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50
50화. 된장 짜장면
부먹과 찍먹.
2010년대부터 내려온 유구한 vs 놀이, 아니 서로를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치열한 전쟁이었다.
사실, 인터넷 기록에 남은 가장 오래된 글이 2010년대 초반이었을 뿐이지, 그 이전에도 꾸준히 논란거리가 되어왔던 문제지.
“부먹? 부적을 쓰고 먹는다는 소린가?”
“찍먹이라니. 검으로 푹 찔러서 먹는다는 소리 같은데 마음에 드오.”
“그냥 주는 대로 먹으면 안 되나?”
도가의 신선답게 부적 이야기부터 꺼내는 이철괴와 검선답게, 아니 검에 미친 신선답게 검부터 꺼내는 여동빈.
마지막으로 가장 정답에 가까운 답을 낸 종리권을 보며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일단 그 차이를 한번 느껴보시겠어요?”
나는 완성된 탕수육과 소스를 따로 덜어서 세 사람 앞에 놓아주었다.
“우선은 탕수육을 그냥 한 번 드셔보세요.”
간을 하지 않은 탕수육이라 그냥 먹으면 싱거울 터.
나는 던전 레몬즙으로 식초를 대신한 초간장을 만들어 고춧가루까지 살짝 뿌린 뒤 나누어주었다.
“음, 튀김옷이 참으로 바삭하면서 고소하군.”
“고기에서 흘러나오는 육즙이 보통이 아니야.”
“끌끌, 오랜만에 입이 호강하는구먼.”
소스에 탕수육만 찍어 먹은 세 신선의 표정에 만족스러움이 떠올랐다.
탕수육 고기는 미야가 튀겼으니 이 칭찬은 미야에게 가야겠지.
“저희 주방보조가 직접 튀긴 겁니다. 잘 튀겨졌죠?”
검선 여동빈이 대표로 일어나 주방에 있는 미야를 향해 포권을 취했다.
“내 여기 주인장의 음식 솜씨는 익히 들었지만, 다른 분의 솜씨도 이리 훌륭한 줄은 몰랐구려.”
여동빈의 칭찬을 받은 미야를 보니 티를 안 내려고 하면서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는 게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다가 다시 탕수육 이야기로 돌아왔다.
“그럼 이번엔 탕수육을 소스에 ‘찍어’ 드셔보시겠어요?”
내 말에 동시에 소스에 탕수육을 찍어 먹는 신선들.
초간장의 짭조름한 맛과 달리 새콤달콤한 탕수육 소스의 맛에 반한 듯 다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 새콤한 맛이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는구려.”
“소스만 있으면 고기가 끝없이 들어가겠어. 허허허.”
“달콤하니 좋구먼, 끌끌.”
소스에 대한 평도 고기만큼 좋았다.
그럼, 당연하지.
내가 이 레시피 얻으려고 동네 난화각 주방장 아저씨를 얼마나 쫓아다녔는데.
“이렇게 소스에 고기를 찍어서 먹는 걸 찍먹이라고 합니다. 그럼 이번엔 반대로 소스를 고기 위로 ‘부어’서 먹는 걸 부먹이라고 하죠.”
내 말에 고분고분 소스를 들어 고기 위로 붓는 신선들.
아무리 내가 요리사라도 그렇지, 중국에서 유명한 신선들을 말 몇 마디로 같은 행동을 하게 하는 게 참 신기하네.
그래도 그런 걸 티를 내면 예의 없어 보이니 속으로만 생각하기로 했다.
“으음, 소스의 맛이 한결 진하게 느껴지는 것이 풍미가 더 살아나고 있소.”
“소스가 잔뜩 스며든 채소들과 함께 먹을 수 있어서 더 좋구나.”
“끌끌끌, 튀김이 부드러워져서 노인네가 먹기에 딱이구먼.”
세 신선은 부먹도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즐기면서 먹었다.
찍먹은 찍먹 나름대로, 부먹은 부먹 나름의 즐거움이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재미가 없지.
vs 놀이는 서로 붙어야 시작되니까.
나는 히죽 웃으며 손님들에게 물었다.
“찍먹과 부먹, 어떤 게 더 좋으셨나요?”
“빈도는 찍먹이 더 좋았소이다.”
“갈! 그게 무슨 소리냐! 당연히 부먹이지. 떼잉!”
