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32
32화. 감사 인사
윤진하가 던전 ‘남국의 해안’에서 돌아오던 날, 삼천 길드 사람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에게 아무런 말도 걸 수 없었다.
“언니! 어떻게 됐어? 녹옥의 연금······, 아, 아니야. 들어가서 쉬어. 헤, 헤헤.”
심지어 삼천 그룹의 손녀이자 윤진하의 맛집 메이트인 천은채마저도 그녀의 심각한 표정에 하던 말을 끊고 돌아갈 정도.
그녀가 그렇게 심각한 고민을 하는 원인은 단 하나.
도연성 때문이었다.
“내가 왜 질문을 계속 못 한 거지?”
도연성 앞에만 서면 괜히 가슴이 답답해지고 살짝 떨려왔다.
무언가 자신을 짓누르는 압박감에 입이 떨어지지 않기까지.
처음에는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나? 라는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고작 몇 번 본 사람을 좋아할 리가.
곰곰이 생각에 빠져있던 그녀는 자신이 그런 느낌을 한 번 받아본 적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분명 성좌님이랑 처음 계약할 때, 그때 느꼈었어.”
삼천 길드의 막내 헌터였던 햇병아리 시절, 그녀는 어리숙하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던전 공략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에 관심을 둔 성좌, ‘전장을 누비는 힘의 처녀’가 윤진하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전장을 누비는 힘의 처녀’가 당신의 용맹과 대담함을 좋게 평가합니다.] [‘전장을 누비는 힘의 처녀’가 당신에게 후원 계약을 제안합니다.]헌터에게 성좌의 계약 제안은 그야말로 로또인 동시에 성공의 발판이 되는 일.
윤진하는 당연히 그러겠다고 했다.
[‘전장을 누비는 힘의 처녀’가 제단을 설치하고 공물을 올리라고 요구합니다.]윤진하는 바로 제단을 세우고 길드의 도움을 받아 그날 잡은 던전 보스 미노타우르스의 머리를 공물로 바쳤다.
소머리를 휘감아 불태우는 불꽃의 색이 황금색이란 걸 알았을 때, 그녀는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무려 전설급 성좌의 후원 계약을 받게 된 것이니까.
그리고 공물이 사라지면서, 그녀는 전신을 짓누르는 듯한 압박을 겪어야 했다.
성좌의 기운을 받는 과정이었기에 그녀는 그걸 기쁘게 받아들였었다.
그런데,
“왜 식당 사장님한테서 그런 느낌을 받은 거지?”
도연성은 각성자가 맞긴 했지만, 헌터도 아닌 비전투계 각성자였고 각성자 협회 공식 측정 등급은 없었다.
최하위 헌터 등급인 F등급 이하라는 소리.
무거운 아이스박스도 번쩍번쩍 드는 도연성의 힘이나 채하나가 부탁할 정도의 능력을 보유한 걸 보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물론 그녀가 높게 평가하는 도연성의 능력은 성좌들에게 받은 것이었고, 등급이 논외로 표시된 건 그가 던전에 들어갈 생각이 없어서 측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걸 윤진하는 몰랐다.
“혹시······.”
도연성이 성좌, 혹은 성좌와 준하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떠올린 윤진하는 곧 머리를 털어 그 생각을 흩어냈다.
“에이, 설마.”
성좌는 원칙적으로 하계, 그러니까 인간 세상에 직접적으로 개입을 할 수 없다.
신화급 성좌들은 가끔 자신과 계약한 헌터의 몸을 빌려 아바타로 현신한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
무리한 현실 개입은 성좌에게도 타격이 커 성좌들도 꺼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던 윤진하였다.
그런데 아예 식당을 개업하고 인간 사이에서 산다?
그런 일은 존재할 리가 없었다.
“으으으, 궁금해서 잠이 안 와!”
애써 생각하지 않고 넘어가려 했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들이 밤새 윤진하를 잠들지 못하게 괴롭혔다.
하필 스킬 [초재생]의 힘으로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으니 더 문제였다.
“대체 내가 왜 이렇게까지 식당 사장님의 정체를 밝히려는 거지?”
처음에는 단순히 자신이 먹었던 제림니르-플레스케스텍과 도연성이 만든 보쌈 정식 스페셜의 맛이 비슷해서였다.
그래서 도연성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거였는데, 그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미궁에 빠지고 있었다.
“그냥 비슷할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면 되는 건데.”
왜 자신은 이렇게 끙끙 앓고 있는 것인가.
밤새 고민에 잠겨있던 윤진하는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을 때쯤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아, 나는 감사 인사를 하고 싶은 거였어.”
