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67
67화. 식신 가네샤
가네샤.
코끼리의 머리를 한 신답게 덩치도 커다란 힌두교의 신은 낑낑대며 문을 통과해서 들어왔다.
들어온 뒤에도 그 커다란 덩치 때문에 식당 안이 비좁을 지경이었다.
“안 되겠군.”
코끼리 머리가 천장의 전등을 건드려 부수기 직전까지 가고 나서야 가네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네 개의 손으로 수인을 맺었다.
“[축소화]”
그러자 가네샤의 커다란 덩치가 스르륵 작아져서 평범한 사람 크기로 줄어들었다.
······그래도 코끼리 머리는 비상식적으로 컸지만 말이야.
큰 몸 때문에 불편해했던 몸을 줄이고 나서도 가네샤는 표정을 풀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내 바하나가 여기를 절대 들어오려 하지 않던데, 그 이유를 알고 있나?”
“바하나요?”
“힌두교 성좌들이 타고 다니는 탈 것을 바하나라고 하지. 내 바하나는 쥐고.”
“쥐, 쥐에 타신다고요?”
코끼리가 쥐를 타고 다닌다고?
나는 덩치 큰 가네샤가 작은 쥐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상상해봤지만, 전혀 떠오르지 않아서 당혹스러웠다.
그런 나를 보며 가네샤가 어깨를 으쓱였다.
“지금보다 더 작아져서 타면 되네.”
“아.”
몸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면, 쥐에 올라탈 만큼 작아질 수도 있겠네.
나는 그제야 납득이 가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쥐가 왜 ‘연성이네’에 오길 꺼려했는 지도 금방 떠올릴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나는 톰이 주고 간 [고양이 왕의 수염(유일급)]을 오픈 키친 아래의 수납장에서 꺼내 보였다.
그걸 본 가네샤가 작게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라면 이해가 가는군.”
수염의 일정 반경 안으로는 쥐, 바퀴벌레 등 해로운 존재들이 존재할 수 없게 해주는 아이템이었기에, 가네샤의 탈 것인 쥐가 식당으로 들어오길 꺼린 듯했다.
“죄송합니다. 식당에 있어서 위생은 무척이나 중요한 거라서요. 손님께 불편함을 끼칠 줄은 몰랐습니다.”
손님이 쥐를 타고 올 거라고 예측하는 사장이 어디에 있겠어.
억울했지만, 손님은 손님.
그러나 가네샤는 내 사과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해하고 있으니 사과하지 말도록. 나 역시 쥐를 타고 다니는 이유가 그와 다를 바가 없으니.”
“다를 바가 없다는 말씀은······.”
“쥐는 욕망에 가득 차 음식을 훔쳐먹고 병을 옮기는 해로운 존재. 그래서 내가 그 위에 올라타 그 해악을 짓누르는 것이지.”
아, 그러니까 가네샤는 해로운 존재를 억누르기 위해서 쥐를 타고 다닌다는 소리였구나.
새삼 사람들이 가네샤를 왜 좋아하는지 알겠네.
다른 신들이 멋진 신수를 타고 다닐 때, 가네샤는 인간들을 위해 쥐를 타고 다니는 거잖아.
나는 눈앞의 손님에 대한 첫인상이 점점 호감으로 바뀌어 나갔다.
아니 분명히 호감이었는데,
“너, 뭐 돼?”
“네?”
“원래 뭐라도 되는 인간이었냐는 말이다.”
그가 작은 눈으로 나를 위아래로 쳐다보며 깐깐하게 중얼거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가네샤는 나를 보며 코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이상하군. 그게 아니면 이런 격이 설명이 안 되는데.”
“저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네 격이 권속급으로 올라갔다는 게 이해가 가질 않다는 소리다. 허, 참.”
가네샤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음? 넥타르를 먹어서 그런 거 아니었나?
알고 온 거 아니었어?
내가 의아해하자 가네샤는 자신의 코로 머리를 긁으며 입을 열었다.
