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42
42화. 직원이 필요해
[아공간 목장]이라니.내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짓자 에녹이 피곤한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아공간에 대해 아십니까?”
“지인 중에 비슷한 걸 가진 사람이 있어요.”
내가 ‘아공간’을 처음 들었던 건 마철성의 스킬 [아공간 텃밭]이었다.
[농부] 클래스인 그에게 생긴 스킬로 자신만의 아공간을 열어서 그 안의 땅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희귀하고 특수한 스킬이었다.“들어본 적이 있다면 설명하기 쉽겠네요. 아무래도 이 식당에서 그 양을 키우기엔 공간이 부족해서 [아공간]을 설치할 겁니다.”
“메에~.”
내가 대답한 게 아니었다.
내 품에 안겨있는 귀여운 양, 미리가 내는 소리였다.
양이니까 양미리.
은하수를 뜻하는 순우리말 미리내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아벨이 준 특별한 양답게 털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거든.
······절대 소금 친 뒤에 석쇠에 올린 뒤에 숯불에 구우면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는 맛의 생선 양미리에서 따온 게 아니라고.
내가 빛나는 미리의 털을 쓰다듬고 있자, 에녹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벌써 그 양이랑 친해지신 모양입니다?”
“그럼요. 이렇게 귀여운 아이인걸요.”
“메~”
미리랑 만난 지는 몇 시간도 안 되었지만, 만나자마자 날 잘 따르는 요 귀여운 녀석을 어떻게 싫어하겠어.
“미리가 꽤 작아서 저는 주차장에 작은 목장을 지을 줄 알았는데, ‘아공간’으로 짓나 보네요.”
“잘 모르셨군요. 그 양이 지금은 작지만, 아공간에서 마력이 충만한 풀을 뜯어 먹으면 금방 집채만큼 자랍니다.”
“······네?”
우리 미리가 S급 던전 보스인 멧돼지 제림니르보다도 더 커진다고?
제림니르도 SUV만 한 사이즈였는데 그거보다 더 크다니.
나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미리를 내려다보았다.
“미리야, 너 정말 그렇게 커지는 거야?”
“메~”
해맑은 눈망울로 날 보며 우는 미리를 보니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
에녹은 나와 미리를 번갈아 보곤 피식 웃으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아공간]을 설치하려면 특정 장소에 마정석 게이트를 세워야 합니다.”
“게, 게이트요?”
내가 잘 못 들은 거 아니지?
게이트란 말에 나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구 상공에 ‘퍼스트 게이트’가 열린 이후로 생겨난 던전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몬스터들로 인류는 공격받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게이트’가 내 식당에 생긴다고?
“아, 던전 게이트와는 다릅니다. 그저 아공간을 들락날락할 수 있는 출입문 같은 겁니다. 이 식당에도 하나 있잖습니까?”
에녹이 가리킨 건 ‘신야식당’의 문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저것도 게이트라고 할 수 있으려나?
게이트는 특수한 능력을 갖춘 이들만이 차원을 넘어서 이계의 공간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신야식당’의 문도 오로지 성좌들만 이용할 수 있고 성좌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내 식당으로 바로 올 수 있는 문이니까 게이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없는 거죠?”
“정해진 좌표로만 출입이 가능하니 다른 던전과 혼선이 된다거나 몬스터가 발생할 일은 없습니다.”
에녹의 설명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나를 에녹은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아공간을 가진 분을 안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이건 아공간의 기본인데······.”
“아, 그 사람은 아공간을 스킬로 가지고 있었거든요.”
내가 마철성에게서 들은 [아공간 텃밭]의 특성을 설명해주자 에녹이 뭔가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 경우에는 각성자들의 영혼에 게이트 좌표가 각인되어 있을 겁니다.”
“그런가요?”
“네. 그 좌표만 알아내면 설치된 게이트를 통해서 그 아공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오, 그건 신기하네.
마철성의 텃밭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작물들이 있는지 궁금했는데 말이야.
“물론 그 좌표를 알아내려면 영혼을 꺼내야 합니다.”
“······영원히 모르고 싶네요.”
