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63
63화. 꽃등심 파티와 견과류 꿀타래
“부인!”
“서방님!”
[차원 별실]의 경계가 해제되고 서로 눈이 마주친 견우와 직녀.두 성좌는 어떠한 말도,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서로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와락, 자석이 달라붙듯 서로를 껴안았다.
크으, 1년에 한 번씩밖에 만나지 못하는 부부의 재회라니. 감격적이구만.
“보고 싶었어요, 서방님.”
“나야말로 그대가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어서 매일이 지옥이었소, 부인.”
“아아, 행복해요.”
“나도 행복하다오. 이 시간이 영원하기를······.”
감격적이긴 한데 왜 보고 있자니 속이 부글부글 끓는 거지.
손님, 여긴 데이트 장소가 아니라 식당입니다.
······아, 식당도 데이트 장소긴 하구나.
나는 괜히 심술이 나서 깨끗한 조리 테이블을 행주를 집어 뻑뻑 닦았다.
“부인,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된 거요?”
“그러는 서방님이야말로 어찌 여기에 계십니까?”
만남의 기쁨을 충분히 누린 부부는 곧 당황한 표정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하긴, 매년 칠석날에 오작교 위에서만 만나야 하는 부부가 지구, 그것도 인간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우연히 만났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여기선 일단 내가 끼어들어야겠네.
“두 분, 진정하시고 자리에 앉으시죠.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어도 시간은 아직 많습니다.”
아직 자정이 넘지 않은 시간.
동틀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기엔 시간이 많았다.
물론 오랜만에 재회한 부부가 서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는 데는 하룻밤도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상황을 이해하는 게 먼저겠지.
내 제안대로 자리에 다시 앉은 견우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나는 은하수를 건너기 전에 마지막 각오를 다지러 왔소. 사실 내가 예약한 건 아니고.”
알고 보니 견우가 직접 ‘신야식당’을 예약한 건 아닌 모양이었다.
“당장이라도 천우의 가죽으로 만든 배를 타고 은하수를 넘을 생각이었지만, 내게 기력도 보충하고 천우의 육신을 뜻깊게 쓰라는 의미로 까마귀들이 예약해놓았다오.”
평소 오작교를 만들어 주는 까마귀들의 제안을 거절하기도 힘들어서 견우는 ‘신야식당’으로 왔다고 한다.
사실 그 전부터 맛집으로 소문난 우리 식당에 꼭 직녀랑 한번 와보고 싶었다나?
“그런데 나 혼자 오게 된 걸 속으로 한탄하고 있었지. 그런데 여기서 부인을 만날 줄이야······.”
그렇게 말하는 견우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직녀도 눈가를 소매로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방님도 그러셨군요. 소첩도 마찬가지랍니다.”
“부인도?”
“네. 까치들이 여길 예약해주었어요.”
까치들이 베틀을 박살 내고 당장이라도 은하수로 뛰어들려는 직녀를 말리고 우리 식당에 오는 걸 추천했다나?
“엄연히 지아비가 있는 제가 식당에 함부로 출입하는 것이 꺼려진다고 하니 별실까지 마련했다고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왔지요. 까치들에겐 신세 진 게 많으니까요.”
직녀는 거기까지 말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사실 와서도 금방 돌아가려 했답니다. 하지만 이 식당 분들이 너무 친절히 대해주시고, 또 맛있는 요리까지 먹으니 항상 슬퍼만 했던 마음속에 기쁨이 솟는 게 아니겠어요?”
직녀는 꿀타래와 그걸 만들어 준 미야를 보며 빙긋 웃더니 다시 얼굴을 파스스 흩트렸다.
“그러나 서방님 없이 혼자 이 기쁨을 누린다는 것이 또 한없이 서러워지려던 참이었어요. 그런데 그런 참에 서방님을 만나게 될 줄이야······.”
“부인······!”
“서방님······!”
다시 열렬히 서로를 껴안는 견우와 직녀.
