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43
43화. 당신의 알바를 뽑아주세요
프로듀스 알바 플래닛 999.
빛나는 성좌들의 세계에서 일 잘하구(9), 능력 있구(9), 성실한 식구(9)를 뽑아 ‘연성이네 신야식당’의 알바로 프로듀스 하겠다는 헤르메스의 야심만만한 서바이벌 프로젝트였다.
물론 성좌들은 별로 비유되니, 행성을 뜻하는 플래닛은 아니었지만, 대충 넘어가기로 하자.
거기다 프로젝트의 이름도 대충 하계에 한때 유행했던 프로그램의 이름을 따온 거였지만, 잘 먹히면 그만.
실제로도 이 프로젝트는 성좌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거기 알바 구한다던데?”
“알바? 성좌씩이나 되는 이 몸이 하계의 인간 밑에서 일하라고?”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 마. 거기서 일하면 그 유명한 ‘신야식당’의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다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먹을 것 때문에 그런 격 떨어지는 일을 해!”
“입가에 흐르는 침이나 닦고 말하시지?”
이렇게 불타오르는 성좌들의 분위기를 읽지 못할 헤르메스가 아니었다.
헤르메스는 서둘러 프로듀스 알바 플래닛 999의 모집 요강을 올렸다.
그 내용은 대강 이러했다.
– 첫째, 성좌가 아닐 것.
하계인 지구로 강림해서 일해야 했기에 강림하는 것만으로도 세계에 영향을 줄 성좌들은 애초에 모집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면 그렇지. 성좌보고 인간 밑에서 일하라는 건 말이 안 되지.”
“맞아. 최고 신들이 그런 건방진 행태를 그냥 넘겼겠어? 아마 천벌이 떨어졌을걸.”
헤르메스도 바보는 아니었다.
성좌들의 반응대로 신들은 ‘격’에 예민했기에, 인간이 신을 부려먹는다는 일이 벌어지면 엉덩이 무거운 최고신들이 나서서 이 프로젝트를 막을 터.
그의 아버지이자 올림포스의 최고신 제우스의 번개창, 아스트라페에 맞고 싶지 않았기에 헤르메스는 머리를 열심히 굴릴 수밖에 없었다.
“잠깐, 그러면 누굴 뽑는다는 거야?”
“성좌들을 뽑는 게 아니라면 왜 성좌들한테 알려주는 거지?”
성좌들의 의문은 두 번째 조건에서 풀렸다.
– 둘째, 성좌들의 권속 중 적당한 격을 갖춘 자일 것.
“권속들이라면 괜찮지.”
“이 친구야. 괜찮다 뿐이야? 내 권속이 거기 식당에서 일한다면 그 인간 요리사가 내 예약 순서를 우대해 줄 수도 있지 않겠어?”
“자네 천잰가?”
“그뿐만이 아니라고. 가서 먹을 때 서비스로 소소한 음식 같은 거 하나 더 주지 않을까?”
“이럴 때가 아니지, 당장 우리 집 권속들부터 불러야지.”
“아니, 치사하게 너가 먼저 부르기냐?”
성좌들은 ‘연성이네 신야식당’에 자신의 권속을 직원으로 넣었을 때 돌아올 이득을 계산하곤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면, 아쉬워하는 성좌들도 있었다.
“나는 격이 떨어져서 보낼 권속이 없는데.”
성좌긴 하지만, 그 격이 높지 않아서 권속이 적거나 아예 없어서 이 프로젝트에 지원할 수 없는 이들.
헤르메스는 그런 이들을 위한 예외 조항도 만들어 놓았다.
– 단, 희귀~유일급 성좌는 여러 가지 제약을 추가한다는 조건으로 본인이 지원할 수 있음.
희귀급이나 유일급 성좌들은 대부분 성좌의 세계에서 살지 못하고 지상에서 머무는 산신령이나 정령에 가까웠다.
그러니 강림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뿐더러, 인간과 함께 일한다고 해도 최상위 신들이 노하지 않을 터였다.
“그래서 어떤 직원을 뽑을 생각인 거지?”
“그래. 뽑는 기준이 있을 거 아니야?”
그 궁금증 역시 모집 요강에 설명이 되어있었다.
– 셋째, 모집 분야는 홀 접객 파트, 주방 보조 파트, 설거지 및 청소 파트로 나뉘어서 모집한다.
홀 접객 파트는 사교성이 있고 친절하다는 점을 우대했고, 설거지 및 청소 파트는 깔끔하고 꼼꼼한 성격이면 좋다고 적혀 있었다.
