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204
204화. 배불러도 0칼로리
“방포하라!”
콰앙!
거북선에서 쏘아진 화포가 [사냥개]들을 직격하자 검은 연기로 된 몸이 흩어졌다.
하지만 물리 공격이 먹히지 않았기에 금세 연기는 다시 뭉쳐서 [사냥개]의 형상을 갖추었다.
[크르하악!]하지만 타격이 아예 없는 건 아닌지,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런 사냥개들을 향해 연이어 공격이 밀어닥쳤다.
“개마무사들아! 나를 따라 저 개새끼들을 짓밟자!”
두두두두!
광개토대왕이 이끄는 철갑기마대, 개마무사들이 굉음을 울리며 사냥개들을 덮쳤다.
마치 전차 같은 철갑기병의 말발굽 아래서 겨우 형상을 갖추었던 사냥개들은 다시 연기 무리로 화했다.
간혹 말발굽을 피해 뛰어올라 개마무사들을 공격하는 사냥개도 있었지만,
깡!
도연성의 ‘비어비어세트’에 붙은 유니크 특수 효과, [도검불침] 덕분에 성좌도 씹어먹는 사냥개의 이빨은 조금도 개마무사들을 침범할 수 없었다.
“크하하! 어림도 없다!”
거기에 용기를 북돋아 주는 [용감무쌍]의 효과로 개마무사들은 자신에게 달라붙은 사냥개들을 웃으면서 떨쳐냈다.
“조선 도술의 맛을 보여주마!”
거북선과 개마무사가 휩쓸고 간 사냥개 무리의 머리 위로 각종 부적과 주술이 비처럼 쏘아져 내렸다.
홍길동, 전우치, 박씨 부인 등 한반도판 도사들이 아낌없이 실력을 선보이는 중이었다.
“도사란 무엇이냐!”
“헛소리 말고 도술 하나라도 더 써요!”
“으하하핫! 걱정하지 마시오. 몸에서 도력이 넘치고 있소이다!”
“전우치 말이 맞아. 도술의 위력도 커져 있어!”
연성이 만드는 음식에는 당연히 마력이 듬뿍듬뿍 담겨 있었고, 신화급 성좌가 된 이후에는 요리에 성좌력까지 깃들었다.
홍길동, 전우치, 박씨 부인 등은 성좌가 아닌 권속이었기에, 그 성좌력만으로도 파워가 몇 단계는 업그레이드된 상태였다.
[크르아악!] [크학! 크헝!]덕분에 아프리카라는 거대한 대륙의 성계를 집어삼켰던 사냥개들은 동방의 작은 땅, 한반도의 성좌나 권속 중 단 하나도 쓰러뜨리지 못했다.
“이것이 전부 도 숙수의 공이군.”
거북선 위에서 전장을 살피던 이순신이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연성의 요리가 가져다준 효과가 아니었다면, 한반도의 성좌들은 이미 반 이상이 개밥 신세로 전락했을 터였다.
감사 인사라도 하려고 이순신이 도연성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곤 놀라 몸을 흠칫했다.
“음? 어디 간 거지?”
요리 성좌라 전투 성좌가 아닌 도연성이 당연히 있어야 할 후방에 전혀 보이지 않았다.
* * *
“저 괴물들에게 밥을 먹이겠다고?”
“네. 그렇습니다.”
세종대왕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끝없는 허기에 시달려 보이는 걸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는 탐식의 괴물들.
심지어 성좌를 집어삼켜도 그 허기는 채워지지 않는 것이 저 사냥개들의 기아였다.
그런 굶주린 괴물들은 실체가 없었기 칼로 찔러도, 대포를 쏴도, 주술로 공격해도 죽지 않고 끊임없이 부활한다.
다른 성좌들은 [아사달]의 주인인 단군 할아버지가 깨어나면 쫓아낼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솔직히 말씀해 주시죠. 단군 할아버지께서 깨어나시면 상황이 해결될까요?”
“그건······.”
세종대왕님은 쉽게 대답하지 않고 말끝을 흐렸다.
나는 부정적이었다.
신화급 성좌의 영역이 한번 뚫렸다는 건 돌이키기 어려운 타격을 입었다는 소리.
단군 할아버지가 깨어난다고 해도 쉽게 저 사냥개들을 내보낼 수 없을 터였다.
“해결되지 못한다면 우리는 끝없이 부활하는 괴물들과 끝없는 사투를 벌여야겠죠.”
“지금은 잘 싸우고 있지 않은가.”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제 요리의 효과가 영원한 건 아니니까요.”
음식의 효과는 시간제한이 있다.
[치질 치료]는 몰라도 [도검불침]이나 [용감무쌍]의 효과가 사라지면 금세 상황이 역전될 터였다.“저 괴물들이 날뛰는 이유가 단순히 배고파서라면 그걸 해결해 주면 되지 않을까요?”
