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202
202화. 비어비어축제
“자, 모두 앉아계시면 음식이 나갈 겁니다!”
나는 큰 소리로 외치며 양손 가득 든 음식 접시를 부지런히 날랐다.
그런 내 주변에는 거북선 선원들과 [아사달]에 있던 권속들이 함께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회부터 먼저 나가야 합니다. 그다음이 무침, 그다음이 구이에요!”
나는 양팔 가득 들고 왔던 비어 회 접시를 테이블에 놓았다.
그러자 곧 뒤를 이어 권속 하나가 쌈 채소와 초고추장, 편 마늘, 고추 등등 한국식 회 상차림을 세팅했다.
일렬로 쭉 놓인 테이블에 흰색 식탁보를 깔고 성좌들이 앉아서 회를 먹는 모습은, 글쎄.
딱 시골에서 어르신들 모시고 여는 동네잔치 같은 느낌이랄까?
이런 행사에 들려오는 작은 말다툼까지 말이다.
“어허허, 내가 후손 하나 잘 둬서 호강하는구만.”
“무슨 헛소릴 하는 게야? 자넨 전주 이씨인데 왜 저 친구가 자네 후손인가! 당연히 성주 도씨인 내 후손이지!”
“조선의 백성들은 다 내 후손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허허허!”
“아니, 이놈이 그래도?”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와 그의 죽마고우 도응이 서로 티격태격대며 서로가 내 선조라고 우겨댔다.
······죄송하지만, 저는 고성 도씨라서요. 두 분 다 제 선조는 아닙니다.
나는 속으로 큭큭 웃으며 그들에게 다가가 비어 회를 먹는 법을 설명했다.
“이 상추와 깻잎을 겹쳐 깔고, 비어 회 두어 점을 올립니다. 그 후 초고추장을 덜어 올리고 편 마늘과 매운 고추도 올린 다음 쌈을 말고 한입에 집어넣으면 됩니다.”
내 설명에 따라 쌈을 크게 싸서 입에 집어넣은 성좌들이 곧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손뼉을 쳤다.
“맛있다!”
“고소하면서도 꼬독꼬독 씹히는 맛이 있어.”
“생선 뼈가 거슬릴 줄 알았는데 씹을수록 맛있네요.”
나는 만족해하는 성좌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전어회와 마찬가지로 비어 회도 살짝 비린 맛이 있는 편.
그 비린 맛을 없애려면 몇 가지 방법이 있었다.
첫째, 산성의 레몬즙을 뿌려서 비린 맛의 근원인 염기성 성분을 중화시킨다.
둘째, 마찬가지로 산성을 띠는 초고추장을 듬뿍 찍어 먹는다.
셋째,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 있는 쌈을 싸 먹음으로써 비린 맛을 다른 맛으로 덮어버린다.
나는 한 번도 첫 번째 방법을 써본 적이 없었다.
생선회에서 비린 맛이 강하게 나는 건 회가 제대로 보관되지 못하고 오래되어 산패했기 때문.
그걸 가리기 위해 레몬즙을 쓰는 건 손님에게 음식을 속여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 나는 선호하지 않았다.
두 번째 방법은 회 고유의 맛이 초고추장의 강렬한 맛에 가려지기 때문에 별로였다.
그렇다면 세 번째는?
신선한 채소의 맛과 고소한 비어의 맛이 어우러지면서 비린 맛은 마늘이나 고추가 잡아주기 때문에, 맛을 인위적으로 제거했을 때는 느끼지 못하는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그래서 나도 가능하면 밥을 큼지막하게 넣어서 쌈을 싸서 먹곤 했다.
오, 저기 저 성좌 분들도 나처럼 밥을 넣어서 큰 쌈을 싸서 먹는군.
역시 우리 민족은 밥의 민족이라니까.
“쌈이 너무 큰 거 아니요?”
“이 정도는 되어야 맛을 느끼죠.”
“난 그대가 쌈을 베어 먹을까 봐 그렇지.”
“흥! 쌈을 한 입이 아니고 두 입, 세 입에 먹다니. 절대 우리 민족은 아닐 거예요.”
암. 쌈은 한입에 먹어야지.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흐뭇하게 웃다가 두 번째 요리를 나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회무침입니다. 소면과 따뜻한 밥을 준비했으니, 취향에 맞춰 비벼 드시면 됩니다.”
각종 채소와 초고추장을 넣고 무친 비어 회무침도 대호평이었다.
그냥 회를 초고추장에 찍어서 먹는 것과 이렇게 무침으로 해서 먹는 건 또 다른 느낌이거든.
아까도 말했듯이 초장으로 범벅이 되어 비린 맛이 중화되기도 했고 입안 가득 회무침을 넣고 꼭꼭 씹어먹는 재미도 있었다.
“자, 다음은 비어 구이입니다.”
복사나무 숯불 향이 그윽하게 배고 노릇하게 구워진 비어 구이가 다시 테이블 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미 회를 쌈싸먹고 회무침에 밥과 소면을 비벼 한 그릇 깨끗하게 비운 한반도 성좌와 권속들이었지만, 그 냄새와 노릇한 모습을 본 그들의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 아니 비어구이입니다. 먹는 방법이 있으니 잠시 저를 주목해 주세요.”
