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70
70화. 영혼의 음식, 비빔밥
자, 오늘 가네샤가 먹은 양을 한번 정리해보자.
전채요리로 나간 호리아티키 살라타.
1인분에 100g인 샐러드를 100인분이나 먹었으니 10kg를 먹었다.
다음 코스인 월남쌈 스프링롤은 개당 30g 정도였다.
그걸 300개를 먹었으니 9kg를 먹은 셈.
여기까지는 말 그대로 전채요리라서 가네샤의 위장을 가볍게 달래준 정도였다.
······19kg은 전혀 가볍지 않은 무게였지만 말이야.
그다음 코스는 본격적으로 가네샤가 푸드파이트를 시작했다.
우선 가네샤는 잡채도 가볍게 100인분으로 20kg 정도를 먹었다.
하이라이트는 만두였다.
개당 60g 정도인 야채 왕만두를 무려 1,000개, 총 60kg나 먹었다.
다 합치면 총합 99kg.
“······와, 이 양이 다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네.”
“그걸 만든 우리가 더 기적이라고 생각해······.”
내가 주방으로 돌아와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바닥에 주저앉아있던 천육이 힘이 빠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고생이 많았어요. 하지만 이제 진짜 마지막이 남았다는 거 알죠?”
“차라리 불경을 구하러 한 번 더 다녀오고 말지······.”
죽어가는 듯한 천칠의 말은 무시하도록 하자.
나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힘을 내죠, 여러분. 또 압니까? 우리의 이 노력으로 식신을 배부르게 했다는 업적을 얻어 격이 올라갈지?”
“마스터? 말하는 건 참 쉽죠?”
나는 마녀 모드와 여신 모드를 왔다 갔다 하는 미야의 시선도 애써 피하며 황급히 입을 열었다.
“이, 이것만 성공하면 소원 하나씩 들어줄게요!”
너무 생각도 안 하고 질렀나?
하지만 지금까지만 해도 16인분에 가까운 요리를 했다.
보통 신야식당을 하면 많아야 3인분인데, 그 다섯 배를 만들었다는 소리.
거기다 낮 장사에서 이미 100인분 넘게 만들기까지 했다.
단품 요리 100접시와 코스 요리 16개를 만들게 했으니 다들 피곤하지 않으면 기적이겠지.
그러니 보상도 단단히 해줘야 했다.
“······그 말, 정말이죠?”
윽, 번뜩이는 미야의 눈빛이 무섭다.
반면, 천오 형제는 심드렁한 표정이었고.
하긴 저게 정상이지.
인간인 내가 성좌나 권속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맛있는 밥 말곤 없으니까.
아무튼 나는 그렇게 직원들에게 지킬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약속을 하고 서둘러 오픈 키친으로 돌아왔다.
주방에 들렀던 중요한 목적을 손에 들고 말이지.
“그건 뭐지?”
내 손에 들린 물건을 보고 가네샤가 흥미를 보였다.
나는 그 물건을 들어 올리며 씨익 웃었다.
“돌솥이라고 합니다. 지금부터 만들 비빔밥에 필수적인 조리도구죠.”
역시 비빔밥은 돌솥 아니겠어?
냉장고에 있는 재료 다 때려 넣고 양푼에 슥슥 비벼 먹는 양푼 비빔밥도 꿀맛이지만, 역시 비빔밥은 돌솥이지.
돌솥은 말 그대로 돌로 만든 솥.
암석이기에 가해진 열을 오래 보관할 수 있어서 비빔밥이 쉬이 식지 않는다.
비빔밥의 특성상 밥이 뜨거워도 나물과 채소가 차갑거나 미지근한 경우가 많아서 비비고 나면 밥의 온도가 많이 내려가는데, 돌솥은 그걸 방지해준다.
“거기다 이 돌솥은 북유럽 신화 쪽의 드워프들이 ‘드래곤스톤’으로 특별히 만들어준 돌솥입니다.”
드래곤스톤은 용의 위장, 정확히는 근위에서 꺼낸 돌인 위석을 말한다.
