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51
51화. 천미통
“상단전을 열어주는 술 아닙니까. 그 귀한 술을!”
“엥?”
여동빈이 외친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단전이라고 하면 그 무협지에 나오는 단어 아닌가?
분명 내공을 쌓는 하단전이 있고 신통력을 키우는 상단전이 있다고 한 걸 본 적이 있다.
중단전은 작품마다 선천지기를 쓴다거나 내공을 증폭시킨다거나 하는 식으로 서술됐지 아마?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상단전을 열어준다는 술을 내게 준다고?
내가 어안이 벙벙해진 표정으로 이철괴를 바라보자 그가 주름진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끌끌 웃었다.
“들었지? 엄청 귀한 술이다. 평범한 사람이 이 술을 마시면 신통력을 갖게 되고, 도를 닦는 도사들이 마시면 단숨에 등선할 수 있는 술이지.”
얘기를 들어보니 엄청난 술이긴 한 모양이었다.
이철괴의 설명에 의하면 등선하여 신선이 된다면 최소 권속과 동급의 격을 갖추게 된다나?
물론 나는 도사가 아니니 상관없겠지만.
“이 술을 마시기 위해서 한때 도사들 사이에서 엄청난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지.”
“저, 전쟁까지요?”
“그래. 아마 이 근처에서 벌어졌던 것 같은데. 그 누구였지?”
이철괴의 물음에 대답한 건 여동빈이었다.
“당 태종과 고려의 개소문이 싸웠죠.”
“아, 그랬지. 결국 개소문이 오석검남춘을 가져갔지.”
“원래부터도 도력이 뛰어난 자였는데, 오석검남춘을 먹고는 신선의 반열에 올랐던 자였죠. 검 다섯 개를 자유롭게 날리고 조종하는 솜씨가 저랑 비견될 정도였습니다.”
자, 잠깐.
뭔가 엄청난 이야기가 마구 튀어나오는데?
저 양반들이 말하는 고려는 아마 고구려를 이야기하는 걸 거고, 개소문은 연개소문이겠지?
그런데 연개소문이 원래 도사였다고? 그런데 이 술을 마시고 신선이 됐다는 거야?
내가 당황해하고 있는 동안 이철괴와 여동빈의 이야기는 계속 진행되었다.
“이세민이도 도력이 나쁘진 않았는데 운이 없었지.”
“그자는 고려라는 속세의 땅에 너무 집착했습니다. 그 결과 등선에 이르지 못하고 결국 울화병으로 죽었죠.”
“연개소문은 천기가 고려의 멸망을 가리키자 미련을 버리고 선계로 떠났지. 지금도 성좌로 지내고 있지?”
“그렇다고 합니다만, 당나라 출신인 저랑은 사이가 그렇게 좋지 않아서······.”
여동빈이 멋쩍은 듯 수염을 쓸어내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여당 전쟁은 이 ‘오석검남춘’이라는 신선이 되는 술을 두고 당과 고구려가 싸우다가 당 태종이 죽고 연개소문은 신선이 되었지만, 고구려가 멸망했다는 이야기지?
대체 이 술이 뭐길래?
나는 이철괴가 내민 술잔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아이템을 보듯 상태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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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포약석이라 불리는 독과 약을 당나라의 대표적인 술인 검남춘에 타서 만든 선주(仙酒).
– 일반인이 먹으면 상단전을 개방해 신통력을 얻게 해주고, 도사가 먹으면 등선할 수 있는 영험함이 스며들어 있다.
– 단, 술의 독성을 이겨내지 못하면 심각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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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이라니.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죽을 위험이 있으면 먹을 이유가 없잖아?
역시 거절해야겠다.
“좋은 술을 권해주신 건 감사드리지만, 저는 도사도 아닌 데다 먹으면 위험할 것 같아서요.”
“끌끌, 그건 걱정할 거 없다. 내가 그것도 모르고 주인장에게 술을 권했겠느냐?”
이철괴는 쇠지팡이로 오석검남춘이 담긴 술잔을 가볍게 쳤다.
그러자 놀랍게도 술잔이 두둥실 떠오르더니 어디론가 날아가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도 술 한 방울 흘러넘치지 않는 게, 마치 마법을 보는 느낌이었다.
아니, 신선이니까 술법인가?
그렇게 술잔이 날아가서 도착한 곳은 헤르메스의 신상 앞이었다.
