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69
69화. 두부, 야채 만두, 잡채, 레츠 고
세종실록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중국 황제가 조선 사신이 데려간 요리사가 만든 두부를 맛보고 사신한테 벼슬을 내려주었다.’
‘6년 뒤에도 두부를 받았는데, 실력이 별로더라. 황제가 저번만큼 맛있게 만드는 사람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훗날 임진왜란 때도 명나라 군인들이 조선 두부를 워낙 좋아해서 정식으로 보급해달라고 해서 조선이 매우 힘들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 정도로 조선, 한국의 두부는 맛이 기가 막히기로 유명했다.
“식물로 만드는 치즈라고?”
가네샤는 내가 한 설명 중에 치즈라는 단어에 호기심이 생긴 모양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설명해주었다.
“우유와 콩이라는 점에서 다르지만, 두부나 치즈나 원재료 속의 단백질을 응고시켜서 압착하는 과정을 거쳐 만든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우유를 끓여 렌넷을 넣어 응고시키는 치즈,
두유를 끓여 간수를 넣고 응고시키는 두부.
치즈와 두부는 재료만 다를 뿐 만드는 원리는 똑같았다.
“그래서 치즈 만드는 과정을 보고 두부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죠.”
두부의 기원에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지만, 실질적인 기록이 나타난 건 송나라 때인 10세기쯤으로 유목민족과의 사이가 나빠지면서 고기나 유제품을 얻지 못하면서 생겨났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건 나도 모르는 이야기였다. 알려줘서 고맙군.”
지혜와 학문의 신이기도 한 가네샤는 감탄하며 내 설명을 들었다.
먹을 때를 제외하곤 가장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두부는 어떻게 만드는 건지 알려줄 수도 있나?”
이런, 정말 학구열에 불이 붙은 모양이네.
나는 슬쩍 주방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프링롤 300개를 말았으니 휴식할 시간은 벌어줘야지.
“두부를 만드는 첫 단계는 두부콩을 물에 불리는 겁니다. 물에 불려야 갈기가 편하거든요.”
메주를 만들 때 메주콩을 쉽게 빻기 위해서 물에 불리는 것처럼, 두부콩 역시 물에 불려줘야 한다.
아, 참고로 메주콩과 두부콩은 똑같은 콩으로 노란색 대두다.
“그런 다음엔 물에 불린 콩을 잘 갈아서 콩물로 만들어줍니다. 요즘에는 믹서기로 갈지만, 예전에는 맷돌로 갈았죠.”
“둘의 차이는 없나?”
“맷돌로 갈면 입자가 거칠게 갈립니다. 그래서 콩물보다 비지가 더 많이 나오게 되죠.”
이게 무슨 소리냐.
두부를 만드는 건 콩물이지, 콩을 갈고 나고 남는 찌꺼기인 비지가 아니다.
비지가 많아질수록 콩물에 가야 할 콩 맛이 줄어든다는 소리.
괜히 전통 방식대로 만들면 더 맛있을 것 같지만, 기술의 발전이 두부를 더 맛있게 해줄 때도 있는 법이다.
“그렇군. 그다음은?”
“그렇게 갈은 콩물은 크림처럼 부드러운데 이걸 끓여서 두유와 비지를 분리해줘야 합니다.”
끓는 물에 콩물을 붓고 다시 끓여준다.
그러면 거품이 일어나면서 콩물이 비지와 두유로 분리되는데, 이걸 면보에 넣고 꾹 짜준다.
“면보 안에 남은 찌꺼기는 비지라고 해서 이것도 또 찌개를 끓이면 맛있는 재료입니다. 옛날에는 소에게 밥으로 주기도 했고요.”
“신성한 소에게 바쳐지는 음식이라니. 훌륭하군.”
힌두교 신 아니랄까 봐, 소밥으로 쓴다니까 좋아하네.
나는 속으로 피식 웃으면서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렇게 비지를 분리하고 남은 두유를 약불에 데우면서 간수를 넣어줍니다.”
간수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나는 이번에 [남국의 해안]에서 가져온 깨끗한 바닷물을 썼다.
셀키가 내 부탁을 받고 ‘꾸엉!’ 하면서 심해 깊은 곳에서 깨끗한 바닷물을 가져다줬거든.