자신의 무시무시한 발언에 내가 몸을 부르르 떨자 에녹은 피식 웃으며 다시 게이트 설치 건으로 돌아왔다.
“지금부터 여기 주차장 한켠에 아공간 게이트를 설치할 겁니다.”
“설치하면 바로 아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건가요?”
“아뇨, 이건 말 그대로 게이트라서 출입구 역할만 합니다. 아공간을 만들어낼 코어 크리스탈이 필요하죠.”
에녹은 거기까지 말하고 자신의 짐에서 쌀 포대만 한 푸른색 크리스탈을 꺼냈다.
그 위에는 여러 가지 알 수 없는 문자가 잔뜩 각인되어 있었다.
히브리어인가?
“이 코어 크리스탈에 에덴 인근의 목초지 일부를 아공간으로 만들어 넣어놨습니다. 이걸 아공간 게이트에 연결하면, 자유롭게 그 목초지로 출입할 수 있을 겁니다.”
“잠깐만요, 에덴이요? 성경의 그 에덴?”
“네. 아버지가 놋 땅으로 떠나기 전에 살았던 곳이죠.”
뭔가 점점 엄청난 스케일의 일이 되어가는데.
나는 미리를 안고 그저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에녹은 설명을 계속 이어나갔다.
“혹시 모르니 아공간 게이트에 소켓을 여러 개 만들어 두겠습니다. ”
“게이트 하나로 여러 아공간을 들어갈 수도 있나 보네요?”
“네. 혹여 다른 아공간의 코어 크리스탈을 얻으시면 연락 주세요.”
내가 그걸 얻을 일이 있을까?
아니, 애초에 아공간의 코어 크리스탈이라는 거 자체를 인간 중에는 내가 처음으로 듣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 내 의문에 에녹이 다시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러분도 잘 아는 던전의 게이트석이 코어 크리스탈입니다만······.”
“네? 던전이요?”
“정확히는 마력이 폭주한 아공간의 코어 크리스탈이라고 해야겠군요.”
던전이나 아공간이나 공간이 분리된 이세계라는 건 마찬가지.
코어 크리스탈이 폭주하면서 마력이 흘러나오면서 몬스터가 생성되는 거라고 에녹이 설명해주었다.
퍼스트 게이트 이후로 폭주하는 코어 크리스탈이 늘어났다나?
몰랐다. 던전이 그렇게 생겨나는 거였다니.
“게이트석을 회수해서 마력을 진정시키면 다시 아공간의 코어 크리스탈로 쓸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 말을 듣자 나는 문득 내 소유로 되어있는 던전 하나가 떠올랐다.
“그럼 그 게이트석을 가져온다면······.”
“제가 아공간 게이트에 설치를 해드리겠습니다. 어려운 건 아니니까요.”
내 질문에 에녹이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 내가 가진 던전 [남국의 해안].
그 게이트석을 가져오면 서해안에 있는 던전을 ‘연성이네’ 주차장으로 옮겨올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 안의 넘쳐나는 해산물과 셀키까지도!
“저희는 평범한 인간들의 눈엔 보이지 않을 테니, 설치하는 동안 평소처럼 식당 운영하시면 됩니다. 그럼 저는 게이트를 설치하러······.”
“아, 잠시만요.”
나는 얼굴이 파리하게 질린 에녹을 두고 빠르게 주방으로 향했다.
그가 아무리 흡혈귀의 조상인 진조라지만, 햇볕 아래서 공사를 하는 건 힘들겠지.
나는 고생할 그를 위해서 간단한 간식거리를 만들었다.
“완성.”
셀키가 있는 던전에서 가져온 마른미역을 물에 불려 쌀가루를 묻혀 마감람유에 튀겨내어 만든 미역 부각이었다.
“메에~”
“네가 먹을 거 아니야.”
옆에서 미리가 자기도 달라고 울었지만,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양이 미역을 먹으려고 하냐?
어찌 됐든, 나는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산양유를 컵에 따르고 미역 부각과 함께 그에게 가져다주었다.
“우유 좋아하셨죠? 산양유입니다.”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목이 말랐는데.”