나는 내 앞에 있는 접시에서 비어 한 마리를 꺼냈다.
그리곤 노릇하게 구워진 비어를 뚝 분질렀다.
“아이고, 아까운 것!”
어찌나 놀랬는지 성좌들 속에서 이런 외침도 터져 나왔다.
가끔 생선을 살만 삭삭 발라 먹는 이들도 있지.
하지만 전어와 비어는 그러기엔 잔가시가 너무 많은 생선이라서.
이렇게 맛있게 먹는 법이 따로 존재하는 생선이었다.
“자, 이렇게 먹는 겁니다.”
나는 비어 머리 부분을 그대로 입에 가져가 씹었다.
몇몇 성좌들이 질린 표정을 지었지만, 자고로 어두 일미라고 했다.
물고기에서 가장 맛있는 부분이 머리라고 하지?
전어와 닮은 비어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전어 머리가 깨가 서 말이라고 했다면, 비어 머리는 깨가 세 석은 될 정도였다.
그 정도로 고소했다.
“음, 음. 정말 맛이 좋네요.”
나는 입안 가득한 비어 머리의 고소함을 즐기며 꼭꼭 씹다가 꿀꺽 삼켰다.
그렇게 입술에 번들거리는 비어 기름을 묻힌 채로 이번에는 몸통만 남은 부분을 들어 올렸다.
“이 몸통 옆선과 가운데에 있는 뼈만 조심하시면 누구나 손쉽게 비어 살을 발라 먹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에, 나는 젓가락도 쓰지 않고 그대로 비어의 옆면을 입으로 훑었다.
그러자 가시는 그대로 있고 딱 껍질과 살만 내 입으로 들어왔다.
숯불에 구워서 겉은 바삭하고 딱딱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안은 마치 찐 것처럼 촉촉한 살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물로 찐 게 아니라 고소하고 감칠맛이 터지는 비어의 기름으로 찐 맛이었다.
“그러면 이렇게 깔끔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나는 말 그대로 꼬리와 뼈만 남은 비어를 손가락으로 들어 올리며 히죽 웃었다.
지금 내 입가엔 비어 기름과 살점이 지저분하게 묻어있을 테지만, 그건 성좌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나도! 나도 먹을 거야!”
“세상에, 내 생전 비어를 먹게 될 줄이야.”
“자네는 고구려 출신이잖아. 먹어본 적 없어?”
“우린 물고기 잘 안 먹었어.”
한 성좌의 물음에 고구려 출신 성좌가 고개를 저었다.
비어(飛魚)는 고구려 무덤 벽화나 백제 금동 대향로에서 발견되는 상상의 동물.
백제와 고구려의 공통점은 북방 유목민족의 혈통을 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구려 출신 성좌가 그걸 부정하다니?
그 의문은 이어진 그 성좌의 말에 의해 곧 풀렸다.
“애초에 하늘을 나는 물고기를 어떻게 잡아서 먹겠어? 활을 쏴서 물고기를 맞출 바엔 새를 잡아서 먹고 말지.”
“그것도 그렇군.”
“그래도 옥저 애들은 생선을 좋아해서 몇 번 잡아먹은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
“옥저 사람은 인정이지.”
정작 옥저 출신 성좌도 이런 맛은 처음이라며 허겁지겁 먹고 있었지만 말이야.
나는 다들 배도 어느 정도 차고 기분이 좋아진 걸 보고 다음 요리를 준비했다.
“맛있는 요리가 있는데 술이 빠질 수야 없죠. 다음은 술입니다.”
“술!”
“먹고 죽자!”
소곡주와 소곡소주가 차례차례 나와 서빙이 되었다.
나는 소곡주와 소곡소주의 차이점을 설명하며 올바른 페어링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달짝지근하고 감칠맛이 좋은 소곡주는 매콤한 회무침과 잘 어울립니다. 반대로 도수가 높고 화끈한 소곡소주는 비어 구이와 잘 맞고요.”
“이건 무슨 술인가?”
한 성좌가 소곡주와 소곡소주 외에 서빙된 술병을 가리키며 물었다.
나는 빙긋 웃으며 그 질문에 대답했다.
“보리로 만든 술, 맥주입니다. 서양 말로는 비어(beer)라고도 하지요.”
라구티스가 만들어 놓고 간 에일도 좋지만, 오늘같이 구운 생선과 먹을 때는 향이 좀 적고 기름기를 씻어내 줄 시원한 라거가 좋지.
전쟁 때문에 손님이 줄어서 시간이 남아돌 때 만들어놨던 라거였다.
“지구에서 대인기인 술을 성좌 님들과 권속님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개량 해봤습니다.”
“그것참 듣기 좋은 말일세. 으하하하.”
주정뱅이 성좌 몇이 내 말에 신이 나서 맥주를 꿀꺽꿀꺽 원샷으로 모두 들이켰다.
