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71
71화. 성좌 마켓 입점
[‘재앙을 정복한 배고픈 코끼리’의 허기가 처음으로 사라졌습니다.] [성좌를 만복(滿腹)시킨 요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위대한 업적이 성좌들 사이에서 당신의 이름이 널리 퍼지게 만듭니다.]배부르다는 가네샤의 말 한마디에 파바박 떠오르는 상태창 메시지.
놀랍게도 내가 처음으로 가네샤를 배부르게 한 요리사였나보다.
아니, 그래도 지금까지 신도들이 공물을 많이 바쳤을 텐데?
그런 내 의문에 가네샤가 볼록 튀어나온 배를 문지르며 대답해주었다.
“단순히 많이 먹는 거라면 이 양의 열 배는 넘게 먹은 적도 있다.”
“열 배요?”
153kg을 먹었는데 그 열 배라면 1.5톤을 먹었다는 소리네.
아무리 코끼리 머리를 한 신이라고 해도 엄청난데?
“그러나 나는 영원히 배고픈 신. 그렇게 먹는다고 해도 내 허기가 채워진 적은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지.”
가네샤는 오늘 자신이 먹은 음식들을 하나하나 읊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샐러드, 월남쌈, 야채 만두, 잡채, 비빔밥, 모두 좋았다.”
“좋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마지막에 나온 이 한국식 모닥도 좋았다. 모닥은 내게 특별한 음식이기도 하지.”
가네샤의 말에 의하면 옛 인도 땅에선 달달한 음식이 많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끝없이 먹어도 허기가 지던 가네샤의 허기를 잠시나마 멈춰준 디저트가 바로 한 수도자가 바친 모닥이었다.
그때 이후로 그의 신도들은 가네샤의 축제 때마다 모닥을 만들어서 바쳤다고 한다.
“이 음식들은 많은 걸 알고 있는 내게도 새로웠다. 하물며 그 음식들을 가르쳐주는 뛰어난 선생도 함께 있었지.”
“그저 작은 지식이었는 걸요.”
“그 작은 지식이야말로 내겐 명주고 감로였다. 맛있는 요리와 달콤한 지식. 진정한 마리아주라고 할 수 있겠군.”
마리아주.
프랑스어로 결혼, 결합을 의미하는 단어로 미식의 나라로 유명한 프랑스에서는 요리와 와인의 궁합을 뜻했다.
와인과 음식 둘 중 하나라도 빠지거나 궁합이 맞지 않으면 마리아주를 망쳤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조합이었다.
가네샤는 지금 요리와 그에 관한 지식의 궁합을 마리아주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덕분에 실로 오랜만에 배부름이라는 걸 느껴본 것 같군. 아니, 처음으로 느끼는 것 같다.”
가네샤가 영원히 배고픔을 느끼는 이유는 아마 그가 지혜와 학문의 신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지식은 끝이 없고, 끝이 없는 걸 계속 공부해야 하는 가네샤는 학문에 항상 배고파하겠지.
단순한 내 추측이지만, 몸과 머리가 동시에 배불러야 그의 허기가 사라지는 게 아니었을까?
“나, 가네샤는 학업과 지혜의 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상업의 신.”
그런데 내 눈이 이상한 걸까?
아까부터 가네샤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무지갯빛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은데?
“상업을 맡은 자로써 그대가 성좌들을 상대로 얼마나 훌륭하게 접객할 수 있는지 살펴보아야 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아까 내 격을 살필 때처럼 그의 몸이 점점 허공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인간 요리사, 그대의 지식과 요리 솜씨, 그리고 손님을 접객하는 실력은 성좌들을 대접하기에도 모자람이 없다. 아니 오히려 이런 기분 좋은 식사는 어디 가서 하기도 힘들지.”
이런 극찬을 가네샤에게 받다니, 밤새 미친 듯이 요리를 한 보람이 있네.
그리고 이런 칭찬은 나만 받아선 안 되지.
나는 미야와 천오를 밖으로 불러냈다. 에녹도 옆에 함께 섰다.
“전부 직원들이 함께 힘내줬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런 겸손함까지 이 식당에 대한 내 평가를 높이는군.”
직원들과 함께 서 있는 나를 흐뭇하게 보더니 입을 열었다.
“나, 가네샤는 원리원칙에 그 누구보다도 성실한 성좌. 이렇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받았다면 당연히 그 보답을 해야겠지.”
가네샤는 코를 높이 들고 귀를 펄럭이며 소리높여 외쳤다.
“이 식당은 성좌를 상대로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증한다!”
외침과 동시에 높이 든 코를 허공에 쿵쿵쿵쿵쿵, 다섯 번을 찍는 가네샤.
그러자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코끼리 코 모양의 도장이 내 오픈 키친 위, 선반에 콩콩콩콩콩 박혔다.
잠깐, 이거 별점인가?