주방 보조 파트는 요리 실력이 중요하며 기왕이면 도연성이 못하는 요리 분야의 전문가였으면 좋겠다는 우대사항이 있었고.
성좌들은 재빨리 자신의 권속 중에서 해당 조건에 맞는 권속이 있는지 살피기 시작했다.
“강림이냐? 나 염란데. 어, 너 저번에 요리 좀 할 줄 안다고 했지? 뭐? 얻어먹는 건 잘한다고? 에이씨, 사람 대하는 건. 뭐? 주먹으로 패면 친절해진다고? 끊어, 임마!”
“나 케찰코아틀의 종 몬테수마여, 그대는 인간들의 황제였으니 인간의 요리도 좀 알고 있지 않은가? ······인간을 재료로 하는 요리는 자신 있다고? 이 쓸모없는 놈 같으니!”
하지만 그렇다고 요리에 소양이 있는 권속들을 찾는 건 어려웠다.
권속들 대부분이 신수라고 불리는 신화 속 동물이거나 인간 출신 영웅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그런 권속들은 성좌들에게 입을 모아 변명했다.
‘영웅은 요리 따윈 안 합니다, 부하들이 해주는 데 요리를 해서 뭐합니까?’
반면, 요리와 관련된 신격을 가진 성좌들은 권속들도 요리에 소양이 있었기에 잔뜩 기대에 차 있었다.
하지만 이들도 맘 편하게 있을 순 없었다.
능력이 좋은 권속들이 많으니 서로 가장 뛰어난 권속을 보내려고 경쟁이 붙었으니까.
개중에는 자신의 격을 살짝 낮추고 본인이 직접 갈까 고민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 외에도 홀 접대 파트나 설거지 및 청소 파트와 관련된 성좌들이 권속들을 채근하면서, 성좌들의 세계에서 길이길이 화제가 될 프로듀스 알바 플래닛 999의 서막이 오르고 있었다.
* * *
“헤르메스 님?”
“왜 불러, 인간 요리사? 와, 근데 이거 진짜 맛있다.”
내 부름에 해맑은 표정으로 고구마 맛탕을 먹고 있는 헤르메스.
맛있을 수밖에, 마철성이 재배한 던전 고구마를 연준이가 구해다 준 던전 보석 벌꿀에 버무렸는데.
참고로 던전 보석 벌꿀은 이름 그대로 던전 보석벌들이 저장해놓는 꿀이었다.
전신이 보석으로 만들어진 보석벌들은 헌터들의 쏠쏠한 부수입이 되는 몬스터였는데 그 꿀도 보석처럼 굳어지는 성향이 있었다.
이를 밀옥(蜜玉) 혹은 허니 스톤이라고 불렀는데, 예쁘긴 하지만 잘 부서지고 고온에 녹아버리는 터라 보석으로서의 가치는 없었다.
물론 나는 그걸 잘게 부숴 가루로 만든 다음 설탕 대용으로 쓰거나 녹여서 꿀 그대로 쓰고 있었지만.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제가 분명 직원이 필요하다고는 했지만, 이런 걸 바라지는 않았는데요······.”
나는 연성이네 주차장에서 면접, 아니 프로듀스 알바 플래닛 999에 응모하기 위해서 모여든 바글바글한 권속과 하위 성좌들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헤르메스가 도와준다고 했을 때는 몇 명 소개해주겠거니 했단 말이야.
이걸 갓튜브 예능으로 만들었을 줄 누가 알았겠어.
“하아, 이럴 거면 그냥 내가 구하는 거였는데.”
“인간 요리사가? 무시하는 건 아닌데, 구하기 힘들었을걸?”
“아마 그랬겠죠?”
사실 헤르메스의 지적대로였다.
내가 직원을 구한다면 평범한 사람 중에서 뽑아야 했는데, 그래선 내 비밀을 지킬 수 없었을 테니까.
던전산 재료로 요리를 한다는 것도, 밤에는 성좌들을 손님으로 장사를 한다는 것도 모두 새어나가선 안 되는 비밀이었다.
“거기다 평범한 사람들은 성좌님들을 보는 순간 기절할 수도 있으니까요.”
나만 해도 처음 카인의 영역으로 초대되었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생각해보니 [성좌의 요리사]로 클래스가 진화하면서 성좌들에게 받는 압박 같은 게 좀 줄어든 것 같단 말이지.