실제로 조류나 파충류는 이가 없거나 있어도 어금니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이렇게 돌을 삼켜서 돌끼리 부딪치게 만들어 뱃속에 들어간 음식을 분쇄하는 용도로 모래나 작은 돌을 먹는다고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예로는 닭똥집이라고 불리는 닭의 모래주머니가 있겠다.
아무튼, 드래곤도 파충류다 보니 큼지막한 돌을 꿀떡꿀떡 삼켜서 소화용으로 쓴다고 한다.
어떤 드래곤은 금속을, 어떤 드래곤은 보석을 삼켜서 쓴다고도 하지만, 대부분 튼튼한 암석을 고르는데, 그 이유는 드래곤의 위장 속에 가득한 브레스, 즉 고열의 불을 견디기 위해서라나?
그렇게 오랜 시간 드래곤의 위장에서 브레스와 위산을 견뎌낸 돌에는 신비한 마력이 깃들어 부적이나 아이템 제작용으로 쓰인다고 한다.
즉, 엄청나게 귀한 돌이라는 소리.
가네샤도 그걸 알고 있는지 황당해하며 입을 열었다.
“드래곤스톤으로 돌솥을 만들다니. 엄청난 사치로군.”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선 예약권을 놓고 스루드와 카인, 하데스가 내기를 할 때, 스루드가 주방을 맡아 수리해주었다.
‘인간 요리사, 뭐 필요한 건 없어?’
‘음, 주방 도구가 있으면 좋겠네요. 돌솥도 포함해서요.’
스루드의 물음에 나는 일이 이렇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하고 가볍게 대답했다.
그 결과 스루드는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드워프들을 얼마나 닦달했는지 돌솥을 만들 때 드래곤스톤을 가져다 쓴 모양이었다.
덕분에 그 대단한 드래곤스톤으로 만든 돌솥으로 비빔밥을 만들 수 있게 되었지만 말이야.
“일단 이 드래곤스톤 돌솥에 먼저 밥을 할 겁니다.”
나는 깨끗이 씻은 쌀을 돌솥에 넣고 물을 평소보다 조금 더 넣어주었다.
돌솥의 열이 높아서 물을 조금 더 넣어야 밥이 잘 되거든.
그리고 돌솥을 마정석 화로 위로 올리고 끓였다.
포인트는 밥물이 끓기 전에는 뚜껑을 닫지 않는 것.
“밥이 익는 사이, 다른 재료를 준비하도록 하죠.”
나는 밥물이 끓자 뚜껑을 닫고 불을 줄였다.
“비빔밥에 들어가는 재료는 정해져 있지 않고 그때그때 다릅니다.”
보통 집에서 만들 때는 냉장고에 남은 재료를 다 넣고 비비지.
식당에 가도 식당마다 비법이 달라서 재료도 달라지는 편이고.
“보통은 각종 채소와 볶은 고기, 그리고 달걀부침이 들어가지만, 가네샤 님이 비건이시니 이번에는 채소류로만 토핑을 만들도록 하죠.”
나는 우선 튼실한 조선무를 꺼내서 [최초의 검]으로 빠르게 채를 쳤다.
그리고 소금을 살짝 뿌려 절여서 숨이 죽게 놔두었다.
이렇게 물이 죽고 고춧가루와 던전 레몬즙을 살짝 뿌린 뒤, 다진 마늘과 들기름, 그리고 깨를 뿌리면 훌륭한 무생채가 된다.
“무생채는 매콤하면서도 새콤한 맛을 내는 데다 식감이 좋아서 비빔밥에는 빠질 수 없는 재료죠.”
식감하면 또 오이가 빠질 수 없지.
나는 오이도 마찬가지로 채를 썰고 던전산 암염으로 절여주었다.
생 오이도 좋지만, 너무 아삭하면 비빌 때 부러지거나 비비기 불편하거든.
“다음은 던전 당근과 던전 애호박을 고소한 들기름에 볶아줄 겁니다.”