앗, 맥주를 저렇게 들이키면······.
“거 참 맛있, 끄어어억!”
“아니, 이 성좌가 왜 이렇게 더러워?”
“아니, 그윽, 이 술이, 그어억.”
계속해서 나오는 가스에 말도 제대로 못 있는 성좌.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탄산 약수가 아니라면 탄산음료를, 그것도 탄산 주류를 먹어본 적이 없을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그 성좌를 보며 웃음을 간신히 참았지만, 다른 성좌들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저런, 자네 입에서 용이 승천을 하겠어.”
“뱃속에 천둥이라도 집어넣은겐가? 화포를 쏘는 줄 알았네.”
“그만! 매우 부끄러우니 그만 말하게.”
그렇게 동료의 추태에 낄낄대던 성좌가 입을 열어 말했다.
“그러고 보니 비어랑 비어를 같이 먹는군? 으하하하!”
“바로 그겁니다. 잘 알아주셨네요.”
비어(飛魚)와 비어(Beer).
이른바 비어비어세트.
내 회심의 요리 컨셉을 눈치챈 성좌가 웃음을 터뜨렸다.
나 역시 뿌듯해서 같이 웃었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성좌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자네. 우리보다 취향이 더 낡은 게 아닌가?”
낡다니! 늙은 것도 아니고 낡다니!
수백 년은 넘게 살았을 성좌의 걱정 어린 물음에 내 뼈가 모두 부서지는 느낌이네.
내가 울상을 짓자, 성좌들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에잇, 그래. 내가 희생해서 모두가 즐겁다면 이 정도야 뭐.
“우웅, 맛있구나.”
그 와중에 나는 우연히 웅녀님이 생각보다 비어와 맥주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셨다는 걸 발견했다.
곰(bear)이 비어랑 비어를 먹네.
······이제 이런 개그는 속으로만 하는 걸로 하자.
그렇게 웅녀님도 즐기는 연회의 흥이 최고조로 올라간 순간이었다.
“이 몸이 흥취를 돋우기 위해 연주를 해보겠소!”
“네가 하면 나도 한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건 흰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두 할아버지.
놀랍게도 그 둘은 고구려 출신 거문고의 달인 왕산악과 가야 출신 가야금의 달인 우륵이었다.
한반도 역사에서 매우 드문 음악가 성좌들이 따로 따로도 아니고 힘을 합쳐 합주한다니.
나는 눈을 반짝이며 두 음악가의 연주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정말 좋은 음률입니다.”
요리하느라, 서빙하느라 바빴는데 이렇게 음악을 들으니, 마음이 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때였다.
모두의 귀가 왕산악과 우륵의 연주에만 집중되었을 때, 갑자기 무대로 난입한 이가 있었다.
“이 좋은 음률에 춤이 빠질 수 있겠소? 내가 멋들어지게 추어보겠소!”
놀랍게도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음률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처음 듣는 음률일 텐데도 즉석에서 어울리는 안무를 짜서 춤을 추는 것이 보통 춤을 잘 추는 게 아니었다.
“설마······.”
홀린 듯이 춤을 추는 그 성좌는 피부도 가무잡잡하고 수염도 길게 기른 것이 영 한국 사람 같지 않았다.
그리고 그랬기에 나는 거기서 그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서울 밝은 달에~”
“처용이구나.”
아내가 다른 남자와 동침하는 걸 목격했음에도 화를 내거나 폭력을 쓰지 않고 춤추고 노래하는 걸로 분쟁을 멈춘 처용이었다.
처용은 한참 춤을 맛깔나게 추다가 나를 보고는 히죽 웃었다.
“그대도 춤을 춰보시오!”
“아, 아니, 나는 춤을 못······.”
“어허! 빼지 말고!”
아, 안 돼!
나는 억지로 처용에게 끌려가 그의 처용무를 따라 하며 모두의 입가에 흐믓한 미소가 걸리게 만들었다.
······손님이 행복했으니 이걸로 된 거겠지?
* * *
그렇게 도연성이 처용에게 끌려 나가 몸을 뚝딱거리며 춤도 추고, 맛있는 음식, 술, 음악이 이어지니 점점 연회의 분위기가 달궈졌다.
오랜만의 즐거운 연회와 음주가무에 다들 기분이 풀리기 시작한 것.
하지만 아무리 연회가 한창이라지만, 연성과 성좌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지금은 바로 성좌들과 외신들이 전쟁을 벌이는 중이라는 것.
그리고 황폐해진 성좌들의 세계에서 맛있는 냄새와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린 지 너무 오래되었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연성이 만든 음식 냄새와 성좌들의 웃음소리는 시공간의 틈에도 퍼져 어떤 끔찍한 생명체들의 코와 귀에도 닿게 되었다.
[크르르르.] [크흐악, 크학!]박쥐처럼 거대한 피막 날개가 달려 있고 흉악하게 생긴 털 없는 개를 닮은 몬스터.
[사냥개] 들이 먹잇감을 포착하고 우주를 건너 [아사달]로 향하기 시작했다.범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