나중에는 성좌들한테 타박까지 할 정도였으니까, 이런 클래스 효과가 없으면 일반인한테 ‘신야식당’ 알바는 무리지.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일을 키울 일이었어요?”
내 말에 헤르메스가 혀를 차며 검지를 좌우로 까딱거렸다.
“성좌들의 수는 많고 권속들은 더 많은 법. 이렇게 해야 양질의 직원을 뽑을 수 있다고.”
“헤르메스 님의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게 아니고요?”
“하하하, 오늘따라 날이 좋네.”
날이 좋긴, 지금 밤이거든요?
내가 한숨을 푹 내쉴 때였다.
“아, 사장님, 지나갈게요. 죄송합니다.”
“사장님, 여기 조명 좀 설치해도 될까요? 참가자들 얼굴이 잘 안 보여서요.”
“······네, 마음대로 하세요.”
이런 일이 익숙한지 헤르메스의 권속들이 촬영 장비를 분주히 설치하며 ‘연성이네’를 완전히 촬영 스튜디오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이들이 얼마나 진심이냐면,
‘역시 처음에는 참가자 전체를 다 모아놓은 전체 샷을 보여줘야겠지?’
‘슈퍼스타 G나 쇼미 더 믿음처럼?’
‘한 공간에서 탈락자와 합격자의 희비가 갈리면 각이 잘 나올 거 같아.’
라는 이유로 지금 지원자들이 지구에, 내 식당에 강림하게 만들 정도였다.
위대한 존재들이 이렇게 모여있는데 안 들키냐고?
이 장면 하나 찍으려고 헤르메스가 성좌력을 잔뜩 소모해서 ‘연성이네’에 특별한 아공간 차원을 덧씌웠을 정도다.
“성좌력이 남아도세요?”
“갓튜브 조회수가 대박 나면 성좌력 회복하는 건 일도 아니거든. 히히히.”
성좌력은 인간의 믿음으로 차오르기도 하지만, 같은 성좌들 사이에서의 인지도로도 올라간다나?
누구는 성좌력을 과하게 써서 수백 년을 요양해야 하는데, 누구는 성좌력이 과하게 많아서 이런 일도 하는구나.
이게 성좌계의 금수저 흙수저인가.
카인도 전설급이고 유명하기로는 남부럽지 않은 성좌인데 말이야.
아무래도 성경에선 부정적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태생이 인간이라 그리스 신화의 성골 성좌 헤르메스에게는 비교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카인한테 갓튜브나 해보라고 할까?
“그래도 제 조건을 받아주셔서 다행이네요.”
“그 정도야 어렵지 않았지.”
나는 일을 크게 벌이는 헤르메스에게 모집 분야를 세 파트로 나눠달라고 부탁했었다.
홀 접객 파트와 주방 보조 파트, 그리고 설거지 및 청소 파트.
“그런데 주방 보조 파트는 이해하겠는데 남은 두 파트는 왜? 요리만 할 줄 알면 될 줄 알았거든.”
헤르메스의 질문에 나는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식당은 엄연히 서비스업이거든요. 요리뿐만 아니라 다른 두 파트도 중요해요.”
손님을 응대하며 메뉴를 설명해주고 받은 메뉴를 요리사에게 전달해주며 다 먹은 테이블을 정리하고 다시 손님을 받을 준비를 해주는 접객.
그리고 설거지 및 청소는 지저분한 주방 환경을 깨끗하게 정리해주면서 소모되는 식기들을 재빨리 다시 쓸 수 있게 준비해준다.
이들은 요리사가 요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직무였고, 이들이 일을 잘할수록 요리의 퀄리티도 올라가는 법이었다.
그러니 따로 분야를 신설해서 뽑는 게 당연하지.
“그러면 주방 보조는? 네 스킬이나 클래스의 능력은 성좌나 권속이라고 해도 따라 하지 못할 텐데?”
“도움은 받을 수 있잖아요.”
요리는 내가 하겠지만, 재료 손질 같은 보조는 충분히 해줄 수 있을 터였다.
매번 먹고 마력을 태워야 하는 나와 달리 간을 보는 것도 자유로울 테고.
그리고 무엇보다,
“요리와 관련된 성좌나 권속이라면 다양한 레시피를 알고 있겠죠? 그쪽으로 도움을 좀 받아보려고요.”
성좌는 다양하고 입맛도 다양하다.
어릴 적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요리를 공부해 온 나였지만, 인간 세상의 그 많은 요리를 할 줄 아는 건 아니었다.