자신에게 스킬 [초재생]을 얻게 해준 전설급 요리를 준 건 성좌 ‘전장을 누비는 힘의 처녀’.
당연히 성좌에게도 감사 공물도 바쳤지만, 전설급 요리를 받기 위해 그녀는 전설급 퀘스트를 깼기에 감사보다는 좋은 거래에 가까웠다.
[‘전장을 누비는 힘의 처녀’가 그 보상은 자신도 아껴먹으려 했던 요리라며 그 요리를 한 요리사에게 감사하라고 전합니다.]‘그 요리사가 누구죠? 그분께도 공물을 바칠게요.’
[‘전장을 누비는 힘의 처녀’가 그건 알려줄 수 없다며 비밀을 지킵니다.]성좌의 말에 따르면 요리를 준비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는 것.
윤진하는 자신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게 해준 요리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그 요리사의 정체를 알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역시 물어봐야겠어. 난 고맙단 인사를 하고 싶으니까.”
결심을 내린 윤진하는 어느새 자신을 짓누르던 압박감이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몰랐지만, 지금까지의 압박감은 스루드가 혹여나 윤진하가 요리사를 알아내서 이용하려 들까 봐 걸어놓은 제약이자 일종의 저주였다.
윤진하 스스로가 감사의 마음을 깨달아 순수한 의도임을 증명했기에 저절로 그 저주가 사라졌던 것.
“지금 가면 실례려나? 아냐, 그래도 가고 싶어.”
서둘러 옷만 갈아입은 윤진하가 쌩하니 자신의 집을 나서서 ‘연성이네’로 향했다.
그동안 억눌렀던 제약이 사라진 윤진하의 발걸음에는 거침이 없었다.
* * *
“마, 맛있어요.”
“괜찮죠? 저도 처음 해 먹는 건데 맛이 정말 좋네요.”
‘연성이네’가 문을 열기도 전인 아침 일찍부터 나와 윤진하는 식당에 마주 앉아서 사케동을 먹고 있었다.
기름진 던전 연어의 뱃살 회를 두툼하게 썰어 쯔유 양념에 재운 다음 던전 쌀로 만든 흰 쌀밥 위에 얹어 던전 양파와 던전 무순을 올려 먹는 이 맛이란.
아, 물론 마력은 다 태워서 먹고 있었다.
“제가 취미가 맛집 투어인데 연어도 참 많이 먹어봤거든요. 그런데 이런 연어는 먹어본 적이 없어요. 대체 어디서 구하신 거예요?”
입안 한가득 넣었던 연어가 사라지는 것이 아깝다는 듯 한참을 오물오물 씹어 맛보고 난 뒤에야 삼킨 윤진하가 내게 물어왔다.
이야, 이렇게까지 맛있게 먹어주면 요리해주는 보람이 있는데.
잘 먹는 윤진하를 보고 기분이 좋아진 탓일까, 나는 생각도 못 한 말실수를 해버렸다.
“진하 씨도 아실 텐데요? 셀키가 잡아줬, 아.”
“네? 이게 던전에서 잡은 그 물고기 몬스터라구요?”
실수했다.
자신이 먹은 게 던전의, 그것도 몬스터 물고기라는 걸 깨달은 윤진하의 표정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서둘러 고개를 저으며 그녀에게 해명했다.
“마력 중독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마력을 깨끗하게 태웠거든요. 보세요. 저도 아무렇지도 않게 먹잖아요?”
“네? 마력을 태워요?”
아, 해명한다는 게 마력을 태우는 것까지 말해버렸네.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는 [나우드 룬 반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물론 성좌 스루드에게 요리를 해주고 얻었다는 부분은 쏙 빼고 말이다.
“우연히 얻은 아이템 덕분에 던전산 재료에 깃든 마력을 태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단해요. 운이 좋으셨네요.”
내 말에 놀라워하는 윤진하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 내게 부탁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그 아이템을 볼 수 있을까요?”
“······손가락에서 빼지 않고 보기만 하는 거라면요.”
반지를 통째로 넘겼다가 윤진하가 들고 가면 난 다시 찾을 힘이 없다.
물론 그 반지를 준 스루드가 가만히 있지 않겠지만, 그래도 조심은 해야지.
내 조건에 윤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타인의 아이템을 보는 건데 당연한 거죠.”
그렇게 말한 윤진하는 반지를 낀 내 손을 잡고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이거 혹시 룬문자······.”
“네. 나우드 룬이라고 하더라고요.”
내 말에 윤진하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지? 내가 뭘 잘못했나?
내가 당황하는 사이 윤진하는 고개를 숙이고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룬문자라면 북유럽계······. 내 성좌님도 북유럽계······, 역시 사장님이······.”
