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61
61화. 고기는 꽃등심
‘게으르지만 사랑이 넘치는 천계의 목동’
‘나도 어쩔 수 없는 선녀인가 봐’
성좌들이 성좌명을 짓는 데 암묵의 룰이 있었다.
그건 바로 성좌명이 필멸자인 우리가 보고 그 정체를 추측하지 못하면서도 은근슬쩍 누군지 짐작하게 만드는 것.
그런데 이번 성좌명들은 대놓고 그 정체를 추론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웠다.
아니, 이건 내가 동아시아, 한국 사람이라서 그런가?
저 두 성좌에 대한 전설은 어렸을 때부터 동화책으로 외울 정도로 봤었으니까.
“견우와 직녀.”
옥황상제의 소, ‘천우(天牛)’를 돌보는 혹은 땅을 경작하는 목동 견우(牽牛).
한편, 옥황상제의 딸 중 하나로 천계의 관리들이나 신선들이 입는 옷을 짓는 베 짜는 선녀 직녀(織女).
이 둘은 연애도 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만 몰두할 정도로 워커홀릭이었다.
일에 집중하느라 연애 정도 못 할 수 있지 않냐고?
생각해 보자, 이 둘은 천계의 존재.
평생을 일만 하느라 연애를 하지 않았다고 했을 때, 추정 기간은 ‘수천 년’이었다.
모쏠기간이 수천 년이라는 소리.
오죽하면 그 안쓰러운 상황을 보다 못한 옥황상제가 둘을 이어주려고 했을까.
“그래서요? 둘은 이어졌나요?”
내 이야기를 듣는 미야가 눈을 반짝이며 되물었다.
홀 정리를 하던 에녹도 흥미롭다는 얼굴이었다.
아무래도 둘은 동양이랑 연관이 거의 없으니 처음 듣는 이야기겠지.
반면, 견우와 직녀처럼 동아시아 출신인 데다, 같은 천계에서 일했던 천오만이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아, 걔들······.”
“막내는 입 다물어요. 스포일러하면 입에 숯을 넣을 거니까.”
“······넵.”
미야가 눈을 번뜩이자 천오가 입을 꾹 다물었다.
서열정리 내기에서 진 뒤로 고분고분해진 천오의 모습이 재밌어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질 뻔했다.
······자갈에서 숯으로 미야의 마녀 모드가 업그레이드된 건 조금 무서웠지만.
나는 입에 숯이 들어오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둘은 옥황상제의 바람대로 이어졌어요. 서로 죽고 못 살 정도로 금실이 좋은 천생연분이었죠.”
“잘됐네요.”
커플이 잘 이어졌다는 말에 미야가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겉으로는 젊은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미야는 할머니 신으로 불리기도 한 프라우 홀레.
젊은 커플이 이어졌다는 말에 아주 흐뭇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야기가 이렇게 끝나면 전래동화로 전해져 내려오지도 않지.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문제는 사이가 너무 좋았다는 거였어요. 둘 다 일을 내팽개치고 서로 붙어있기만 했거든요.”
“어머, 일 중독자인 두 성좌가요?”
견우가 소를 몰고 땅을 갈지 않아 천계의 밭은 황폐해졌고 직녀가 옷을 만들지 않아 천계의 신선들이 누더기 옷을 입고 다녔다던가.
결정적으로 견우가 소를 데리고 직녀가 있는 옥황상제의 궁궐에 들어가 꽃밭을 짓밟아 놓은 것이 결정타였다.
결국 보다 못한 옥황상제가 둘에게 엄벌을 내린다.
“옥황상제는 두 부부를 갈라 은하수 양쪽 편에 떨어뜨려 놓아요. 은하수는 넓고 깊어서 두 사람은 절대 만날 수 없이 다시 일만 하는 처지가 되었죠.”
“절대 못 만나겠군요.”