“신화 속에서 넥타르를 마신 인간은 총 넷이다.”
“네 명이나 있었군요?”
“너를 포함하면 다섯이지. 모두 신들의 호의를 얻거나 시련을 이겨내고 받았지.”
가네샤의 설명에 따르면 그리스 신화 속에서 넥타르를 먹은 인간은 탄탈로스, 익시온, 오디세우스와 프쉬케, 이렇게 넷이었다.
그러나 그중 넥타르의 효과를 제대로 받아들인 건 둘 뿐이라며 가네샤가 설명을 이어 나갔다.
“오디세우스는 여신 칼립소에게 영원한 젊음을 주는 넥타르를 받아 마셨지. 그 덕분에 길고 긴 항해를 견딜 수 있는 젊음과 체력을 얻었다.”
오디세우스가 넥타르를 마셨었구나.
어쩐지 온갖 모험과 위기를 겪어도 멀쩡하더라니.
“물론 말년엔 자기 아들의 창에 찔려 죽었지. 불사를 주는 암브로시아를 먹지 못한 탓이다.”
“저런······.”
“원래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는 인간을 신으로 만들 수 있는 영약으로 같이 먹어야 그 효과를 온전히 발휘할 수 있다.”
그 예가 인간에서 여신이 된 프쉬케였다.
프쉬케는 에로스와의 사랑을 허락받기 위해 아프로디테의 시련을 모두 이겨내 당당하게 여신이 될 자격을 얻었고, 그때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먹어서 여신이 됐다나?
“반대로 둘 다 먹었음에도 신은커녕 죄악을 저지른 인간들도 있지.”
탄탈로스와 익시온은 신들의 은혜를 받아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받지만, 그 은혜를 죄로 갚아 지옥에 떨어진 이들이었다.
탄탈로스는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빼돌려 친구들에게 주려고 했고, 아버지인 제우스에게 손자인 자기 아들의 고기를 먹이려고 했다가 타르타로스로 떨어졌다.
익시온은 자신의 장인을 죽인 죄를 용서해준 제우스의 은혜를 잊고 헤라를 넘보려 하다가 지옥에 떨어졌고.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는 그 둘에게도 영원한 젊음과 불멸을 주었지만, 그들은 신이 되지 못하고 영원히 고통만 받게 되었지.”
만약 그 둘이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먹지 않았다면 형벌을 이겨내지 못하고 금방 죽었을 터.
오히려 불멸을 얻었기에 영원히 죽지도 못하고 고통받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가네샤의 설명에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스 신화 쪽 성좌도 아니신데 굉장히 잘 아시네요.”
“나는 상업의 신이자 학문의 신. 동료 성좌들의 공부를 하는 건 내 원칙으로 따지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내 감탄에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던 가네샤는 나를 보며 작은 눈을 더 가늘게 떴다.
“그런데 너는 프쉬케나 오디세우스 같은 영웅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넥타르의 격을 온전히 소화해냈군.”
프쉬케는 인간일 때부터 현실 속에 존재하는 여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뛰어난 사람이었고 그 뛰어남을 미래의 시어머니 아프로디테가 질투할 정도였다.
오디세우스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오디세이아’라는 대서사시의 주인공이었고.
그런데 가네샤는 내가 그런 위대한 사람들과 동급이라는 게 신기한 모양이었다.
“하하,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몸에 좋다고 해서 마신 것뿐이었거든요.”
마력에 중독되고 태우는 걸 반복하다 보니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고 해서 얼른 먹은 거지, 격을 올리기 위해 먹은 건 아니었으니까.
그런 내 대답에 가네샤는 나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네 개의 팔로 수인을 맺었다.
“옴 감 가나파타예나마하.”
가네샤의 입에서 만트라 주문이 울려 퍼지자, 무지갯빛 기운이 그의 몸에서 강렬하게 퍼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가부좌를 튼 채 허공으로 둥둥 떠오르는 가네샤의 몸.