“허허허, 찍먹이건 부먹이건 하나라도 더 먹는 게 이득 아니겠나?”
재밌게도 찍먹, 부먹, 중도파가 한 명씩 나왔다.
찍먹은 여동빈, 부먹은 이철괴.
종리권은 중도라지만, 그냥 처먹, 아니 다먹파인 모양이네.
“태사부님, 소스를 부으면 튀김의 바삭한 맛이 죽지 않습니까. 그건 너무도 아깝습니다.”
“허어, 그래서 좋은 것이 아니냐! 튀김에 스며든 소스의 맛과 촉촉해져서 먹기 편해지니 금상첨화인 게지!”
“튀김을 눅눅하게 먹을 거면 왜 힘들게 튀깁니까? 거기다 소스 맛이 너무 강하면 고기 맛이 오히려 죽습니다.”
“소스와 어우러지는 고기의 맛을 즐기는 게지! 더군다나 찍어 먹으면 이 맛있는 소스를 남기게 되지 않느냐!”
“허허, 사부님, 그리고 동빈아, 싸우지 말고······.”
“사부님은 잠시 물러나 계십쇼!”
“그래! 먹는 거라면 다 좋아하는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불쌍한 종리권.
사람 좋게 웃으며 스승과 제자 사이를 중재하려다 양쪽에서 면박을 받고 그 커다란 덩치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다.
그 와중에도 여동빈과 이철괴의 논쟁은 식지를 않고 이어졌다.
“튀김을 소스에 일일이 찍어 먹는다니. 불편하기 짝이 없구나.”
“소스와 고기를 스까 먹는다니, 너무 격식이 없지 않습니까.”
“뭐? 내가 거지라고 괄시하는 게냐? 네놈이 조정의 관리 출신이라고 거드름을 피우는구나! 아직도 속세의 때를 벗지 못했구나!”
“아니, 왜 그 이야기가 나옵니까? 그러는 태사부님도 옛날 몸을 그리워하시지 않습니까.”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지, 인마!”
격해지는 둘의 싸움에 종리권이 어떻게 하냐는 듯 간절한 눈빛을 내게 보내왔다.
안 그래도 나도 슬슬 여기서 멈출 생각이었다.
맛에 대한 건전한 토론은 좋지만, 상대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번지는 건 좋지 않거든.
“두 분의 열띤 토론 감사합니다.”
짝.
나는 손뼉을 쳐서 두 신선의 주의를 끌었다.
하지만 불이 붙은 여동빈과 이철괴의 토론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잘 되었군. 주인장께서는 어떤 의견이시오? 역시 찍먹이 낫지 않소?”
“흥! 네 눈은 애꾸라도 된다더냐? 이렇게 맛있는 요리를 하는 숙수라면 응당 부먹을 고를 것이다!”
“하하하. 두 분 말이 모두 틀리지 않고 옳습니다. 부먹도 찍먹도 다 장단점이 있죠.”
“하지만 더 나은 게 있을 거 아니오!”
“맞다! 우열을 가려라!”
나는 여전히 불타오르는 두 신선을 보며 정답을 알려주기로 했다.
“정답은,”
“정답은?”
“무엇이냐?”
침을 꼴깍꼴깍 삼키면서 내 입만을 바라보고 있는 여동빈과 이철괴.
심지어 둘 다 좋다던 종리권까지 나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이윽고, 내 입에서 정답이 나왔다.
“볶먹입니다.”
“으잉?”
“볶먹이라니, 그건 또 무엇이란 말이오.”
자신들이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자 당황하는 이철괴와 여동빈.
나는 그들을 보며 설명을 시작했다.
“원래부터 탕수육은 가게에서 볶아서 홀로 나가는 음식이었습니다. 여러분이 기억하시는 탕추리지나 탕추러우도 비슷하지 않았나요?”
“그러고 보니 그랬던 것 같아. 소스와 함께 볶아져 나왔었지.”
탕추리지를 먹어 본 적이 있는 종리권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볶아서 나오던 탕수육이 배달 문화가 발달하면서 부어서 나가게 됐죠. 그러다 튀김옷이 눅눅해진다는 불만 때문에 아예 소스와 튀김이 따로 나가 부먹과 찍먹의 차이가 발생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어떤 유명한 요리사는 찍먹과 부먹에 따라 튀김옷을 바꾸거나 튀기는 정도를 달리한다던가?