“그리고 이것도 좀 드셔보세요.”
나는 그에게 미역 부각도 내밀었다.
“[증혈]효과가 있는 약초로 만든 간식거리입니다. 공사하실 때 드시면서 하세요.”
“이런, 제게 딱 좋은 주전부리네요.”
미역 부각을 한입 집어넣자 파리했던 에녹의 얼굴이 화색이 되었다.
효과가 괜찮은 모양이네.
에녹은 내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챙겨주신 덕분에 더 편하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뇨, 덕분에 저도 더 좋은 요리를 만들 수 있게 됐는데요.”
미리가 자유롭게 지낼 목장이 완성되면 언제나 신선한 양젖을 얻을 수 있고, 나중에 셀키가 있는 던전을 가져와 아공간으로 만들면 필요할 때마다 해산물을 바로 공수할 수 있을 터.
산양유 한 컵이랑 미역 부각 정도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지.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금방 짓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에녹을 남기고 가게로 돌아갔다.
이제 ‘연성이네’ 낮 장사를 준비할 시간이었다.
“완성했습니다.
열심히 모둠 회덮밥과 다른 메뉴를 팔고 브레이크 타임이 되었을 즈음에는 아공간 게이트의 건설이 다 끝나 있었다.
완성된 아공간 게이트는 거창하거나 화려하진 않았다.
그저 ‘ㅠ’ 형태로 돌로 된 구조물이 하나 서 있었을 뿐이었다.
음, 영국의 스톤헨지나 고인돌처럼 생겼네.
에녹은 아공간 게이트를 신기하게 보고 있는 내게 작동법을 설명해주었다.
“시동어를 외치면 게이트가 열릴 겁니다. 시동어는 [에덴의 동쪽]입니다.”
‘에덴의 동쪽’은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방향으로 카인과 아벨 형제가 부모와 함께 머물렀던 곳을 뜻하기도 했다.
지금 연결될 아공간이 원래 있던 곳이기도 했고.
뭐, 나중에는 카인이 정착한 ‘놋’ 땅도 에덴의 동쪽으로 불렸다고는 하지만.
“[에덴의 동쪽]”
시험 삼아 시동어를 외쳐보자, 푸른 기운이 소용돌이치며 게이트가 생성되었다.
나는 메~하고 우는 미리를 데리고 게이트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와.”
아공간 속은 한없이 펼쳐진 푸른 목초지였다.
미리는 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익숙한 모양인지 내 품에서 폴짝 뛰어올라 풀밭을 뛰어다녔다.
지금은 새끼 양처럼 보이지만, 곧 있으면 집채만 한 양이 된다니.
나는 일단 미리가 자유롭게 지내도록 아공간 안에 두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크흠, 저, 사장님.”
아공간 밖에서 나를 기다리던 에녹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내게 다가왔다.
“그, 미역 부각이라고 했나요? 정말 맛있었습니다.”
“[증혈] 효과가 좋았던 모양이네요.”
내 말에 에녹이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흡혈귀한테 [증혈]이면 보약이나 다름없지.
“자, 여기요.”
나는 웃으며 그럴 줄 알고 미리 만들어 놓았던 미역 부각을 큰 반찬 통에 담아 에녹에게 넘겼다.
그러자 에녹은 크게 감동한 표정이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걸 먹으니 없는 피가 막 솟는 것 같더군요. 혹시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얼마든지 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카인은 오지 못한다고 하지만, 에녹은 아공간 게이트에 아공간 추가를 부탁하려면 계속 얼굴을 봐야 하는 사이니까.
잘 챙겨줘서 나쁠 건 없지.
그렇게 에녹은 미역 부각을 들고 희희낙락하며 돌아갔다.
“그나저나 이제 셀키가 있는 던전의 게이트석을 가져와야 할 텐데.”
던전의 공략은 보스 몬스터를 잡고 게이트석을 파괴하는 걸로 끝난다.
하지만 가끔 게이트석을 그대로 파내서 연구에 쓴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걸 하려면 수준급의 파티 혹은 길드가 나서야 했고.