이렇게 바닷물로 만드는 대표적인 두부가 강릉의 명산물, 초당두부였다.
아무튼, 이렇게 간수를 넣으면 두유 속의 콩 단백질이 몽글몽글하게 서로 굳기 시작한다.
“이 상태로 먹으면 부드러운 순두부가 되죠. 아까 샐러드에 들어간 치즈 같은 두부가 바로 그겁니다.”
“기억나는군. 맛이 부드럽고 고소한 게 좋았다.”
“단숨에 다 드셨는데 맛이 기억나시나요?”
“나는 가네샤, 지혜의 신. 한 번 맛본 건 모두 기억한다.”
아, 그러시구나.
나는 묘하게 뿌듯해하는 가네샤를 보며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뒤, 다시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 상태로 찌개를 끓여 먹거나 양념해서 먹기도 하지만, 순두부를 틀에 넣고 압착해서 수분을 빼내고 뭉치면 두부가 됩니다.”
“치즈와 같군.”
가네샤의 말대로 치즈 역시 물기를 빼고 단단히 눌러 압착하면 우리가 아는 단단한 치즈가 된다.
두부와 치즈의 다른 점은, 두부는 그 상태에서 바로 먹는다는 거고, 치즈는 소금물에 염장을 한 뒤에 발효 숙성을 해서 먹는다는 거지.
“네 설명을 들으니 왜 두부와 치즈가 비슷하다고 한 지 이제야 알겠다. 너는 설명을 잘하는군.”
가네샤는 내 짧은 특강이 마음에 들었는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긴 코를 뻗어 잘했다는 의미로 내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허허, 아이가 되어서 칭찬받는 느낌이네.
나는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이제 설명은 되었으니, 먹어보도록 하지.”
아, 결국 빨리 달라는 소리구나.
나는 한숨을 짧게 내쉬고 바로 두부 요리에 들어갔다.
“두부는 그대로 먹어도 순하고 고소해서 맛이 좋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를 할 수 있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오픈 키친에 비치된 마정석 화로 위에 찜기를 올렸다.
물이 팔팔 끓는 찜통에 미리 만들어놓았던 두부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넣었다.
“물에 데치는 것보다 증기로 두부를 찌면 맛을 간직하면서 따뜻하게 두부를 먹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화로에는 팬을 올려 얼마 전에 짜낸 고소한 들기름을 두른 뒤, 나는 낮에 미리 준비해놨던 다른 요리가 든 통을 꺼냈다.
“그건 뭐지?”
“비건을 위한 김치입니다.”
오늘의 세 번째 코스는 바로 두부김치였다.
하지만 평범한 두부김치는 아니었다.
“두부를 끓는 물에 데친 뒤, 푹 익은 김치와 고기를 볶아서 함께 먹는 게 보통이긴 합니다만, 가네샤 님은 비건이시죠.”
당연히 고기를 넣고 볶을 순 없었다.
고기만 문제냐? 김치도 문제였다.
흔히 김치를 채식용 음식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일반적인 김치에는 해산물을 염장해 만드는 젓갈이 필수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채식주의자에게는 젓갈 역시 기피 음식이거든.
간혹 있는 굴이나 생선을 통째로 넣어 같이 숙성시키는 김치는 더더욱 안 되었고.
“그래서 젓갈이 없는 김치를 빠르게 만들어봤습니다.”
사실 비건의 성지라도 부를 수 있는 사찰 요리에서는 젓갈 없이 김치를 담근다.
요리 배우는 데 미쳐있던 시절에 내장산 백양사까지 찾아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님께 사찰 요리를 배워왔던 나였다.
그래서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낮에 잠깐 짬을 내서 젓갈이 들어가지 않는 김치를 담가 놓았지.
김치의 숙성은 라구티엔이 준 [숙성의 수레바퀴]를 썼다.
비건을 위한 김치만을 담그고 숙성하기 위해 횟수가 정해져 있는 [숙성의 수레바퀴]를 쓰는 건 살짝 아깝긴 했다.
하지만 내가 요리하는 이유는 손님이 웃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니 비건 김치를 찾는 손님이 있으면 해주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어?
