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210
210화. 레볼루션
최고신들에게 판테온으로 끌려오기 전.
사실 내가 먼저 헤르메스에게 말을 꺼냈던 적이 있었다.
“제가 전선에 가서 밥을 해주는 건 어떨까요?”
내가 만든 요리의 효과가 전장에서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몰랐다.
나는 전장에 나간 적이 없으니까.
그래도 내 돈까스가 성좌들의 생환율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고 나니 더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해서 꺼낸 말이었다.
“네가? 괜찮겠어? 위험할 수도 있다고.”
“그렇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버틸 수는 없잖아요.”
성좌 치료소에서 한동안 치료를 도우면서 알아낸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지금 전선이 매우 고착화되어 있다는 것.
그런 내 지적에 헤르메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전쟁 초반에 그렇게 방심하지만 않았어도 상황이 더 나았을 텐데 말이야.”
전쟁 초기, 외신들의 기습이 있었고 성좌 세력은 방심한 채로 당한 공격에 맥아리 없이 밀려나고 있었다고 한다.
외신들의 공격이 너무 거센 나머지, 성좌들의 세계 중심에 있는 성좌 마켓이 파괴될 정도로 성좌 세력의 피해가 컸었다.
뒤늦게 최고신들이 나서서 일시나마 전선을 회복했었지만,
“최고신들이 그렇게 매번 전장에 나서는 양반들이 아니란 말이지.”
제우스, 오딘, 라, 옥황상제, 미카엘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이 최고신들은 실제로도 어마어마하게 강력했다.
이들이 모두 힘을 합치면 지금 전장에서 외신들의 세력을 밀어내는 것도 불가능은 아닐 터.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왜죠?”
“그 양반들, 자존심이 과해. 누군가의 지휘를 따르려고 하질 않아.”
전쟁에서는 당연히 작전이 필요하고 그걸 수립하고 지휘할 사령관이 필요했다.
그러나 각 성계에서 난다긴다하는 성좌들의 우두머리를 차지하고 제 잘난 맛에 사는 최고신들이 누군가의 밑으로 들어갈 리 만무.
“심지어 전장에서 자기들끼리 싸울 때도 있었다니까?”
“······제정신이래요?”
범접할 수 없는 권위를 가진 최고신들에게 하기 어려운 말이었지만, 나도 모르게 입에서 정신 나갔냐는 말이 튀어나왔다.
아니, 지금 성좌들의 세계, 그리고 지구에 위기가 찾아온 거 아니었나?
이 상황에서 자기들끼리 싸운다고?
겨우 이게 최고신?
내 황당해하는 표정을 본 헤르메스가 부끄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그래서 최고신들이 번갈아 가면서 전장에 나서기로 했어.”
“정말 제정신이 아니네요. 그래서 밀리고 있었잖아요.”
“최고신들이 나서서 그나마 덜 밀린 거였어.”
내가 성좌 치료소에 나타나서 소곡소주와 돈까스를 제공하기 전 상황은 심각했다.
외신력에 오염된 성좌들이 회복하지 못했고 전선으로 복귀하질 못하니 점차 병력이 줄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서로 자존심 때문에 전력을 다하지 않고 로테이션으로 출전해 싸웠다니.
“······정말 네가 아니었으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순식간에 밀렸을 거야.”
“그런 제가 나서도 전선에서 안 밀리는 게 고작인 거네요, 지금.”
내 요리로 외신력의 오염을 제거하고 성좌들의 생환율을 올려서 겨우 안 밀리는 상황.
이런 상황이라면, 내가 직접 전선에 가서 밥을 해준다고 해도 전쟁이 끝나기나 할까?
나는 허탈해서 웃음을 터뜨렸다.
“지구는 지금 난장판이 되고 있는데, 다들 아직 정신을 못 차렸네요.”
나 역시도 이제는 성좌.
다른 성좌들이 나나 다른 성좌들에게 그랬듯, 이 먼 곳에 있어도 지구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었다.
