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208
208화. 병문안
“월월월!”
“헥헥헥!”
제강과 혼돈들은 날개를 펴고 [아사달]을 떠나 자신들의 고향인 중국 도교 성계로 떠났다.
혹시 몰라서 천오, 아니 손오공에게 보내는 편지를 맡기고 배웅을 마친 내가 다시 [아사달]로 돌아왔을 때, 손님이 찾아와 있었다.
“헤이리스 님?”
“아, 사장님! 아니다, 이제는 연성 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그리스 신화의 무지개 여신 이리스와 북유럽 신화의 헤임달 사이에서 태어난 신생 성좌 헤이리스가 날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보며 놀라서 물었다.
“여기까지 어쩐 일이세요? 세상도 흉흉한데.”
“지금은 전장에서 파발꾼으로 일하고 있어요.”
원래 성좌 마켓에서 물품을 배송하는 전령의 여신으로 활동하던 그녀였지만, 지금 성좌들의 세계는 한창 전쟁 중.
어디서 외신들의 공격이 시작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성좌들의 세계를 뛰어다닌다?
그건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었다.
물론 헤이리스는 전설급 성좌였고 전령의 성좌였기에 외신들에게 공격받아도 빠르게 피할 수 있긴 했겠지만.
그런 이유로 전장의 파발꾼, 정확히는 통신병 역할을 맡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 말에 헤이리스가 주변을 살피면서 입을 열었다.
“그러네요. 여기도 큰일이 날뻔했다면서요?”
“다행히 별일 없이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별일이 없기는!”
내 말에 남궁선생전, 장산인전, 홍길동전 등을 집필한 허균이 나서며 고개를 저었다.
“도 숙수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면서 나서준 덕분에 우리 모두 목숨을 부지한 데다, 비주(非洲, 아프리카)의 성좌들도 되살려내지 않았던가!”
“잠깐, 허 선생. 그거 내 묘사 아니야?”
홍길동이 입을 삐죽이며 불만스러워했지만, 허균의 말에는 불만이 없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다른 성좌들도 마찬가지.
내가 그런 한반도 성좌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에 쓴웃음을 짓고 있자, 헤이리스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여기서도 많은 분을 구해주셨네요.”
“오, 구라파 아가씨도 도 숙수의 은덕을 입었나?”
“네. 제가 정식으로 성좌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분이 연성 님이에요.”
“오오, 역시!”
한반도 성좌들의 반응에 헤이리스가 신이 나서 예전에 있던 일을 떠들어댔다.
아니, 배고픈 사람 밥 한번 해준 게 이렇게 다들 신날 일은 아니잖아.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금방이라도 ‘도연성 찬가’를 만들어 부를 것 같은 성좌들을 진정시키고 헤이리스에게 물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어쩐 일이세요?”
“아, 삼촌이 편지를 보냈어요.”
“헤르메스 님이요?”
헤이리스의 삼촌뻘 되는 헤르메스가 그녀에게 부탁해 내게 편지를 보낸 모양이었다.
헤르메스도 상업의 신이자 전령의 신이었기에 어지간하면 항상 본인이 직접 오곤 했는데, 헤이리스에게 부탁할 정도로 바쁜가 보네.
나는 헤르메스의 현 상황에 걱정하면서 편지를 펼쳤다.
“음?”
양피지로 만들어진 편지의 내용은 길지 않았다.
아니, 딱 한 문장이었다.
– 네 요리가 필요해.
어떤 설명도 없는 딱 한 문장의 편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헤이리스에게 물었다.
“헤르메스 님은 지금 어디에 계세요?”
“그게······.”
내 물음에 그녀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지는 걸 나는 놓치지 않았다.
“성좌 치료소에 있어요.”
“네?”
헤르메스가 치료소에? 어디 다친 건가?
나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걸 느끼며 서둘러 말했다.
“거기가 어디죠? 당장 가죠.”
* * *
“생각보다 잘 따라오시네요.”
