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22
22화. 신들의 경쟁(1)
[땅을 갈지 못하는 농부가 닭요리가 아니어도 좋으니 풀 맛 나는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합니다.] [전장을 누비는 힘의 처녀가 고기가 더 필요하진 않은지 묻습니다.] [보이지 않는 저승의 왕이 자신에게도 요리를 대접해 줄 수 있는 영광을 주겠노라고 권합니다.]으으, 이 양반들 또 시작이네.
오늘 하루 종일 이런 상황이었다.
겨우 마수걸이 손님으로 영동 할매에게 요리를 대접하고 나니 자신들도 ‘신야식당’에 손님으로 올 수 있게 해달라고 이러고 있었다.
마치 내게 요리를 달라고 할 때처럼 성좌 메시지를 연달아서 보내는 통에 내가 일에 집중하기 힘들 정도.
[땅을 갈지 못하는 농부가 자신을 다음 손님으로 가게 해준다면 저번보다 더 멋진 보상을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전장을 누비는 힘의 처녀가 자신이 줄 수 있는 북유럽의 보물이 더 좋다고 강조합니다.] [보이지 않는 저승의 왕이 부의 신인 자신 앞에서 보상으로 흥정하려 들지 말라며 코웃음을 칩니다.]그렇게 서로 경쟁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던 세 명의 성좌들은 내가 대답하지 않자 이젠 자기들끼리 대화하기 시작했다.
[땅을 갈지 못하는 농부는 자신이 처음 요리사의 재능을 개화시켰다며 자신이 처음이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전장을 누비는 힘의 처녀는 자신이 마력을 태울 수단을 내리지 않았다면 요리사의 요리는 발전할 수 없었다며 항변합니다.] [보이지 않는 저승의 왕이 요리사에게 헤르메스를 소개해줬기에 정식으로 가게를 차릴 수 있었으므로 둘 다 조용히 하라고 일갈합니다.]“으아아! 시끄러워 죽겠네!”
결국, 손님이 없는 브레이크 시간 때, 참지 못한 나는 성질을 버럭 낼 수밖에 없었다.
손님이 계실 때 소리를 지르면 미친 사람 취급받는 건 둘째 치고, 손님들의 식사에 방해가 되니까.
“적당히들 좀 해요!”
그렇게 참고 참아서 터뜨린 나의 분노는 보통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무려 전설급, 신화급이나 되는 성좌들에게 이렇게 고함을 지르는 겁도 없는 짓을 저지르고 있었다.
아니, 그래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심지어 요리할 때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라 실수할 뻔했던 게 몇 번이나 있었다.
“카인 님! 카인 님이 주신 [최초의 검]에 제가 찔려서 즉사 효과 발동했으면 어쩌려고 그러셨어요?”
[땅을 갈지 못하는 농부가 그럴 확률은 매우 낮다며 애써 변명합니다.]“확률이 0은 아니죠?”
[땅을 갈지 못하는 농부가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입니다.]내 타박에 풀이 죽은 카인이 잠잠해졌다.
하지만 난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경쟁자의 실책에 기뻐하는 다른 두 성좌에게도 화살을 돌렸다.
“스루드 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정신없어서 [나우드 룬 반지]로 마력을 태우는 걸 깜빡했다면 마력 중독 사고가 났을 겁니다.”
[전장을 누비는 힘의 처녀가 당신이라면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을 거라 믿었다며 황급히 답변합니다.]“당연히 안 하죠. 하지만 위험하잖아요.”
[전장을 누비는 힘의 처녀가 잘못했다며 코를 훌쩍입니다.]내 마지막 훈계 대상은 혼자 잘났다고 웃고 있는 하데스였다.
“하데스 님. 다른 두 분은 전설급 성좌지만, 하데스 님은 무.려. 신화급 성좌 아닙니까? 이렇게 유치하게 하실 거예요?”
거, 급도 높은 양반이 이런 식으로 아랫성좌들이랑 치고 박으면 창피하지도 않으시나!
[보이지 않는 저승의 왕이 헛기침하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립니다.]하지만 체면 공격에도 하데스는 여전히 딴청을 부렸다.
어쭈,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페르세포네 님께 고자질해버립니다?”
[보이지 않는 저승의 왕이 그것만은 참아달라며 애원합니다.]그럼 그렇지.
애처가인 하데스가 페르세포네한테 밉보일 일을 할 리가 없지.
아내에게 이른다는 건 유부남에게는 100% 통하는 전가의 보도라고.
나는 그렇게 세 명의 성좌를 침묵시킨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일단 세 분이 아무리 떼를 써도 현재 저희 ‘신야식당’은 한 번에 한 분만 식사할 수 있다는 건 아시죠?”
헤르메스가 빨리 스킬을 레벨업 시켜서 테이블을 늘리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지금이야 이 세 성좌뿐이지만, 나중에 다른 성좌들까지 자리를 놓고 싸우면 내 연약한 정신은 그대로 끊어지고 말 거다.
할아버지, 당신이 말한 뒤숭숭한 팔자가 바로 이걸 말하는 거였군요.
