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37
37화. 바지락 된장찌개와 달래장
라구티스와 라구티엔이 힘을 합쳐 만들어 준 메주를 보며 나는 감탄을 터뜨렸다.
“이야, 이거 메주 훌륭하네.”
빛깔, 냄새, 상태 모두 완벽한 메주였다.
이렇게 완벽한 메주를 그냥 둘 수는 없지.
“지금부터 간장과 된장을 만들 겁니다.”
“아까 줬던 거?”
“네. 그 된장도 이 메주로 만드는 거라서요.”
나는 일단 메주가 다 발효되면 장을 담그려고 사놨던 장독을 가지고 왔다.
“일단 소독부터.”
시골에서는 볏짚을 태워 소독했다지만, 굳이 그럴 필요 없이 끓는 물을 붓고 이후에 말려주면 그만이었다.
“그건 왜 하는 거야?”
“이래야 잡균을 죽일 수 있거든요.”
“내 권속!”
균을 죽인다는 말에 라구티스가 비명을 질렀지만,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람에게 이로운 발효균만 남기려고 하는 겁니다. 독을 가진 균들이 번식하면 먹을 수가 없으니까요.”
“아, 그래? 그런 거라면 괜찮아.”
의외로 쉽게 납득하네.
하긴, 사람들을 위해 발효법을 가르쳐준 신이니, 사람들이 먹고 배탈 날 균들까지 아껴주진 않겠지.
나는 끓는 물을 다시 독에서 따라낸 뒤, 장독이 마르는 동안, 소금물을 준비했다.
준비물은 당연히 던전산 암염과 마력수.
“왜 소금물을 준비하나요?”
이번엔 라구티엔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어왔다.
나는 소금물을 만드는 이유를 라구티엔에게 설명해주었다.
“첫 번째로는 오래 보관하기 위해 소금을 넣는 겁니다. 길게는 몇백 년도 보관이 되니까요.”
옛날에 할아버지 지인이라는 간장 명인의 집에 들른 적이 있었다.
그때 무려 150년 된 씨간장을 견학했는데, 오래된 만큼 숙성도도 엄청나서 간장이 마치 홍삼진액처럼 농도가 끈적했었다.
간장독 아래 간장 소금은 자수정인 줄 알았다니까.
“두 번째 이유는 이렇게 소금물에 메주의 맛이 스며들면 요리할 때 따로 소금간을 할 필요 없이 이 소스 하나로 해결이 됩니다.”
간장의 장점이 감칠맛과 짠맛을 동시에 충족해주는 소스라는 거다.
거기다 오래 묵은 간장은 은은한 단맛까지 도니 완벽한 소스라고 할 수 있지.
고기나 생선이 들어가지 않고 이런 맛을 내는 소스는 세계에서도 드물걸?
“이 정도면 됐네.”
나는 던전산 암염이 마력수에 잘 녹은 걸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일반 소금은 양이 많으면 생각보다 물에 쉽게 녹지 않아서 하루는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던전산 암염과 마력수에는 모두 마력이 깃들어있기에 서로 잘 녹아드는 모양이었다.
날달걀을 띄워서 500원 정도 크기만 둥둥 뜰 정도의 염도를 맞추면 완벽했다.
“그다음은 메주를 씻는 건데······.”
메주를 씻는 이유는 장독을 소독하는 것처럼 잡균을 없애기 위해서다.
메주를 말릴 때 밖에다 걸어놓기 때문에 먼지가 쌓이기도 하고 곰팡이가 과하게 피면 그걸 털어내기도 해야 하거든.
“이번엔 굳이 할 필요는 없겠네요.”
“왜?”
“라구티엔님이 너무 완벽하게 발효를 시켜주셔서요.”
오랜 시간 밖에다 걸어놓은 것도 아니고 발효도 딱 적당하게 되었다.
그냥 이 자체로도 완벽한 메주였다.
나는 간단하게 곰팡이만 살짝 털어내 주는 걸로 마무리했다.
“이 메주를 항아리에 넣어줍니다.”
“내가 넣을래! 내가 만들었으니까!”
라구티스가 메주를 자신의 손으로 꼭 넣겠다고 방방 뛰었다.