은하수란 말에 에녹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전래동화 속에서야 은하수가 큰 강으로 묘사되지만, 은하수가 실제로는 지구에서 보는 은하의 단면이란 걸 생각하면······.
옥황상제는 자신이 이어준 부부가 일 안 한다고 은하의 끝과 끝으로 떼어놓은 셈이었다.
물론 견우와 직녀가 견우성과 직녀성의 의인화고 은하수를 설화적인 개념으로 생각한다면 둘의 사이는 190만 광년에서 16광년 정도로 대폭 줄어든다.
······그래도 멀다는 건 변하지 않지만.
“그래서 서로 못 만나게 된 이 잉꼬부부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고 합니다.”
견우와 직녀가 흘린 눈물이 지상으로 떨어져 홍수를 일으킬 정도가 되자, 까마귀와 까치들이 나섰다.
그들은 불쌍한 견우와 직녀 부부를 보다 못해 서로 몸을 맞대고 날아 은하수를 건너는 다리를 만들어 주었다.
까마귀와 까치의 다리라는 의미에서 오작교(烏鵲橋)가 연인을 이어주는 일을 뜻하게 된 것은 이 때문.
“칠석날에만 만들어지는 이 오작교 덕분에 견우와 직녀는 1년에 한 번뿐이지만 재회할 수가 있었죠.”
일년내내 하루 종일 내리던 눈물의 비도 두 번으로 줄었다.
칠석날 아침에 만남의 기쁨으로 흐르는 눈물과 저녁에 헤어질 때 흐르는 슬픔의 눈물로.
“그래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아무튼, 내 이야기를 들은 미야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에게는 다행이긴 했지.
다만, 둘의 다리가 되어 발판이 된 까마귀와 까치들에겐 슬픈 일이었다.
그런 내 말에 미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요?”
“견우와 직녀가 너무 힘껏 다리를 건넌 탓에 밟힌 머리 깃털이 다 빠져 대머리가 되거든요.”
“앗, 아아······.”
견우와 직녀의 눈물은 그쳤지만, 대머리의 눈물은 누가 그치게 해줄까.
자라나라 깃털깃털.
“아무튼 확실치는 않지만, 그 두 분이 손님으로 올지도 모르니 준비해두죠.”
내 예상과 달리 견우와 직녀가 아닐 수도 있지만, 미리 준비해 놓는 게 나쁜 일은 아니니까.
“그런데 부부가 왜 따로 예약했을까요? 그것도 별실을 예약하고요.”
“그러게요. 저도 그게 궁금하네요.”
미야의 의문대로 왜 둘이 같이 오질 않고 이런 식으로 예약을 한 건지 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나마 한때 천계의 관리, 제천대성을 지내면서 견우와 직녀와 친분이 있었던 천오에게 물어보았다.
“천오, 너는 알아?”
“나도 잘 몰라. 서역에 다녀온 뒤로는 내 소속이 불가 쪽으로 바뀌어서.”
천오도 모른다면 우리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겠네.
다만, 에녹은 짐작이 간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가끔은 따로 다니고 싶은 것이 부부의 마음이죠.”
아, 그러고 보니 우리 중에 에녹만 유일하게 유부남이구나.
이라드라는 자식도 있고 말이야.
나는 그런 에녹을 보니 나도 모르게 말이 툭 튀어나왔다.
“그래도 아내분 사랑하시죠?”
“······크흠, 다, 당연하죠. 그럼 저는 일하러 가겠습니다.”
아니, 거기서 왜 도망치는 거야.
나는 유부남의 슬픈 뒷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게 낮 장사가 무사히 끝나고 밤 장사를 할 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일이 많았네.”
폭렬 제육볶음과 보쌈 정식 스페셜이 부활하면서 손님이 다시 몰려들어 바쁜 날이라 피곤했지만, 그렇다고 저녁 장사를 소홀히 할 수는 없지.
나는 손가락을 꺾으며 기지개를 쭉 켠 뒤 힘차게 선언했다.
