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3
3화. 성좌의 요리사
“완벽한 요리였다, 인간 요리사.”
성좌의 입에서 나온 극찬.
위대한 존재에게 받은 칭찬에 요리사로서 가슴이 뛰어야 하는 게 정상이었다.
아니, 그 위대한 존재가 입가에 번들거리는 닭기름을 묻힌 채로 말하니까 감동이 파사삭 죽어버리네.
거기다가,
“혹시 채소 안 드세요?”
그가 완뚝, 아니 완솥하고 내려놓은 가마솥 바닥에는 인형설삼과 레드 데이트, 블랙맨티스머쉬룸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아이고, 저 아까운걸······.
나는 그대로 남은 약재들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집어삼켰다.
인형설삼은 냉기 계열, 레드 데이트는 양기 계열 영약에서 주요 재료로 쓰이는 약초였다.
어느 한쪽의 기운이 강하지 않고 잘 어우러지게 정확하게 계량해 조화를 이루도록 넣었다.
거기에 블랙맨티스머쉬룸은 이름은 무섭지만, 그 실체는 그냥 던전에서 나는 능이버섯이었다.
마찬가지로 마력이 과농축되어 있어 먹지는 못하지만, 그 향이 풍부하고 진해, 국물 맛을 내려고 넣은 건데.
정작 먹을 수 있는 사람, 아니 성좌가 그 귀한 재료들을 쏙쏙 빼놓고 먹다니, 요리사로서 아쉽기 그지없었다.
쩝.
“풀이라······. 나도 먹고 싶긴 하지.”
카인은 손을 가마솥 안에 넣어 입에 대지도 않은 인형설삼을 들어 올렸다.
그때였다.
380도가 넘는 물로 오랜 시간 끓여도 그 원형과 색을 유지하던 인형설삼이 시커멓게 변하더니 그대로 가루가 되어 파스스 떨어져 내렸다.
내가 그 모습을 보고 놀라 입을 쩍 벌리고 있자, 카인은 피식 웃으며 손을 털었다.
“유감스럽게도 땅에서 나는 것들은 나를 거부하지. 먹고 싶어도 어쩔 수가 없어.”
“아······.”
나는 성경에서 읽었던 옛이야기를 떠올리곤 말끝을 흐렸다.
최초의 살인자, 카인.
그는 자기 동생을 질투해 죽였고, 그 동생의 피를 받은 땅은 비명을 질렀다.
신은 농부였던 카인에게 땅을 갈아도 소출을 내지 못하고 어떤 땅도 그를 반기지 않을 거라는 저주를 내렸다.
만약 그 이야기가 정말이라면, 내 눈앞에 있는 성좌 카인이 땅에서 자란 ‘식물’인 인형설삼과 ‘과일’인 레드 데이트를 먹지 못하는 것도 이해는 갔다.
그래서 그의 영역인 이곳이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황무지인 거구나.
내 표정이 흐려지자, 카인이 피식 입꼬리를 올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표정 지을 필요 없다. 그건 내 죗값이었으니까.”
“죗값······.”
“그래, 질투심으로 동생을 죽인 죗값. 그나마 다행인 건 그분께서 내게서 고기를 앗아가지 않으셨다는 거지. 고기를 못 먹었으면 진즉에 미쳐버렸을걸?”
채식보단 육식이라는 카인의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래, 풀을 못 먹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는 법이지.
어쩐지 닭 다리, 아니 코카트리스 다리 앞에서 사족을 못 쓰더라.
그런데 잠깐만,
“버섯은 식물이 아닌데요?”
“버섯은 물컹거려서 싫어.”
뭐야, 이 양반. 그냥 편식쟁이잖아.
내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살짝 딴청을 피우던 카인이 곧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종종 내 손으로 지었던 농작물을 마음껏 먹었던 때가 그리워.”
아는 맛이 제일 무서운 법.
농부였기에 곡물과 채소, 과일의 맛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내려진 저주 때문에 자신이 더는 먹지 못하는 옛 맛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하계에서 올라오는 기가 막힌 음식 냄새가 내 코를 찌르더군. 바로 네 요리였다.”
카인은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보며 히죽 웃었다.
그 모습에 등골이 잠깐 오싹했던 나는 서둘러 말을 돌렸다.
“냄새가 여기까지 왔다구요?”
“인간 요리사, 이 고기 혹시 마력수로 끓였나?”
“네. 맞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카인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마나는 어디든 퍼져나가는 법. 마력수를 끓이면서 흘러나온 마나라면 충분히 여기까지 올 만하지.”