당근은 붉은색, 애호박은 노란색.
이 둘 역시 비빔밥의 오방색을 만들어주는 빠질 수 없는 재료였다.
둘 다 무른 재료니 식감을 살리기 위해 빠르고 짧게 볶고 옆으로 빼두었다.
“혹시 고사리나 고비에 대해 아십니까? 채식주의자들에게는 고기 대용으로 쓰이는 훌륭한 재료죠.”
말린 고사리나 고비는 고기 같은 식감을 내면서 깊은 맛을 내준다.
다만, 고사리나 고비는 농사를 짓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야생의 것이 더 맛있는 편.
그래서 나는 채하나가 알려준 던전산 고비, 아사문트를 구해왔다.
“이건 아사문트라고 하는 던전산 고비입니다. 놀랍게도 북유럽 계통 던전의 설산에서만 난다는군요.”
아사는 북유럽 신화의 아스(As) 신족을, 문트는 산을 의미한다.
북유럽 계통 성좌들이 머물고 간 자리에서 난다고 하는 굉장히 귀한 약초였다.
특히 인형설삼과 마찬가지로 냉속성의 마력이 깃들어 있다나.
물론 그동안 던전산 재료로 0에 가까운 원가로 장사를 했던 내 통장에 쌓인 돈으로 충분히 구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즉, 내게는 그냥 식료품이란 소리지.
“물에 불려둔 말린 고비를 뜨거운 마력수에 삶은 뒤, 건져서 다진 던전 마늘과 들기름, 간장을 넣고 볶아줍니다.”
고소한 냄새와 아사문트, 아니 고비 특유의 향이 주변으로 퍼진다.
다른 재료가 마철성이 던전에서 키운 재료인 것에 비해 아사문트는 던전에서 가져온 마력이 넘치는 재료인지라 그 퍼지는 마력의 향도 장난이 아니었다.
가네샤도 그 향을 즐기는지 코끼리 코를 진공청소기처럼 휘두르며 퍼지는 향을 모조리 빨아들였다.
“흐음, 아주 상쾌하고 깔끔한 마력의 향이군.”
“설산에서 자랐으니까요.”
약초나 던전의 식물들은 해당 던전의 마력을 흡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력이 깃든 재료들을 요리할 때 내 예상과 다른 맛이 나는 걸 몇 번이고 경험했었지.
그래서 매일 장사가 끝나고 던전산 재료의 맛을 연구해왔었다.
던전산 재료로 요리하는 것에 익숙한 미야가 아니었으면 시간이 배는 오래 걸렸을 거다.
“다음은 표고버섯입니다.”
이건 마철성이 기른 버섯으로 던전산 버섯에 비하면 향이나 마력은 부족하지만, 고기처럼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었다.
채식용 비빔밥을 만들 때 고비나 표고를 넣는 이유는 고기의 식감을 대신하기 위함이라 아주 딱 좋은 재료였다.
“표고를 썰어서 들기름과 간장 양념에 가볍게 볶아줍니다.”
이것도 너무 볶으면 물컹해져서 식감이 안 살거든.
나는 마지막으로 주방에서 직접 기르고 있는 콩나물을 한 움큼 가져왔다.
“이건 제가, 아니 정확히는 천오가 기른 콩나물입니다.”
“직접 길렀다고?”
“네. 콩나물은 땅에서 기를 수가 없어서요.”
콩나물은 물이 잘 빠지는 시루 용기에 넣고 어두운 암막 속에서 길러야 하는 채소라서 땅을 갈며 작물을 기르는 마철성에게는 부탁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기르기로 했지.
정확히는 천오에게 시켜서 기르도록 했지.
‘엥? 내가?’
처음에는 귀찮은 일을 맡았다며 인상을 찌푸리는 천오였지만, 콩나물이 자라기 시작하자 제일 기뻐하며 어느새 애칭까지 붙이더라고.
‘콩백일아, 콩백이야, 오늘도 잘 자랐구나. 너는 콩오백오십구다.’
