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39
39화. 형제를 위한 요리
“네가 내게 독을 먹이려고 한 요리사냐?”
“네? 독이요?”
“이걸 봐라! 네 독에 중독되어서 이렇게 됐다!”
아벨의 말대로 그의 전신에는 붉은 반점과 두드러기가 올라와 있었다.
“······옻독이네.”
카인의 음식을 먹었다더니 옻독이 오른 모양이었다.
아이고,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이거 어떻게 할 거냐! 가려워 미치겠다고!”
아벨은 간지러워 참을 수가 없다는 듯 몸을 벅벅 긁어대고 있었다.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 누르며 한숨을 쉬었다.
“아니, 그걸 왜 드셨어요. 카인 님 드시라고 만든 건데.”
“냄새가 너무 좋았으니까! 맛있었으니까!”
아, 옻닭이 냄새가 좋긴 하지.
아무리 그래도 남의 걸 빼앗아 먹고 탈이 나다니.
이거 업보 아냐?
그래도 내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내가 한 요리를 먹고 이렇게 됐다니 죄책감이 들긴 하네.
“일단 기다려 보세요.”
“오! 해결책이 있는 거냐?”
“성좌한테 들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주방으로 들어가 채하나에게서 받아놓은 약초를 꺼냈다.
“크림슨 커런트. 이게 분명 캐슈타치오 진액의 치료제라고 했지.”
‘캐슈타치오 진액’은 방어구에 도포해 항마력 코팅을 해주는 중요한 약재지만, 옻나무처럼 강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에 많은 장인이 피해를 호소했다고 한다.
그래서 연금술사들이 찾아낸 해독약이 바로 ‘크림슨 커런트’라고 불리는 검붉은 나무 열매.
여기서 약효를 추출한 게 [캐슈타치오 해독 포션]이었다.
“연금술사들은 마력 중독을 피하고자 마력을 제거하고 약효만 추출해서 쓰지만,”
성좌한테도 약효가 먹히게 하려면 그렇게 할 순 없었다.
나는 크림슨 커런트와 전투 산양유, 그리고 연준이가 보내준 재료 중에 포함되었던 던전 보석 벌꿀을 넣고 믹서기에 갈았다.
“크림슨 커런트 쉐이크 완성.”
핏빛 커런트 열매가 산양유랑 섞이니 핑크빛 딸기 우유처럼 변했다.
나는 살짝 맛을 보고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대박 맛있네.”
몸속의 마력을 태우고 크림슨 커런트 쉐이크를 들고 나와 아벨에게 주었다.
“이걸 드셔보세요.”
“이게 뭐지?”
“옻독의 해독약입니다.”
아벨은 긴가민가하면서도 호쾌하게 그 음료를 꿀꺽꿀꺽 마셨다.
그러자,
“오오! 가렵지 않아!”
그의 전신에서 붉은 반점이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었다.
아벨은 깨끗하게 치료된 자신을 내려다보며, 씨익 웃었다.
“너 대단한 놈이구나?”
휴, 화는 진정이 된 것같네.
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였다.
[땅을 갈지 못하는 농부가 다 왔다고 당신에게 소리칩니다.]“내가 왔다, 인간 요리사! 아직 살아 있나?”
그리고 그 순간, 동생과 마찬가지로 ‘신야식당’의 문을 뻥 차며 카인이 들어왔다.
그러곤 사지가 멀쩡한 나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군. 늦지 않게 도착했어.”
“이미 늦었어요!”
“음? 너 지금 멀쩡히 살아 있잖아?”
의아해하는 카인을 보며 나는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늦은 건 내가 아니라 당신 뒤통수라고!
“뒤! 뒤! 조심해요!”
뒤에서 분노한 아벨이 카인에게 턱뼈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었으니까.
“카인! 너 때문에!”
“동생아, 그거 휘두르면 후회한다.”
카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턱뼈 몽둥이를 풀스윙으로 휘두르는 아벨.
나는 뒤이어질 끔찍한 장면을 예상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요란하게 들리는 일곱 번의 몽둥이찜질 소리.
나는 감았던 눈을 살짝 떠보았다.
그러자 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내 예상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내가 후회한다고 했지?”
“크으윽, 비겁한 형.”
카인은 멀쩡히 서 있고 엉망진창이 된 모습으로 쓰러져 있는 건 오히려 아벨이었다.
나는 의아해하다가 카인의 이마에서 빛나는 낙인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그분께서 날 해하려는 자, 일곱 배로 돌려받을 거라고 약속하셨다는 걸 넌 왜 매번 까먹냐.”
카인은 한숨을 내쉬며 동생을 내려다보곤 곧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사과하마, 인간 요리사. 내 동생이 저지른 일도. 이렇게 일이 복잡해진 것도.”
“······일단 설명이 좀 필요할 거 같은데요?”
