로 올라간다.
“이크, 타겠다.
맛있는 상상을 하다 보니 노릇하게 생선 익는 냄새가 나서 나는 서둘러 비어를 뒤집어 주었다.
기름이 많아 쉽게 타지는 않지만, 화력이 강한 숯불에 굽는 중이기에 이렇게 자주 뒤집어 줘야 타지 않고 맛이 잘 든다.
“크, 냄새 죽이네. 왜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줄 알겠어.”
비어의 기름이 숯불에 자글자글 익는 냄새가 내 영역 안으로 가득 퍼져 나갔다.
그러자 전어회를 손질하고 있던 김만덕도 힐끔힐끔 여기를 쳐다보고, 크리소말로스와 미리, 그리고 두 양의 새끼들도 여길 볼 정도였다.
······아니, 너희들은 채식이잖아.
물론 양이나 사슴, 소 같은 초식 동물들도 때에 따라선 육식을 한다지만, 비어 굽는 냄새가 그렇게 침까지 흘리면서 볼 정도로 냄새가 좋니?
“꾸엉! 꾸엉!”
원래 생선을 먹는 셀키는 더 심했다.
아예 바닷속에서 뛰쳐나와 육지 위로 올라온 다음 최대한 여기로 목을 빼고 있는 모습이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온갖 생선을 먹어본 너도 비어는 처음이겠구나.”
“꾸엉!”
내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셀키.
비어는 전설에 따르면 우수산과 괴산이라고 불리는 북쪽의 신비한 산속에서 산다고 한다.
산속 깊은 곳의 물에서 살며 날개를 펼쳐 하늘을 날아다닌다고 하니 바닷속에서만 살아왔던 셀키가 먹어봤을 리 없지.
“꾸어엉······!”
자신이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생선을 두고 먹지 못한다는 셀키의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촉촉이 차오르고 있었다.
녀석, 정말 먹고 싶은가 보네.
나는 김만덕이 손질하고 있던 신선한 비어 몇 마리를 셀키에게 던져 주었다.
“꾸엉! 꾸엉!”
비어를 받아먹고 신이 났는지 지느러미로 배를 챱챱챱 두드리는 셀키 녀석.
그런데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꾸엉?”
놀랍게도 셀키의 앞지느러미가 마치 날개처럼 변하기 시작한 것.
거북선에 달려 있던 비어의 날개와 그 모양이 비슷했다.
[‘행복을 먹게 하는 주방의 지배자’가 자신의 신수에게 하사품을 내립니다.] [음식 재료의 능력이 신수에게 흡수됩니다.] [흡수율 10%]“아이고, 내가 성좌가 됐다는 걸 또 깜빡했네.”
그 변화가 생긴 이유는 다름 아닌 나 때문이었다.
신화급 성좌가 된 이후에는 내가 가벼운 행동을 해도 그 모든 행동에 성좌력이 깃들게 되었다.
특히 요리나 먹을 것에 관련될 때는 더 많이 깃드는 것 같단 말이지.
그 탓에 비어의 날개가 내 신수인 셀키의 몸에 반영된 모양이었다.
참고로 아공간들을 모두 내 영역으로 만들면서 그 안에 있던 셀키와 크리소말로스, 미리는 모두 내 신수가 되었다.
“요리해서 준 게 아니라 흡수율이 낮아서 다행이네.”
겨우 10%의 흡수율이라서 지느러미가 날개 모양으로 변형된 걸로 끝났다.
만약 더 줬으면 진짜 지느러미가 날개가 되어서 비어처럼 하늘을 날아다녔을지도 모른다.
“꾸엉?”
“그렇게 봐도 더 못 줘.”
“꾸엉······.”
왜 더 안 주냐는 셀키를 돌려보낸 뒤에 나는 돌아와서 비어를 마저 구웠다.
그렇게 김만덕이 손질하는 비어 회, 비어 회무침, 비어 구이까지 완성한 내 눈에 말려놓은 비어가 들어왔다.
“저걸 그냥 먹었으니까 맛이 없지.”
요리할 환경이 안 되니 거북선 등판에 손질한 비어를 널어놓고 말린 모양이었다.
덜 말린 비어는 엄청 비릴 거고 바싹 말린 비어는 질겨서 먹기도 힘들 터. 고생 많이 했겠다 싶었다.
그런 말린 비어를 보니 딱 생각나는 게 있었다.
“완전 디포리네, 이거.”
디포리는 전어의 친척뻘인 생선, 밴댕이의 다른 말이었다.
참고로 밴댕이 소갈딱지 할 때의 그 밴댕이가 맞았다.
배를 갈라보면 내장이 정말 조금밖에 없어서 그런 속담이 생겨났다나?
아무튼 이 밴댕이도 전어처럼 회나 회무침, 구이, 조림 등 다양한 방법으로 먹는다.
“가장 유명한 건 역시 말린 디포리지.”
원래 디포리는 보리멸을 말린 것을 뜻했다.
