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213
213화. 그리운 얼굴
코카트리스 삼계탕부터 비어 구이까지.
내가 인간과 성좌를 가리지 않고 만들어왔던 요리만 수십 가지가 넘는다.
거기다 할아버지가 할 줄 아는 요리와 내가 지금까지 팔지 않았던 요리까지 포함하면 수백 가지가 넘겠지.
이 정도 요리가 모이면 만한전석, 아니 만신전석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을까?
“문제는 일손이 부족하다는 거네.”
나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할아버지가 나를 도와주러 오셨지만, 두 명이 만들 수 있는 요리의 양은 한계가 있다.
그것도 18,000명의 성좌가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뷔페식으로 요리를 해야 하는데, 두 명이서 그 양을 모두 만들 수 있을까?
“하, 이럴 때 직원들이 있었으면 좋았을걸.”
나와 함께 일했던 미야, 천오, 에녹만 있었어도 빠듯해도 그만한 양의 음식을 만들 수 있었을 터였다.
그 셋은 나와 짧지만 긴 시간 동안 합을 맞추었으니까.
요리할 줄 아는 성좌 100명이 와도 그 셋 보다는 덜 든든할 정도였다.
“하지만 다들 바쁠 테니 부를 순 없겠지.”
천오는 본체인 손오공이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힘을 쏟아야 할 손오공이 아무리 분신이라지만 천오를 내게 보내면 전장에서 쓸 힘이 부족해진다.
에녹 역시 마찬가지.
아버지이자 그의 주인인 카인을 보필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 그를 불러내는 것도 안 될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내 ‘수 셰프’이자 나의 가장 큰 동료 요리사 미야는 프라우 홀레가 되어 신들의 여왕이 된 상태.
최고신들을 이끌고 전선을 지휘해야 할 미야를 요리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고 부를 순 없는 노릇이었다.
“모두 지금 한창 자신의 자리에서 바쁠 테니 그들의 도움을 바랄 수는 없지.”
“왜 안 돼?”
“손오공이 얼마나 강하고 중요한 성좌인데. 전쟁터에서 활약할 성좌를 방해하면 안 되지.”
“분신이 천 개가 넘는데 하나쯤은 와도 되지 않을까?”
“그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전선이 그렇게 여유롭지 않을 테니까.”
내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하자, 상대가 어깨를 으쓱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어, 음, 괜히 왔나? 나 돌아갈까?”
“처, 천오야?”
나는 그제야 내 중얼거림에 대답한 상대가 천오임을 깨닫고 입을 쩍 벌렸다.
“네가 어떻게 여기에 있어?”
“이번에 판테온에서 일어났던 사건의 전말을 들었지.”
내 놀란 물음에 천오가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전투 중이라 판테온 회의에 참석할 수는 없었지만, 옥황상제가 또 건방지게 굴었다는 소리를 듣고 화가 멈추질 않아야지.”
천오는 씩씩대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서 옥황상제 감시 겸 사장의 직원 역할로 파견 나왔다는 소리야.”
자신이 옆에 있으면 뚝배기가 깨질까봐 다시는 옥황상제가 나를 무시하지 않을 거라며 씨익 웃는 천오.
그 목적이 어쨌든, 오랜만에 다시 천오를 보자 나는 웃음부터 나왔다.
“고마워, 잘 왔다. 너라도 있어서 다행이야.”
천오가 온다면 천육, 천칠, 천팔도 왔겠지.
그렇다면 앞으로 일손이 많이 보충될 터였다.
그런데 그런 내 예상은 아주 반갑게 빗나가고 말았다.
“나만 온 거 아닌데?”
“또 누가 있어?”
“사장님, 저도 왔습니다.”
“에녹 씨!”
천오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연성이네’의 또 다른 직원, 에녹.
여전히 퇴폐적인 미색을 뽐내며 웃는 그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아버지께서 최종 싸움을 앞둔 지금, 건축가인 제가 전선에서 필요하진 않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사장님을 도우러 돌아왔습니다.”
“에녹 씨······, 그리고 카인 님······.”
전쟁의 시작과 끝은 공병이라고 했던가.
전쟁에서 건축가가 쓸모없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카인은 이 상황에서 나를 지원해 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다시 한가한 백수가 되었으니 얼마든지 부려 먹어주십시오.”
“얼마든지요!”
18,000명의 성좌에게 음식을 대접할 건데 접객의 제왕이 돌아와 주면 나야 감사할 일이지!
그렇게 우리 셋이 서로 손을 잡고 기뻐하고 있을 때였다.
“어머, 저만 빼놓고 모이기 있어요?”
“미야? 아니, 여기엔 어쩐 일로······.”
분명 전선에서 최고신들을 지휘해서 가열차게 싸우고 있어야 할 미야가 우리 눈앞에 있었다.
당황한 내 물음에 미야는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제가 신들의 여왕으로 뽑혔지만, 전투에 재능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전략은 모두 수립됐고, 전투가 일어나는 동안 저는 후방에서 지원하기로 했어요.”