“자, 그러면 ‘신야식당’ 손님을 받아보죠.”
딸랑-
그와 동시에 열리는 성좌 전용 문.
“여기가 그 유명한 ‘신야식당’입니까?”
농부의 옷을 입은 건장한 청년이 가게로 모습을 드러냈다.
천오가 내게 몰래 다가와 속삭였다.
“견우 맞아.”
역시 견우였구나.
일을 하면서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와 건장한 체격은 전형적인 농부의 모습.
아니, 소를 치니 목동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게으르지만 사랑이 넘치는 천계의 목동’, 아니 견우가 오늘의 손님 중 한 명이었다.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아, 네.”
에녹이 다가가 그를 오픈 키친의 바로 안내했다.
견우는 이런 곳은 처음인지 얼떨떨한 모습으로 가게 안을 둘러보다가 당황해서 그를 따라왔다.
나는 그가 자리에 앉자 밝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연성이네 신야식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어, 그, 음······. 네, 반갑습니다.”
뭔가 시골에서만 살다가 처음 별다방에 가서 당황해하는 사람 같네.
바보 같다는 게 아니라 순수하고 어수룩한 모습이 보기 좋다는 소리였다.
누구나 잘 모르는 처음은 있는 법이잖아?
나는 그에게 따뜻한 차를 건네며 말을 건넸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따뜻한 녹차를 준비했으니 한잔 드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신야식당’은 성좌 손님들에게 기본적으로 웰컴 드링크로 음료를 내어주고 있었다.
아시아 쪽 성좌라면 녹차나 재스민 티로, 서양 쪽 성좌라면 홍차나 밀크티를 주로 내주는 편이었다.
커피가 있었다면 좋겠는데 커피나무는 마철성이 아직 묘목을 구하지 못하고 있어서 말이지.
한국에서 자생하는 차 나무와 달리 커피나무는 해외에서 들여와야 했기에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었다.
따뜻한 녹차를 마시자 긴장이 풀린 듯 견우의 표정도 부드러워졌다.
“차향이 좋네요.”
“그렇죠? 제가 아는 분이 직접 재배한 녹차입니다.”
“인간이 이 찻잎을 길렀다구요?”
“네. 마력이 깃든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요. 찻잎 외에도 여러 작물을 농사짓고 계시죠.”
“그거 대단하군요.”
기뻐하세요, 철성 형님.
당신은 천계에서 옥황상제의 소로 밭을 가는 견우에게 인정받았습니다.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 아니라는 듯, 견우는 홀짝 차를 다 비워버린 뒤에 리필을 부탁했다.
“한 잔 더 가능할까요?”
“물론이죠.”
나는 기쁜 마음으로 차를 채워주면서 그에게 물었다.
“혹시 드시고 싶은 요리가 있을까요?”
“부탁하면 요리해주시는 겁니까?”
“재료가 있고 또 제가 가능한 요리라면요.”
그동안의 활약으로 어지간한 요리 재료는 다 모였지만, 아직 부족한 재료가 있긴 했다.
특히 소고기는 아직 손도 대지 못하고 있었고.
돼지, 닭과 함께 육류의 삼대장으로 불리는 소고기가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요리에도 제한이 있다는 게 아쉬웠다.
그렇다고 누렁이를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머리에 가짜 긴고아를 쓴 채 아공간 목장에서 ‘음머~’하고 울고 있을 누렁이를 떠올리며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때였다.
“그러면 이 재료를 써서 요리해주실 수 있나요?”
“재료를 주신다고요?”
“네. 꼭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견우가 품에서 꺼낸 건 종이에 쌓인 큼지막한 덩어리였다.
살짝 핏물이 번져있는 고기를 본 나는 바로 그 정체를 눈치챌 수 있었다.
“소고기네요?”
공교롭게도 견우가 꺼낸 재료는 소고기였다.
나는 견우에게 고깃덩어리를 받아 종이 포장을 벗겨보았다.