가네샤의 별점이니 보통 별점은 아닐 거고 미슐랭 같은 건가 본데?
내게 코슐랭 별 5개를 준 가네샤는 그걸로 끝이 아니라는 듯 품속에서 두 장의 서류를 꺼냈다.
독특하게 종이나 양피지가 아닌 나뭇잎으로 만들어진 서류였다.
“신성한 보리수나무 악샤야바타의 잎으로 공증한 너의 성좌 마켓 이용허가서다.”
헤르메스가 주었던 양피지 영업허가증처럼 보리수잎 성좌 마켓 이용허가서는 신어(神語)로 적혀 있었다.
놀라운 건, 당연히 내가 읽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뜨문뜨문 읽히는 것이 아닌가.
“성···좌······마···?”
“격이 올라서 신어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나 보군. 하지만 아직은 모자라. 내가 도와주도록 하지.”
신들의 언어는 공부해서 읽는 것이 아니고 격에 따라 이해가 되고 안 되는 차원의 언어인 모양이었다.
가네샤가 손뼉을 한번 짝 치자 이용허가서의 글씨는 내가 볼 수 있는 언어로 번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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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좌 마켓 이용허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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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 도연성(인간, 필멸자, 권속)
이용 권한 : 구매 게시판 및 커뮤니티
이용 등급 : 준성좌(구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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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 성좌 마켓의 이용권이군요.”
나는 신기해하며 보리수 잎으로 된 서류를 보았다.
그런데 이용 등급이 준성좌네? 이게 무슨 소리지?
“준성좌는 성좌 마켓을 이용할 수 있는 가장 낮은 등급이다. 주로 자신이 모시는 성좌를 대리하는 권속들에게 내려지는 등급이지.”
성좌 마켓은 오로지 성좌들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
성좌의 신뢰를 얻는 아주 극소수의 권속들만이 이렇게 ‘준성좌’의 등급으로 성좌 마켓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다음부터는 성좌의 등급과 거래 실적에 따라, 등급이 올라간다나?
어쨌든 그런 권리가 제대로 된 권속도 아닌 내게 주어졌다는 것에 당황해서 입을 쩍 벌리고 있을 때였다.
그런 나를 본 가네샤가 피식 웃으며 코로 다른 서류를 가리켰다.
“놀라긴 이르다. 다음 장도 보도록.”
“네?”
나는 그의 재촉에 나머지 한 장을 펼쳤다.
그리고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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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좌 마켓 입점 허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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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소명 : 연성이네 신야식당
소재지 : 지구, 한국, 서울
대표자 : 도연성(인간, 필멸자, 권속)
영업장 : 연성이네 내부 홀
영업의 종류 : 식품접객업
영업의 형태 : 성좌음식점
이용 권한 : 판매 게시판
이용 등급 : 성좌(판매자)
성좌 상거래법 제19조 제87항에 따라 힌두교 상업의 신 ‘가네샤’가 위 존재의 성좌 마켓 이용을 허가함.
(사) 상업 성좌협회장 레이디 나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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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점 허가증이요?”
“그래.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방문하는 손님들만 맛보는 건 아깝지.”
가네샤는 오픈 키친 바에 세워진 헤르메스의 신상을 힐끔 보았다.
“지금도 성좌들의 예약이 가득 찼다고 들었다. 틀린가?”
“그건 맞습니다만······.”
“성좌들이 아무리 불멸의 존재라고 하더라도 오래 기다리는 것을 반길 리 없지. 그건 성좌의 자존심 문제니까.”
성좌들의 서열은 철저히 등급으로 나뉘었고 그 방식을 반겼다.
높은 등급으로 갈수록 인지도도 늘어나고 성좌력도 강해지는 법이니까.
그래서 높은 등급의 성좌가 예약을 걸었는데 오래 기다려야 한다면 그건 자존심의 문제가 된다고 한다.
“그러니 이렇게 성좌 마켓에서 그대의 요리를 팔도록. 그렇다면 불만도, 예약 손님도 줄어들 거다.”
한때, 엄청 유명했던 돈까스 집이 예약도 하지 못할 정도로 사람이 밀려들자, 바로 옆에 포장용 돈까스를 파는 가게를 여는 해결책을 썼었다.
그 해결책은 효과를 발휘해서 오래 줄 서기가 싫은 사람들은 포장용 돈까스를 사서 돌아갔고 불만도 크게 줄어들었다.
그 포장용 돈까스 가게는 전국적인 프랜차이즈로 성장하기까지 할 정도.
가네샤는 그것과 비슷한 해결책을 내게 제시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온라인 판매라고 해야 하겠지.
“그리고 나도 종종 사 먹을 수 있지 않겠나.”
“······그, 그렇군요.”
아, 그냥 자기가 편하게 사서 먹고 싶어서 그런 거였구나.
어쨌든 이거, 경악에 경악의 연속이네.