“희랍의 상재신, 혁이매사(赫尔墨斯. 헤르메스)시여. 본개가 이 술을 음식값으로 대신 치르고자 하는데, 허락하시겠소?”
이철괴의 말이 끝나자마자 헤르메스의 신상이 눈을 번쩍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스타 페이 결제 시스템을 시작합니다.] [접수 완료. 해당 사업주에게 적합하도록 대상을 변환합니다.]그와 동시에 마치 스르륵 사라져버리는 술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그 설명은 종리권이 호방하게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우리라고 왜 모르겠는가.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들이 하계의 인간에게 위험하다는 것을 말이야.”
“그런데 왜······.”
“하지만 우리는 성좌. 하계의 각성자들과 계약을 맺어 후원을 내리는 존재들이지. 적법한 절차를 걸치면 이렇게,”
종리권이 말을 끊는 순간, 헤르메스 신상이 카드케우스 지팡이를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르륵 아까 사라졌던 술잔이 다시 그 자리에 그대로 나타났다.
[스타 페이 결제 완료. ‘오석검남춘’의 마력이 적합한 마력으로 전환되었습니다.]“······주인장이 마실 수 있는 술로 변하는 거지.”
종리권의 말에 나는 다시 그 술잔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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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검남춘(五石劍南春)(전설급)]– 오포약석이라 불리는 독과 약을 당나라의 대표적인 술인 검남춘에 타서 만든 선주(仙酒).
– 일반인이 먹으면 상단전을 개방해 신통력을 얻게 해주고, 도사가 먹으면 등선할 수 있는 영험함이 스며들어 있다.
– 술의 독성과 마력이 하계 인간의 기준에 맞춰져 안전하게 마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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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확실히 상태창에는 내가 마실 수 있는 상태라고 떠올라 있었다.
아마 스루드가 윤진하에게 내린 ‘제림니르-플레스케스텍’이 이런 식으로 보내진 모양이었다.
내가 그 변화에 감탄하자 이철괴가 흐뭇한 표정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
“자, 마셔보거라. 네게 큰 도움이 될 터이니.”
“그럼 한 잔만 마시도록 하겠습니다.”
“나도 두 잔이나 줄 생각은 없다.”
쳇, 기왕 이렇게 받은 거 연준이한테도 좀 챙겨주려고 했는데.
나는 속으로 아쉬워하며 고개를 돌리고 잔을 공손하게 두 손으로 받쳐 술을 입에다 털어 넣었다.
“윽, 독한 술이네요.”
오석검남춘은 술을 좋아하긴 하지만, 잘은 못 먹는 내게 꽤 독한 술이었다.
독주 특유의 화끈한 기운이 식도를 타고 배로 흘러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순간, 그것과 다른 묘한 열기가 내 하복부에서 심장께로 갑자기 솟구치는 게 느껴졌다.
“어? 어어?”
쿵! 쿵!
그 열기는 자신을 가로막는 것을 어떤 것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기세로 심장을 지나 더 위로 솟구쳤다.
히어로 영화에서 녹색 덩치 큰 괴물이 벽이고 자동차고 신경 쓰지 않고 다 박살 내며 원하는 곳으로 가는 장면이 있다.
보는 입장에선 시원하지만, 그게 내 뱃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되면 웃을 일이 아니게 된다.
지금 내가 그렇다는 소리야.
“크윽!”
“참게. 지금 못 참으면 위험할 수도 있어!”
아니 아까는 안 위험하게 해준다면서요!
라고 크게 외치고 싶었지만, 지금은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입을 열면 뱃속에서 치솟아 오르는 이 열기가 마치 취해서 토하는 것마냥 쏟아져나올 것 같았거든.
그리고 그 열기는 그대로 내 목을 지나 머리로 올라가려다 멈칫하더니 입안에 가득 차올랐다.
“으읍?!”
뭐야, 진짜 입 밖으로 토해야 하는 건가? 하고 내가 당황할 때였다.
[상단전이 개방되었습니다.] [선기(仙氣)가 당신의 혀에 머뭅니다.] [당신의 스킬 [재료 분석]이 진화합니다.] [스킬 [천미통(千味通)]을 얻었습니다.]천미통?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천 가지 맛에 통달한다는 소린가?
상태창 메시지에 당황하고 있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세 신선도 신기하다는 듯 나를 보고 있었다.
“허허, 상단전이 열렸는데 그 기운이 혀에만 몰린 것도 신기하군.”