나는 감동적인 부부의 해후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지난 예약을 떠올렸다.
어쩐지 예약 신청서에 깃털 몇 개가 포함되어있더라니.
헤르메스의 신상을 통해 예약이 확정되면 성좌가 자필로 쓴 예약 신청서가 배송이 된다.
정확히는 일종의 ‘계약서’로 성좌가 식당에 예약하고 꼭 방문하겠다는 증명이기도 했다.
나름의 ‘노쇼’ 방지랄까?
견우와 직녀의 신청서에는 검은 깃털이 몇 개 딸려 왔기에 착오가 있었나? 싶었는데 오작교 멤버인 까마귀와 까치들이 대신 신청서를 써준 모양이었다.
“대단한 충심이네. 견우와 직녀를 만나게 해주려고 이런 일까지 벌이고.”
“사장님, 사실 신청서 뒷면에 이런 글이······.”
내가 그렇게 감탄하고 있을 때였다.
에녹이 견우와 직녀 몰래 신청서를 내게 가져왔길래 신청서의 뒷면을 보니,
– 왜 신청했냐고 물으신다면, 가르쳐드리는 게 인지상정!
– 까마귀들의 탈모를 막기 위해, 까치들의 대머리를 막기 위해,
– 깃털과 근육통, 눈물을 뿌리고 다니는!
– 우리 오작교 형제단에겐 탈모 없는 미래, 반짝이지 않는 머리가 기다리고 있다!
라고 적혀있었다.
······견우와 직녀를 위해서 한 게 아니라 자신들의 탈모 방지를 위해서 벌인 일이었구나.
녀석들, 얼마나 머리 빠지는 게 싫었으면.
자라나라 깃털깃털.
그 의도야 어찌 되었든, 까마귀와 까치들이 나서서 견우와 직녀가 만나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나는 두 사람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된 거, 아예 합석하셔서 음식을 함께 드시는 건 어떨까요? 견우님이 가져오신 소고기를 메인으로 드시고 직녀님이 주문한 꿀타래를 디저트로 드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내 말에 견우와 직녀가 서로를 바라본다.
바라보긴 바라보는데 두 눈에서 꿀이 떨어진다.
“부인, 내가 소고기 요리를 시킨 것을 어찌 알고 단 과자를 시키셨소?”
“어머, 서방님. 저희는 떨어져 있어도 서로 마음이 통하나 봐요.”
“······.”
그냥 둘이 만나게만 하고 내보낼 걸 그랬나.
하지만 그래선 요리사인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지.
나는 애써 웃으며 아까 남겨 놓았던 새우살을 한 번 더 석쇠에 올렸다.
견우는 먹었지만, 직녀는 먹지 못했으니까 한 번 더 굽기로 했다.
치이익!
먹음직스러운 소리와 함께 새우살의 야들야들한 지방과 고기가 노르스름하게 익기 시작했다.
익은 새우살을 직녀 앞에 놓아주었다.
“먼저 허브를 섞은 던전산 암염에 한 번 찍어 먹어보시죠.”
“감사합니다.”
내 안내에 따라 허브가 섞인 암염에 새우살을 콕 찍어 먹는 직녀.
새우살 소금에 찍어 먹는 이유는 새우살 자체에 기름기가 많아서 소금이 잘 스며들고, 그 자체로 맛이 풍부해서 다른 소스의 맛이 필요 없기 때문이었다.
후추와 비슷한 허브를 살짝 섞어 느끼함만 잡아주면 고기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지.
“부인, 고기 맛이 참 좋지 않소?”
“정말요.”
견우에게는 이미 아까 추천한 조합이었기에 그는 아내가 먹는 것만 봐도 좋은지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그러면 이번에는 다른 조합을 추천해볼까.
“다음은 던전 생와사비입니다.”
게이트 사태 이후 겨우 남아있던 철원의 생와사비 농가에서 마철성이 어렵게 구해와 던전에서 재배한 던전 생와사비였다.