어머니 정 여사가 나와 계약한 각성자이기도 했고, 내가 연준이 녀석을 비롯해 지인들에게 나누어준 [부활] 사탕에 내 기운이 서려 있기에 그들도 살펴볼 수 있었다.
‘어서들 와요. 다들 힘들었죠? 오늘도 살아 돌아와서 다행이에요.’
‘돌아와서 ’연성이네‘ 사장님 밥 먹으려고 이 악물고 살아남았습니다. 으하하하.’
‘진짭니다. 이놈 배가 찢어져서 내장이 흘러나올 뻔했는데, 필사적으로 잡고 싸우더라고요.’
‘어머, 괜찮아요?’
‘어휴, 괜찮습니다. [힐러]에게 치료받고 나니 멀쩡해졌어요. 넌 왜 그런 걸 사장님한테 말하고 그래?’
‘고생했으니 더 맛있게 해줄게요. 어서 자리에 앉아요.’
내 어머니 정 여사는 나 대신 ‘연성이네’를 운영하면서 던전 브레이크를 막아내는 헌터들에게 밥을 해주고 있었다.
재앙에 가까운 던전 폭주로 모든 식당이 영업을 멈추자, 던전을 공략하는 헌터들이 밥 먹을 곳이 사라졌다.
S급 헌터 도연준의 어머니이자 식당 사장님인 정 여사는 그런 헌터들을 안쓰럽게 여겨 하나둘 밥을 해주다 보니 이제 헌터들의 맛집이 되었다나?
‘크아! 역시 사장님 음식이 최곱니다. 이렇게 맛있는데 버프까지 주시다니!’
심지어 나와 계약하고 내가 ‘수 셰프’로 임명했기에 정 여사가 만드는 음식에도 특수 효과가 부여된다.
덕분에 헌터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연성이네’에서 밥을 먹으려고 했다.
연준이나 윤진하, 채하나, 마철성 등도 자신들의 동료를 이끌고 ‘연성이네’를 들려서 밥을 먹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사장님, 오늘도 잘 먹고 갑니다. 이건 오늘 밥값!’
‘아이고, 안 줘도 된다니까!’
‘이거라도 하게 해주세요. 하하하.’
자식 같은 헌터들을 위해 돈을 받지 않는 정 여사였지만, 헌터들은 꼭 마정석이나 던전에서 얻은 귀한 아이템을 주고 갔다.
그런 마음이 고마웠지만, 어머니는 이번에 왔던 헌터가 다음에 오지 않을까 걱정되어 조금이라도 더 살아남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만큼 많은 헌터들이 가족을, 동료를,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가 많이 죽어 나가고 있었다.
‘······우리 큰아들. 잘 지내고 있지? 하루빨리 이 재앙이 끝나서 저 헌터들도, 너도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구나.’
매일 장사가 끝나고 나의 안위를 빌며 눈물짓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나도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최고신이라는 것들이 자존심 때문에 전쟁을 대충 해?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최고신들이 힘을 합치게 할 방법이 없을까요?”
“어렵지 않을까? 그 자존심 덩어리인 양반들이?”
내 질문에 헤르메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이길 전쟁도 지게 생겼다.
만약 이기더라도 피해가 엄청나겠지.
그리고 그 피해는 모두 급이 낮은 성좌와 권속들, 그리고 지구만 보게 생겼으니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평생을 남들 위에서 군림하던 자들이야. 다른 이의 말을 들으라고 해서 들을 최고신들이 아니지.”
“······그러면 방법은 하나네요.”
“방법이 있어?”
내 말에 헤르메스가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나는 그런 헤르메스를 보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자고로 독재자들이나 말 안 듣는 지도자를 혼내주는 방법은 딱 하나죠.”
“서, 설마 너 쿠데타를 일으키게?”
아니, 쿠데타는 또 다른 독재자를 낳는 거잖아.
나는 고개를 젓고는 정답을 입에 담았다.