단순히 성좌들이 먹는 음식 재료가 궁금해서 성좌 마켓 이용 권한을 얻으려 한 거였는데, 입점 권한까지 얻게 된다니.
“앞으로 더 바빠질 것 같네요.”
하지만 오히려 바라던 바다.
더 많은 손님을 내 요리로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소리였으니까.
나는 씨익 웃으면서 가네샤에게 고개를 숙였다.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래야지. 그것이 원리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일이다.”
끝까지 원리원칙을 주장하던 가네샤는 그렇게 큰 선물을 남기고 식당을 떠났다.
* * *
다음 날, 오전.
당연히 낮 장사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할 나는 오랜만에 식당이 아닌 내 방 침대 위에서 뒹굴고 있었다.
2주 만의 정기 휴일이 아니었지만, 사장 직권으로 오늘은 하루 휴일을 선포했다.
“아으으, 고단하다.”
넥타르를 먹고 환골탈태까지 한 내 몸이었지만, 어제의 강행군은 정말 고됐거든.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
에녹은 정리가 끝나자마자 죽은 듯이 시체처럼 석관에 누워서 잠에 빠져버렸고, 남들보다 4배로 일한 천오는 비틀거리며 미리의 털 속으로 파고 들어가 곯아떨어졌다.
그 행동을 싫어하는 미야조차도 피로에 쩔어 말릴 힘이 없었는지, 자신의 오두막에 조용히 돌아가 고이 자고 있었다.
“오히려 내가 더 기운이 남아있는 게 신기하네.”
환골탈태와 ‘전장의 축복’의 중첩 효과로 요리에 관해서는 내가 다른 직원들보다 힘이 넘치는 모양.
나는 푹 자서 회복된 몸을 침대에서 일으키며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두 장의 나뭇잎 서류를 보았다.
“성좌 마켓에 제대로 등록되는 건 다음 주라고 했지?”
가네샤의 승인을 받아 성좌 마켓의 구매, 판매 허가가 모두 떨어졌지만, 내가 성좌가 아니기에 당장 성좌 마켓의 시스템을 적용하기 힘든 모양이었다.
인간이자 권속의 격을 가진 내게 성좌 마켓의 시스템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하계 날짜로 일주일이 걸렸다.
“성좌 마켓에선 뭘 팔지 궁금한데 말이지.”
헤르메스의 말에 의하면 각종 스킬과 전설의 아이템, 영약들, 그리고 음식 재료가 거래된다고 했다.
그리고 드물지만. 일종의 단기 알바를 구하는 고용 게시판도 있다고 하던가?
“뭐, 궁금해도 확인할 수 있는 건 다음 주니까.”
그래도 그전까지 내가 뭘 팔아야 할지 미리 연구해보긴 해야겠지?
나는 참고가 될 만한 레퍼런스를 생각해보다가 한 군데를 떠올렸다.
“헌터 마켓이 그나마 비슷한 분위기 아닐까?”
성좌 마켓처럼 헌터 마켓도 오로지 각성자들만이 이용할 수 있었고 특수한 아이템과 재료들을 거래하는 곳.
그곳에 가면 영감이라도 떠오르지 않을까 싶어서 나는 나갈 채비를 했다.
“그나저나 나는 약초상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헌터 생활을 하지 않는 내가 아이템이나 재료를 본다고 얼마나 알겠어.
기껏해야 약초만 알겠지.
안내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채하나 씨는 요즘 아예 가게 닫고 연구 삼매경이라고 했고.”
내가 종종 알려준 지식으로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그래도 내가 필요한 약초는 따로 연락하면 제때 구해다 주니 고마운 일이지.
“윤진하 씨는 S급 헌터 승격이 코앞이라 바쁠 거고.”
S급 헌터로 가는 마지막 한 발짝만 남겨두고 있다던가.
그래서 요즘 밥 먹으러 오는 일도 뜸했다.
“철성 형님도 요즘 많이 바쁘다고 하시고.”
A급 던전을 공략하고 길드 설립 허가를 받은 마철성은 농사지으랴, 길드 설립 준비를 하랴 정신없이 바쁜 모양이었다.
“웃기게 제일 한가한 사람이 이놈이네.”
나는 헛웃음을 피식 지으며 스마트폰에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마침 여유로웠는지, 신호음이 잠시 가다 전화를 받은 상대의 목소리가 들렸다.
– 어, 무슨 일이야.
“형이 까까 사줄 테니까 시장 가자.”
– ······약 먹었어?
먹어야 할 약을 안 먹었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먹지 말아야 할 약을 먹었다는 의미일까.
쳇, 녀석. 어릴 때는 내가 까까 사준다고 하면 그렇게 좋아하던 놈이.
역설적으로 지금 제일 한가한 헌터는 S급 헌터이자 내 유일한 동생인 도연준이었다.
광장 헌터 마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