치이익!
나는 예열된 팬과 들기름 위로 비건 김치를 올렸다.
들기름의 고소한 향과 김치의 향이 섞이면서 입에 절로 침이 고이는 소리와 향기가 식당 안에 퍼졌다.
······사실 액젓 없는 김치는 그 향이 살짝 부족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렇게 김치까지 볶은 뒤, 나는 찜기에서 촉촉하면서도 따뜻하게 데워진 두부를 함께 담아 가네샤에게 내주었다.
“드셔보시죠.”
“이번에도 코로 먹으면 안 되나?”
“그, 폭렬초 열매 가루가 들어가서 코가 아프실 겁니다.”
장담한다.
단순히 코가 매운 수준으로 안 끝날 거다.
아마 오늘 하루 종일 기침을 하지 않을까.
아무튼, 가네샤는 내 충고를 받아들여 얌전히 젓가락으로 두부김치를 먹기 시작했다.
물론 이번에도 네 개의 손으로 먹었기에 사라지는 속도가 어마어마했다.
“더 없나?”
“······잠시만요.”
역시 나 혼자로는 안 되겠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미야, 미안한데······.”
“이미 준비하고 있어요, 마스터.”
이미 내가 부탁하기도 전에 미야와 천오 형제들이 비틀거리며 두부김치를 준비하고 있었다.
크윽, 오늘 지나면 휴가 줄게요!
그리고 사장 겸 셰프가 되어서 직원들에게만 맡겨놓을 수는 없는 노릇.
나는 가네샤가 두부김치를 먹는 동안 서둘러 다른 요리를 준비했다.
나는 다시 달군 팬에 들기름을 둘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치를 올리는 대신 잘라놓은 두부를 올렸다.
치이익!
새하얀 두부가 들기름과 열기에 노릇하게 물들어가면서 보기만 해도 맛있게 익기 시작했다.
“이렇게 두부를 구워서 양념장에 찍어 먹기도 하죠.”
샛노랗게 구워져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두부구이와 양념장을 함께 내어주었다.
타이밍을 맞춰 주방에서도 완성된 두부김치가 같이 나왔다.
“두부라는 것이 이렇게 촉촉하고 고소한 줄 몰랐어. 정말 맛있군.”
가네샤는 촉촉한 두부를 김치에 싸 먹기도 하고 노릇하게 구워진 두부구이를 양념장에 찍어 먹기도 했다.
그다음에는 그 반대로 두부구이를 김치에 싸 먹고 촉촉한 두부를 양념장에 찍어 먹었다.
마지막에는 아예 순두부까지 요청해 양념장에 섞어 그릇째로 퍼먹기도 했다.
“갈수록 더 맛있는 요리가 나오니 기대를 안 할 수가 없군. 그래, 다음 요리는 뭐지?”
“······.”
아직도 배가 부르지 않다니. 당신 지금 두부를 80모를 먹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샐러드나 월남쌈이 효과가 있었는지, 아까처럼 무지막지한 양은 아니었다.
잠깐만.
보통 두부 1모가 2인분이니 오히려 아까보다 더 많이 먹은 거잖아?
나는 아직도 배가 고파 보이는 가네샤의 위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좋아, 이렇게 된 거 어디까지 들어가나 시험해본다.”
“음? 방금 뭐라고 했지?”
“아, 아닙니다. 다음 요리를 준비해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얼른 가져오도록.”
그 뒤로도 끊임없이 K-비건 푸드가 가네샤의 입으로 들어갔다.
“다음은 야채 만두입니다.”
“두부의 부드러운 맛과 채소와 버섯의 감칠맛이 제대로 살아있군. 더 줬으면 좋겠군.”
야채 만두는 당면과 두부, 버섯, 그리고 각종 야채를 다져서 만든 속을 밀가루 피에 싸서 만들었다.
이번에도 호평이라 열심히 만두를 찌다 보니 미리 준비해 둔 만두피가 떨어져서 호박꽃과 비슷한 던전의 꽃으로 만두피를 대체한 꽃 만두까지 만들어야 했다.
한국은 꽃 만두를 잘 만들지 않았지만, 이탈리아 등지에서는 최고로 치는 것이 바로 이 꽃 만두였다.
