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36
36화. 꼬마 신랑과 각시
라구티스와 라구티엔.
발트 신화 속 성좌라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우리에게 익숙한 신화 속 존재들은 아니네.
나도 발트 신화 쪽이라는 거 말곤 아무것도 기억 나는 게 없다.
그런 내 표정을 보았는지 라구티스의 입술이 댓발로 나왔다.
“우리를 모른단 말이야? 이래서 하등한 닝겐들은!”
발로 땅을 쾅쾅 차며 씩씩대는 라구티스를 보며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잼민이일지 중2병일지 하나만 해줄래?
그런 꼬마 신랑을 달래는 건 역시 각시 라구티엔의 역할이었다.
“서방님, 그만 해요. 이젠 발트 땅에서도 우릴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잖아요. 이 먼 땅의 인간이 어떻게 우릴 알겠어요.”
“우리랑 같은 뿌리인 올림포스 놈들이나 아스가르드 놈들은 다들 아는데! 왜 우리만 몰라!”
라구티스의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스 신화나 북유럽 신화랑 발트 신화 쪽 뿌리가 같다고?
그러고 보니 성좌들에 관해 공부할 때 언뜻 본 기억이 난다.
원시 인도유럽어를 쓰던 민족이 유럽과 아시아 곳곳으로 퍼지면서 같은 신화가 조금씩 변형되어서 지금의 신화들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예를 들면, 디에우스라는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 신’으로부터 나온 신들,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 북유럽 신화의 티르, 인도 베다 신화의 드야우스는 원래 모두 같은 존재였다는 소리였다.
그 외에도 높은 산, 혹은 높은 나무를 숭배하는 점도 공유하고 있어서 올림포스산이나 세계수 이그드라실, 수미산 등을 숭배하는 점도 같다지, 아마?
“어쩔 수 없어요. 우리가 돌보던 인간들은 이미 숫자도, 그 문화도 많이 사라진걸요.”
“그치만! 그치만!”
뿌앵하며 라구티엔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리는 라구티스.
아, 이 신들도 믿는 사람들이 점점 사라져 가는 처지였구나.
내내 잼민이처럼 굴었지만, 아이처럼 안겨서 우는 모습과 처지에 영동 할매가 떠올려서 안쓰러워졌다.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대신 두 분에 대해서 말씀해주신다면 지금부터라도 기억하도록 노력할게요.”
옛날 그 많은 사람들이 숭배하던 시절과 같을 수야 없겠지만, 내가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손님들이 기쁠 수 있다면 그 정도야.
내 말에 라구티엔이 감동한 듯 눈을 크게 떴다.
“정말 그래 줄 수 있나요?”
“그 정도야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요.”
내게 있어선 성좌도 손님이니 단골손님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는 정도의 수고일 뿐이었다.
거기에 단골손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정도라면 평소에도 하고 있는 일이었으니까.
“고마워요. 당신은 참 상냥한 분이시군요.”
“하하, 그 정도는 아닙니다.”
내 말에 라구티엔이 무척이나 고마웠는지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여신답게 무척이나 아름다운 미소였다.
겨우 이 정도의 수고로 여신의 미소를 받을 수 있다니, 오히려 이득인걸?
“어이, 닝겐. 내 각시한테 눈 안 떼?”
언제 울었냐는 듯 옆에서 불만스러워하는 잼민이 성좌의 시선이 따갑다.
아까 안쓰러워했던 거 취소다.
내 마음속에서 평가가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라구티스는 가슴을 쭉 내밀며 자신의 소개를 시작했다.
“나는 발효와 맥주의 신 라구티스다. 예전에는 모든 집에서 맥주를 빚고 마시기 전에 바닥에 한 방울을 흘려 내게 경의를 표했지!”
“저도 마찬가지로 발효와 빵의 여신 라구티엔이에요. 각 가정에서 처음으로 구운 빵을 조금 뜯어 바닥에 버림으로써 제게 바치곤 했지요. 후후후.”
둘이서 세트인 신이구나.
맥주나 빵이나 모두 발효와 연관되어 있으니까.
“지금은 이래도 옛날엔 꽤 괜찮았거든? 기독교를 믿으면서도 우리를 몰래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구.”
라구티스는 그런 시절이 있었다면서 으스댔다.
하긴 매일 먹고 마시는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니, 예전에는 꽤 믿는 사람이 많았겠다 싶었다.
하늘이나 벼락을 숭배하진 않아도 밥과 술을 믿는 사람들은 아직도 있으니까.