“레볼루션이죠. 성난 민중들 앞에서 고개 뻣뻣이 들고 있을 수 있는 지도자는 얼마 없으니까요.”
“민중들? 누구?”
의아해하는 헤르메스를 보며 나는 히죽 웃었다.
“헤르메스 님, 그동안 ‘연성이네’를 거쳐 간 손님이 얼마나 될까요?”
* * *
“성좌 도연성의 요리를 믿을 수 있는 성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시오.”
늙은 헤르메스의 말과 함께 일어나는 성좌의 빛들.
전장에 나가 있는 성좌들을 제외하고 판테온에 참석한 만 명 가까이 되는 성좌 중 무려 3분의 1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들 모두 나를 보며 손을 흔들거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미카엘, 믿음을 가지시오. ‘그분’께서 내린 벌을 어기지 않으면서 내게 먹는 즐거움을 준 자요.”
“운명이 갈라놓았던 우리 형제를 다시 만나게 해주기도 했지!”
야채를 먹지 못해서 풀냄새가 나는 고기를 찾기에 코카트리스 삼계탕을 해줬던 카인.
그런 카인과 함께 내가 해준 코카트리스 닭갈비를 먹고 화해한 동생 아벨.
“오딘이시여, 당신의 전사들을 누구보다 강하게 할 자가 바로 성좌 도연성입니다.”
“내 딸의 말이 맞소. 내 묠니르에 걸고 맹세하지.”
“내 황금 머리칼도 걸겠어요.”
돼지고기 통바베큐 플레스케스텍으로 나와 인연을 맺은 스루드.
그리고 모둠 순대 요리를 먹고 만족했던 그녀의 부모, 토르와 시프.
“제우스, 내 동생아. 형의 말을 믿고 저 성좌를 믿어보려무나.”
“인간일 때 요리로 저승의 여신인 저를 만족시킨 자예요. 지금은 더 대단하겠죠.”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는 아내를 위해 인간 세상까지 내려와서 맞춤 호리아티키 살라타를 주문했던 하데스와 그의 아내 페르세포네.
거기에 지금 내 뒤에서 웃고 있는, 내가 만든 수육 정식을 먹고 처음으로 성좌들을 위한 식당 허가를 내어준 헤르메스.
“호호호, 저 아이가 언제 저렇게 컸을꼬.”
할아버지와의 인연으로 나를 찾아와서 시루떡과 감자밥을 맛있게 드시고 가셨던 영동 할매.
“냐아아아옹! 모든 고양이들은 도연성을 지지하오냥!”
내게서 연어 스테이크를 먹고 탈모도 치료하고 등급도 올라서 고양이의 대왕이 된 카트시 왕자 톰.
“도연성 파이팅!! 아자아자아자!”
“힘내요!”
장 만들 때 인연이 되어서 바지락 된장찌개와 달래장을 만들어 주고 나중에 술을 빚을 때까지 인연이 이어졌던 라구티스-라구티엔 부부.
“작금의 지구가 처한 상황은 몹시도 심각한 상황.”
“그걸 해결하기 위해선 성좌 도연성의 도움이 필요하오이다.”
“상제여! 내 제자가 죽기 전에 어서 조치를!”
된장으로 만든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고 갔던 연준이 녀석의 스승, 검선 여동빈과 장과로, 이철괴 등의 당팔선.
“아버지, 고집 그만 부리세요! 또 돌이킬 수 없는 선택하지 마시고요!”
“장인어른, 때로는 굽힐 줄도 아셔야 합니다.”
우리 식당 덕분에 다시 부부의 연을 이어 나갈 수 있었던 견우와 직녀 부부. 천우의 희생으로 새우살과 견과류 꿀타래를 먹고 갔었지.
“시바 신이시여, 내 아버지시여, 내 목을 자른 빚을 아직 마음에 두고 있다면 저 성좌를 믿어주셔야 합니다.”
월남쌈, 두부, 야채 만두, 잡채, 비빔밥까지 내 요리 체력의 한계를 느끼게 했던 비건 대식가 가네샤.