와, 이게 진짜 성좌의 힘이구나.
그렇게 감탄하고 있을 때였다.
“음?”
그중 일부가 나를 향해 뻗어오는 게 아닌가.
나는 움찔 그걸 피하려고 했지만, 그러자 가네샤의 엄한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피하지 말도록. 너에게 해가 갈 일은 없을 테니.”
그의 말대로 피하지 않고 기운을 받아들이자 무지갯빛 기운은 나를 한차례 휘감은 뒤 다시 가네샤에게로 돌아갔다.
그 뒤, 그는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네가 성좌들에게 베푼 선행의 업보가 이미 격으로 쌓여 있었군. 그래서 넥타르의 격이 그대로 흡수된 거였어.”
“선행이요?”
내가 성좌들에게 선행을 베풀었다고?
그냥 요리를 대접해 준 것밖에 없는데.
그것도 다 대가를 받고 해줬었고.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가네샤가 처음으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원래 선행이란 본인도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덕을 쌓게 되는 법이지.”
가네샤는 힘을 거둬들이고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너는 식물을 먹지 못하는 이에게 식물의 맛을 즐기게 해주었다. 주문한 자에게만 요리를 주지 않고 배고픈 모두에게 음식을 베풀었지.”
아, 카인이랑 스루드의 이야기네.
그 뒤에도 가네샤의 설명이 이어졌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에게 고향의 음식을 대접했고, 잊혀져 가는 이들을 위해 그들을 기억해주었지.”
차례대로 페르세포네, 영동 할매, 라구티스, 라구티엔의 이야기였다.
“허약한 이에게는 몸을 보양해주었고, 사이가 멀어졌던 형제를 화해시켜주었으며, 떨어진 부부를 다시 만나게 해주었고.”
고양이 대왕 톰, 카인, 아벨 형제, 그리고 견우와 직녀 이야기네.
가네샤의 입에서 내가 그동안 대접했던 손님과 그 일화가 칭찬이 되어 흘러나오니까 이거 여간 쑥스러운 게 아니다.
“저는 요리사로서 그저 손님이 웃으면서 드실 수 있게 요리를 만들 뿐입니다.”
“그게 선행이고 덕이고 업보, 즉 카르마라는 것이다. 넥타르가 아니었어도 넌 언제고 그 격에 도달했겠군. 합격이다.”
가네샤는 옅은 미소를 띠며 나에게 합격을 고했다.
“넥타르에 의지해서 성좌 흉내를 내려던 인간이었다면 성좌 마켓과 스타 코인의 이용 권한은커녕 끔찍한 ‘장애’를 천벌로 내렸을 거다.”
그가 말하는 장애는 단순한 육체적 장애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나?
육체적 장애를 포함해 내가 하고자 하는 모든 일에 끔찍한 방해와 어려움이 닥치게 만드는 게 가네샤의 ‘장애’라고 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단!”
“단?”
“그와 별개로 지금부터 네 요리와 식당을 평가하겠다.”
평가라니?
내가 의아해서 고개를 갸웃거리자 가네샤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성좌 마켓과 스타 코인을 앞으로도 꾸준히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네가 성좌력을 모을 수 있는지를 평가하겠다는 소리다.”
최고 신들은 내가 가진 성좌력을 소모하면 그만이었겠지만, 상업의 신으로서 성좌 마켓을 관리하는 가네샤 입장에서는 꾸준히 성좌력을 소모해줄 손님이 필요한 것.
그러니깐 지금의 평가는,
“카드 발급 심사 같은 거네요?”
“비슷하지. 굳이 따지면 인간계의 블랙 카드 심사와 가깝다.”
하긴, 성좌들을 위한 마켓의 회원 자격이라면 블랙 카드나 다름없겠네.
현실에서도 블랙 카드는커녕 신용 카드 한 장 없는 게 난데, 성좌계의 블랙 카드를 받게 생겼네.
물론 통과한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지만.
가네샤는 세 손가락을 들어 심사 조건을 이야기했다.
