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64
64화. 여신의 은빛 실
“누렁아, 가서 천우인 척하고 견우님 말 잘 들어야 한다?”
“우, 움머?”
느닷없이 아공간 목장에서 끌려 나온 누렁이, 아니 미노타우로스 킹은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 건지 구슬픈 눈만 껌뻑이고 있었다.
아니, 무슨 던전 보스가 눈이 저렇게 크고 이쁜 거야.
저래서 헌터들이 공략이나 하겠어?
불쌍해서 한 대도 못 때리겠네.
하지만 연준이한테 슬쩍 물어보니 [다이달로스의 미궁] 속 미노타우로스 킹은 헌터들에게 악몽 같은 존재라고 하더라.
······쟤가?
아무튼 누렁이는 내 설명을 듣더니 천오와 견우의 눈치를 살살 보기 시작했다.
“움머어······.”
“이 친구가 누렁이입니까? 조금 독특하게 생겼군요.”
누렁이를 소개받은 견우가 신기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나는 그런 그에게 누렁이를 천우로 속일 방법을 알려줬다.
“배를 만들기로 했던 천우의 가죽을 덮어쓰고 천오가 둔갑술을 걸어주면 천우인 척 지낼 수 있을 겁니다.”
“내게 맡겨!”
천오가 가슴을 텅텅 두드리며 말하자 견우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까지 해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누렁이든 검은 소든 일만 잘하면 되니까요.”
견우님, 당신은 편견 없는 분이셨군요.
머리만 소고 몸은 인간형인 몬스터도 소로 인정해주시다니.
그렇게 말한 견우는 누렁이의 등 쪽 날갯죽지를 살살 긁어주었다.
“음머어~!”
손이 닿지 않는 곳의 가려움을 해소해주는 견우의 손길에 누렁이의 눈빛이 헤롱댔다.
이야, 역시 견우(牽牛).
소 다루는 데는 전문가네.
그러나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듯 천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천우가 죽은 것 때문에 옥황상제께 혼나는 게 아니었어?”
“천우는 태상노군께 갔으니 상제께서도 별말씀하지 않으실 겁니다. 다만, 밭일을 할 소가 없으니 제게 벌을 내리실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튼튼한 소가 있으니 그런 걱정도 이제 사라졌군요.”
견우는 정말 마음에 든다는 듯 누렁이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마치 마사지를 받는 것처럼 기분 좋게 우는 누렁이.
하긴, A급 던전 보스 몬스터인데 힘 하나는 끝내주겠지.
그렇게 견우에게 누렁이를 양도하는 게 결정되자, 천오가 누렁이에게 가서 가짜 긴고아를 벗겨주었다.
“뭐, 견우한테 간다니깐 이건 필요 없겠지.”
“움머?”
“견우가 사람 좋아 보여도 천계의 성좌거든? 너 정도는 쟁기질 한 방에 골로 보낼 수 있으니깐 까불지 말고.”
또록, 적당히 눈치 봐서 도망칠 생각이었는지 당황한 누렁이의 눈알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그런 누렁이를 보며 천오가 히죽 웃었다.
“사실 이건 너에게도 기회일 지도 모르겠다. 천계에서 밭 갈면서 공덕을 쌓으면 너도 몬스터에서 권속으로 승격할 수 있을걸?”
마력으로 변질된 생물, 즉 마물에 불과한 몬스터가 성좌는 아니어도 성좌에 근접한 권속까지 올라간다는 건 대단한 영전, 아니 신분 상승이었다.
천오의 말을 들은 누렁이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칠각흑우로 진화하기 전에 아깝게 부러진 뿔은 생각도 안 날 정도로 큰 기회였으니까.
“그러니까 가서 말썽부리지 말고 견우 말 잘 들어라. 만약 사고 쳤다는 소리 들리면 당장 내가, 아니 내 본체가 갈 거다? 알지, 내 성격?”
천오도 아닌 제천대성이 직접 간다는 소리에 누렁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렇게 천오는 제대로 안전장치를 마련한 뒤, 견우에게 누렁이를 보내주었다.
“짜식, 그새 정들었다고 아쉽네.”
“······만난 지 겨우 사흘째거든?”
“불가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랬어.”
와, 진짜 부처님인 투전승불이 말하니깐 할 말이 없네.
나는 천오의 말에 피식 웃으며 마지막으로 견우와 직녀를 보았다.
“이제 진짜 가실 시간이네요.”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은공의 은혜가 하해와 같아요.”
견우와 직녀는 나란히 내게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성좌가 인간인 나한테 감사 인사를 하는 장면은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질 않네.
“은혜는 괜찮습니다. 두 분 무모한 일은 하지 마시고 저희 식당에서 종종 얼굴 뵙는 걸로 하죠.”
내가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고 있자, 견우와 직녀는 서로를 마주 보더니 빙긋 웃었다.
“그럴 수야 없지요. 우선 저희가 드릴 수 있는 걸로 은혜를 갚겠습니다.”
“돌아가자마자 까마귀와 까치를 통해서 보답을 드릴게요.”