마력수를 팔팔 끓이면서 증발한 마나에 냄새가 섞여 성좌의 영역까지 흘러간 모양이었다.
“보통 하계의 음식에는 관심을 두지 않지만, 고기 냄새에 섞인 약초 냄새가 내 관심을 끌었어. 냄새를 맡는 순간 참을 수가 없더라고. 정신을 차려보니 당신에게 메시지를 보내버렸지 뭐야.”
각성자에게 요리를 내놓으라고 보채다니.
성좌로서 부끄러운 일을 했다면서도 카인은 전혀 후회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덕분에 이렇게 식물의 향이 깊게 밴 요리를 먹을 수 있었지.”
삼계탕의 특징은 바로 약재와 고기의 조화였다.
약재의 향은 닭고기의 누린내를 잡아줄뿐더러, 맛이 고역이라 약으로 먹기 힘든 약재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점.
성좌 카인에게도 그 점이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온 모양이었다.
식물을 먹지 못하지만, 식물의 향을 느낄 수 있는 고기 요리였으니까.
그리고 먹는 사람의 기쁨은 곧 요리사의 기쁨.
그것도 무려 성좌가 내 요리를 좋아해 주었다.
나는 진심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제 보잘것없는 요리가 마음에 드시다니. 감사합니다.”
그러나 내 표현에 카인이 정색하며 고개를 저었다.
“보잘것없다니. 나를 만족시킨 요리다. 절대 평범한 요리가 아니다. 깎아내리지 말도록.”
“그야 몬스터와 던전 부산물로 만든 요리니, 평범하지는 않겠습니다만······.”
“그런 말이 아니야.”
보통 사람은 과한 마력 때문에 입에 넣기만 해도 마력 중독으로 죽는 ‘독 요리’였다.
당연히 평범할 리가 없었지만, 그 의미가 아닌지 카인은 고개를 저었다.
“성좌와 인간이 먹는 요리는 다르지. 너희들에게 마력이 깃든 요리는 위험하겠지만, 우리는 마력이 깃든 재료들만 먹을 수 있어.”
“그런가요?”
“그래. 아마 하계인이 만든 요리를 먹어본 성좌는 내가 최초일걸?”
마력이 깃든 재료가 들어가면 어차피 사람이 먹을 수 없기에 모든 재료를 몬스터와 던전 부산물로 만들어버린 게 이런 결과를 불러올 줄이야.
오히려 마력 깃든 재료로만 만들어서 성좌들이 먹을 수 있는 요리가 되었다는 소리였다.
그렇게 말한 카인이 씨익 웃었다.
“내게 ‘최초의 살인자’ 외에도 ‘최초’라는 타이틀 달아주다니. 자랑스러워해도 좋아.”
거기까지 말을 마친 카인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의 말에 담긴 내용은 무시무시했지만, 무려 성좌의 감사라니.
나는 몸 둘 바를 몰라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 탓인지 입이 내 멋대로 움직이고야 말았다.
“앞으로도 종종 찾아주시면 요리를 만들어 공물로 바치겠습니다.”
“그 말, 무르기 없기다.”
말을 꺼내놓고 보니 순간 아차 싶었지만, 아이처럼 환해지는 카인의 얼굴을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 때부터 내려오는 우리 식당의 가훈이 바로.
“맛있는 요리는 손님의 웃음으로 완성되니까요.”
“멋진 말이야. 마음에 들어.”
내 말에 흡족한 모양인지 카인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곤 깜빡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아차, 보답을 주기로 약속했었지.”
나도 마찬가지로 까먹고 있었던 차에 보답이라는 말을 듣자 기대감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뭘 주려나?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성좌와의 계약이었다.
성좌들과 계약을 맺은 헌터들은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힘을 가지곤 했다.
나야 전투계열 헌터가 아니었지만, 만약 카인과 계약을 맺는다면 던전 공략할 정도의 능력이 생길 수도 있었다.
카인도 비슷한 생각을 한 건지 내게 물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계약을 맺어 스킬을 주곤 하지. 공물을 받은 내가 하계인에게 힘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그런데······.”
카인은 거기까지 말하곤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내가 줄 수 있는 힘은 대부분 전투와 관련된 것들인데 너랑은 그다지 어울릴 것 같지가 않아.”
‘최초의 살인자’라는 이명답게 카인의 능력은 대부분 누굴 죽이거나 싸우는 것이었다.
당연히 요리사인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었다.
지당하신 말씀.
설령 준다고 해도 다른 헌터들처럼 던전에 들어가서 싸울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다.