주요 전략은 똑똑한 지혜의 신들이 짜고 전선에는 전투 성좌들이 나서서 싸우기에 오히려 자신의 할 일이 없다나?
전선에서 들려올 소식이나 명령은 헤르메스와 헤이리스를 비롯한 전령의 신들이 전달해 줄 터라 자리를 비워도 괜찮다며 미야가 살포시 웃었다.
“후방 지원이면 다른 곳에서도 미야의 힘이 많이 필요할 텐데······.”
“전 마스터가 만드는 요리의 기적을 믿으니까요. 여기가 제일 중요한 후방인 거죠.”
생긋 아름답게 웃는 미야의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높은 자리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와 한식구라고 생각하고 있는 미야의 마음이 고마웠고,
“든든한 ‘수 셰프’가 돌아왔네요.”
“맡겨만 주세요.”
요리에 있어서 미야가 있으면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으니까.
그러고 보니 여기서 설기만 빠져 있네.
“설기도 오면 좋았을 텐데······.”
“설기는 요리할 때는 큰 도움이 안 되니까, 와도 큰 의미 없지 않아?”
“천오 씨, 너무 하네요.”
“엥?”
사실을 말했는데 왜 욕을 먹냐며 천오가 억울한 표정을 짓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
“오, 손님이 오셨구나. 다들 어떤 분들이시냐.”
“할아버지!”
잠시 볼일이 있다며 자리를 비운 할아버지가 돌아와 미야, 천오, 에녹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나는 웃으며 ‘연성이네’의 직원들을 소개했다.
“저랑 같이 일하던 직원들이에요. 이번에도 요리를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그러냐? 허허, 반가워요. 내가 연성이 할애비되는 사람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에녹이라고 합니다.”
“천오야. 사장 잘 도울게.”
“미야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할아버지의 인사에 직원들이 공손히 인사를 했다.
아니, 같은 권속이거나 오히려 성좌여서 할아버지보다 격이 높은 직원들이 살짝 긴장까지 해서 인사를 하네.
내가 신기하다는 듯 그 모습을 바라보자, 에녹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장님의 조부님이자, ‘연성이네’ 1대 사장님이셔서 그렇습니다.”
“그럴 필요까진 없어요.”
“직원의 입장에선 당연한 일입니다.”
어쩐지 가끔 찾아오는 우리 어머니한테도 깍듯이 하더라.
내가 이 재밌는 역학관계에 웃고 있을 때였다.
할아버지가 나를 보며 푸근한 미소를 지으시더니 입을 열었다.
“내가 일을 도울 사람을 하나 데려왔는데, 이러면 데리고 오지 말 걸 그랬나?”
“할아버지께서요?”
나는 할아버지가 누군가를 데려왔단 소리에 의아해하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할아버지가 데려오셨으면 분명 요리에 도움이 되는 분이겠죠. 누구신가요?”
“아, 지금 곧 이리로 올 게다.”
할아버지가 말을 마치는 순간이었다.
뒤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군요. 성좌 도연성.”
얼핏 보면 아름다운 남성인 듯 여성인 듯 성별을 알기 모호한 이가 불교의 가사를 입고 손에는 아름다운 물병과 버드나무 가지를 들고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놀라운 건, 마치 그 손이 잔영이 생기는 것처럼 수백, 아니 천 개로 보이고 있었다는 것.
그 모습을 본 천오가 히익! 비명을 지르며 내 뒤에 숨었다.
“이제 긴고아는 안 쓴다니까요?”
“나도 그걸 너에게 다시 씌울 생각은 없단다, 투전승불의 분신아.”
천 개의 손과 물병, 버드나무 가지, 그리고 긴고아.
나는 그제야 상대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관세음보살님이시군요.”
“맞습니다. 내가 바로 관세음이에요.”
불교에서 자애와 자비의 상징이자 모든 병을 치료하고 중생을 구제해 준다는 보살.
심지어 부처보다도 더 먼저 깨달아 부처의 자리에 올랐지만, 석가모니 부처의 등장과 함께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자비로운 마음으로 다시 보살로 돌아갔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이가 바로 관세음보살이었다.
한 손에 든 버드나무 가지는 아픈 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병든 몸을 정화해 주는 신물이었고, 물병에 들어있는 감로수는 병자의 목마름을 해결해 주고 치료를 해주는 신물이었다.
혹자는 저 병 안에 세상의 모든 물이 담겨 있다고도 하던데······.
나는 그 관세음보살이 내 눈앞에 있다는 사실에 우선 놀랐고 그다음으로는 나를 오랜만에 본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실례지만, 관음보살님과 제가 언제 만난 적이 있을까요?”
분명 ‘연성이네’에 손님으로 오셨다면 내가 잊어버릴 리 없었다.
그렇다면 그 외의 일로 만났다는 건가?
내가 의아해하자, 관세음보살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어릴 적이라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르겠군요. 내가 당신의 아버지를 후원하던 성좌라는 건 기억하나요?”