어떤 짐승도, 아니 어떤 사람도 배가 고프면 예민하고 날카로워진다.
그리고 배가 부르면 온화해진다.
나는 예전에 들었던 어머니의 말을 떠올렸다.
‘엄마, 저 사람들한테는 왜 그냥 밥을 줘요?’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게 배고픈 거야.’
‘연성이네’ 2대 사장이자 내 어머니인 정 여사는 항상 그런 말씀을 하시면서, 사정이 어려운 손님들에게 돈을 덜 받거나 양을 푸짐하게 주셨었다.
1대 사장인 할아버지 역시 배고픈 시절을 겪었던 분이셨기에 마찬가지였고.
나라고 다를까.
나 역시 게이트 사태 이후로 부모나 가족을 잃고 상황이 여의치 않은 손님들에겐 밥값을 따로 받지 않았다.
누군가는 호구라고 할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그 밥 한 끼가 세상을 살아갈 힘이 될 수 있었으니까.
실제로 할아버지나 어머니에게 도움을 받고 훗날 잘 된 손님들이 와서 보은하고 갈 때도 있었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라, 우리 식당에서 공짜로 밥을 먹고 간 사람이 나중에는 멋진 양복 입고, 혹은 헌터 복을 입고 와서 현금다발을 주기도 하더라고.
우리야 당연히 그럴 목적으로 밥을 준 게 아니었으니 돈은 받지 않았지만,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흐뭇했었다.
할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내가 지은 밥이 저 사람의 인생을 조금이나마 좋게 만들었구나.
먹을 때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그 이후도 행복하게 해주었구나.
그것이 ‘연성이네’의 정신이자 손님을 대하는 마음가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 괴물들한테까지 밥을 먹이려 드는 게냐.”
내 옆에서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세종대왕님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실 나도 좀 그렇긴 해.
배고픈 이들에게 밥을 주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 배고픈 이가 우리를 잡아먹을 괴물이라면?
당연히 밥을 주면 안 된다.
“당연한 소리를. 저 괴물들이 힘을 회복하고 우리를 공격하면 아무리 자네 요리가 신통방통해도 피해가 늘어날 걸세.”
“역시 그렇죠?”
내가 만든 요리에는 이것저것 특수 효과가 붙는다.
당연하게도 그 특수 효과는 긍정적인 효과가 대부분이다.
왜냐고?
먹는 것은 곧 살기 위한 행동이고, 대부분의 음식은 우리의 몸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니까.
그렇지 못한 음식, 혹은 먹을 것을 우리는 독(毒)이라고 부르는 거였고.
만약 저 사냥개들에게도 내 요리의 긍정적인 버프가 부여되어서 더 날뛰게 된다면?
그래서 나를 포함한 한반도 성좌들이 목숨을 잃는다면?
아무리 우리 집안이 배고픈 이들을 위해 밥을 준다고 해도, 범죄자나 흉악범에게까지 밥을 주진 않거든.
“그래, 독을 쓰는 건 어떤가?”
왕건이 내 이야기를 듣다가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다는 표정으로 손뼉을 쳤다.
“저 사냥개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없다면 부정적인 효과를 줄면 되는 거 아닌가.”
“그건 제 양심이 허락 못 합니다.”
물론 몸에 좋지 않은 재료들로 요리를 만들면 요리도 충분히 독이 될 수 있었다.
당장 던전산 재료로 만든 요리만 봐도 마력이 넘쳤기에 일반인들이 먹으면 죽는다.
그러나 먹는 이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것 외의 목적을 위해 요리를 수단으로 삼는 것은 옳지 못했다.
페르세포네에게 먹일 음식에 석류를 넣어달라는 하데스의 요청에 거절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성좌도 권속도 아닌, 고작 인간이 무려 신화급 성좌이자, 저승의 신인 하데스에게 저항했다.
당연히 그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음식에 장난을 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 게 낫다.
절대 요리사가 해서는 안 될 일이었으니까.
“허, 답답하군. 독을 먹일 수도 없는 데 긍정적인 효과 없이 저 괴물들을 배불리 먹여 얌전히 만들 수 있다는 소리인가?”
“네.”
“······뭣이?”
확신에 찬 내 말에 화들짝 놀란 세종대왕님과 왕건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러곤 곧 다시 나를 보며 물었다.
“어떻게?”
“인간은 답을 찾아왔죠. 늘 그랬듯이.”
결국 음식으로 상대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 않으려면 긍정적인 영양소나 에너지원을 제거하면 된다.
즉, 0칼로리 음식을 만든다는 소리지.
“0칼로리? 그게 음식이라고?”
“자고로 음식은 배를 부르게 하고 힘을 내기 위해 먹는 게 아닌가.”
“먹고 사는 것이 인생 최고의 문제였던 고려, 조선시대의 임금님들은 모르시겠지만, 저희는 먹을 게 풍부했거든요.”