대체 왜 이런 난장판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들을 필요가 있을 거 같았다.
* * *
“그러니까, 동생이 졸라서 어쩔 수 없이 줬다고요?”
“그, 그래.”
내 말에 고개를 푹 숙이는 카인을 보며 나는 기가 차서 헛웃음을 지었다.
“제가 분명 위험하니깐 다른 이에게 주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랬지······.”
옻은 요리에 넣으면 맛있기야 정말 맛있다지만, 위험하기도 정말 위험한 요리였다.
옻닭은 물론이고 갓 나온 옻 순은 순을 먹는 식물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쳐줄 정도.
두릅이나 오가피 순, 엄나무 순, 뽕잎 순 등 많은 순이 있지만, 옻 순을 최고로 쳐준다.
그런데 그렇게 맛있는 걸 사람들이 왜 안 먹겠어.
옻독이 가장 약한 옻 순도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먹으면 한 달 내내 고생할 정도로 강력한 독이 옻독이었다.
그런데 그걸 동생에게 먹여?
나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카인 님은 그 저주 덕분에 옻독에 걸리지 않으니 제가 옻닭을 만들어 드린 건데······.”
“그, 그치만 나도 경고를 했다고.”
카인이 만신창이가 되어서 식당 바닥에 쓰러져 있는 아벨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데 한낱 인간이 만든 요리가 성좌를 해할 수 있겠냐면서 가져간 게 저 멍청한 동생이야.”
한낱 인간이 만든 요리에 옻독이 올라버린 아벨을 보며 나는 혀를 찼다.
“그렇게 대단하신 성좌 분이 제 요리는 왜 드셨대요?”
“예약이 가득 차서 기다리기가 힘들었다는데?”
“······예약 손님이셨군요.”
그러니까 한낱 인간이 만든 요리를 먹고 싶어서 ‘신야식당’ 예약은 했는데 순서가 안 돌아오니까 형한테 쳐들어가서 요리를 뺏어 먹었다는 거지?
“내가 너랑 친한 건 성좌들 사이에서 좀 유명하니까······.”
“물론 카인 님이 다른 성좌 분들보다 저랑 더 가까운 건 맞지만 그게 소문이 날 정도인가요?”
내 의아함에 카인이 쑥스러운 듯 볼을 긁적거렸다.
“성좌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적이 한 번 있었거든. 그때 아벨이 내 글을 봤나 봐.”
카인이 자신이 쓴 글을 보여주자, 아재체는 그렇다 쳐도 아벨의 것으로 추정되는 닉네임에 나는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형이싫은양치기]라니, 너무 대놓고 티 내는 거 아냐?그런 내 표정을 본 카인의 안색이 우울해졌다.
“너도 알지? 나랑 아벨이 어떤 사이인지.”
“······대충은요.”
성경에서 말하는 최초의 인간 아담과 이브의 장남과 차남인 카인과 아벨 형제.
카인은 농부였고 아벨은 양을 치는 목자였다.
아담의 가르침대로 신에게 믿음을 보이기 위해 각자가 준비한 공물로 제사를 지냈던 두 형제.
하지만 신은 동생 아벨의 새끼 양만 기쁘게 받고 카인의 곡물은 탐탁지 않아 했다.
신이 무슨 생각으로 형제 차별을 한 건 지는 모른다.
아벨이 더 신앙이 깊었고 유순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저 모습을 보니 그건 아닌 것 같고.
당시 유대민족이 유목민이라 양치기인 아벨을 더 우대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훗날 유대민족이 가나안 땅에 터를 잡고 농경민족이 되고 유목민족들과 싸우게 되자, 나중에는 아벨이 성격이 나빠서 카인을 도발했다는 이야기도 탈무드에 나오더라고.
지금 성격 보면 그쪽이 더 맞는 것 같은데?
아무튼, 카인은 동생 아벨에 대한 질투로 자신도 모르게 동생을 짱돌로 때려죽였다.
카인이 평소 곡물을 수확할 때 돌칼로 쓰던 그 짱돌은 지금 내 손에 들린 [최초의 검]이 되었고 말이야.
그렇게 동생을 죽이면서 ‘최초의 살인자’가 된 카인은 회한에 찬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때 내가 저지른 죄를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은 적이 없어. 농담으로라도 사이가 좋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내 동생이었는 걸. 내가 그땐 정말 뭐에 씌었는지 눈이 확 돌아서······.”
그래서 간혹 카인의 악행에 이브를 꼬셨던 사탄의 유혹이 있었을 거라고 주장하는 연구가들도 있었지.
지금 카인의 표정을 보니 일리가 있네.
“훗날 성좌가 되어서 다시 만나게 된 아벨을 보는 순간 나는 결심했어.”
“어떤 결심이요?”
“동생이 해달라는 건 다 해주기로 말이야. 그게 내 죄를 갚는 일일 테니까.”