“네. 기억합니다.”
아버지가 비각성자일 때, 던전 브레이크에서 시민들을 구하고자 나서서 치명상을 입었었다.
그때의 어린 나는 사경을 헤매는 아버지를 누구라도 좋으니 살려달라고 기도를 했었지.
[‘천 개의 손으로 중생을 구원하는 대자대비의 보살’이 약수(藥水)를 내립니다.] [‘천 개의 손으로 중생을 구원하는 대자대비의 보살’이 그 대가로 먼 훗날 당신의 %^&$^을 공물로 받기로 합니다.]그때 내 기도를 들어준 이가 바로 관세음보살이었다.
그 기도의 효과로 아버지는 각성했고 성좌 관세음보살의 후원을 받는 헌터로 활동할 수 있었다.
대신 그 대가는 미래의 내게서 무언가를 공물로 받아 가기로 했었는데 그게 기억이 잘 안 난단 말이지.
아무튼, 지금이 바로 그 약속을 지킬 시간이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관세음보살에게 입을 열었다.
“어떤 걸 원하시던지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사경을 헤매는 아버지를 구해주었던 성좌에게 바치는 게 뭐가 아까울까.
다만, 만신전석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나 힘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런 내 말에 관세음보살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걸 받으러 온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대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서 왔지요.”
“선물이요?”
내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자, 관세음보살이 웃으며 자신의 가사를 한쪽으로 치웠다.
그리고 그 뒤에서 나타난 한 사람.
“아······.”
할아버지를 닮고, 내가 닮았던 얼굴이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내가 너무도 그리워했던 사람.
언제나 듬직한 모습으로 우리 가족을 지켜주고 사람들을 구하려고 애썼던 사람.
나의 영웅.
“······아버지.”
“짜식. 이제 나이 먹었다고 아빠라고 안 부르네?”
내 아버지, 도대경이 거기에 있었다.
* * *
할아버지 도수웅, 아버지 도대경, 나 도연성.
우리 삼부자는 서로 얼싸안고 한참 울고 웃으며 해후를 나누었다.
“할아버지처럼 나도 이곳에서 너와 연준이, 그리고 네 엄마를 계속 보고 있었다. 잘살고 있더구나.”
헌터로 각성했을 때도 그랬지만, 죽을 때까지 사람들을 돕다가 마력 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
그 공을 높이 사서 관세음보살이 아버지를 권속으로 삼으셨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걸 알고 있던 할아버지가 영동 할매와 관세음보살에게 부탁해서 아버지도 이리로 데리고 온 것.
“껄껄껄, 아들이 바쁘다는 데 당연히 애비가 도와야지.”
“아빠가 요리는 못해도 힘쓰는 건 잘하잖니. 마늘 다지기건, 양파까기건 다 맡겨라.”
옛날에도 주방에서 허드렛일을 자주 도왔다며 아버지가 흐뭇하게 웃었다.
나는 어릴 때와 다름없이 듬직한 그 모습에 씨익 웃었다.
“단단히 부려 먹을 거예요. 저도 이제 ‘연성이네’ 사장이자 주방장이라 아주 엄격합니다.”
“그럼. 내 아들이 사장이지.”
아버지는 아직도 내가 어린 꼬마처럼 느껴지시는지 머리를 벅벅 쓰다듬으신 뒤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국밥 맛있더라. 이제 네 엄마보다 잘하던데?”
“정말요?”
“그래. 아, 이건 네 엄마한텐 비밀이다.”
아직도 엄마한테 혼나는 게 두려워 쩔쩔매는 아버지를 보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예전에 영동 할매에게 국밥을 바칠 때, 혹시 몰라서 아버지와 할아버지께도 한 그릇 바쳤었는데 그게 제대로 전달 된 모양이었다.
내 요리로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만족을 드렸다는 마음에 괜히 또 코끝이 찡해지네.
그때 내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며 나서는 이가 있었다.
“저, 저, 마스터의 아버님이 되시나요? 자, 잘 부탁드립니다.”
“아니, 위대하신 분이 제게 이러시면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마스터의 아버님이면 제 아버님이시기도 한 걸요. 인사 받아주세요.”
“어, 흠, 큼. 그, 그렇습니까?”
미야, 아니 신들의 여왕 프라우 홀레가 공손히 고개를 숙이자, 아버지가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
하긴 신화급 성좌가 아버님이라면서 고개를 숙이면 나라도 당황스러울 거야.
그런데 미야? 내 아버지면 미야에게도 아버지라는 말은 무슨 의미죠?
그렇게 당황스러우면서도 행복했던 시간이 지나가고 나는 일을 도와주러 온 모두를 모아놓고 나의 영역, [연성이네]의 문을 열었다.
“여러분, 이제 우리의 전장으로 갈 시간입니다.”
모든 성좌를 만족시키고 강화해 줄 요리, 바이킹-만신전석을 준비할 시간이었다.
바이킹-만신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