아니, 메주콩 삶고 으깨고 성형까지 내가 다했는데.
당신은 균만 제공했잖아.
물론 그 균이 메주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였으니 나는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닥부터 차근차근 넣어주시면 됩니다.”
“알겠어! 각시!”
“네, 서방님. 들어드릴게요.”
놀랍게도 소년 신 라구티스의 키는 간장독보다 조금 큰 정도였기에, 메주를 넣으려면 라구티엔의 도움이 필요했다.
라구티엔이 자신의 신랑을 번쩍 들고 라구티스는 메주를 들고 장독 안에 메주를 넣는 모습을 보니,
“엄마랑 같이 온 아이가 간장 만들기 체험하는 것 같네.”
“응? 방금 뭐라고 했어?”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크흠.”
이크, 나도 모르게 마음의 소리가.
“아, 그건 안 넣으셔도 됩니다.”
“왜?”
“나중에 쓸 거거든요.”
그렇게 부부가 힘을 합쳐 준비된 메주를 독 안에 넣는 것을 완료했다.
라구티스보다 배로 힘을 쓴 라구티엔이 살짝 흐르는 땀을 닦으며 내게 물었다.
“그러면 바로 소금물을 넣나요?”
“아뇨, 불순물이 있을 수도 있으니 한번 걸러줘야 합니다.”
나는 장독에 둥근 체를 얹고 그 위에 면보를 다시 얹었다.
그리고 그 위로 소금물을 살살 흘려보냈다.
“와, 진짜 뭐가 나오네?”
면보 위로 불순물들이 걸러져 눈에 띄자 라구티스가 신기한 듯 눈을 크게 떴다.
누가 잼민이 아니랄까 봐, 어렸을 때 과학 실험을 보고 신나하던 연준이랑 똑같네.
나는 피식 웃으며 소금물을 마저 붓고 체와 면보를 치웠다.
“여기에 몇 가지 재료를 추가합니다.”
나는 말린 던전 고추와 코카트리스 삼계탕을 만들 때 쓰고 남았던 대추 모양의 ‘레드 데이트’를 넣었다.
실제 간장을 만들 때 넣는 건고추와 건대추의 대용이었다.
“이건 왜 넣는 거죠?”
“고추와 대추의 맛을 간장에 녹여내기 위해서입니다.”
고추 속의 캡사이신이 살균작용을 해서 간장 속 잡균의 번식을 막기도 하고.
그런데 사실 그 효과는 의미가 없었다.
마력이 넘실대는 간장에 잡균이 생기겠어?
그런 의미에서 간장의 잡내를 잡고 잡균을 없앤다는 숯도 넣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메주가 너무 뜨지 않게 누름돌로 눌러주면 끝입니다.”
메주가 밖으로 노출되면 부패하거든.
지금이야 뿌연 소금물에 메주만 둥둥 떠 있는 모양이지만, 이걸 60일만 숙성시켜도 검은 간장이 완성된다.
하지만 굳이 60일이나 기다릴 필요는 없지?
“라구티엔님,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어요.”
라구티엔이 수레바퀴를 돌리자 반투명한 소금물이 순식간에 검게 물들어간다.
이야, 이거 진짜 사기인데?
오랜 시간 기다릴 것 없이 매일 발효된 음식을 먹을 수 있겠어.
정말 탐나는 아이템이었다.
“하얀 곰팡이들이 떠다니는데요?”
“괜찮습니다. 그걸 간장에 꽃이 피었다고 하거든요.”
간장에 피는 하얀 곰팡이는 가만히 놔두면 알아서 다시 간장으로 흡수된다.
원래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라구티엔의 도움으로 시간이 순식간에 빨리 감기 된 결과, 하얀 꽃도 금방 사라져버렸다.
“거기까지면 될 것 같습니다.”
나는 라구티엔을 멈추고 간장독에서 간장을 살짝 떠서 맛을 보았다.
“괜찮네요. 맛이 잘 들었어요.”
짜면서도 감칠맛이 잘 느껴졌다.
앞으로 간장을 베이스로 한 요리도 할 수 있겠네.