“그, 그런가요? 이렇게 하는 게 맞나?”
나는 지금 헤이리스가 만들어 낸 무지개 길 위를 달리고 있었다.
무지개를 타고 가는 건 아무리 신화급 성좌라고 해도 어려운 일.
그게 가능할 수 있었던 건, 헤르메스가 편지와 함께 보낸 [탈라리아(신화급)]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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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라리아(신화급)]– 경계를 넘나드는 안내자, 헤르메스의 신물.
– 헤파이스토스가 불멸의 황금으로 만들고 날개를 달아 완성한 전령의 샌들.
– 착용자는 하늘을 날아 헤르메스와 버금가는 속도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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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급했던 건지 내가 빨리 도착하게 하기 위해서 자신의 신물을 넘겨준 헤르메스였다.
보통 성좌의 신물은 곧 성좌를 상징하는, ‘인지도’ 그 자체이기 때문에 함부로 남에게 넘겨주지 않는다.
마치 토르가 묠니르를 남에게 맡기는 꼴이라고 해야 하나?
그 정도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바로 이 신물을 넘겨주는 행위였다.
“삼촌이 연성 님을 무척이나 신뢰한다는 증거죠.”
“빨리 부려 먹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장님 얼굴에 걱정이 가득하네요.”
헤이리스의 지적에 나는 나도 모르게 굳어있었던 얼굴을 매만졌다.
사실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헤르메스는 내가 본격적으로 ‘신야식당’을 열 수 있게 처음부터 도와준 성좌였다.
단순히 성좌들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을 뿐 특별한 것 없는 내게 기회를 주고 여러 도움을 주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갓튜브 촬영으로 본인도 스타 코인을 꽤 챙겼겠지만.
아무튼, 지금 내가 성좌가 될 수 있었던 건 헤르메스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 그가 위기에 처해있다는 데 도움을 줄 수밖에.
“그래서 헤르메스 님은 얼마나 다치신 건가요?”
“그건······.”
헤이리스가 어두워진 낯빛으로 고개를 저었다.
“직접 가서 보시는 게······.”
“······많이 위중한 모양이네요.”
그녀의 말에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내가 치료의 신이나 의료 성좌는 아니었고 [약선구급방]의 레시피로 성좌를 치료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내 요리로 영양분과 마력, 성좌력을 보충하고 맛있는 요리로 기분이 즐거워지면 치료도 빨라질 테니까.
다만, 그가 음식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알겠습니다. 속도를 더 높이죠.”
“괜찮으시겠어요?”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는 게 좋을 테니까요.”
내 말에 헤이리스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속력을 높였다.
나 역시 이를 악물고 부지런히 발을 놀려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제발, 크게 다치지 않았기를!
“헤르메스 님!”
그렇게 도착한 성좌 치료소에서 나는 병상에 누워 있는 헤르메스를 향해 달려갔다.
그러고 그의 처참한 상태를 보았다.
그 건강하던 헤르메스가 병상 위에 벌러덩 누워서 갓튜브 라이브를 하는 모습을 말이다.
“······헤르메스 님?”
“응? 빨리 왔네? 아, 여러분,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다들 외신들한테 걸리지 말고 잘 피해 다니라고. 헤바~.”
환한 미소로 방송을 종료하는 헤르메스.
그가 누워 있는 병상에 걸린 푯말에 적힌 병명은,
“······발가락에 가시가 박혔네요?”
“전령에겐 너무도 끔찍한 병이죠. 잘 걸을 수가 없다니.”
그렇지.
전령은 걸어야 하니까.
하지만 이게 그렇게 다급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할 병명이었어?
우울해하는 헤이리스의 표정에 나는 속으로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런 내 표정을 보며 헤르메스가 키득거리더니 나를 달랬다.
“이해해 줘. 쟤가 저 나이 되도록 달리는 거 말고는 해본 적이 없어서 그래. 저래서 연애는 언제 하려는지.”