그렇게 말한 견우와 직녀 두 부부는 손을 꼭 잡고 ‘신야식당’의 성좌 전용 문을 통해 가게를 떠났다.
나는 그 뒷모습을 아련하게 바라보았다.
아마 식당의 문을 나서면 두 성좌는 각각 원래 자신이 있던 곳으로 이동해 헤어지게 되겠지만, 같이 있는 동안만큼은 손으로나마 이어지고 싶은 거겠지.
“음머!”
그리고 그 뒤를 허겁지겁 누렁이가 뒤따랐다.
그래, 너도 가서 잘 살아라.
나는 웃으며 오늘 ‘신야식당’의 영업을 마쳤다.
* * *
견우와 직녀 부부가 돌아간 날 밤, 한때 여신이었던 마녀, 바바 야가 미야는 [에덴의 동쪽]에 설치된 자신의 오두막 테라스에서 밤하늘을 보고 있었다.
“메에~”
그런 그녀의 곁에서 양, 미리가 털을 반짝이며 울었다.
미야는 그런 미리의 털을 쓰다듬어주며 마녀의 허브차를 호로록 들이켜고 있었다.
“여유롭네.”
낮 장사인 ‘연성이네’ 장사를 끝마친 이후의 저녁은 직원 모두에게 휴식 시간.
평소에는 다음날 장사 준비를 하거나 요리 연구를 하는 도연성이었지만, ‘신야식당’ 영업 다음 날만큼은 모두에게 휴식 시간을 주었다.
‘어휴, 저도 쉬어야죠. 요즘 영 몸이 쑤신 게.’
도연성은 본인이 힘들다는 핑계로 직원들을 쉬게 해주는 착한 마음씨를 가진 정말 보기 드문 인간이었다.
그녀를 마녀라고 매도하고 틈만 나면 화형대에 올려 태워죽이려 했던 인간들과는 다르게 말이다.
길을 잃은 것이 안쓰러워 과자를 만들어 주었더니 자신을 되려 모함하고 죽이려 들었던 남매······.
“아냐, 우울한 생각은 하지 말자.”
미야는 서둘러 고개를 저어 과거의 망령을 털어내었다.
우울해하기엔 오늘 있었던 일이 그녀에겐 너무 행복했으니까.
그녀는 아까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마스터, 뭐 하고 계세요?”
‘연성이네’ 낮 장사가 끝난 뒤, 도연성이 주방 구석에서 무언가를 부스럭대며 먹고 있는 걸 보고, 미야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읍? 쿨럭쿨럭!”
먹다가 들킨 게 부끄러운 건지 아니면 놀라서 그런 건지 사레가 들려 기침을 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입에서 사정없이 뿜어나오는 하얀 가루.
연성이 먹고 있던 건 바로 전날 미야가 만들었던 꿀타래였다.
“마스터? 왜 그걸 드세요?”
만든 지 반나절이 넘은 꿀타래는 녹아서 끈적끈적해졌는데 그런 꿀타래를 왜 먹고 있는 걸까?
미야가 당황해서 도연성을 말리려고 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으며 입 안의 꿀타래를 꿀꺽 삼켰다.
잠깐 그 모습이 마치 땅에 떨어진 간식을 주인이 뺏어갈까 봐 허겁지겁 삼키는 강아지 같다는 생각을 한 미야였다.
덩치 큰 강아지 도연성은 입가의 흰 옥수수 전분 가루를 닦아내곤 미야에게 엄지를 척 치켜올려 주었다.
“대단해요, 미야. 어떻게 서양식 디저트 재료를 한국식으로 해석할 생각을 했어요?”
왜 방치된 꿀타래를 먹나 했더니, 요리 연구의 일환이었던 모양이었다.
입 안의 꿀타래를 요리조리 음미하며 [천미통]으로 맛을 분석하는 연성을 보며 미야는 입꼬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 요리라면 사족을 못 쓰는 분.’
아무리 마력을 태울 수단이 있다고는 해도, 까딱 잘못하면 스스로를 죽일 수 있는 마력 깃든 음식이었다.
연구를 위해 그런 걸 잘도 넙죽넙죽 먹는 도연성의 존재는 성좌였다가 권속으로 격이 추락한 미야에게도 신기했다.
“다 마스터가 힌트를 주신 덕분이에요.”
“제 설명만으로 그걸 떠올렸다고요?”
미야의 말에 연성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꿀타래 레시피를 설명할 때 견과류를 넣어서 팔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잠깐 한 게 전부였는데, 미야가 그걸 바로 그 자리에서 응용했을 줄은 그도 몰랐던 모양.
“역시 미야는 대단하네요.”
“아니에요. 그리고 전에 비슷한 요리를 설명해주셨잖아요.”
“비슷한 요리? 아, 송편.”
미야는 언젠가 연성과 요리 이야기를 하다가 나왔던 송편 이야기를 기억해 두고 있었다.
익반죽을 한 쌀가루에 깨와 설탕을 섞어 만든 소를 넣어 찐 한국의 추석 명절 음식, 깨 송편.
미야는 깨 송편을 떠올려 꿀타래와 트렌트 헤이즐넛 프랄린 둘을 섞어서 이런 요리를 만들 수 있었다.