“아······.”
그래서 동생 바보가 된 카인은 내 경고에도 불구하고 옻닭을 아벨에게 양보했다는 거구나.
“어휴, 그래도 이번엔 너무 하셨어요. 결국, 저한테까지 피해가 왔잖아요.”
“그건 내가 면목이 없다. 정말 미안하다.”
나는 다시 한번 사과하려는 카인에게 손을 내저어 말렸다.
“어쩌겠어요, 일이 이렇게 된 거. 저도 동생이 있으니 카인 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연준이 놈이 나한테 와서 먹을 거 달라고 하면 내가 그걸 안 주고 배길 수 있을까?
동생이 있다는 내 말에 카인이 눈을 반짝였다.
“그래? 인간 요리사도 동생이 있어?”
“네. 어릴 땐 귀여웠는데 지금은 무뚝뚝한 놈 하나 있어요.”
지금도 요리를 해주겠지만, 어릴 때 마냥 귀엽던 꼬마 연준이가 나한테 배고프다고 하면 드래곤 고기도 요리해 줄 자신이 있었다.
그걸 구할 자신은 없지만.
내 말에 카인이 깊이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해. 이해하고말고. 아벨 녀석도 어릴 땐 참 귀여웠는데 말이지.”
“······아벨 님이요?”
저 우락부락한 근육질 털보 아저씨가 아무리 어렸을 적이라도 귀여웠을 것 같진 않은데.
이미 6살 때부터 복근이 있었을 것 같아.
하지만 이미 카인은 어릴 적 아벨을 떠올리며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형님! 이 새끼 양을 보세요! 너무 귀엽지 않아요?’라고 귀여운 목소리로 말하는 데 말이야. 깨물어줄 정도로 귀여웠지.”
“······그 목덜미를 깨물어줄까?”
내가 말한 거 아니다.
어느새 정신을 차린 아벨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일어나선 으르렁대고 있었다.
“아벨! 일어났구나? 그러게 형 때리면 안 된다고 했는데. 이게 대체 몇 번째냐.”
“제길, 그분의 저주는 여전히 강력하구만. 두 번씩이나 죽는 줄 알았네.”
아벨은 아픈 머리를 털고는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기절해 있는 동안 사정은 대충 들었다.”
“기절해 있는 동안이요?”
“그래. 절대 엿들은 게 아니다.”
결국, 깨어있는데 엿들으려고 안 일어난 거네.
내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아벨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튼, 이야기를 들어보니 네 잘못이 아니었군.”
아벨은 카인을 보며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형이 또 나를 죽이려 드는 줄 알았지. 하지만 옛날은 몰라도 지금의 형은 나를 죽일 성좌가 아니다. 그래서 형을 이용해 나를 해하려고 했다고 오해를 했다.”
“······아벨아.”
“형, 나는 이미 형을 용서했어. 하지만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괴로워. 그런데 이 간지러워 미칠 것 같은 독이 그날의 기억을 떠오르게 한 거야.”
내가 죽어서나마 사이가 조금씩 회복되려고 하는 형과 동생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놈으로 오해했나 보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한소리 하려는 찰나였다.
“네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쿵!
놀랍게도 아벨이 한쪽 무릎을 꿇고 내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잠시 그 모습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성좌가 인간에게 무릎을 꿇는다고?
“나 또한 잘못된 생각을 지닌 누군가에게 죽은 기억이 있기에 내가 더 조심했어야 했다. 널 오해한 점, 사과하마.”
아벨, 성격은 급하지만, 사실은 반성할 줄 아는 성좌였구나.
성좌의 진심 어린 사과를 들으니 여기서 더 화를 내기도 뭐해졌다.
하지만 할 말은 해야지.
“그래도 사정도 알아보지 않고 다짜고짜 오셔서 행패를 부린 건 너무 하셨습니다.”
“미안하다. 아까까지만 해도 간지러움 때문에 제대로 생각할 수 없을 지경이었어.”
하긴 옻독이 오르면 전신의 피부가 다 뒤집어진다고 할 정도로 고통과 간지러움이 심하니까.
이해는 갔다.
“치료가 되어서 다행이네요.”
“다 네가 훌륭한 요리사인 덕분이지.”
아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혹시 우리 형제가 같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해줄 수 있을까?”
“아벨?”
“형이랑 같이 밥 먹은 지 너무 오래됐어. 저주에 상관없이 같은 요리를 먹어보고 싶거든.”
식구(食口).
한 집에서 같이 밥을 먹는 사람을 식구라고 하던가.
형과 함께 밥을 먹고 싶다는 아벨의 바람이 내 가슴을 찡하게 울렸다.
연준이 녀석이랑 같이 밥 먹어본 게 언제더라.
“네. 해드리죠.”
형제를 위한 요리를 해주자고.
코카트리스 갈비와 치즈 폭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