물론 나는 그럴 생각까진 없으니, 정통 방식으로 나갈 생각이었다.
“결국, 볶아 먹는 게 근본이었다는 거죠. 그러니 근본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나는 드워프제 웍을 가져와서 소스를 넣고 가열했다.
그리고 적당히 달아오르자마자 튀겨놓았던 탕수육을 넣고 화끈하게 볶아주었다.
“이렇게 강한 불로 볶으면 단맛이 더 강해지기도 하고, 농도가 높아져 튀김에 소스가 잘 달라붙죠.”
내 말대로 웍질을 한 번 할 때마다 탕수육의 튀김 옷이 소스를 머금고 예쁜 색으로 물들어갔다.
“거기다 고온으로 볶아주기 때문에 탕수육 튀김이 눅눅해질 일이 없습니다. 바삭함을 유지하면서 소스를 코팅해주니까요.”
그렇게 웍질을 끝내고 나는 접시에 볶은 탕수육을 예쁘게 담았다.
“자, 정답을 한 번 드셔보시겠어요?”
“내가 먼저 먹어보지. 나는 어느 쪽 편도 아니니 공정하지 않겠나? 허허허.”
역시 먹을 줄 아는 사람.
종리권은 스승과 제자가 서로 견제하는 동안 재빨리 실리를 취하는 걸 선택한 모양이었다.
그는 소스에 볶아진 탕수육을 날름 집어서 입에 넣었다.
“으음! 적당히 바삭하고 적당히 쫄깃하면서도 진한 소스의 풍미를 그대로 느낄 수가 있군. 하오쯔(맛있다)!”
엄지를 척 치켜드는 종리권을 본 여동빈과 이철괴가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재빨리 젓가락을 들었다.
“나도, 나도 먹을 거다!”
“태사부님! 한 번에 여러 개씩 집기 있습니까?!”
서로 지팡이와 검을 휘두르던 솜씨로 탕수육을 한 점이라도 더 먹기 위해 쟁탈전까지 벌이는 모습을 보며 나는 웃음을 참았다.
싸우지 않아도 아직 요리는 더 남아있는데 말이야.
* * *
짜장면.
탕수육은 그래도 그 원류를 조금이라도 찾을 수도 있고 중국 본토나 홍콩에서도 맛볼 수 있는 요리였지만, 짜장은 한국식 중화요리의 진수였다.
짜장면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작장면, 짜지앙미엔은 우리가 아는 짜장면과 달리 정말 면 위에 볶은 장 소스를 올린 게 전부였다.
그런 작장면이 한국에 들어온 화교들의 손에서 점점 변형을 겪게 되는데, 우선 오래 숙성된 검은 춘장을 볶으면서 고기와 양파 등 채소가 들어가게 되었다.
작장면은 고명은 따로 얹어서 비벼 먹는 스타일이거든.
짜장면은 채소를 함께 볶아버리는 스타일이고.
그렇게 육수나 물을 붓지 않고 볶은 짜장을 면과 비벼서 먹는 것이 원래의 한국식 짜장면이었다.
거기에 물을 부어 양을 늘린 다음 전분 물로 점도를 조절한 이른바 ‘물짜장’이 지금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짜장면이 되었다.
기존의 짜장은 마를 건(乾) 자를 써서 건작장이라 불렸다가 간짜장이 되었고.
‘연성아, 이게 진짜 짜장면이란다.’
화교들이 정착해 세운 인천의 차이나타운에 가면 아직도 중국식으로 만드는 작장면과 짜장면 사이의 요리를 팔고 있다.
어릴 적, 게이트 사태가 터지기 전에 할아버지 손을 잡고 많이 갔었지.
나는 그리운 시절을 떠올리며 짜장면을 만들 준비를 했다.
우선은 볶음 탕수육을 맛있게 먹고 있는 신선들을 뒤로하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미야는 면을 뽑아줘요.”
내 말에 미야가 아까 만들어놓은 반죽을 파스타 머신으로 가지고 갔다.
원래라면 수타 방식으로 면을 직접 뽑는 게 더 정통에 가까웠다.
수타 명인이 뽑은 수타 면발은 제면기로 뽑은 면발보다 훨씬 쫄깃하고 말이다.