“그랬군요. 두 분 모두 잘 기억하겠습니다.”
나름대로 요리와 관련된 신들이니 믿는 것까진 아니어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좋겠지.
“오냐, 발효는 못 해도 착한 닝겐아.”
······저 말투만 아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아무튼, 이번 일로 느낀 건 앞으로 신화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렇게 기껏 찾아와주신 성좌 손님들의 정체를 들었을 때 ‘누구?’라는 표정을 지으면 다들 실망하겠지.
사람과 달리 성좌들은 인지도, 다른 말로 하면 믿음에 민감해하시는 거 같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내가 뒤늦은 학구열을 불태울 때였다.
“그래서 그 메주라는 거랑 벼, 벼, 벼······.”
“볏짚이요?”
“그래. 그거 어딨어?”
발효의 신께서 친히 내 메주를 보시겠다고 나섰다.
나는 방금까지 내가 만들던 메주가 있는 주방으로 라구티스와 라구티엔을 안내했다.
“여기 있는 게 발효 전의 메주고, 이 노르스름한 식물이 볏짚입니다.”
“흐음.”
라구티스가 볏짚 한 줄기를 들더니 한쪽 눈을 감고 이리저리 가까이서 살펴보았다.
그 표정이 사뭇 진지해서 살짝 놀랐다.
생긴 거나 말투는 애 같아도 막상 자신의 전문분야에 몰입하니 이제야 진짜 성좌 같네.
“이거 안 돼. 내 권속들이 없어.”
“권속들이라 하시면?”
“발효균이 하나도 없어.”
발효의 신답게 그의 권속들은 발효균들인 모양이었다.
라구티스는 볏짚을 가까이서 보고 냄새도 맡고 맛까지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이거 던전이나 그 비슷한 곳에서 키웠어?”
“맞습니다.”
마철성의 말에 의하면 [아공간 텃밭]도 던전처럼 마력이 차 있는 공간이라고 하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내 대답에 라구티스가 코끝을 찡그렸다.
“발효를 해줄 애들이 다 마력에 죽어버렸어. 이래선 발효 못 해.”
아, 역시 마력 때문인가.
사람도 마력이 깃든 재료를 먹으면 급성 마력 중독으로 죽고 몸집이 작은 동물들은 아예 먹지 않아도 흘러나오는 마력에 노출만 되어도 죽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몸집이 작다 못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들이 마력에 버텨낼 수 있을 리가.
마력에 발효균들이 모두 살균된 모양이었다.
그런데 라구티스가 이렇게까지 말할 정도면 메주는 진짜 물 건너간 건가?
메주 없는 한식은 정말 상상이 안 가는데.
나는 한숨을 쉬며 라구티스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흐음, 어려운데.”
고민에 빠진 라구티스는 그 이후로 말이 없었다.
가끔 손가락으로 입술을 툴툴 털어 대거나 귀를 쭉 잡아당기는 걸 보면 머리에서 김이 날 정도로 짱구를 굴리는 모양이었다.
라구티엔은 발효의 신으로서 노력하는 라구티스를 흐뭇하게 보다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메주를 발효하는 균이 어떤 균인지 먼저 알아보면 되지 않을까요, 서방님?”
“맞아! 역시 우리 각시!”
“후후훗.”
라구티스가 라구티엔의 힌트를 듣고는 손뼉을 짝 쳤다.
“닝겐, 이 볏짚에 있어야 할 균을 가져와. 그러면 내가 마력이 있어도 비슷하게 발효할 애들로 바꿔줄게.”
“원래 있어야 할 균이라······.”
메주를 발효시키는 볏짚 속 균은 고초균.
그걸 가지고 오려면 마력이 없는 일반 볏짚이라도 가지고 와야 하나?
하지만 지금은 초여름인 데다 여기는 서울이었다.
볏짚을 구하는 게 어려웠다.
그러던 중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아이디어 하나가 있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나는 라구티스와 라구티엔을 두고 2층 내 방으로 달려갔다.
2층의 주방에 있는 냉장고에는 가게에서 쓰는 공장 생산 된장이 아닌, 어머니가 메주로 직접 담근 집된장이 있었거든.
메주로 만든 된장 속에는 고초균이 그대로 남아있을 테니, 이걸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나는 집된장을 라구티스에게로 가져갔다.
“오, 냄새 좋다. 이게 메주?”
“정확히는 메주로 만든 된장입니다.”