“우리 한반도 성좌들은 성좌 도연성의 음식으로 살아남고 또 승리할 수 있었소!”
“우리가 바로 그 증거요!”
조정 경기에서 내 충무 김밥을 먹고 승리했던, 그리고 [아사달]에서 함께 생명의 위기를 넘겼던 한반도 성좌들.
세종대왕님과 단종도 나를 향해 힘내라며 주먹을 힘껏 쥐고 흔들고 있었다.
“성계가 다른 성좌끼리 새로운 성좌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증거가 바로 저예요. 그리고 저를 성좌로 만들어 준 이가 바로 도연성 사장님이구요.”
전복죽을 먹고 아직 인간이었던 내 인정을 받고 전설급 성좌가 된 무지개와 전령의 여신, 헤이리스.
“여보! 그만 고집부려요! 당신 고집 때문에 올림포스가 무너져도 괜찮다는 거예요?”
황금사과의 주인을 가리려고 왔다가 음식만 먹고 황금사과를 내게 주고 간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초원의 전사는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 최고신이라는 그대들은 전장을 피할 줄만 알지 주는 도움도 받지 못하는구나.”
“새로 태어날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는 거지요.”
“응애!”
내가 만들어 준 알강 이데와 차강 이데를 먹고 아이를 낳은 건지 둘이 아니라 셋이 되어 있는 보르테 치노와 코아이 마랄, 그리고 그들의 아이.
“집에 올 때 봅시다. 상제.”
남편인 옥황상제가 부리는 꼰대 짓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나를 보며 온화하게 미소 짓고 있는 서왕모 님.
“가장 먼저 외신들의 침략 음모를 밝혀낸 이가 성좌 도연성입니다.”
“그를 믿지 않으면 누굴 믿는단 말입니까!”
함께 디오니소스의 음모에서 벗어난 양조 성좌협회원들.
“사소한 미물일 수도 있는 벌들마저 지켜주고 키워준 성좌가 도연성이예요. 그라면 누구보다 전사들에게 큰 힘을 주겠죠.”
그리고 크리스탈 퀸과 크리스탈 가드들과 함께 참가한 꿀벌의 여신 아우스테야.
“저는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옛 동료이자 가족들과 함께 하나의 성계를 이룬 아름다운 눈의 여신이 입을 열었다.
“그의 요리에 기적이 깃들어 있음을. 그 기적이 저를 다시 이 판테온에 부르고, 동료들을 구할 수 있게 했으니까요.”
프라우 홀레, 아니 미야가 나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믿어요. 그의 요리엔 전쟁과 싸움으로는 치료하지 못하는 사랑이 깃들어 있음을요. 그의 요리로 우리는 많은 걸 회복할 수 있을 거예요.”
그 외에도 내 식당에 방문하고 포장마차나 밀키트를 방문해 내 요리를 접한 모든 성좌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지지해 주고 있었다.
아, 어묵 가지고 진상을 부렸던 진시황이랑 중국 성좌들은 안 일어났네. 기대도 안 했지만.
나는 3천 명이 넘는 성좌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채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최고신들을 바라보았다.
“어떻습니까. 이래도 제 음식에 대해 믿음이 가지 않으십니까?”
“······.”
내 자신만만한 표정에 최고신들이 심통이 난 표정을 지었지만, 민중들의 지지 앞에서 이를 무시할 순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레볼루션이 일어날 테니까.
결국, 최고신 중 제우스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알겠다. 그대에 대한 검증은 끝났으니 가서 전사들을 위한 음식을 만들······”
“그것만으로는 안 되죠.”
“······뭐?”
내가 말을 끊으며 조건을 붙이자, 최고신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에이, 설마. 내가 이렇게 많은 성좌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허락만 구하려고 했겠어?
나는 피식 웃으며 그들이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을 내밀었다.
“모든 최고신들과 성계의 전사들이 한꺼번에 전장에 나가주시죠.”
신들의 여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