“삼촌!”
“그래, 네가 데리고 갈래? 둘 다 신생 성좌니 잘 어울릴 거 같은데.”
“어휴, 내가 못 살아.”
생김새는 십 대 청소년이었지만, 표정이나 말하는 건 꼭 짓궂은 어르신 같은 헤르메스였다.
헤이리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기는 임무 완수를 했다며 다른 임무를 받으러 떠났다.
“어휴, 저 성질머리 하고는.”
“그래도 오는 내내 헤르메스 님을 걱정하긴 했어요.”
“내가 못 뛴다니까 그걸 아쉬워하는 거지. 진짜 네가 안 데려갈래?”
헤르메스의 물음에 나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어딘가의 마녀님이 냉기를 풀풀 날리는 것만 같아서.
내 거절에 아쉬운지 쩝, 입맛을 다시는 헤르메스의 병상 옆 의자에 앉으며 내가 물었다.
“그나저나 크게 다친 것도 아닌데 절 왜 오라고 한 거예요? 그리고 제 요리가 필요하다니요?”
“내가 먹을 건 아니고.”
헤르메스가 고개를 젓고는 주변을 가리켰다.
“여기 보면 알겠지만, 전쟁에서 부상을 당한 성좌들이 꽤 많아.”
“아.”
헤르메스가 다쳤다는 소식에 정신없이 들어오느라 주변을 못 보았던 나는 그제야 치료소를 둘러보았다.
꽤나 많은 전투 성좌들이 온몸에 붕대를 감고 신음하고 있었다.
“제길, 그 더러운 문어 얼굴 자식. 배에다 구멍을 뚫어줬어야 하는데.”
“내가 앞으로 노란색 옷을 입으면 성계를 간다!”
“검은 염소가 한 마리, 검은 염소가 두 마리, 검은 염소가······.”
“자, 환자분. 계속 말하면 상처 벌어져요. 쉿.”
어떤 성좌들은 자신들을 상처 입힌 외신을 욕하고 있었고, 어떤 성좌는 충격이 컸는지 멍한 표정으로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런 환자들을 보살피는 건 치료의 신들이자 의료 성좌협회원들이었다.
아일랜드의 의약의 신 디언 케흐트,
모든 독초와 약초를 일일이 맛보고 중의학을 탄생시킨 신농,
시대를 앞서간 의술의 천재, 화타,
마찬가지로 의술의 신인 아폴론의 아들이자 본인도 유명한 의학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
힌두교에서 병을 치료하는 쌍둥이 신, 아슈빈 형제,
수메르 신화 속 개를 탄 치유의 여신, 닌이시나 등등.
모든 신화 속 치료의 신들이 모여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문제는 치료라면 전 우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들도 외신들에게 당한 상처를 치료하는 데는 고전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화타 양반. 오른팔 아래로 감각이 전혀 없으니, 이게 어떻게 된 거요?”
“하필이면, 외신의 칼날이 영 좋지 않은 곳에 스쳤어요.”
“그게 무슨 소리요!”
“성좌님은 앞으로 오른팔로 검을 들 수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외팔이란 소립니다.”
“뭐요? 화타 양반!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외팔이라니!!”
검게 물들어 버린 팔을 부여잡고 우는 성좌도 눈에 보였다.
나와 함께 그 모습을 안타깝게 보던 헤르메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외신력에 당하면 치료하기도 힘들어. 너도 알다시피 외신력은 성좌력과 서로 반발하니까.”
“그렇군요.”
나는 디오니소스 사태 때 그가 외신력을 담아 만든 술에 헤르메스를 포함한 성좌들이 모두 힘을 잃고 쓰러졌던 걸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외신력은 성좌력의 천적.
공허의 힘이 성좌의 힘을 갉아먹기에 회복도 치료도 힘든 모양이었다.
“그래서 널 부른 거야. 그때 우리의 몸에서 외신력을 정화해 준 네 요리와 술이라면 도움이 될까 해서.”