나는 깊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세 분 모두 제게 큰 은혜를 베풀어주셨죠. 제 마음 같아서는 당연히 모두 부르고 싶지만, 그건 어려워요. 아시죠?”
결국, 한 사람, 아니 한 성좌씩 순서대로 방문할 수밖에 없는 상황.
내 말에 세 명의 성좌가 모두 알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모두 고분고분해졌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내가 윗사람이라도 된 것마냥 순서를 정하는 건 금물이었다.
지금이야 내가 잠깐 정신이 훼까닥해서 저 성좌들을 혼냈다지만, 저 위대한 존재들은 손가락 까딱하는 것만으로도 나를 처벌할 수 있거든.
“일단은 오늘 전부 식당으로 와보세요. 거기서 순서를 정해봅시다. 아시겠죠?”
이게 내게 있어서 최선이었다.
내가 순서를 정하는 게 아니라 서로 순서를 정하게 만드는 것.
신들의 경쟁이라니. 생각만 해도 아찔했지만, 나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다수의 성좌들이 당신의 의견에 동의합니다.]성좌들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순순히 그러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나를 설득하는 것보다 자신들끼리 승부를 보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일 거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그런 성좌들에게 마지막으로 주의를 주었다.
“아무튼, 이것도 앞으로 저를 귀찮게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하는 겁니다. 이 이후로 오후 영업 방해하면 국물도 없어요. 아시겠죠?”
내 협박 아닌 협박이 잘 먹혀들었는지, 다행히 그날 저녁까지 성좌들의 메시지는 오지 않았다.
* * *
그렇게 대망의 저녁 시간이 되었다.
도연성이 마지막 손님을 내보내고 일단 가게 문을 닫을 준비를 할 무렵.
세 명의 성좌가 ‘신야식당’의 예약권 쟁탈을 위해 슬슬 모이기 시작했다.
[전장을 누비는 힘의 처녀가 자신의 도착을 알리며 전장의 환호성을 내지릅니다.]우르릉-!
제일 먼저 나타난 건, 전장을 누비는 힘의 처녀, 발키리 스루드.
무려 날개 달린 늑대를 타고 하늘에서 날아 내려오고 있었다.
누가 토르의 딸 아니랄까 봐 천둥소리와 함께 말이다.
“내가 왔노라! 내가 승리할 또 다른 전장은 어디지?”
성좌의 모습이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아서 망정이지, 방패와 창을 머리 위로 휘두르는 저 모습을 봤다면 다들 기겁했을 터.
그녀가 탄 날개 달린 늑대의 발이 ‘연성이네’ 가게 앞에 닿자 그녀가 아닌 다른 성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러운 아가씨로군. 좀 얌전히 다닐 수는 없나?”
바닥의 그림자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솟아오르더니 남자의 형상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온 건 다름 아닌 땅을 갈지 못하는 농부이자 ‘최초의 살해자’인 카인.
그는 천둥소리를 울리며 요란하게 날아온 스루드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면박을 주었다.
그렇다고 스루드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었다.
“뭐라는 거예요. 다 늙어서 어둠의 자식처럼 다니면서.”
“뭐라고?”
“흥이다.”
다른 계통 출신인 데다 같은 전설급 성좌.
원래라면 서로 존중하고 예의를 지켰겠지만, 지금은 우선 예약권이라는 같은 목표를 두고 경쟁하는 사이였기에 서로 적의를 숨기지 않고 으르렁대고 있었다.
“그나저나 그 늙은이는 왜 안 오는 거지? 지각이라니. 아주 태평하시군.”
“그러게나 말이에요. 우리 중에서 인간 요리사를 안 것도 제일 늦더니 오는 것도 제일 늦네요.”
세 명이 경쟁해야 하는데 한 명이 늦는다?
그렇다면 남은 두 명이 손을 잡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
방금까지 으르렁댔던 카인과 스루드의 눈빛이 미묘하게 허공에서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어리석은 것들. 이 몸은 진즉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허공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장년의 남자.
어떤 존재에게서도 정체를 가려주는 [퀴네에]를 손에 들고 검은 연기로 만들어진 머리와 수염을 흩날리는 그는 하데스였다.
하데스는 잔뜩 찌푸린 눈으로 카인과 스루드를 번갈아 보면서 혀를 찼다.
“그리고 누구보고 늙은이라는 거냐, 너부터 커뮤니티에서 제발 그 노땅체 좀 고쳐 써라. 인간 주제에 늙은 티를 내기는.”
“뭐? 그, 그건 그냥 컨셉이라고!”
“컨셉이라기엔 너무 자연스럽던데요?”
발끈하는 카인을 보며 스루드가 풉, 웃음을 터뜨리자, 이번엔 하데스의 공격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시끄럽다. 너는 그 실속 없는 블로그부터 그만두던가.”
“뭐라구요? 얼마나 유익한 블로그인데요!”
“크크크, 정말 별거 없긴 했지.”
“이이익!”
이번엔 카인이 스루드를 비웃었다.
세 명의 성좌가 인간 요리사의 밥 한번 먹겠다고 피아를 가리지 않고 서로를 헐뜯는 진귀한 광경이었다.