“그러게나 말입니다. 보통은 영안(靈眼)이 열려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되거나 백회혈이 열려 선술을 쓸 수 있게 되는 게 보통인데······.”
“평소에 얼마나 혀를 중요하게 여겼으면 선기가 자동으로 혀에 가서 맺힐꼬. 역시 보통 놈은 아니구나.”
아니, 그래서 이게 대체 뭔데?
나는 뭔가 잘못된 건가 싶어서 선기가 모였다는 혀를 놀리지도 못하고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고 이철괴가 끌끌 웃더니 입을 열었다.
“네가 만든 요리의 맛을 한번 봐라. 전과는 다를 게다.”
맛이 다르다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남은 짜장면 소스를 조금 들어서 먹어보았다.
그러자 곧바로 새로 진화한 스킬 [천미통]이 저절로 발동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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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으로 만든 짜장 소스(영웅급)
– 감미(甘味, 단맛) 35% : 탄수화물 기반 에너지 확보 가능.
– 함미(鹹味. 짠맛) 10% : 염분 확보 가능.
– 지방미(脂肪味, 고소한 맛) 20% : 기름 및 지방 기반 에너지 확보 가능.
– 지미(旨味, 감칠맛) 5% : 아미노산 확보 가능. 육류 부족.
– 산미(酸味, 신맛) 0.4% : 음식의 신선도 99%. 상하지 않았음.
– 고미(苦味, 쓴맛) 0.6% : 독 함유 0%. 독성 물질 거의 없음.
– 신미(辛味, 매운맛) 3% : 고통 물질 미량 함유.
– 삽미(澁味, 떫은맛) 1% : 압력을 주는 물질 미량 함유.
– 마미(魔味, 마력 맛) 25% : 순수한 마력 다량 보유.
– 특수 효과 : [노폐물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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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점 : 육류가 부족합니다. 다음에는 고기를 더 듬뿍 넣어보세요. 된장과 잘 어울리는 차돌박이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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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미통]의 발동으로 주르륵 나열되는 맛의 정보들.짜장 소스의 맛을 분석한 내용은 놀라웠다.
흔히 우리가 오미라고 부르는 단맛, 쓴맛, 짠맛, 신맛, 매운맛은 전통적인 분류였고 실제 혀가 느끼는 미각은 단맛, 쓴맛, 짠맛, 신맛, 감칠맛, 지방 맛으로 총 육미였다.
거기에 매운맛과 떫은맛이 촉각을 통해서 미각을 흉내 내는 보조 역할을 했고.
그런데 [천미통]은 그걸 모두 분석해내고 있었다.
거기다 특수 효과에 개선점까지 제안할 정도.
“차돌박이라······. 확실히 괜찮겠네.”
그렇게 감탄하다가 나는 곧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력 맛이 뭐지? 마미(魔味)?”
내 물음에 대답한 건 먹을 것에 해박해 보이는 종리권이었다.
“하계의 인간들은 느끼지 못하지만, 우리 같은 성좌는 마력을 느낄 수 있지.”
“그게 어떤 맛인가요?”
“말로 해선 설명할 수가 없네. 한번 그 맛에 집중하고 다시 맛을 봐보게나.”
나는 종리권의 권유대로 마력 맛에 집중하려고 애쓰며 짜장 소스를 다시 먹어보았다.
“음?”
종리권의 말대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그런 맛이 내 혀에 분명히 전해지고 있었다.
다른 맛들이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호른 같은 악기 하나와 같다면, 마력 맛은 ‘전기’의 힘으로 이런 악기들을 모조리 구현할 수 있는 전자 악기의 맛 같다고나 할까?
마력이라는 맛 안에 모든 맛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내 모든 감각을 만족시키며 행복감을 가져다주는 신비한 맛이기도 했다.
“느낀 모양이로군. 그게 바로 세상을 이루는 마력의 맛이네. 우리는 선기라고 부르네만.”
“끌끌, 네 요리에 왜 성좌들이 환장하는 줄 아느냐? 네가 만든 요리에는 그 마력 맛이 풍부하면서도 다른 맛과 잘 어우러진다. 그게 성좌들이 사족을 못 쓰는 이유인 게야.”
이철괴의 첨언에 나는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건 MSG 같은 맛이었다.
그냥도 맛있는 요리에 그 맛을 몇 배나 증폭시켜주는 맛의 폭탄 같은 거지.