나는 생와사비의 끝을 칼로 깎아낸 뒤, 강판에 살살 갈아주었다.
그러자 마치 크림처럼 부드럽게 생겨나는 녹색 와사비 소스.
이번에는 견우도 먹지 못한 소스라 그가 침을 꿀꺽 삼키는 게 보였다.
“바로 얹어 드셔야 맛있습니다.”
내 권유에 견우, 직녀 부부는 와사비를 새우살에 얹어 입에 가져갔다.
순간 코끝이 찡하는 매움에 두 성좌가 동시에 콧등을 찡그렸지만, 그것도 잠시.
와사비의 매운맛이 느끼한 맛을 날려주고 은은한 단맛까지 가져다주자 찡그린 얼굴이 사르르 풀렸다.
“새우살만 연속으로 먹으면 느끼해서 물릴 줄 알았는데 이 와사비라는 것 때문에 계속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입안이 화해지면서도 상큼한 게 느끼함이 싹 사라지네요.”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두 성좌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어느새 구웠던 새우살이 다 떨어지고 견우와 직녀는 나를 보며 더 없냐는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새우살이 아무리 맛있다지만, 그것만 먹을 수는 없지.
“이번에는 꽃등심의 알등심 부위를 구울 겁니다.”
새우살보다는 기름기가 적은 알등심을 석쇠 위에 올린다.
알등심, 우리가 등심이라고 부르는 이 부위는 안심이나 양지보다는 기름지긴 했지만, 새우살에 비하면 기름기가 적기 때문에 오래 익힐수록 질겨진다.
그래서 미디움과 미디엄 레어 사이로 구워야 육즙과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지.
나는 촉촉하게 구워진 등심을 먹기 좋게 썰어 견우와 직녀에게 나누어주었다.
“어머, 아까랑 또 다른 맛이에요. 기름진 맛보다 고기를 씹을수록 나오는 육즙의 풍미가 대단해요.”
“나도 동감이오, 부인. 이건 씹는 맛이 있군.”
새우살은 입에서 녹듯이 사라졌다면, 알등심은 씹을수록 소고기 본연의 맛이 진하게 흘러나온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허브가 섞인 던전산 암염과 생와사비와 곁들여서 먹자 두 성좌의 입에서 이번에도 연신 감탄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어쩌면 아바마마도 이런 진미를 먹어보진 못하셨을 거예요.”
“천계의 요리는 모두 양념으로 볶거나 찌는 요리니, 이렇게 고기 본연의 맛을 즐기는 방식이 적지. 부인의 말대로 옥황상제께서도 이런 맛은 즐기지 못하셨을 거요.”
옥황상제는 중국 도교의 최고신.
당연히 옥황상제가 있는 천계의 요리도 중국식이겠지.
중국에는 고기를 직화로 구워 먹는 요리가 거의 없었다.
일본의 유명한 야키니쿠도 재일 한국인들이 정착해서 퍼뜨린 한국식 고기구이의 변형이니까.
직화 구이는 조선시대부터 전립투(氈笠套)라고 불리는 무쇠 냄비에 고기를 구워 먹었던 한국 고유의 문화라고 할 수 있었다.
주모! 샷따 내려! 이게 K-고기 문화지!
“고기를 맛있게 드셨으면 이 요리도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K-고기 문화는 단순히 구이에서 끝나지 않는다.
나는 아까부터 팔팔 끓였던 양지를 넣은 된장찌개와 흰 쌀밥, 그리고 김치를 함께 내어놓았다.
“칼칼하게 끓인 국물이라 마지막으로 남은 느끼함도 모두 씻어내 줄 겁니다.”
된장에 고추장 조금, 거기다 던전 고춧가루와 폭렬초 열매 가루까지 살짝 뿌려 넣은 양지 된장찌개는 된장찌개면서도 빨간 국물을 자랑하고 있었다.