“첫째, 나는 비건이다. 동물성 재료를 쓰지 말고 요리 해라.”
“둘째, 나는 많이 먹는다. 나를 만족시키려면 아주 많은 양이 필요하다.”
“셋째, 나는 다양한 종류의 요리를 즐긴다. 한 가지 요리로만 배를 채우게 할 생각은 하지 말도록.”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하지만 요리사라면 여기서 물러날 수 없는 법.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조건, 모두 받겠습니다.”
“망설임도 없군. 자신이 있는가 보지?”
“혹시 가네샤 님, 그거 아십니까?”
가네샤의 말에 나는 씨익 웃으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전 세계의 비건주의자들이 낙원으로 꼽는 곳이 바로 한국이라는 걸?”
김치, 두부, 나물, 참기름, 쌀밥 등등.
한식의 기본적인 구성은 식물성.
비건들에게 한식, 그중에서도 사찰 요리는 걱정 없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걸로 유명했다.
“비건 요리의 정수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입 벌려! 채식 들어간다!
* * *
첫 메뉴는 한식······이 아니라 전에 만들었던 적이 있던 호리아티키 살라타였다.
한식을 보여주겠다고 해놓고선 조금 민망했지만, 샐러드로 가볍게 시작하는 게 좋아 보였거든.
“대신 한국에서 자라는 채소들과 치즈 대신 연한 순두부를 써보았습니다.”
상추와 민들레 잎, 참나물과 깻잎을 베이스로 순두부를 넣고 소스는 오리엔탈 드레싱으로 만들었다.
호리아티키 살라타가 가정식 샐러드라는 뜻이니 틀리진 않았다. 일단은.
“독특한 향의 채소들이 많군. 신선해.”
가네샤가 내가 내어놓은 샐러드를 포크로 푹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아, 코로 먹지는 않는구나.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라서 코로 먹을 걸 기대했던 나는 살짝 아쉬워졌다.
그리고 내가 아쉬워하는 사이에 가네샤는 샐러드 볼에 담긴 샐러드를 모두 먹어 치웠다.
“맛이 괜찮군. 마음에 들어.”
“다행입니다. 그럼, 다음 요리로······.”
“더 줘.”
“······네?”
내 반문에 가네샤가 콧방귀를 푸르륵 뀌며 말했다.
“시식은 끝났으니 제대로 먹어봐야겠다. 더 가져오도록.”
“······.”
분명 평범한 레스토랑에서 2인분으로 나가는 양이었는데, 그게 시식이라니.
나는 살짝 당황할 뻔했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미리 헤르메스에게 들어서 각오하고 있던 바였다.
“그럴 줄 알고 미리 푸짐하게 만들어놓았습니다.”
나는 주방에서 만들었던 대용량의 샐러드 통을 그대로 들고 왔다.
그 양은 자그마치 100인분.
샐러드 1인분이 대충 100g 정도니, 샐러드로만 10kg이라는 소리였다.
코끼리가 한 끼에 150kg을 먹는다지만, 전채 요리로만 10kg는 조금 부담스러울지도 몰랐다.
어떠냐, 괜찮겠어? 라는 내 표정에 가네샤는 코를 높게 들어 올렸다.
“뿌아아!”
그리고 코를 놀려 순식간에 샐러드를 입으로 가져갔다.
코끼리 아저씨의 손은 진짜 코였어!
그렇게 10kg의 샐러드가 동이 나는 건 순식간이었다.
“이제야 좀 먹을 맛이 나는 양이군.”
에녹이 대기하고 있다 건넨 냅킨으로 코를 슥슥 닦은 가네샤가 나를 보며 물었다.
“더 없나? 아니면 다른 요리를 가져오도록.”
가, 강적이다······.
나, 도연성.
요리 경력 23년, 그리고 ‘연성이네’ 운영 10년 동안 가장 난이도가 높은 손님을 만난 걸지도 몰랐다.
쌈 많이, w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