Magic taste So Good이라고나 할까.
내가 성좌여도 환장하겠다.
그리고 이 맛을 알게 된 이상, 나는 더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소리다.
이 마력 맛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맛을 요리로 구현할 수 있을 테니까.
[마나 번]으로 마력을 태우는 식으로 조절할 수 있으려나?나는 이철괴에게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감사합니다, 제게 기연을 주셨군요.”
“끌끌, 나는 그저 신통력을 주는 술을 줬을 뿐. 그걸 기연으로 만든 건 요리에 정성을 바친 네 공이다.”
이철괴의 말에 종리권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부님의 말씀이 맞네. 기회는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걸 살리는 건 본인의 역량이지. 이 모든 것이 주인장의 덕이라네.”
“하지만 조금 부럽기도 하구려.”
아쉬운 듯 한숨을 짧게 내쉬는 건 여동빈이었다.
“내 제자에게 오석검남춘을 한 잔만 내려달라고 그렇게 매달렸건만, 주지 않으셨으면서.”
“떽! 네놈의 제자가 나한테 무얼 해주었느냐. 내게 이쁜 놈한테 떡 하나 더 주는 거다.”
“태사부님, 미운 놈에게 떡 하나 더 주는 거 아닙니까?”
“미운 놈한테 떡을 왜 줘!”
이철괴의 호통에 여동빈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고 종리권은 옆에서 웃고만 있었다.
잠깐, 근데 여동빈의 제자면 연준이 이야기잖아?
“크흠, 그 제자라는 사람이 제 동생이라서 하는 이야기는 아닌데, 술을 주는 게 어렵나요?”
비전투계 각성자인 나도 이렇게 좋은 스킬을 얻었다.
전투계 각성자이자 S급 헌터인 연준이에게는 더 효과적인 게 아닐까?
그런 내 기대감 섞인 눈빛에 이철괴가 혀를 쯧쯧 찼다.
“아서라. 연이 닿지 않은 자에게 오석검남춘은 해만 불러오는 술이다. 이 술을 얻겠다고 제 수명을 깎아 먹고 결국 죽은 당 태종 이세민을 떠올려!”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지.
내가 속으로 한숨을 내쉴 때, 종리권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내게 몰래 메시지를 보냈다.
[‘팔선을 이끄는 정양의 제군’이 꼭 선주가 아니더라도 다른 음식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이제 알지 않느냐고 전합니다.]“아!”
다른 음식을 보내?
종리권의 메시지를 본 내 머릿속에 빛이 번쩍였다.
성좌는 자신과 계약한 헌터에게 후원 선물을 보낼 수 있고 그 선물에는 마력이 깃든 요리도 포함된다.
그렇게 내려진 요리는 마력의 부작용이 사라져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동시에 스킬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내 동생과 계약한 성좌를 눈앞에 두고 있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검선 어른.”
“허허, 나야말로 잘 부탁하네.”
내 말을 찰떡같이 알아들은 여동빈이 눈을 찡긋했다.
연준이를 아끼는 형과 사부의 마음이 일치하는 순간이었다.
* * *
“안녕히 가세요. 또 오시고요!”
“허허허!”
세 명의 신선은 식사를 마치고 발밑에 구름을 일으켜 식당을 떠났다.
여동빈만 요상하게 검을 타고 날았지만, 뭐, 검선이니 이해해주도록 하자.
연준이한테 음식을 보내려면 협조도 해야 하고 말이야.
“여러모로 정신없는 밤이었네요.”
“그러게요.”
장사하는 내내 묵묵히 성좌들의 시중을 들었던 에녹이 부드럽게 웃으며 내게 물 한잔을 건넸다.
이런저런 일로 축복을 받았음에도 지친 나와 달리 에녹은 밤이라 더 쌩쌩한 모습이었다.
참고로 미야와 천오는 주방에서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되셔서 다행입니다.”
“정말이에요. 이걸로 더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사장님은 정말 요리에 진심이군요.”
에녹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면서 눈을 감았다.
“누가 그랬거든요.”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는 내게 손님을 웃게 하는 것이 요리의 완성이라고 하셨다.
어머니는 손님에게 차별을 두지 말고 정성으로 식사를 만들라고 하셨지.
두 분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따로 있었다.
“맛있는 요리는 누군가를 살아가게 한다고.”
내가 요리에 진심이게 하는 건 바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말이었다.
국밥 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