내 본업은 요리사인데다 당장 내가 던전에 들어가면 식당은 누가 열어?
잠시 고민에 빠져 있던 카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면 남은 건 아이템을 주는 것뿐인데. 내가 가진 게 딱히 좋은 게 없어서 말이야. 이거라도 가져가라.”
그렇게 말하며 카인이 건넨 건 뗀석기마냥 대충 다듬어진 납작한 돌덩어리, 아니 돌칼이었다.
“사연이 좀 있는 물건인데, 나는 그거 보기 좀 껄끄럽거든. 그걸 가지고 몬스터를 잡든 면도를 하든 마음대로 해라.”
“감사합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성좌가 주는 물건이었다.
나는 황송한 표정으로 돌칼을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자 카인이 웃으며 손을 들어 황금빛 불꽃을 일으켰다.
“식사 즐거웠다.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면 좋겠군.”
그와 동시에 올 때와 마찬가지로 내 몸이 황금빛 불꽃으로 감싸졌다.
* * *
“휴, 돌아왔네.”
정신을 차려보니 주변은 황무지가 아니라 다시 식당 주차장이었다.
“시간이 조금도 흐르지 않았네?”
성좌의 영역에서 꽤 오랜 시간 동안 있다 온 것 같은데, 휴대폰에 떠올라 있는 시간은 1분도 지나지 않았다.
거기다 달라진 거라곤 어느새 무너져 있는 제단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내가 성좌의 영역에 갔다 온 게 꿈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진짜 꿈인가?”
하지만 방금까지 내가 겪은 일들이 꿈이 아니라는 증거가 내 손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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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검(전설급)]– ‘최초의 살인자’ 성좌 카인이 최초의 살인을 저질렀을 때 사용했던 돌칼.
– 찌르는 상대에게 특정 확률로 [즉사]를 일으킨다.
– 인간형 및 동물형 몬스터를 상대로 치명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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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전설급이라니.
게이트 아포칼립스 이후로 나타난 적이 한 손가락에 꼽는 최고 등급의 아이템이었다.
그 위로 신화급이 있다는 소문이 있지만, 그건 아무도 가진 적도, 본 적도 없는 등급이고.
카인은 고작 코카트리스 삼계탕의 보상으로 그런 엄청난 아이템을 내게 준 것이었다.
“아니, 이거 생각해보니깐 엄청 무서운 아이템인데?”
전설급이라는 글자에 홀려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 칼, 무려 아벨을 죽인 그 칼이었다.
본인이 보기 껄끄럽다고 이런 걸 나한테 막 줘도 되는 거야?
“일단 가지고만 있자. 내가 이걸 쓸 일이 없길 바라야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최초의 검]을 주머니에 넣었다.
이번 일로 얻은 건 이것뿐이 아니었으니까.
“상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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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도연성
클래스 : 성좌의 요리사
– 마력이 깃든 재료로 요리를 할 수 있습니다.
– 만든 요리에 특별한 효과가 부여됩니다.
– 단, 당신이 만든 요리는 성좌만이 먹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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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 클래스만 해도 나밖에 없던 직업이었는데 그냥 요리사가 아니라 성좌의 요리사라니.
거기다 특별한 효과가 부여된다는 설명까지 붙어있었다.
“능력치 상승이나 상태 이상 해제 같은 효과라면 난리 나겠는데.”
어떤 효과일지는 몰라도 아마 이 사실이 알려지면 헌터 계가 발칵 뒤집히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곧 쓴웃음을 지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 먹을 수 있는 존재가 성좌뿐이니.”
성좌만 먹을 수 있다니, 괜히 클래스 명이 성좌의 요리사인 게 아니었다.
물론 성좌에게 요리를 대접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긴 하지만,
“설마 이런 일이 또 있겠어?”
땅을 갈지 못하는 농부, 아니 카인과는 약속했으니 앞으로 요리를 만들어 줘야겠지.
하지만 그 외에 이런 일이 또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오늘은 특별한 일을 겪었지만, 내일부터는 아마 평소랑 똑같이 식당을 열고 요리하고 손님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삶으로 돌아갈 터였다.
“이크,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얼른 자야 내일 식당 열 준비를 하지.”
나는 무너진 제단은 내일 치우기로 하고 서둘러 2층의 내 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런 내 안일한 생각은 바로 다음 날, 무너져 내렸다.
[전장을 누비는 힘의 처녀가 당신에게 관심을 가집니다.]무슨 일인지 몰라도 내 소문이 성좌들 사이에서 퍼진 모양이었다.
발키리는 배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