거기다 던전산 채소인 애호박과 양파, 파도 듬뿍 들어가 있어서 육수와 채수, 그리고 된장의 맛이 기가 막히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맵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왠지 더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서방님, 밥에 비벼 먹으니 너무 맛있어요. 제가 드릴 테니 한 입 드셔보세요.”
“허허, 부인, 보는 눈이 많은데······.”
“아이, 참, 얼른 드셔보세요.”
던전 고사리를 좀 찾아볼까? 그러면 육개장도 가능할 텐데.
고사리가 정력에 좋지 않다는 말은 근거 없는 낭설이지만, 이 알콩달콩한 부부를 보니 듬뿍 넣어서 끓여주고 싶어졌다.
아무튼 새우살에 등심구이, 거기다 양지 된장찌개까지 거하게 먹은 견우와 직녀의 표정은 더없이 행복해 보였다.
에이, 아직 한 발 더 남았는데, 행복해하기엔 이르지.
“마무리는 파티시에 미야가 해줄 겁니다.”
내가 뒤로 살짝 물러나자 미야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섰다.
그새 친해진 직녀와 눈인사를 한 미야는 아까 만든 꿀타래와 그 안에 넣을 특별한 소를 가지고 왔다.
내가 견우와 직녀에게 요리해주는 동안 옆에서 부지런히 만든 것이었다.
“트렌트 헤이즐넛 프랄린입니다.”
“트렌트 헤이즐넛······?”
“······프랄린?”
트렌트는 나무 거인들을 일컫는 말.
그중에서 트렌트 헤이즐넛, 즉 개암나무 거인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내가 헤이즐넛이 개암나무 열매라고 설명하자 그제야 견우와 직녀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엄밀히 말하면 동양과 서양의 개암나무는 조금 차이가 있었지만 말이야.
“견과류를 캐러멜화한 설탕에 코팅한 것을 프랄린이라고 불러요. 달면서도 견과류 특유의 고소한 맛이 특징이에요.”
트렌트 헤이즐넛 열매를 드워프가 만들어 준 마정석 오븐에 한 차례 구운 뒤, 던전 보석 벌꿀을 캐러멜로 만들어 섞어서 식혀주면 프랄린이 완성된다.
미야는 그렇게 만든 트렌트 헤이즐넛 프랄린을 칼로 잘게 다져주었다.
그러자 마치 깨 송편에 들어가는 깨 설탕 같은 모습이 되었는데, 미야는 그걸 진짜 송편 소처럼 꿀타래로 감쌌다.
간단하게는 견과류 꿀타래, 정식 명칭은 던전 트렌트 헤이즐넛 프랄린 꿀타래가 되겠네.
“아까보다 더 달콤해요. 그리고 고소함이 넘쳐요.”
“으음, 단 걸 잘 못 먹는 편인데, 이건 정말 맛있군요.”
직녀와 견우의 반응도 대호평이었다.
나를 포함한 세 사람, 아니 한 사람과 두 성좌의 극찬을 받은 미야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떨리고 있었다.
무뚝뚝한 평소의 미야를 처음 본 사람이라면 화를 내고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곁에서 그녀를 지켜 봐 온 내가 보기엔 행복의 미소였다.
“자, 이렇게 저희의 요리가 끝났습니다. 만족하셨나요?”
어느덧 밖은 어슴푸레 동이 밝아오는 시간.
이제는 요리도 끝나고 손님도 떠나야 할 시간이었다.
두 성좌가 떠나기 전에 나는 아까부터 생각하고 있던 걸 제안했다.
“혹시 두 분이 괜찮으시다면, 앞으로 오작교가 아니더라도 저희 식당에서 종종 데이트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내 말에 충격을 받은 듯 그대로 굳어버린 견우와 직녀.
“물론 매일매일 예약해드릴 수는 없지만, 분기마다 한 번 정도라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저, 정말 그래도 됩니까?”
내 말에 견우가 울먹일 정도로 감격한 모양이었다.