물론 맛보고 바로 [마나 번]으로 마력을 태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 이제 장 가르기를 할 겁니다.”
“장 가르기?”
“네. 간장은 그대로 두고 안의 메주만 건져서 된장을 만들 거거든요.”
간장을 만들고 남은 메주를 꺼내서 으깨주면 된장이 된다.
이렇게 간장과 된장이 될 메주를 나눈다고 해서 장 가르기.
한 번의 일로 두 개의 소스를 만드는 우리네 조상님들의 지혜였다.
“우선 이것들은 모두 버리고.”
나는 간장 독에 넣었던 건고추와 레드 데이트, 그리고 메주를 모두 꺼냈다.
나머지 재료는 버리고 촉촉해진 메주만 꺼내서 넓은 그릇에 담았다.
“라구티스님, 한번 으깨보시겠어요?”
“응? 그래도 돼?”
“네. 찰흙 놀이하듯 손으로 뭉개시면 됩니다.”
“내가 할게!”
내 제안에 라구티스는 신이 나서 양손으로 메주를 으깼다.
간장독 안에서 수분을 한껏 머금은 메주는 쉽게 쉽게 으깨졌다.
물론 라구티스가 성좌라 힘이 강한 것도 있겠지만, 말이다.
“읏차.”
나는 그사이 만들어진 간장을 체와 면보에 한 번 더 걸렀다.
메주나 고추에서 나온 부산물들이 떠다니면 보기 안 좋거든.
“라구티엔님, 이걸 한 번 더 숙성시켜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요.”
신나서 메주를 으깨며 노는 라구티스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라구티엔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막 만든 집 간장, 그러니까 조선간장은 짠맛이 강하지만, 숙성시킬수록 짠맛이 줄고 단맛과 감칠맛이 살아난다.
보통은 몇 년, 길게는 몇십 년이 걸리는 일이지만, 지금 내 곁에는 라구티엔이라는 치트키가 있으니까.
“다 으깼어!”
“잘하셨어요. 그러면 여기다가 몇 가지를 더 넣을 겁니다.”
첫 번째는 간장을 만들면서 빠져나간 메주 맛을 보충하기 위해 아까 넣지 않은 메주를 빻은 가루를 넣었다.
거기에 우리 집 된장의 숨겨진 비결, 던전 고추씨를 넣어서 매콤함을 살렸고, 마지막으로는 간과 농도를 맞추기 위해 간장 물을 조금 부었다.
그리고 라구티스와 함께 마지막으로 된장을 섞어주었다.
“이걸로 완성입니다.”
“히히, 재밌었어.”
손에 된장을 덕지덕지 묻히고 히죽 웃는 라구티스를 보니 잼민이라고 얄미웠던 건 기억이 안 나고 그냥 귀여운 조카를 보는 느낌이었다.
나도 라구티스에게 마주 웃어주고는 버무린 된장을 다른 장독에 넣었다.
“라구티엔님 부탁드립니다.”
“어머, 오늘 열심히 일하게 되네요.”
“맛있는 식사를 대접해 드릴 테니 용서해주세요.”
“후후후, 기대할게요.”
라구티엔이 다시 수레바퀴를 돌리자 이번에는 된장이 숙성되어간다.
처음에는 메주 색을 따라 노랗던 된장이 숙성되어감에 따라 밝은 갈색을 넘어 진한 갈색에 가까워지면 숙성 완료.
이렇게 되는 데 최소 6개월이 걸리는데 라구티엔이 있으면 단 3초 만에 끝이 났다.
“조금 더 해볼까요?”
“저야 감사하죠.”
된장도 오래 숙성될수록 맛있다.
그렇게 라구티엔이 수레바퀴를 몇 번 더 돌리자 3~5년 숙성된 맛의 된장이 완성되었다.
“이걸로 장 만들기는 끝입니다. 두 분 정말 수고하셨어요.”
사실 고추장도 만들려면 지금 할 수 있지만, 내 장 만들기에 성좌들에게 더 부탁하는 것도 미안해서.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나 성좌들을 식당 알바로 쓴 거였네?
간도 큰 내 행동에 속으로 뜨끔하고 있을 때였다.