그런 장면이 아주 오래 지속되었다.
“이래서는 답이 안 나오겠어요. 우리 인간 요리사에게 결정해달라고 하죠?”
“찬성이다.”
“나쁘지 않지.”
그렇게 두 명의 전설급 성좌, 그리고 한 명의 신화급 성좌가 발걸음도 당당하게 ‘연성이네’의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섰다.
딸랑-
“어서 오세요.”
그리고 그들이 들어선 가게에선 항상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연성이네’의 사장이자 요리사, 도연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 * *
세 명의 성좌가 찾아오길 기다리면서 나는 은근 두근대고 있었다.
성좌의 영역이 아닌 지구에서 세 성좌를 보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하데스는 한 번 가게에 왔지만, 그건 인간의 몸을 빌린 화신의 형태였다
그렇게 세 명의 성좌가 각각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올지 기대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성좌들이니 자신들의 영역에서 봤던 것처럼 멋진 모습이겠······.
딸랑-
“내가 먼저 들어가겠다.”
“제가 먼저거든요?”
“저승의 왕인 이 몸을 두고 서로 먼저 가겠다고 구는 꼴이 꼴사납구나.”
거니 생각한 내 기대는 아주 와장창 박살 나고 있었다.
아니, 대체 무슨 성좌가 서로 먼저 들어가겠다고 식당 문 앞에서 싸우고 있는 거야.
저 성좌들과 계약한 헌터들에게 이 장면을 말해주면 절대 안 믿겠지.
“그만하시고 아무나 먼저 들어오세요. 그거랑 순서랑 상관없으니까요.”
한숨을 푹 내쉬며 내가 상황을 정리한 후에야 그들은 싸움을 멈추고 가게로 들어왔다.
물론 그런 다음에도 서로 으르렁대는 건 멈추지 않았다.
“자, 이제 순서를 정해보도록 할까요.”
“내가 먼저 말하도록 하지.”
우선 예약권을 얻기 위한 첫 번째 어필은 카인으로부터 시작됐다.
“인간 요리사. 네가 지금 이렇게 성좌들과 거래를 할 수 있는 게 누구 덕분이지? 바로 나, ‘최초로 인간 요리를 시식한’ 카인이 네 요리를 눈치채고 맛본 덕분 아닌가?”
“맞는 말이네요. 카인 님이 드셔주시지 않았다면, 저는 평생 그 요리가 먹을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은 못 했을 테니까요.”
아마 완성된 코카트리스 삼계탕을 그냥 통째로 버리고 요리를 했다는 선에서 만족했겠지.
그런 의미에서 카인은 내가 [성좌의 요리사]로 활동할 수 있게 해준 은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그의 말을 반박한 건 스루드였다.
“흥! 그런 것치곤 보상이 너무 쩨쩨한 거 아닌가요? 달랑 하나가 뭐야. 나처럼 두 개는 줘야지.”
“뭐?!”
스루드는 발끈하는 카인을 뒤로하고 내게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내려준 ‘전장의 축복’으로 인간 요리사가 지치지 않고 다치지 않으면서 요리할 수 있게 됐지? 거기다 내가 준 [나우드 룬 반지] 덕분에 맛을 보면서 요리할 수 있게 되어서 한층 더 발전했지. 안 그래, 인간 요리사?”
“그 말도 맞습니다.”
이번에도 부정할 수 없기에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축복 덕분에 거친 요리 환경 속에서도 언제나 건강할 수 있었고, 스루드가 준 아이템 덕분에 맛도 못 보는 반쪽짜리에서 탈출해 맛을 보면서 요리할 수 있는 진짜 요리사가 된 거니까.
하지만 이것도 맞다, 저것도 맞다고 하는 내 대답이 두 성좌는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뭐? 내가 준 [최초의 검]이 쩨쩨해? 내가 준 칼이 아니었으면, 네가 가져다준 멧돼지 고기는 요리조차 불가능했어!”
“흥! 그래도 나는 인간 요리사에게 재료도 가져다줬는데, 아저씨는 그냥 가져가서, 아니 뺏어가서 먹었잖아요!”
어휴, 정말 애도 아니고.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싸우는 두 성좌를 보며 나는 골이 지끈거려왔다.
그렇게 두 성좌가 서로 으르렁대는 사이, 하데스가 쓰윽 다가왔다.
“저 둘은 그래도 네 요리를 먹어보기나 했지. 나는 아직 먹어본 적이 없지 않나? 그러니 내게 요리를 해다오.”
“새치기하지 마십쇼!”
“꼴찌는 빠져요!”
이제 삼파전이 되어 서로 물어뜯는 성좌들.
하아, 일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거냐.
내가 한숨을 푹 내쉬고 있을 때였다.
“머리 아프지? 내가 도와줄까?”
내 앞에 나타난 건 다름 아닌 헤르메스.
수많은 권능을 보유했지만, 그중에서도 ‘교섭의 신’인 헤르메스가 내게 눈을 찡긋했다.
“이 순서 정하기 내기, 내게 맡겨주지 않을래?”
신들의 경쟁(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