하지만 보리멸이 잡기 힘들어지자 비슷한 크기에 같은 봄에 잡히는 밴댕이를 말려 디포리라고 팔기 시작했는데, 그게 대중화되어 ‘밴댕이=디포리’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그럼, 이 말린 디포리를 어디에 쓰느냐?
“이거 국물 내기 딱이겠는데?”
말린 디포리는 말린 멸치보다도 더 진하고 깊은 맛을 내면서도 깔끔한 국물을 내는 재료로 유명했다.
디포리는 전어와 닮았고, 전어는 또 비어랑 닮았으니, 비어를 말린 이 비어 디포리를 육수용으로 써도 괜찮지 않을까?
지금 쓸 건 아니지만 말이야.
“장군님도 거북선 선원들도 이제 말린 비어는 지긋지긋하다고 했으니 내가 가져가도 되겠지.”
어차피 이제 다들 내가 만든 신선하고 맛있는 비어 요리를 먹을 건데, 이 정도는 내가 챙겨도 되잖아?
나는 히죽 웃으며 말린 비어 디포리를 모두 챙겼다.
그때였다.
“연성, 자네 있는가?”
산더미처럼 해놓은 비어 요리를 김만덕과 함께 하나하나 세팅하고 있을 때, 이순신 장군님이 내 영역인 [연성이네]로 들어왔다.
“장군님 오셨어요?”
“거 참, 이렇게 남의 영역에 마음대로 들어와도 되나 모르겠군.”
보통 이렇게 다른 성좌의 영역에 들어올 때는 허락을 구하고 영역의 주인도 해당 성좌를 해치지 않겠다는 계약을 맺는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역의 주인인 성좌가 자신의 힘으로 손님인 성좌를 해코지할 수도 있으니까.
마치 내가 디오니소스, 아니 자그레우스를 무력화시킨 것처럼 말이다.
물론 내가 이순신 장군님을 해칠 일도 없고 장군님도 내게 무례한 일을 할 분이 아니시니 이렇게 자유롭게 드나들어도 된다고 미리 허가를 내어드린 뒤였다.
거기다,
“장군님도 장군님의 영역인 [거북선]에 저를 태워주셨잖아요.”
지금 내가 타고 있는 거북선은 단순한 배도, 아이템도 아닌 바로 이순신 장군님의 영역인 [거북선]이었다.
그렇다면 왜 [거북선]이 그의 영역이 된 걸까?
사실 역사 속에서 이순신 장군은 거북선을 개발하지도 직접 타지도 않았다.
거북선은 돌격함이었기에 전선 최전방에서 싸워야 하는 배였다.
때문에, 지휘관인 이순신 장군님이 탈 배가 아니었다.
실제로 장군님은 조선의 대표 군선인 판옥선에 타서 지휘했으니까.
다만 이미 어느 정도 기초가 존재하던 거북선의 개발을 이순신 장군님이 지휘해 완성했고 한산도 대첩에서 거북선이 뛰어난 활약을 했기에 이순신과 거북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물론 그 거북선들도 원균이 칠천량 해전에서 모두 태워 먹어서 다신 만들지 않게 됐지만.
아무튼, 그런 [거북선]에 장군님이 먼저 나를 초대 해줬는데 내가 [연성이네]에 장군님을 부르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
“전부터 느낀 거지만 자네는 참 별난 친구일세. 보통 성좌들은 그러지 않아.”
“이게 저인걸요. 겨우 33년 살다가 성좌가 된 인간에게 수천 년을 살아온 성좌들의 방식은 아직 낯섭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질세. 허허허.”
서른셋인 내 말에 올해로 딱 500년을 존재한 이순신 장군님이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곤 깜빡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차, 내 정신 좀 보게. 자네한테 알려줄 게 있어서 왔거늘.”
“무슨 일인가요?”
내가 의아해서 묻자, 장군님은 주방을 둘러보며 물었다.
“요리는 다 되었는가?”
“네. 좀 넉넉하게 만들었지만요.”
이것저것 만들다 보니 어느새 천 마리가 넘게 있던 비어를 모두 써버렸더라고.
뭐, 내 영역인 [연성이네]에 두면 절대 상하지 않고 요리가 완성된 직후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으니 상관없으려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내게 이순신 장군님이 흐뭇하게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마침 잘 됐군. 선원들뿐만 아니라 요리를 먹을 분들이 더 생겨서 자네에게 더 만들어 줄 수 없나 하고 부탁하려고 왔던 걸세.”
분들?
전설급 성좌인 이순신 장군님이 분들이라고 할 정도면 보통 존재가 아닐 텐데?
마치 전에 장군님이 모시고 왔던 세종대왕 님처럼······.
“설마?”
“정답일세. 한반도 출신의 모든 성좌가 자넬 기다리고 있네.”
거북선이 우주를 날아 도착한 곳은, [아사달].
전쟁을 피해 한반도 출신 성좌들이 피난해 있는 곳이자, 한반도 성좌 중 으뜸인 신화급 성좌, 단군의 영역이었다.
한반도를 빛낸 위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