“하하, 어때. 이제야 발효의 신이신 이 라구티스 님의 위대함을 알겠지?”
“그, 그럼요. 제가 라구티스님의 능력을 몰라봤네요. 죄송합니다.”
“이제라도 알면 됐어!”
내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어깨를 으쓱대는 라구티스.
저 성좌가 아이처럼 순수해서 다행이다.
라구티엔은 못 말리겠다는 듯 쓴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러면 고생해주신 두 성좌님들을 위해 제가 맛있는 요리를 대접하겠습니다.”
기껏 된장과 간장을 만들었는데 이를 활용한 요리를 해야지.
나는 두 성좌를 오픈 키친 바에 앉혀놓고 그 앞에서 요리를 시작했다.
우선은 된장찌개였다.
“바지락 된장찌개를 할 겁니다.”
셀키가 잡아다 준 어패류 중에서 바지락 비슷한 게 있었단 말이지.
나는 던전산 암염을 푼 물에 던전 바지락을 넣고 해감을 시킨 후, 끓는 마력수에 넣고 육수를 우렸다.
그사이 재빠르게 된장찌개에 들어갈 채소를 손질했다.
“애호박, 양파, 감자, 고추, 그리고 다진 마늘 조금.”
“어머, 채소가 많이 들어가네요. 서방님, 괜찮으시겠어요?”
“으으, 채소 싫어.”
난처한 표정을 짓는 라구티엔과 눈이 마주친 나는 내게 맡겨달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아이처럼 얼굴을 찌푸리는 라구티스를 보며 나는 히죽 웃었다.
“어른들은 채소를 싫어하지 않는데 말이죠.”
“나 어른이야! 채소 먹을 수 있어!”
작전 성공.
내 도발에 넘어온 잼민이, 아니 라구티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채소를 먹겠지.
라구티엔도 나에게 감사하다는 눈짓을 했다.
아휴, 저분도 고생이 많겠어.
채소를 모두 손질할 때쯤, 바지락을 삶는 물에서 맛있는 해물 냄새가 풍겨왔다.
바지락 육수에 뜬 거품을 제거하고 바지락을 건져낸 뒤에,
“오늘의 하이라이트 성좌표 된장이 들어갈 차례지.”
진한 갈색의 된장을 넣고 풀어준다.
크으, 된장의 구수한 냄새와 바지락의 해물 냄새가 같이 올라오니 환상적이네.
“맛있는 냄새 나! 배고파!”
“후후후, 서방님 조금만 기다리세요.”
나는 손질한 채소를 모두 넣고 바지락까지 넣어서 된장을 끓였다.
두부가 없는 게 아쉽네.
조만간 두부도 만들어야겠어.
“다음은 간장을 이용한 요리를 할 겁니다.”
간장은 대부분의 요리에 들어가는 소스라 어떤 요리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간장 고유의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거든.
그래서 내가 고른 요리는,
“구운 김에 달래장을 찍어 드셔보세요.”
나는 마철성이 재배한 던전 달래를 조금 썰어 간장에 넣고 고춧가루를 살짝 섞었다.
간장이 원체 맛있게 숙성된 덕분에 그것만으로도 맛이 충분했다.
간장 본연의 맛을 즐기려면 다른 건 많이 안 넣는 게 좋거든.
거기에 참기름 대용으로 마감람유만 살짝 넣어줬다.
“그거 검은 종이 아니야? 종이를 먹어?”
“김이라는 식물이에요. 구워 먹으면 맛있죠.”
채하나가 던전에서 잘 말려놓은 해초 중에 김도 있었다.
정확히는 다른 명칭이 있었지만, 나한테는 던전 김이지.
나는 말린 던전 김을 석쇠에 넣고 마정석 화로 위에 잘 구웠다.
“된장찌개도 다 됐네요.”
김이 다 구워졌을 때쯤, 된장찌개도 보글보글 거품을 내며 끓고 있었다.
나는 된짱찌개와 흰쌀밥, 그리고 김과 달래장을 담아 라구티스와 라구티엔에게 내었다.
“아, 먹기 전에 이렇게 하는 거랬죠?”
먹기 전, 된장찌개의 국물과 간장 조금을 땅에 뿌렸다.