얼마나 풍부했으면 비만이 사회에서 가장 흉악한 질병 중 하나로 인정됐을까.
그리고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그리고 미용을 위해 사람들은 각종 다이어트 방법을 발명했다.
“음식 속에 담긴 칼로리를 최대한 줄이는, 일명 저칼로리 다이어트도 그중 하나죠.”
대부분의 음식 속에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 들어있기에 에너지원을 제거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는 명언과 달리 실제로 0칼로리 음식은 없다고 봐야 했다.
기껏해야 물?
“물배를 채우라고 해도 저 사냥개들이 순순히 따르겠는가?”
“아니죠.”
사람도 물배를 채우기 어렵고 힘겨운데 끝없는 허기에 시달리는 저 괴물들이 물을 준다고 마실 리 없지.
나는 웃으며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그런데 말이죠, 여기서 재밌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뭔가?”
“생명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뭔가를 먹고 소화를 시키지만, 그 과정에서도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거죠.”
소화도 마찬가지로 몸이 에너지를 소비하는 활동.
당연히 에너지가 소비된다.
밥을 많이 먹으면 힘이 나는 게 아니라 힘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소화하는 에너지보다 섭취하는 칼로리가 적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거야······.”
“······살이 빠지겠군!”
머리에 전구가 들어온 것처럼 깨달음을 얻는 두 임금님.
나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답입니다.”
만약 10칼로리의 음식을 섭취했다고 치자.
그런데 그 음식을 소화하는데 50칼로리의 에너지가 소모되었다면?
그러면 결과적으로 신체는 40칼로리의 에너지를 손해 본 셈이 되는 거였다.
이게 바로 저칼로리 다이어트.
그리고 나는 이 다이어트에 기가 막힌 음식을 하나 알고 있지.
“그게 뭔가?”
“바로 곤약과 한천입니다.”
자고로 곤약과 한천은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의 희망이었다.
곤약은 100g당 15칼로리, 한천은 100g당 무려 3칼로리밖에 되지 않았다.
그에 비해 양이 푸짐하고 먹으면 포만감이 느껴지기에 저칼로리 다이어트에 최적화된 음식이지.
“저는 지금부터 한천과 오이로 밥을 지을 겁니다.”
얼마 전에 한천으로 양갱을 만들었지만, 한천의 용도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천으로 만든 우무묵을 실처럼 뽑은 다음 말려서 잘게 썰면 마치 쌀알처럼 생긴 한천 쌀이 생긴다.
이걸로 밥을 지으면 놀랍게도 겉으로 보기엔 쌀밥처럼 생겼지만, 칼로리는 극히 낮은 한천 쌀밥이 생긴다.
“그리고 또 하나 있죠, 바로 오이입니다.”
놀랍게도 오이는 95%가 수분이고 당분은 거의 없다.
탄수화물도 대부분 섬유질의 형태라 몸에 흡수가 되지 않는다.
더 기가 막힌 건 영양소도 거의 없다는 건데, 비타민이나 다른 영양소도 극히 적어서 맹탕 그 자체인 과일이 바로 오이였다.
시원하고 맛이 없었다면, 진즉에 버려졌을 과일이 바로 오이였다.
“마지막으로는 물에 불린 미역이 있습니다.”
물에 불린 미역은 100g당 10칼로리 정도.
오이나 한천 쌀에 비하면 칼슘이나 베타카로틴, 아이오딘 같은 영양소가 풍부한 편이지만, 그래도 상대에게 버프를 줄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걸로 뭘 만들려고 하는가?”
“호화롭진 않아도 소박한 밥상 하나 차려줄까합니다.”
한천 쌀로 지은 밥과, 오이로 만든 오이소박이. 그리고 불린 미역과 오이로 만든 오이냉국.
특별할 건 없지만, 밥과 김치, 국이 모두 올라간 제대로 된 한상차림이었다.
이거라면 저 사냥개들도 안 먹고는 못 배길걸?
“······그거 내가 먹어도 되겠는가?”
이것 봐.
벌써 주변의 성좌들이 입을 다시고 있잖아.
물론 고기 매니아인 세종대왕님은 별 관심이 없어 보였지만.
“제 요리를 도와주시는 분들께는 특별히 나눠드리지요.”
“뭐부터 하면 되겠는가!”
그렇게 한반도 성좌들과 함께 우리를 잡아먹을지도 모르는 적, 사냥개들의 밥을 준비하기 위한 요리가 시작되었다.
“무조건 양이 많아야 합니다. 다들 각오하세요!”
끝없는 허기에 시달려 왔다고?
오냐, 녀석들아.
그렇다면 내가 그 끝없는 위장을 어디 한번 꽉 채워보도록 하마.
입 벌려! 밥 들어간다!
누렁아, 밥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