“와, 정말 멋진 소고기네요.”
고기 색이 잡은 지 얼마 안 됐다는 걸 보여주는 듯 선홍빛으로 아름다웠고 적당한 지방이 마블링 되어 아름다운 물결을 그려내고 있었다.
“이건 다른 것보다 구이용으로 적합하겠네요.”
마블링, 그러니까 지방이 많은 고기는 다른 요리로 만드는 것보다 얇게 썰어서 굽는 것이 더 좋았다.
지방이 많으면 오래 익혀야 하는데, 두껍게 썰어서 조리하면 다른 부위가 질겨지거든.
그래서 스테이크용 고기는 주로 지방질이 적은 고기로 사용한다.
거기다 이 부위, 보니까 꽃등심이네.
“진짜 꽃등심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멋진 마블링입니다.”
꽃등심은 정말 구워 먹기 좋은 부위였다.
알등심과 새우살로 구성된 꽃등심은 두 가지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거든.
우선, 알등심 부위는 꽃등심 중에서도 기름기가 적어 구워 먹을 때 육질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식감이 좋았다.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바로 새우살.
등이 굽은 새우처럼 V자 모양의 이 살은 기름기가 풍부하고 갈비에 붙은 살이라 더 부드러웠다.
그 맛이 워낙 훌륭해서 기름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스테이크의 왕으로 불리는 게 또 새우살이거든.
여하튼 종합하면 담백하고 부드러운 고기를 모두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꽃등심이었다.
거기다 등심의 덧살인 양지 부위를 이용해서 찌개나 국거리로 쓸 수 있으니 버릴 게 없는 부위기도 하지.
심지어 질긴 떡심도 사람에 따라 수요가 있을 정도니까.
“정말 좋은 고기네요. 어디서 구하셨는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그 친구도 기뻐할 거예요.”
내 칭찬에 견우가 기쁜 듯 슬픈 듯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친구? 친구가 도축업을 하시나?
내가 궁금해하는 표정을 짓자, 견우가 슬픈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가져온 꽃등심을 내려다보았다.
“이 고기, 저와 평생을 같이 일한 천우의 고기거든요.”
도축업 하는 친구 이름이 천우인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사실에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견우는 옥황상제의 소를 돌보는 목동.
천계를 다스리는 옥황상제의 소이기에 그 소 역시 천우(天牛)라고 불렸다.
“그, 그렇다면 이 고기는······.”
“맞아요, 이 고기는 옥황상제의 소, 천우입니다. 제 오랜 친구였죠.”
아니, 친구의 고기를 구워달라고 하는 거야?
성좌라서 그런가? 성좌들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우정인가?
당황한 내 표정을 본 견우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놀라셨군요. 사실 여기에는 깊은 사연이 있습니다.”
“사연이요?”
내 물음에 견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1년에 한 번 칠석날에 저는 제 아내, 직녀를 만나러갑니다.”
“오작교를 통해서 말이죠?”
“네, 잘 아시는군요.”
견우는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다행이라며 미소를 지은 듯 마저 말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서로 사랑하는 부부에게 1년에 단 하루라니.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그렇네요.”
주어진 일을 안 하고 옥황상제의 궁궐 꽃밭을 망쳐놓은 본인의 책임도 있는 게 아닐까도 싶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하루는 너무하긴 했지.
내가 공감한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견우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매일 은하수 강변에 앉아서 울고 있는 저를 제 오랜 친구, 천우가 보기 안쓰러웠던 모양인지 말을 걸더군요.”
견우의 소가 말한 내용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나를 죽이고 내 가죽으로 배를 만들어서 은하수를 건너가, 친구.’
아내를 그리워하는 친구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다니.
눈물겨울 정도로 뜨거운 우정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목숨까지 내어놓는 건 좀······.
현대인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다행히 견우도 냉큼 고맙다고 친구를 죽인 건 아닌 모양이었다.