원래는 맥주의 첫입과 빵의 첫 조각을 뿌리는 거라지만, 지금의 발효 음식은 된장과 간장이었으니까.
내가 그렇게 하자 라구티스와 라구티엔의 표정이 환해졌다.
“잘 기억하고 계시네요. 우리를 기억해준다는 말씀이 거짓말이 아니었군요.”
“이렇게 도움을 주셨는데 잊을 리가 있나요.”
라구티엔의 감사에 내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고, 고마워······.”
“네?”
“고맙다고! 우리 기억해줘서 고맙다고 한 거야!”
라구티스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눈을 질끈 감고 고맙다고 외쳤다.
자신을 기억해줘서 고마웠지만, 그걸 표현하는 게 쑥스러운 모양이었다.
보면 볼수록 귀여운 면이 많은 성좌님이네.
나는 그런 라구티스를 보면서 흐뭇하게 웃었다.
“제가 두 분께 더 감사한걸요. 이렇게 맛있는 된장과 간장을 만들 수 있게 해주셨으니까요.”
“닝겐······.”
감동했는지 눈이 촉촉해지는 라구티스.
이크, 이러다 진짜 울겠다.
나는 서둘러 그들에게 식사를 재촉했다.
“얼른 드세요. 식기 전에 먹어야 맛있습니다.”
자고로 된장찌개는 팔팔 끓어서 입천장이 델 정도로 뜨거울 때 먹어야 맛있는 법이거든.
그렇게 내 권유에 라구티스와 라구티엔이 된장찌개를 한술 떴다.
그리고 동시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꼬마 신랑과 각시.
“뜨거! 그런데 맛있어!”
“정말요. 우리가 있던 곳에서는 느끼지 못한 발효의 맛이에요.”
된장의 구수한 맛과 바지락의 진한 맛, 그리고 국물이 진하게 배어들어 씹을 때마다 행복해지는 채소들까지.
바지락 된장찌개는 밥도둑이 따로 없는 맛이니까.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게이트 사태 이전에 한국에 놀러 왔던 외국인들도 청국장은 꺼려도 된장찌개는 좋아했다고 한다.
“김도 드셔보세요. 바삭한 식감에 짭짜름한 간장이 잘 어울릴 겁니다.”
내 제안에 구운 김에 밥을 싸서 달래장을 살짝 얹어 입으로 가져가는 두 성좌.
이번에도 역시 극찬이 터져 나왔다.
“향긋한데 짜! 그런데 바삭해!”
“이 달래라는 풀에는 봄이 있고, 김에는 여름이 있고, 쌀밥에는 가을이 있네요. 간장에는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겨울이 있어요. 사계가 담긴 맛이네요.”
와, 라구티엔의 표현이 수준급이네.
나는 너무나 아름다운 맛 표현에 눈을 크게 뜨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제가 요리하면서 가장 아름다웠던 표현이었습니다.”
“후후후, 전 그냥 느낀 그대로 표현했을 뿐이에요.”
아름다운 표현만큼 맛도 아름다웠던 모양.
두 성좌는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깨끗이 접시를 비웠다.
요리사로서 대만족인 장면이었다.
“그러면 밥값을 낼게.”
“네? 지금까지 도와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한데요?”
무려 된장과 간장을 만들게 도와줬다.
그 도움만으로도 충분했기에 밥값을 받을 생각이 없던 나는 당황했다.
하지만 라구티스와 라구티엔은 고개를 저었다.
“당신을 도와준 건 우리를 기억해주고 우리의 전통을 따라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답이 됐어요.”
“맞아. 거기다 이런 맛있는 밥도 해줬으니 보상이 있어야지. 제대로 된 어른은 은혜를 갚는 법이야.”
그렇게 말한 라구티스는 자신의 뿔잔을 들어 올렸다.
라구티엔은 수레바퀴를 꺼내 들었다.
잠깐, 설마······?
“내 보답은 [균균 슬라임]이야.”
“제 보답은 [숙성의 수레바퀴]이에요.”
된장찌개와 달래장을 대접한 대가로 무려 발효의 만능 치트키 두 아이템을 보상으로 받게 되었다.
옻독, 어떡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