“진하 씨랑 삼천 길드에게 부탁해볼까?”
나는 거기까지 생각했다가 고개를 저었다.
곧 S급 헌터가 될 사람이었다. 지금쯤 엄청 바쁘겠지.
거기다 대한민국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삼천 길드에 의뢰를 하려면 비용도 꽤 들 테고 말이야.
“그러면 내가 부탁할 수 있는 헌터는 별로 안 남는데······.”
나는 마음을 굳히고 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철성 형님? 부탁드릴 게 하나 있어서요.”
마철성이 리더로 있는 ‘근육 마초’ 파티라면 가능하겠지.
아마 철성 형님도 흔쾌히 들어주실 테고.
– 동생, 걱정하지 마! 내가 누구야. 나만 믿어!
역시 내 예상대로 마철성은 흔쾌히 내 의뢰를 받아주었다.
의뢰비용은 ‘연성이네’ 식사권.
언제 한 번 파티원들에게 내 요리를 맛보게 해주고 싶었다면서 보상은 그거면 된다나?
나로서는 감사한 일이었기에 식사권에 지인 찬스권도 얹어주었다.
미리 연락하면 줄 서지 말고 와서 먹으라고 말이야.
그렇게 마철성이 셀키가 사는 던전의 게이트석을 무사히 가져오고 에녹이 그걸 아공간 게이트에 설치해 주었다.
“꾸엉!”
“하하, 이 녀석. 잘 지냈지?”
나는 오랜만에 보는 셀키의 배를 찹찹 두드려주곤 던전, 아니 [아공간 어장]을 살폈다.
저번에 봤을 때보단 공간이 많이 줄어 있었는데 게이트석을 던전에서 추출하면서 마력이 많이 소모되어서 그렇다고 했다.
특히 해안 고블린 서식지가 완전히 소멸했지만, 난 오히려 좋았다.
해산물을 얻을 바다만 있으면 됐거든.
“이제 진짜 어지간한 재료는 다 모았네.”
농작물은 마철성의 [아공간 텃밭]에서,
약초나 향신료는 채하나의 약초상에서,
유제품은 [테이머]의 전투 산양유와 미리의 양젖으로,
해산물은 [아공간 어장]에서 셀키를 통해서,
마지막으로 몬스터 고기는 연준이를 통해서 구할 수 있었으니까.
거기에 라구티스-라구티엔 부부가 준 아이템으로 소스도 문제없이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손님을 받아볼까?”
지금까지는 재료 사정에 따라 ‘신야식당’의 손님을 가려 받았지만, 이만큼 재료가 갖춰진 이상 그럴 필요가 없었다.
공평하게 예약 선착순대로 손님을 받아보자고.
그것도 한 번에 3명씩 말이야.
“밀린 예약부터 빨리 처리해야겠어. 한 달 정도면 되겠지?”
하도 예약이 안 받아지자 자존심이 상해서 포기하는 성좌들이 많았다.
그러니 한 달이면 밀린 예약 정도는 다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자신만만한 내 포부는 아주 잠깐이었다.
한 달 뒤,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허공을 향해 외치는 내가 있었으니까.
“아니, 왜 이렇게 장사가 잘되는 거야!”
카인과 아벨이 스스로 성좌력을 바닥낼 정도의 맛집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예약이 오히려 예전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 버렸다.
거기다 한 번에 성좌가 3명씩 오니까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
“지, 직원이 필요해.”
평범한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성좌들을 상대할 수 있고 내 비밀도 지켜줄 그럴 직원.
그런데 그런 직원을 어디서 구하지?
[경계를 넘나드는 안내자가 직원 고용은 자신에게 맡겨줄 수 있냐고 묻습니다.]“헤르메스 님!”
고민에 빠져 있던 내게 한줄기 동아줄이 내려왔다.
[경계를 넘나드는 안내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모든 성좌들에게 프로듀스 알바플래닛 999를 개최한다고 선포합니다.]“헤르메스 님······?”
이거 동아줄이 썩은 거 아닐까?
직원을 구하겠다는 내 소망이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당신의 알바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