그 과정을 들은 연성이 다시 한번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역시 디저트는 저보다 미야가 한 수, 아니 열 수 위네요.”
“칭찬이 너무 심하세요, 마스터.”
미야는 진심으로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보기엔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마력이 깃든 재료의 맛을 일일이 연구하며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연성이 더 대단해 보였다.
심지어 자신은 디저트 쪽이 전부였지만, 연성은 디저트부터 모든 분야의 음식을 망라하면서 만들어내고 또 만들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마나 번]”
지금도 자신이 만든 꿀타래는 마력을 태워 가면서까지 먹으면서 연구하고 있지 않은가.
정말 대단한 인간이었다.
“휴,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네.”
“조심해주세요, 마스터. 마력 중독은 인간에겐 치명적이니까요.”
미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주의를 주자 연성이 입꼬리를 올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어쩔 수가 없었어요. 미야가 만든 꿀타래가 너무 맛있었던 걸 어떻게 해요. 조금이라도 더 음미하면서 연구해야 했다고요.”
“······마스터도 참.”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요리를 칭찬해주는 연성의 말에 미야는 겨우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이런 식으로 마녀인 자신에게 편견 없이 다가오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편견 없는 연성은 또다시 그녀에게 충격을 주었다.
“앞으로 이 디저트에 미야의 이름을 붙여야겠어요.”
“네?”
“그래야 미야의 이름이 성좌들에게 널리 퍼지죠.”
미야는 여신에서 마녀로 추락한 존재.
언젠간 다시 여신으로 돌아가려면 인지도가 올라가고 성좌력을 쌓아야 했다.
그러려면 연성이 말한 대로 음식에 본인의 이름을 붙여서 판매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성좌들이 이 디저트를 사 먹을 때마다 미야의 이름을 부를 테고, 그렇게 스며들 듯 그녀의 인지도, 즉 성좌력이 올라갈 테니까.
“마스터······.”
“어디 보자, 어떤 이름이 좋을까요?”
멋진 이름을 지어주고자 고민에 빠진 연성을 보며 미야는 자신도 모르게 툭 이름을 내뱉었다.
“헥센바트(Hexenbart).”
중국에선 꿀타래를 용의 수염을 닮았다고 해서 용수당이라고 부른다고 들었다.
그래서 미야는 자신도 모르게 ‘마녀의 수염’이라는 의미를 지닌 독일어 단어를 말하고 말았다.
마녀에겐 수염이 나 있다는 게 유럽의 전설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의미를 들은 연성이 미간을 찌푸리곤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이름을 붙일 수야 없죠. 손님에게 마녀의 수염을 먹일 순 없잖아요?”
“아, 그렇겠네요.”
미야는 앗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연성의 말대로 ‘마녀의 수염’은 누가 들어도 먹고 싶지 않은 이름의 음식이었다.
“그리고 미야의 이름을 붙일 건데 마녀는 좀 그렇잖아요? 이건 어때요?”
연성이 좋은 이름이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여신의 은실.”
연성이 말한 이름에 충격을 받은 미야가 잠시 굳었다.
그런 그녀에게 연성은 싱긋 웃으면서 설명을 이어 나갔다.
“한때 방직의 여신이었던 미야를 상징하면서도 꿀타래의 모습을 그대로 묘사할 수 있죠.”
“······실바파든 데 고튼(Silberfaden der Göttin).”
“와, 독일어로 하면 어려운 이름이 되네요. 그럼 이걸로 결정하는 겁니다?”
연성은 뭐가 좋은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헤르메스의 신상에 메뉴를 등록해야겠다며 오픈 키친으로 나갔다.
미야는 멍하니 그런 연성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에덴의 동쪽]에서 별을 보던 미야는 자신도 모르게 다시 그 이름을 말했다.“실바파든······데, 고튼.”
여신.
자신이 다시 그 이름을 쓸 수 있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물론 지금도 여신이 아니라 마녀의 모습을 한 권속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그 이름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시 여신으로 돌아간 듯한 기쁨이 몰려왔다.
“고마워요, 마스터.”
이곳에 오길 정말 잘했다고, 미야는 그렇게 생각했다.
* * *
그 시각,
고귀한 성좌들의 시간을 삭제해버리기로 악명 높은 영상 플랫폼, 갓튜브에는 하나의 영상이 올라왔다.
[프로듀스 알바 플래닛 999 Episode. 0 | 전설의 식당, ‘연성이네’의 직원을 뽑아라! | 탈라리아 스튜디오]한 달 전, 헤르메스가 자신의 권속을 총출동시켜서 진행한 갓튜브 예능 프로젝트.
프로듀스 알바 플래닛 999의 티저영상이었다.
그리고 그 반응은 성좌들 사이에서 가히 폭발적이었다.
[조회수 : 12,001]인간 세상의 유튜브와 비교하면 그 조회수가 미미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신, 즉 성좌들의 숫자는 약 18,000명.
즉, 모든 성좌의 66.6%가 필멸자가 운영하는 식당, ‘연성이네’의 직원 오디션을 지켜봤다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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