뭐라고 하는 거지?
그때 윤진하가 고개를 들어 강렬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사장님, 제가 지금부터 하는 질문에 꼭 솔직하게 대답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괜찮으실까요?”
“그러고 보니 계속 저한테 물어볼 게 있다고 하셨죠. 뭐, 어려운 질문만 아니라면야······.”
성좌나 내 직업에 관한 것만 아니라면 대답해 줄 수 있지.
설마 그걸 물어보겠어?
······라고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혹시 성좌세요?”
“······네? 뭐요?”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내가 당황해서 윤진하를 바라보자,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저도 이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마력이 깃든 재료를 아무렇지도 않게 드시기도 하고 던전에서 몬스터가 복종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
“하하하,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전 평범한 사람입니다.”
뭐야, 난 또.
나는 웃으며 그녀의 의심을 해소해주었다.
“말했듯이 마력이 깃든 재료를 먹을 수 있었던 건 제 몸의 마력을 [나우드 룬 반지]로 태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셀키는 그냥 영특한 놈이라서 그래요.”
진짜 나랑은 상관없이 영특한 녀석이란 말이지.
괜히 쫄았다며 내가 웃고 있었을 때였다.
“그럼 혹시 제림니르-플레스케스텍이라는 요리에 대해 아시나요?”
아니 그 이름이 왜 윤진하 입에서 흘러나와?
나는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눈만 껌뻑거렸다.
잠시 후, 나는 윤진하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어찌 된 사정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시작은 제 성좌님이 내건 전설급 퀘스트였어요.”
“진하 씨의 성좌라고 하면······?”
“‘전장을 누비는 힘의 처녀’라는 성좌명을 쓰고 계신 분이에요. 혹시 아세요?”
“······들어본 것 같기는 합니다.”
스루드의 성좌명이 윤진하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주륵 흘러내렸다.
들어본 정도겠어?
바로 어제까지 여기서 밥 먹겠다고 드워프를 데려와 주방을 뜯어주신 분인데.
물론 그걸 윤진하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아니, 말한다고 해도 믿을까?
자신과 계약하고 숭배하는 성좌가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나는 안 믿을 것 같았다.
“퀘스트 내용은 S급 던전 보스 제림니르를 최대한 상처 없이 죽여서 가지고 오라는 거였어요.”
“그, 그랬군요.”
아니, 내가 멧돼지 고기 가져다 달라고 하긴 했었지만, 그게 S급 던전 보스였다고?
그걸 잡으려고 전설급 퀘스트까지 내렸어?
나는 아직도 내 냉장고에 남아있는 제림니르의 고기를 슬쩍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어쩐지 맛이 좋더라니, S급 보스의 고기였구나.
“삼천 길드의 도움으로 제가 제림니르를 잡을 수 있었고 성좌님께 바쳤어요. 그러자 전설급 퀘스트 보상으로 요리가 나오더라구요.”
“신기하네요, 하, 하하. 요리가 보상이라니.”
아니, 스루드님?
제가 한 요리를 보상으로 주면 어떻게 합니까?
그것도 전설급 퀘스트 보상으로!
“처음엔 보상이 요리라는 것에 실망했어요.”
“그, 그렇죠? 고작 요리라니, 하하.”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지만, 나는 윤진하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윤진하가 보상이 겨우 요리라는 것에 실망해서 날 찌른다고 해도 할 말 없겠는걸.
그런 내게 윤진하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고작이 아니었어요. 놀랍게도 전설급 요리더라구요. 그리고 그걸 다 먹으니 제게 새로운 스킬이 생겼죠.”
“스킬이 생겼다고요?”
이건 금시초문인데?
내가 한 요리를 먹고 스킬이 생겼다고?
나는 믿을 수 없는 소리에 고개를 저으려다가, 간밤의 손님, 톰이 떠올랐다.
내 요리를 먹고 탈모가 치료되고 일시적이지만 ‘왕’의 격을 갖추게 된 성좌.
혹시 제림니르-플레스케스텍에도 그와 비슷한 특수효과가 부여된 거라면?
“[초재생]이라는 스킬이에요. 성좌님께서는 제림니르가 에인헤랴르의 전사들의 식사로 매일 죽어 살을 바치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멀쩡히 부활한다는 능력을 계승 받은 거라고 하더군요.”
“엄청난 스킬이네요.”
그래서 [초재생]을 얻은 거였구나.
내 의지가 강하게 반영되지 않으면, 특수효과는 요리 재료의 특성을 따라가는 모양이다.
거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했다.
“혹시 마력 중독에 빠지진 않았나요? 그런 엄청난 요리라면 마력이 강하게 깃들어있었을 것 같은데.”