나도 수타로 면을 뽑으면 좋았겠지만, 내가 아직 그 정도 실력은 아니라서.
나는 다양한 요리를 배우는 걸 즐겼지, 명인의 기술을 배울 정도로 연습한 건 아니었다.
파스타 기계로 간편하게 반죽을 뽑는 게 낫지.
사실, 문제는 하나 더 있었다.
“춘장이 없어.”
춘장은 된장과 유사한 중국의 장으로 재료서부터 발효균까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았다.
물론 [발효 균체 군단]과 [숙성의 수레바퀴]가 있었기에 하고자 하면 만들 수 있긴 했다.
“그런데 거기에 쓰는 건 아깝잖아.”
한식에 고루고루 쓰이는 된장, 간장, 고추장은 한 번에 만들어놓으면 여러모로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춘장은 중화요리, 그중에서도 짜장면을 만들 때만 쓰였기에 아까운 아이템의 사용 횟수를 날려가면서까지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춘장 대용으로 떠올린 재료를 꺼내왔다.
“살짝 다르지만, 비슷한 맛을 낼 순 있거든.”
내가 꺼내온 건 오래 숙성해서 어두운 갈색을 띠는 된장이었다.
아까 말했듯이 다른 점도 많았지만, 비슷한 점도 많았다.
아니 오히려 된장은 춘장보다 쿰쿰한 발효취, 즉 냄새가 덜 나면서 짠맛이 덜 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 외에는 거의 비슷한 맛을 내니 훌륭한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말씀.
“두말할 것도 없지. 일단 볶자.”
웍에다 마감람유를 두르고 된장을 넣어 튀기듯이 볶았다.
“색이 좀 아쉽네. 원래 짜장보다 밝아.”
“원래는 어떤 색인데요?”
“진한 검은색이죠.”
미야의 물음에 대답하면서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래도 된장으로 짜장을 만들다 보니 색이 된장을 따라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것도 숙성되어 색이 진해진 된장으로 볶는 거라 이 정도지, 시판용 된장으로 볶았으면 아마 황금색에 가까운 밝은 갈색이 되었을 거다.
“사실 따지고 보면 춘장으로 만들어도 비슷한 색이긴 해요.”
우리가 아는 검은 춘장은 오래된 춘장의 색을 흉내 내려고 캐러멜색소를 넣어 검게 만든 것이었다.
일종의 상술이지.
맛만 놓고 보면 굳이 검은색일 이유가 없다는 소리지만,
“그래도 요리는 맛으로만 먹는 게 아니거든.”
“맛으로만 먹는 게 아니었나요?”
“미야도 과자를 만들 때 예쁘게 만들죠? 왜 그렇게 해요?”
내 물음에 미야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부끄러운 듯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이들이 기뻐하거든요.”
“하하, 미야답네요. 이것도 비슷해요.”
예쁜 모양으로 만들어진 과자가 보기에도 예쁘고 더 먹고 싶어지는 것처럼, ‘짜장면=검은색’이라는 공식이 우리 머릿속에 박혀 있다.
그래서 맛은 같아도 갈색 짜장면보다 검은색 짜장면에 더 추억이 솟아나고 맛도 맛있게 느껴지는 거지.
“그러면 어떻게 해요? 색소를 넣을 건가요?”
“마력이 깃든 색소가 없으니 그건 무리네요. 대신, 비슷한 게 있죠.”
나는 오래 숙성시킨 씨간장을 다시 꺼내 들었다.
탕수육 소스를 만들 때는 간을 맞추기 위해 넣은 거지만, 짜장면의 간은 된장으로 잡았기에 이번에는 오로지 색을 내기 위한 재료였다.
“와! 색이 검게 변했어요.”
“노두유나 씨간장은 색이 짙어서 색소와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거든요.”
나는 검게 볶아진 된장을 옆으로 빼놓았다.
그 사이, 미야는 나와 대화하면서도 파스타 머신으로 중화면을 다 뽑고 물에 삶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생면이라서 금방 익을 텐데, 서둘러야겠네
나는 된장을 볶던 웍에 던전 생강과 던전 양파를 넣고 먼저 볶아주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잘게 썬 제림니르의 등심을 넣어 함께 볶아주었다.
치이익!
웍에서 기름과 함께 볶아지는 고기와 채소들.