이 아이디어를 떠올린 건 다름 아닌 미아였다.
“미야, 고마워요. 만두피가 떨어져서 동그랑땡을 만들어야 하나 싶었다니까요.”
“아니에요, 마스터. 저번에 재료를 구하러 갈 때 딱 좋은 꽃을 발견해서 다행이에요.”
꽃을 발견한 김에 [에덴의 동쪽]에 심어놓았다던가.
나도 들릴 때마다 간간이 보던 샛노란 꽃밭이 바로 이 꽃이었구나.
덕분에 필요한 양을 빨리 수급할 수 있었다.
“다음은 잡채입니다. 다양한 재료들을 얇게 채를 썰어서 함께 볶는 요리죠.”
잡채는 만두처럼 그 기원을 따지면 중국에서 유래되었지만, 한국에 와서 결정적인 변신을 하게 된다.
그 정체는 바로 당면이었다.
당면도 엄밀히 따지면 중국에서 유래된 거지만, 잡채에 당면을 넣을 생각을 한 건 한국이 유일했다.
당장 중국 요리인 고추잡채만 봐도 고기와 피망만 들어가잖아?
이젠 원래 요리랑 많이 달라져서 한식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러나 이 잡채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어려웠던 재료도 당면이었다.
공장에서 기계로 뽑는 둥근 당면은 개인이 만들기가 너무 어려웠거든.
그래서 나는 전분물을 라이스 페이퍼를 만들 때처럼 천을 씌운 찜통에 익힌 뒤 최대한 가늘게 썰었다.
그러면 납작 당면과 둥근 당면 사이의 그 어딘가에 있는 당면이 완성된다.
“당면과 각종 채 썬 재료를 넣고 양념을 한 뒤, 단숨에 볶아줍니다.”
명절에 하는 잡채는 모든 재료를 다 따로 익힌 뒤 섞지만, 식당에서 하는 잡채는 그렇게 하기보단 한 번에 볶아버린다.
그러면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동시에 강한 화력으로 조리하기 때문에 당면이 불지 않으면서 양념이 잘 스며들어 익기 때문이었다.
“맛있군. 지금까지 먹은 것 중에 잡채가 최고군.”
K-잡채는 한식 중에서도 외국에서 인기가 많은 음식.
가네샤도 잡채가 특히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얼마나 좋았는지 흥분하며 네 손으로 엄지를 치켜들며 4따봉을 날려주기까지.
그 와중에도 코가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잡채를 흡입하고 있었다.
물론 그 덕분에 주방에서는 다시 잡채를 대량으로 만들어야 하는 태풍이 불었지만 말이다.
“당면이 뱃속에 들어가서 좀 불어야 할 텐데······.”
“뭐라고?”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하하······.”
나는 애써 웃으며 한숨을 참았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가네샤를 보았다.
“지금까지 요리는 만족하셨습니까?”
“물론. 아주 좋았다.”
가네샤는 다시 한번 4따봉을 내게 날려주었다.
“배는 좀 차셨습니까?”
“아직은 좀 아쉽군. 설마 벌써 끝인가?”
“윽, 아닙니다.”
배불렀다고 하면 그만할 생각은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들으니 요리사로서 자존심이 상하네.
그래서 나는 오늘 최후의 카드로 남겨놓았던 요리를 입에 담았다.
“한식의 정수이자 비건들의 희망, 산채 비빔밥을 해드리겠습니다.”
각종 나물과 채소를 양념한 뒤 뜨거운 돌솥밥 위에 올려서 양념과 함께 비벼 먹는 한식의 대표.
늦은 밤, 공복에 잠들지 못하는 이들에게 김치와 밑반찬 몇 개에 고추장 한 스푼만으로도 완벽한 맛과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소울푸드.
이걸로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나, 도연성은 가네샤에게 패배를 선언할 생각이었다.
그런 내 비장함을 느낀 걸까,
“내 배를 채워줄 수 있기를 기대하도록 하지.”
가네샤 역시 진지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만큼은 그와 나는 요리사와 손님을 뛰어넘어 배를 채운다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요리로 이어진 혈맹이었다.
영혼의 음식, 비빔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