라구티스는 좋게 말하면 구수한, 나쁘게 말하면 살짝 구릿한 된장 냄새에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손가락을 푹 찍어 한입 맛보기까지.
“발효가 잘됐어. 훌륭해.”
외국인, 아니 외국 성좌에게는 낯설고 불쾌할 수도 있었는데 발효의 신답게 발효 제품에 대한 호불호는 없는 모양이었다.
청국장도 좋아하려나?
여하튼 집된장의 맛을 본 라구티스는 몇 차례 고개를 끄덕이곤 중얼거렸다.
“하얀 복실이랑 파란 얼룩이, 그리고 시큼 털털이가 있네.”
저 알 수 없는 명칭은 뭘까 잠시 고민하던 나는 메주에 생기는 균과 곰팡이를 떠올리곤 그 정체를 추측할 수 있었다.
아마 하얀 복실이는 하얗게 털처럼 일어나는 흰곰팡이, 그러니까 A. 오리제 또는 황국균으로 불리는 걸 이야기하는 거겠지.
파란 얼룩이는 페니실륨 혹은 푸른곰팡이를 말하는 걸 테고.
마지막으로 시큼 털털이는 콩의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발효시키는 고초균을 말하는 게 분명했다.
고초균이 과발효하면 장맛이 시어지거든.
“그걸 맛만 보고도 다 알 수 있나요?”
“내 권속들이니까. 난 다 알아.”
권속들을 먹었다는 점에서는 좀 그랬지만, 그래도 알아내는 게 대단하네.
나는 감탄하며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역시 발효의 신다우십니다.”
“그치? 나 대단하지?”
내내 툴툴거릴 땐 언제고 칭찬해주니깐 금세 얼굴이 환해지면서 신나한다.
이런 걸 보면 딱 잼민이라니까.
신이 난 라구티스는 허리춤에 달린 뿔잔을 꺼내 들었다.
“잠깐만 기다려봐.”
그 안에 자그마한 손을 집어넣곤 뭔가를 찾는 듯이 한참을 뒤적거리는 동안 나는 옆에서 그를 흐뭇하게 보고 있던 라구티엔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요, 후후훗.”
시선은 라구티스에게서 떼지 않으면서 라구티엔은 친절하게 내 요청을 받아들였다.
나는 아까부터 들었던 의문을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성좌에게도 미성년자라는 게 존재하나요? 소년 신이 있다는 건 알지만, 미성년이라서 예약을 못 한다는 건 처음이었거든요.”
성좌들의 수명은 기본적으로 수백, 수천 살이 기본이었다.
인간의 역사에 비견될 정도로 장구한 세월을 살아온 이들인데 왜 미성년인 걸까?
심지어 비슷하게 십 대 소년의 모습을 한 소년신 헤르메스도 미성년은 아니었는데 말이지.
내 물음에 라구티엔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그건 서방님이 특별한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이에요.”
“특별한 운명이요?”
내 반문에 라구티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서방님은 발효와 맥주, 그리고 빵의 신이지만 동시에 사계절의 신이기도 해요. 왜인지 알아요?”
“음.”
나는 그녀의 물음에 잠시 고민에 잠겼다.
우리가 발효를 하는 이유는 뭘까?
뭐니 뭐니해도 음식은 신선할 때가 맛있는 법이다.
그런데 굳이 발효를 하는 이유는 그래야 오래 먹을 수 있기 때문이지.
우리도 작물이 자라지 않는 겨울 동안 채소를 먹기 위해 김장을 해서 겨우내 먹잖아.
그런 내 생각을 말하자 라구티엔이 미소를 지었다.
“맞아요. 나와 서방님은 곡물을 오랫동안 보관하고 먹을 수 있는 방법인 ‘발효’를 인간들에게 가르쳤죠.”
“그런데 그거랑 미성년 성좌랑 무슨 상관입니까?”
“춥고 긴 겨울 동안 발효로 보관한 음식을 먹고 나면 봄이 오죠. 봄은 새로운 생명과 에너지가 피어나는 시기.”
라구티엔은 봄의 새싹을 닮은 초록색의 눈을 깜빡이며 말을 이었다.
“그 시기가 되면 나와 서방님은 혼례를 올려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땅에 풍요의 축복을 내리죠.”
“그렇군요.”
신화에 흔히 있는 케이스다.
결혼은 새로운 시작과 생명력의 회복을 의미했다.