하물며 성좌들의 요리는 더더욱 몰랐고.
그러니 같이 일하며 레시피를 공부해볼 생각이었다.
“디저트를 잘 만드는 분이셨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내가 제과제빵 쪽엔 좀 약하거든.
그쪽은 요리 중에서도 아예 따로 갈라진 분야라.
이번 기회에 잘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칼로스(Καλός, 좋아)! 그러면 이제 촬영을 시작해볼까?”
“적어도 직원 채용이라고 해주세요, 헤르메스 님······.”
“하하, 미안, 미안.”
이 성좌, 직원 채용이 아니라 자기 방송밖에 생각 안 하고 있네.
내 지적에 미안하다는 듯 히죽 웃은 헤르메스가 앞으로 나섰다.
그와 동시에 사방이 암흑으로 물들었다.
“프로듀스 알바 플래닛 999! [성좌의 요리사]인 인간 요리사, 도연성의 식당 ‘연성이네’에 지원하신 성좌, 권속 여러분 환영합니다!”
번쩍! 번쩍
권속들이 준비한 조명이 차례로 켜지며 헤르메스에게로 하이라이트가 비추어졌다.
화려한 조명이 그를 감싸는 가운데, 헤르메스가 씨익 웃으며 자기소개를 했다.
당연히 갓튜버답게 지원자들을 향한 게 아니라 카메라를 향한 자기소개였다.
“저는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이자 진행자, 올림포스의 헤르메스입니다.”
모자를 벗어 우아하게 인사를 한 헤르메스는 모여든 지원자를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대단하네요. 정말 많은 지원자가 모였습니다. 그 숫자는 공교롭게도 999명!”
번쩍!
이번엔 조명이 지원자들을 비춘다.
날개 달린 헤르메스의 권속들이 카메라를 들고 마치 드론 카메라처럼 다양한 각도에서 지원자들을 찍고 있었다.
“과연 이 중에서 몇 명이나 최종 면접까지 갈 수 있을까요?”
헤르메스는 999명의 지원자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꿀꺽, 그의 말에 지원자들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점점 커질 무렵, 헤르메스가 입을 뗐다.
“일단, 이 숫자부터 줄여보죠. 여러분의 보스가 될 인간 요리사가 내건 1라운드의 조건은!”
“조건은?”
“바로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냐는 겁니다. 변신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도 허용됩니다!”
당연한 조건이었다.
성좌들은 몰라도 인간 손님들을 맞이하는데 머리가 황소라거나 두 개면 안 되잖아.
생각이 있는 지원자라면 당연히 사람 모습을 할 수 있으니 지원했겠지.
내가 아무리 1라운드라지만 너무 통과하기 쉬운 조건을 내걸었나?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대이변! 999명의 지원자 중에 898명의 지원자가 탈락했습니다!”
······생각보다 생각이 없는 지원자가 많았던 모양이었다.
각양각색의 모습을 한 성좌와 권속들이 투덜거리며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벌써 골이 지끈거리는 걸 느꼈다.
“다음은 2라운드의 통과 조건도 간단합니다! 밤에도 낮에도 일할 수 있냐는 것!”
체력에 관한 조건이 아니었다.
명색이 성좌인데 낮 밤 이어서 일을 한다고 인간처럼 지치진 않겠지.
내가 이 조건을 건 이유는 간혹 성좌나 권속 중에서는 낮에만, 혹은 밤에만 활동할 수 있는 존재들이 있어서였다.
스루드가 불러온 드워프들이 대표적이었지.
그 치들은 햇볕을 받으면 돌이 되거든.
“여기서도 이변! 이번에도 탈락자가 대거 나왔네요!”
여기서 남은 101명의 지원자 중 80명이 빠져나갔다.
오히려 이쯤 되니깐 헤르메스 측이 당황하네.
너무 빨리 숫자가 추려졌나?
나는 시간이 단축되니 오히려 좋았지만.
“그, 그럼 이제 3라운드부터는 각 파트 별로 테스트가 진행됩니다. 첫 번째는 홀 접객 파트 지원자분들, 나오세요!”
남은 21명의 지원자 중에서 5명의 지원자가 앞으로 나선다.
그런데 거기서 내게 익숙한 얼굴이 하나 있는데?
“에녹 씨?”
“하하, 사장님, 금방 또 뵙게 됩니다.”
혈색이 몰라보게 좋아진 흡혈귀의 진조, 카인의 후예 에녹이 거기에 서 있었다.
먹지 말고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