본인이 손오공의 천 다섯 번째 분신이라 그런지, 콩나물도 하나하나 숫자로 된 이름을 붙여주면서 애지중지하던 천오였다.
그래서 콩나물을 뜯어올 때 슬퍼하는 천오를 보니 좀 미안하기도 했고.
하지만 요리는 요리.
나는 천오가 애지중지 키운 콩오백일부터 콩 팔백구십구까지를 끓는 물에 데쳐서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 들기름과 던전산 암염 한 꼬집으로 맛있게 무쳐냈다.
“콩나물 팍팍 무쳤냐?”
“······네?”
“흐음, 내 공부에 의하면 이 땅에서 콩나물에 관한 명언이라고 들었는데.”
“하, 하하······.”
명언이 아니고 아주 옛날 개그맨의 유행어인데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개그맨의 유행어를 기억하는 이유는, 우리 할아버지가 콩나물을 다듬을 때 항상 저 대사를 말했기 때문이었다.
“저희 1대 사장님이 들었다면 좋아하셨겠네요.”
“크흠.”
아무튼 그렇게 콩나물무침까지 완성이 되자, 비빔밥에 들어갈 재료는 모두 끝났다.
아 참, 숙성시켜 진한 맛을 내는 고추장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자, 뚜껑을 열겠습니다.”
나는 뜨거운 돌솥을 잡고 뚜껑을 열었다.
수백 도가 넘는 온도였지만, ‘전장의 축복’으로 단련된 내 손은 멀쩡했다.
“크, 고슬고슬하게 밥이 잘됐네요.”
비빔밥은 밥알이 살아 있어야 좋다.
그래야 비빌 때 양념이 밥알 사이에 잘 스며들거든.
진밥은 밥이 떡져서 양념이 겉돌 때가 많았다.
나는 그렇게 잘 익은 밥 위에 준비했던 비빔밥 토핑을 하나하나 올렸다.
“자, 완성입니다. 젓가락으로 골고루 비벼서 드시면 됩니다.”
가네샤는 내 말대로 젓가락을 들어 돌솥비빔밥을 비비기 시작했다.
네 개의 손에 모두 들고 밥을 비비니 비벼지는 것도 순식간이네.
“바닥의 누룽지는 같이 드셔도 좋고 나중에 따로 드셔도 좋습니다.”
사실 돌솥밥의 묘미는 밥을 모두 걷어내고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 숭늉을 만든 거지만, 비빔밥은 또 예외다.
양념에 비벼진 누룽지가 또 별미거든.
“잘 먹도록 하지. 긴 설명 아주 유익했다.”
“별말씀을요.”
나는 가네샤의 감사에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실 비빔밥 재료를 요리 프로그램처럼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만드는 건 내게도 살짝 버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가네샤는 학문과 지혜의 신.
내 설명을 들으며 눈을 반짝이는 그를 외면할 수가 있어야지.
사실, 요리 재료나 방법을 알고 먹으면 더 맛있을 때도 있고 말이야.
나는 그런 가네샤에게 마지막 조언을 했다.
“뜨거우니 조심하······시지 않으셔도 되겠네요.”
“음? 무슨 말이지, 그게?”
아,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구나.
돌솥의 뜨거움이 나도 다치게 하지 못하는데 신화급 성좌인 가네샤를 다치게 할 수 있을 리가.
이미 비빔밥은 순식간에 가네샤의 입에 들어간 지 오래였다.
“맛이 아주 좋아. 당연히 더 있겠지?”
“물론이죠.”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
나는 대답한 뒤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엔,
“마스터, 30인분 가마솥 세 개에 밥을 다 해놨어요.”
“사장, 비빔밥 재료도 모두 준비해놨어!”
미야가 천오 형제들과 함께 준비한 대용량 비빔밥이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몸을 돌려 가네샤를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원하시는 만큼 드시죠.”
90인분의 비빔밥, 무게로는 54kg.
어디 배 터질 때까지 먹어봐라!
* * *
애석하게도 준비한 모든 요리를 먹었음에도 가네샤의 배는 터지지 않았다.