제림니르-플레스케스텍은 스루드와 발키리들이 먹을 걸 상정하고 마력이 깃든 재료 그대로 만든 요리였다.
그것도 S급 던전 보스인 제림니르의 고기로.
그걸 인간이 먹었다간 바로 급성 마력 중독에 걸려 고통스럽게 죽었을 터였다.
멀쩡히 살아있는 윤진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전혀요. 오히려 몸에 힘이 넘치고 활력이 샘솟는 것만 같았어요.”
“그렇군요······!”
잠깐, 성좌를 통해서 요리를 전달하면 마력을 태우지 않아도 사람이 먹을 수 있게 되는 건가?
이건 들키면 큰일 난다.
스킬이 새로 생기거나 특수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모든 헌터와 길드, 아니 정부까지 나서서 나를 이용하려고 할지도 몰라.
나는 이 식당에서 떠날 마음이 추호도 없었기에 그런 일은 사양이었다.
그런 나를 보며 윤진하가 차분히 입을 열었다.
“여기서 처음 보쌈 정식 스페셜을 먹었을 때 제가 먹었던 제림니르-플레스케스텍과 맛이 똑같다는 걸 발견했어요.”
아뿔싸.
그러고 보니 같은 제림니르의 고기로 만들었고 안을 촉촉하게 익혔다는 점에서 보쌈과 플레스케스텍은 비슷한 조리법이지.
맛이 비슷할 수밖에.
제림니르-플레스케스텍을 사람이 먹었을 거라고는, 그리고 그 사람이 내 식당을 방문했을 거라곤 상상도 한 적이 없기에 저지른 실수였다.
“혹시, 사장님이 그 요리를 만든 요리사인가요?”
반쯤은 확신하고 있는 윤진하의 눈.
하지만 여기서 인정할 수는 없지.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제 요리를 먹은 뒤에는 스킬이 안 생겼잖아요?”
“그건 그렇죠.”
“스킬이 생기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면, 제가 식당 하겠습니까? 어디 길드 취직해서 떼돈을 벌죠.”
사실 그럴 수는 있지만, 안 그럴 겁니다.
내 대답에 윤진하는 미심쩍어하면서도 후련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여기 올 때는 어떻게든 사장님께 정답을 들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
“그런데 이 연어 덮밥을 먹고 나니, 너무 맛있어서 그런지 이상하게 그런 생각이 사라져버렸어요. 웃기죠?”
윤진하는 그 말을 하고 살풋 웃었다.
“그냥 제게 새로운 스킬, 그리고 새로운 기회를 준 요리사님께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사장님을 괴롭히게 됐네요. 죄송해요.”
“아닙니다. 맛이 비슷하면 착각할 수도 있죠.”
“후후훗, 그런 거라고 생각할게요. 그럼 대신 감사 인사를 받아주실래요?”
내가 아니라고 해도 이제 안 믿는 듯한 윤진하는 내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제게 정말 맛있는 요리와 새로운 스킬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정체가 들통날뻔한 위기인 데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당황스럽기 그지없었지만, 이렇게 감사 인사를 받으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뿌듯함이 차올랐다.
역시 난 천성이 요리사인가 봐.
내게 있어 가장 행복한 건 내 요리를 먹은 손님의 기쁨이니까.
“전 그 요리사가 아니지만, 그분도 무척 자랑스러워하실 것 같네요.”
“정말요? 감사드리길 잘했네요.”
속이 후련해진 윤진하는 아침부터 폐를 끼쳐 미안하다고 사과한 뒤, 언제든 던전에 갈 일이 있으면 자신을 부르라는 말을 남기고 가게를 떠났다.
“후우, 꼭두새벽부터 폭풍이 휘몰아쳤네.”
나는 식사를 한 그릇을 정리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톰부터 윤진하까지, 여러모로 많은 걸 알게 된 하루였다.
“잠깐만, 그렇다면······.”
윤진하의 말을 되새기다 보니 내 머릿속을 마치 번개가 친 것처럼 번쩍이는 깨달음이 스쳐 지나갔다.
“요리의 특수효과를 성좌뿐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줄 수 있다는 건가?”
그 말인즉슨, 내 요리를 먹을 수 있는 대상이 성좌뿐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해당된다는 소리잖아?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른 건 나와 달리 적극적으로 헌터 생활을 하고 있는 하나뿐인 내 동생, 도연준이었다.
“연준이 이 녀석, 요즘 잘 지내려나?”
그때였다.
[‘하늘로부터 스스로를 감추는 검의 신선’이 당신에게 전할 말이 있습니다.]성좌의 메시지가 내 눈앞에 깜빡였다.
모둠 회덮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