“아, 그래서였군요.”
그때도 내가 만들었던 ‘성좌의 물방울-소곡소주(신화급)’의 유니크 특수 효과, [알코올 소독]이 외신력을 씻어내 줬었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헤르메스가 씨익 웃으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거기다 소문 들었어. 네 요리 덕분에 한반도 성좌들이 그 끔찍한 [사냥개]를 물리쳤다면서?”
“정확히는 물리친 게 아니라······.”
나는 [아사달]에서 있었던 일을 헤르메스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헤르메스는 감탄을 터뜨리며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사냥개]의 저주를 풀어준 것도 네 요리지만, 약소 성계인 한반도 성계가 [사냥개]들을 상대로 버틴 것도 네 요리 덕분이야.”
아프리카 성계나 한반도 성계나 영향력이 약한 건 마찬가지.
만약 [아사달]에 내가 없었으면 조금도 버티지 못하고 아프리카 성계처럼 한반도 성좌들도 모두 잡아먹혔을 거라는 게 헤르메스의 판단이었다.
“그런 확실한 효과가 있다면 전선에도 네 요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헤르메스의 말에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겠습니다. 애초에 그러려고 성좌가 된 걸요.”
하루라도 빨리 이 전쟁을 끝내야 외신들의 수작으로 던전이 폭주하고 있는 지구도 안정화된다.
거기다 전선에서는 미야, 손오공, 에녹, 설기 등을 비롯한 나와 친분이 있는 성좌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
내 요리가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언제라도 도와야지.
그런 내 결심에 헤르메스가 감동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래야 내가 선택하고 후원한 인간답지.”
“지금은 성좌인데요?”
“얼마 전까지 성좌 되기 싫다고 투덜댈 땐 언제고.”
내가 피식 웃으며 농담하자 헤르메스가 낄낄댔다.
그러곤 진지한 표정으로 자기 발가락을 가리켰다.
“그 전에 내 발가락 좀 소독해 주면 안 될까? 이것도 외신의 가시가 박힌 거라 낫질 않네.”
그렇게 성좌 치료소에서 내 첫 번째 치료 행위는 소곡소주로 헤르메스의 발가락 상처를 소독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소독된 헤르메스의 발가락에 카드를 문지르자, 가시는 쏙 빠져나왔다.
* * *
전황이 변했다.
외신들이 기습적으로 전쟁을 시작하면서 우왕좌왕하던 성좌들은 맥없이 무너졌다.
외신들은 끔찍한 [사냥개]들을 보내서 아프리카 대륙의 성좌들을 모조리 삼켜버리고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전선에 나온 성좌들을 무참히 쓰러뜨렸다.
동시에 성좌력의 근원이 되는 지구에 다시 한번 손을 뻗쳐 후방 역시 교란했다.
그렇게 외신들은 자신들이 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처음 나타난 이상 현상은 [사냥개]들의 실종이었다.
더 흉포하게 만들기 위해 공허의 우주에 방치해 놓고 굶주리게 했던 [사냥개]들이었다.
아프리카 성좌들을 잡아먹고 다른 성좌들도 먹어 치워야 할 [사냥개]들이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려서 외신들은 당황했다.
거기다 분명 잡아먹혀서 소멸했을 아프리카 성좌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는 첩보도 들어왔다.
하지만 그건 사소한 문제였다.
더 큰 문제는 분명 자신들의 외신력에 당해 회복할 수 없어야 할 전투 성좌들이 다시 전선으로 복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평소보다 더 강해진 채로 말이다.
외신들은 이 변수를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은밀히 자신들의 간첩과 정보망을 풀어 그 원인을 찾았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중심에 새로 탄생한 성좌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도···연······성!]모든 우주를 파괴하고 끔찍한 절망으로 빠뜨리게 하려는 외신들이 인간 출신의 햇병아리 성좌 하나를 노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이 카츠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