그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아예 코로 비빔밥을 비볐고, 깨끗이 가마솥 세 개 분량을 다 흡입해서 해치웠다.
“한 요리에서 이렇게 다채로운 맛을 즐길 수 있을 줄 몰랐다.”
가마솥에 밥알 하나 남기지 않고 삭삭 코로 훑어 먹은 가네샤가 에녹이 건네준 냅킨으로 코를 닦으며 말했다.
“재료마다 색과 맛이 다르면서도 모양과 먹는 방식이 통일되어 있다는 게 인상적이군. 거기에 각기 다른 재료들을 고추장이라는 독특한 소스로 섞어 한 번에 먹을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해.”
비빔밥에 대한 가네샤의 표현은 극찬이었다.
마치 공부하듯, 비빔밥의 특징을 설명하는 가네샤의 목소리에 옅은 흥분과 기쁨이 서려 있었다.
그만큼 마음에 들었나 보네.
오늘도 손님을 만족시킬 수 있었던 나는 절로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행복한 포만감이 들지 않습니까?”
“맞다. 그게 좋은 것 같군. 배가 부르진 않지만, 아주 기분 좋은 포만감이야.”
쳇, 이래도 배가 부르지 않다니.
나는 속으로 혀를 찼지만, 그래도 영원히 허기가 가시지 않는다는 가네샤를 상대로 이 정도면 선방이었다.
배고플 때 우리의 위장과 영혼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비빔밥이었기에 이 정도라도 싸워볼 수 있었던 거지, 다른 요리였으면 엄두도 못 냈을 거다.
그때였다.
“마스터, 아직 이게 남았어요.”
“아, 맞네요.”
미야가 가지고 온 건 모닥(Modak)이라고 불리는 인도의 간식이었다.
익반죽한 쌀 반죽에 코코넛과 재커리라고 불리는 사탕수수 원당, 그리고 향신료와 견과류를 넣어 찌는 우리의 송편과도 비슷한 요리였다.
‘그 코끼리는 모닥이라면 사족을 못 써.’
라고 헤르메스가 조언을 해주었기에 만들어놓긴 했는데, 이걸로 배가 찰까?
지금까지 153kg의 음식을 먹어도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저 식신의 배가?
“그래도 일단 줘 보는 게 어떨까요?”
미야의 조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모닥 한 접시를 가네샤에게 가져갔다.
“마지막 요리, 디저트입니다.”
“오! 모닥이로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다.”
모닥을 본 그의 얼굴에 기쁨이 서렸다.
그가 얼마나 모닥을 좋아하냐면, 힌두교에서는 가네샤의 축제 때마다 모닥을 만들어서 바칠 정도였다.
나는 코를 벌름거리는 가네샤를 보며 피식 웃고는 요리를 설명했다.
“인도의 모닥을 한국식 송편으로 재해석해보았습니다.”
정확히는 미야식으로.
저번에 만들었던 트렌트 헤이즐넛 프랄린을 다져서 송편을 만들었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깨 송편, 아니 프랄린 송편을 만든 거지.
거기에 살짝 던전산 향신료를 넣어줬고 말이야.
“난 모닥이라면 어떤 모닥이라도 좋다.”
그렇게 말한 가네샤는 하나씩도 아니고 접시 채로 모닥을 입에 집어넣었다.
으윽, 정말 누가 식신 아니랄까 봐.
그때였다.
“읍!”
가네샤의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게 아닌가.
뭐지? 모닥 송편에 뭐가 잘 못 들어갔나?
나와 미야가 서로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배, 배가 부르다······!”
어? 배가 부르다고?
[‘재앙을 정복한 배고픈 코끼리’의 허기가 처음으로 사라졌습니다.] [성좌를 만복(滿腹)시킨 요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위대한 업적이 성좌들 사이에서 당신의 이름이 널리 퍼지게 만듭니다.]식신 가네샤와의 푸드파이트에서 이긴 건 놀랍게도 내 쪽이었다.
성좌 마켓 입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