“저는 안 된다고 했죠. 어떻게 친구를 죽여서 그 가죽을 배로 만들겠습니까. 더군다나 천우는 옥황상제 님의 소인 걸요.”
아, 그렇겠네.
견우의 직업이 옥황상제의 소를 돌보는 것이었으니, 천우를 죽이면 천벌을 받겠지.
어? 잠깐만.
지금 고기가 여기에 있다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였다는 소리잖아?
“천우는 제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자 스스로 바위에 머리를 들이받고 죽었습니다.”
“다, 다행히 직접 죽이신 건 아니군요.”
“제가 어떻게 친구의 목숨을 제 손으로 끊겠습니까.”
이걸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나?
아니면 그래도 관리 소홀이라며 혼나려나?
아무튼 이 고기를 조리하는 게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런 내 마음도 모르고 견우는 친구인 천우가 생각났는지 눈에 눈물이 차오른 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제가 구슬피 울고 있자, 태상노군께서 강림하셨습니다. 천우의 마음을 기특히 여겨 자신이 데리고 가겠다고 하시더군요.”
태상노군은 도교를 창시한 노자의 천계에서의 모습.
옥황상제나 원시천존보다도 더 높은 격의 존재라고도 했다.
황소를 타고 다니는 걸로 유명했는데, 천우를 신선으로 만들어 자신의 탈 것으로 데려갔다나?
우화등선이 아니라 우(牛)가 등선했네.
“신선이 되기 전, 천우의 마지막 소망이 자신의 가죽으로 제가 은하수를 건너는 것과 자신의 고기를 맛있게 먹길 바라는 것이었습니다.”
“아, 그래서······.”
“네. 이렇게 고기를 들고 여길 찾아온 이유는 이 고기로 최고의 요리를 해주시길 원해서입니다.”
거리가 16광년이나 되는 은하수를 건너는 일은 무척이나 고된 일.
고기를 든든히 먹고 체력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견우의 다짐이었다.
“천우의 마음을 받아들여서라도, 저는 소가죽 배를 타고 은하수를 건널 겁니다. 옥황상제께서 노하시더라도 직녀를 만나겠습니다!”
전후사정을 들으니 죄책감이 좀 사라지긴 한다.
아니, 오히려 정말 맛있는 요리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그럼 제가 최고의 소고기 요리를 해드리죠.”
그렇게 내가 견우의 뜨거운 마음에 응하려고 했을 때였다.
딸랑-
신야식당의 성좌 전용 문이 열리면서 새로운 손님이 들어왔다.
조선시대의 아낙처럼 장옷을 뒤집어써 얼굴을 가린 여성 성좌였다.
설마 진짜 직녀인가?
궁금해하는 나와 달리 견우는 나에게 천우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느라 그녀를 보지 못한 듯했다.
“이쪽으로 오시죠.”
“저기, 예약한 대로······.”
“아, 별실 손님이셨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차원 별실]”
일단 별실을 예약했던 손님이었기에 원칙대로 나는 [신야식당] 스킬의 일부로 별실을 만들어 주었다.
“요리 준비해드릴 테니, 잠시 기다려 주세요.”
“알겠습니다.”
나는 견우를 잠시 기다리게 하곤 새로 온 손님 쪽으로 향했다.
차원 결계가 생기기에 견우는 그녀를 절대 볼 수 없었다.
“어서 오세요. 손님, 이제 겉옷을 벗으셔도 됩니다.”
내 말에 얼굴까지 가리던 장옷을 벗은 여성 성좌.
장옷 안에서 아름다운 선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안녕하세요. 저는 천계에서 베를 짜는 직녀라고 합니다.”
성좌 ‘나도 어쩔 수 없는 선녀인가 봐’의 정체는 역시나 직녀였다.
그토록 서로를 보고 싶어 하던 견우와 직녀가 서로 같은 자리에 있는 줄 모르고 내 식당에서 만나게 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생겨나 버렸다.
오작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