그 정도야 뭐, 내 선에서 예약을 조정할 수도 있으니까.
‘신야식당’ 영업일이 아닌 날에 두 성좌를 따로 초청해도 되고.
요리만으로도 웃게 해주었지만, 내 약간의 호의로 손님을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내가 조금 더 고생하는 것쯤이야.
“되고 말고요. 두 분께서 같은 날짜를 정해서 예약만 정해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은공께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연신 내게 고개를 조아리는 견우와 직녀를 보며 난감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유일급 성좌씩이나 되는 이들이 일개 인간인 나에게 고개를 숙이다니.
그만큼 그들에겐 이 만남의 시간이 절실하다는 거겠지.
물론 오작교로 만나서 단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과 비교하면 식당에서 우리 직원과 함께 있는 시간은 비교할 바가 아니겠지만, 만날 기회가 더 자주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은 행복한 모양이었다.
“다행입니다. 두 분이 위험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되었네요.”
서로 상대를 만나고자 하는 일념으로 소가죽 배와 끈 하나에 의존해서 은하수를 건너려고까지 했는데, 그 위험을 이젠 막을 수 있었다.
물론 둘이 은하수를 건너서 만나는 데 성공했다면, 계속 함께 있을 수 있었을지는 몰라도 옥황상제의 명을 어긴 죄로 계속 쫓겼겠지.
“······쿨럭.”
“크, 큰일이에요.”
나는 당연히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을 거라 생각한 견우와 직녀의 표정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둘의 표정이 사색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왜들 그러시죠?”
“그, 저희가 은공 덕분에 은하수를 건너 도망치는 큰 죄는 저지르지 않을 수 있게 되었지만······.”
“이, 이미 천우가 죽고 베틀이 부서졌기에 죄는 여전히 남아 있답니다.”
“아.”
당장 만나고 싶은 마음에 옥황상제의 벌도 각오하고 일을 저지르긴 했는데, ‘연성이네 신야식당’에서 만난다는 안전한 선택지가 생겨버렸다.
그러고 나니 옥황상제의 소 천우가 죽은 것과 천계 관리들의 옷을 만들어야 하는 베틀을 부순 것이 문제가 되어버렸다.
아이고, 이 사랑밖에 모르는 커플아.
맛있게 먹고 즐겁게 데이트가 끝나고 나니 다가온 현실에 새하얗게 질린 견우와 직녀를 보며 나는 이마를 짚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들을 안쓰럽게 보던 미야가 나섰다.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미야?”
“제가 쓰던 베틀을 직녀님께 드릴게요.”
미야도 한때는 실을 잣고 천을 짜던 방직의 여신.
직녀의 베틀과는 많이 다를지라도 한때 여신이 쓰던 베틀이니 쓰지 못할 정도는 아닐 거라고 미야가 말했다.
“저, 정말 받아도 되나요?”
“그럼요. 저는 이제 오로지 요리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자신이 요리로 만들어낸 아름다운 실, 꿀타래를 들어 올리며 미야가 활짝 웃었다.
직녀는 눈물을 흘리며 미야의 베틀을 받기로 했다.
“앞으로 언니로 모실게요, 미야 언니.”
“어머, 그래도 되겠어요?”
“그럼요. 제겐 언니도 은인인걸요.”
나는 다시 화기애애해진 미야와 직녀를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견우를 보려다 흠칫했다.
마치 자신에게는 그런 좋은 수가 없냐는 듯 나를 보는 견우.
“아니, 그렇게 저를 보셔도······.”
“으, 은공! 어떻게 방책이 없겠습니까?”
내 손을 잡고 울상을 짓는 견우를 보며 내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나한테 천우를 대신할 영험한 소가 있을 리가 없잖······.
“있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아공간 목장인 [에덴의 동쪽]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거기서 잘린 뿔이 있던 자리를 문지르며 구슬피 울고 있을 누렁이가 있는 방향을.
여신의 은빛 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