재료가 잘 익었을 때쯤에 볶은 된장을 넣고 함께 볶아주었다.
“크, 이거지. 이 색, 이 향기지.”
씨간장으로 진해진 된장과 고기, 채소가 어우러지니 정말 짜장의 색과 향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맛을 맞춰줄 차례였다.
“던전 보석 벌꿀 가루로 만든 설탕 조금이랑, 던전 다시마 육수를 살짝.”
던전 다시마 육수는 MSG 대용으로 이른바 천연 MSG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MSG 반대론자는 아니었다.
나는 요리에 MSG가 적당히 들어가야 맛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문제는 마력이 깃든 MSG는 구할 수가 없다는 것.
그래서 다시마를 우린 물로 MSG를 대체하고 있었다.
채하나한테 부탁하면 만들어주려나?
내가 지금까지 해준 것도 많은데 그 정도는 해주지 않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육수를 부어 자작하게 끓는 짜장에 마지막으로 전분 물을 살짝 섞어 주었다.
그러자 적당한 농도로 짜장 소스가 완성되었다.
나는 살짝 맛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크, 제대로 됐네.”
“면도 다 삶아졌어요.”
미야는 손도 빠르고 센스도 좋은 편.
이미 짜장면 그릇에 면을 예쁘게 말아서 세팅을 끝내놓았다.
나는 거기다 짜장 소스를 큼지막한 국자로 퍼서 골고루 뿌렸다.
“마지막은 오이 고명.”
그렇게 완성된 된장 짜장면이 어느새 탕수육을 다 해치우고 기다리고 있던 세 신선 앞에 놓였다.
“이건 어디서도 드셔보지 못했을 겁니다.”
나는 싱긋 웃으며 손님들에게 요리를 권했다.
“한국식 짜장면 중에서도 특별히 한국식이거든요. 드셔보세요.”
이른바 국뽕 짜장면이라고 해야 하나?
어떤 나라 사람들은 화낼지도 모르겠지만, 뭐, 짜장면 자체가 한국에서 만들어졌고 중국 사람들도 짜장면은 한국 요리라고 한다니 상관없겠지.
“하오쯔!”
“맛이 아름답다. 아니, 깨달음의 경지에 오른 듯한 맛이야.”
이것 봐. 중국 성좌들한테도 대호평이잖아?
신선들이 입에 검은 양념을 잔뜩 묻히면서까지 먹을 정도로 된장 짜장면은 대성공이었다.
“끌끌끌, 이거 다시 등선할 거 같은 맛이로고. 이번에는 잘생긴 몸을 찾아서 들어 가야겠구먼.”
특히 입맛이 까다로울 것 같았던 이철괴는 더 없이 만족한 건지 인자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이런 날에 술이 빠질 수 없지. 잔 좀 줘봐라.”
그가 허리춤에서 호리병을 꺼내 내가 가져다준 잔에 맑은 술을 따랐다.
향긋한 주향이 여기까지 퍼지는 걸 보면 꽤 독한 술인가 본데?
이철괴는 히죽 웃으며 내게 그 술잔을 내밀었다.
“한잔할 테냐? 오석산으로 만든 오석검남춘이다. 선주(仙酒)지.”
신선들이 먹는다는 술, 선주.
영약과 비슷한 효능을 지녔고 불로장생과 회춘의 효과가 있다고 하던가?
내가 뜻밖의 권유에 술을 받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해당 술은 강력한 에너지를 품고 있습니다.] [주의! 인간의 몸으로 마실 경우 신체에 심각한 피해가 예상됩니다.] [성좌의 요리사]의 스킬, [재료 분석]이 먹지도 않았는데 발동되면서 내게 경고를 보내왔다.그 정도로 위험한 술이라는 거잖아?
당황한 나를 보며 이철괴가 히죽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어쩌겠느냐, 받겠느냐?”
“태사부님!”
경악한 검선 여동빈이 소리를 높였다.
그렇지. 명색이 내 동생의 사부님인데. 먹으면 위험한 술을 내게 먹게 할 리가 없지.
하지만 내 안심은 뒤에 이어지는 여동빈의 말에 산산이 흩어졌다.
“상단전을 열어주는 술 아닙니까. 그 귀한 술을!”
“······엥?”
좋은 거였어?
천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