특히 남신과 여신들의 결혼으로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는 신화가 꽤 많이 있었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라구티엔이 쑥스럽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보통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된다고 하잖아요? 그 말은 결혼하기 전에는 성년이 되지 않는다, 즉 미성년자라는 소리죠. 그래서 서방님은 저와 매년 혼례를 올리기 전까지는 소년으로 남을 수밖에요.”
“아, 그래서······.”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영원한 꼬마 신랑으로 남는 거구나.
그렇게 따지면 아직 결혼하지 못한 나도 어른이 아니겠지만, 뭐, 신화시대 때 이야기니까.
“아, 찾았다!”
그 사이 라구티스가 자그마한 손으로 한참을 뿔잔 속을 뒤적거리다 꺼낸 건 놀랍게도 물컹물컹한 슬라임이었다.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 슬라임 말고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 슬라임.
“이게 바로 내 [균균 슬라임]이야. 귀엽지?”
“······귀엽네요.”
내가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라구티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균균 슬라임]의 위대함을 모르나 보네. 잘 보라구.”
그는 [균균 슬라임]의 작은 조각을 툭 떼어냈다.
그러곤 그 조각을 가리켰다.
“그 메주라는 재료를 발효하는 데 쓰이는 균들은 다 여기에 담겨있어.”
“그 안에요?”
“그래. 특별히 마력에 죽지 않는 튼튼한 애들로 모아놨지.”
라구티스는 균균 슬라임의 조각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내가 만들어놓은 메주들을 향해 다가가 후욱 바람을 불었다.
그러자 조각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메주 위로 날아가 살포시 내려앉았다.
“어때. 대단하지?”
의기양양하게 허리에 손을 얹고 나를 보는 라구티스.
그러니까 이제 마력이 깃든 재료들도 발효를 시킬 수 있는 균들이 메주에 심어졌다는 거구나.
하지만 발효의 신들이 펼치는 활약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제 각시 차례야.”
“네, 서방님.”
라구티스의 말에 라구티엔이 앞으로 나서서 작은 수레바퀴 하나를 꺼내 들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라구티스에게 물었다.
“저게 뭡니까?”
“[숙성의 수레바퀴]야. 각시의 아이템이지. 발효에 걸리는 시간을 빠르게 해줘.”
라구티스의 설명을 듣고 나는 다시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발효균이 모인 슬라임과 발효 기간을 단축시켜주는 수레바퀴라니.
부부가 세트로 발효의 신이라더니 그들이 가진 아이템도 완벽한 궁합이었다.
“자, 이제 됐어요.”
라구티엔의 말이 끝나자마자 내가 만든 메주에 변화가 생겼다.
메주가 쩌적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메주에 새하얀 곰팡이가 피기 시작한 것.
참고로 메주에 피는 흰곰팡이는 메주가 상했다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메주가 잘 발효되었다는 증거였다.
“와, 진짜 제대로 잘 발효됐네.”
서둘러 다가가 메주를 반으로 쪼개보니 속은 샛노랗고 겉은 갈변하여 단단히 굳은 것이 제대로 발효가 되어있었다.
거기다 올라오는 쿰쿰한 메주 냄새.
완벽했다.
“어때, 우리의 능력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콧대를 높이며 얄밉게 말하는 잼민이 성좌 라구티스가 전혀 얄밉지가 않았다.
아니, 진짜 거룩한 신처럼 보였다.
당장이라도 절을 올리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믿습니다, 라구티스님, 라구티엔님. 제 절 받으시죠.”
“그, 그만해! 창피하게 뭐 하는 짓이야!”
내가 진짜 절을 올리려 하자 라구티스가 얼굴이 빨개져서는 소리쳤다.
신처럼 대우받고 싶었으면서 막상 대우해주니까 창피한가?
그런 것도 잼민이 같네.
“절이 받기 싫으시다면 제가 멋진 요리를 해드리죠.”
“그걸로?”
“아, 물론 이걸로는 아니고요.”
나는 제대로 발효된 메주를 들어 올리며 씨익 웃었다.
“지금부터 간장과 된장을 만들 겁니다. 성좌님들의 도움이 필요해요.”
40~50일이 걸리는 메주를 10초도 안 되어서 만든 두 성좌가 있다면, 60일에서 6개월이 걸리는 간장과 된장의 발효도 금방이겠지.
그렇게 장이 만들어진 뒤 내가 만들 요리는,
“된장찌개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역시 한국인의 소울 푸드 된장찌개밖에 없지.
바지락 된장찌개와 달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