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73
73화. 만년한철
저 얼굴, 분명 알비스 같은데?
나는 장인 구역 외곽의 노점상에서 본 얼굴에 발걸음을 멈췄다.
“에이, 아니겠지.”
니다벨리르에 있어야 할 드워프가 왜 광장 헌터 마켓에 있겠어.
만에 하나 그가 맞다고 해도 괜히 아는 척하면 곤란해할지도 모른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윤진하와 연준이가 중간에 멈춘 나를 보며 무슨 일인지 물어왔다.
“사장님?”
“형, 왜 안 와. 무슨 일 있어?”
“아무것도 아냐.”
나는 그렇게 말하곤 서둘러 둘의 뒤를 따라갔다.
“2층 VIP 구역도 1층이랑 크게 다르진 않아요. 취급하는 상품의 질이 매우 높다는 점과 해체 구역이 없다는 점만 제외하면요.”
VIP 구역에는 원자재 구역, 헌팅몰, 연금 구역, 장인 구역이 있었지만, 해체 구역만 없었다.
이곳은 최소 A급 헌터, 혹은 길드의 주요 인사들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기에 피비린내를 풍기는 건 격이 떨어진다나?
“잠시, 검문 있겠습니다.”
자격이 없는 이들은 아예 출입조차 할 수 없는 곳이기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직원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윤진하 헌터님 또 오셨군요. 올라가셔도 됩니다. 아,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고마워요.”
“도, 도연준 헌터님!! VVIP 손님을 모시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네.”
A급 헌터인 윤진하와 S급 헌터인 도연준은 당연히 무사통과.
자, 그러면 헌터도 아닌 F급 비각성자인 나는?
당연히 입구에서 컷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말아요. 저나 도연준 헌터의 수행원이라고 하면 임시 출입증이 나올 거예요.”
윤진하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는지, 내 귀에 안심하라는 듯 작게 속삭였고.
“도연성 씨는······.”
하지만 그때였다.
[상업의 성좌 ‘헤르메스’가 각성자 도연성의 출입을 허가합니다.] [상업의 성좌 ‘가네샤’가 각성자 도연성의 등급을 VVVIP로 상승시킵니다.] [상업의 성좌 협회장 ‘레이디 나가르’가 이 모든 변화를 허가합니다.]허공에 울리는 성좌의 메시지.
성좌 마켓에도 입점한 내가 고작 인간 세상의 헌터 마켓 VIP 구역도 통과하지 못해서야 되겠냐는 헤르메스와 가네샤의 배려였다.
거기다 영업허가증과 성좌 마켓 입점 허가증에 적혀 있던 ‘레이디 나가르’까지.
‘레이디 나가르’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숭배됐던 상업의 신으로 인류가 최초로 숭배한 상업의 여신이라고 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 그중에서도 수메르 지역에서 최초로 상업이 발생했다고들 하니까, 상업의 신도 그쪽이 원조겠지.
그래서 가장 경력이 긴 선배인 레이디 나가르가 상업의 신 협회장이라나.
어쨌든 그런 최초의 상업의 성좌까지 나를 거들고 나서자 직원들이 나를 막아설 명분은 먼지처럼 사라졌다.
“토, 통과입니다! 무조건 통과입니다!”
“감사합니다.”
VIP 구역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통제하던 직원들은 상업의 성좌들이 보낸 메시지를 무시할 정도로 간 큰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대체 어떤 분이시길래 상업의 성좌들께 인정을 받으신 건지······.”
“하하하······.”
나는 웃으며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머리를 감싸 쥐고 싶었다.
아니, 왜 댁들이 나서는 겁니까!
벌써 직원이 날 의심하고 있잖아요!
정확히는 의심이 아니라 호기심이겠지만, 굳이 받아서 좋을 관심은 아니었다.
내가 난처하게 웃고 있자, 눈치 빠른 윤진하가 재빨리 나섰다.
“VVVIP 손님한테 함부로 질문해도 되겠어요? 상인회장님께 이 일에 대해서 말씀드릴까요?”
“죄송합니다, 무례를 범했습니다.”
윤진하의 말에 재빨리 사과하며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직원.
상인 회장은 광장 헌터 마켓의 대표였고 A급 헌터인 윤진하는 충분히 그에게 직접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위치였다.
다행히 그 뒤로는 귀찮게 구는 일 없이 우리는 무사히 2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형,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상업의 성좌들이 형을 챙겨줘? 계약했어?”
대충 내 능력이 성좌와 관련되어 있다는 걸 아는 윤진하는 이 일에 대해서 더 묻지 않았지만, 연준이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VVVIP 손님한테 함부로 질문하지 마라.”
“나도 VVIP거든?”
“어허, V하나 더 붙이고 와. 그러면 설명해줄게.”
연준이가 내 말에 기가 찬다는 듯 나를 보았지만, 나는 씨익 웃으면서 삐친 동생의 등을 탁탁 두드려주었다.
“여기가 2층이에요.”
이렇게 제한된 사람들만 올 수 있는 2층은 얼마나 대단한 곳일까?
나는 기대에 찬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흠······.”
하지만 막상 2층에 올라오니 내 눈에 썩 차는 물건들은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아까 고르곤 해체하는 게 더 흥미로웠는데 말이야.
“해체 구역이 없는 대신, 여긴 마정석 거래소가 있어요.”
윤진하가 가리킨 곳은 마정석으로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마정석 거래소였다.
마정석은 아이템을 만들 때 쓰일 뿐만 아니라 발전, 결계, 스킬 사용 시 소모품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헌터들 사이에서는 이미 고액권 화폐 대용으로 통용되고 있을 정도.
그런 만큼 헌터들이라면 눈이 뒤집힐 만큼 대단한 장소였겠지만, 나는 별 관심이 없었다.
“한번 가보실래요?”
“괜찮아요.”
“정말 사장님은 독특한 분이시라니까요.”
나는 윤진하의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정석은 요리에 못 쓰잖아?
그러면 내가 굳이 들릴 이유가 없지.
“그나저나 진하 씨는 무슨 일로 여기에 온 거예요?”
“아, 이번에 새로운 재료를 얻어서 무기를 만들까 해서요.”
그녀가 가지고 있던 가방에서 큼지막한 금속 덩어리를 하나 꺼냈다.
그러자 연준이의 표정이 확 변했다.
“만년한철(萬年寒鐵)?”
“바로 아네?”
윤진하의 설명에 의하면 그녀가 꺼낸 금속은 ‘만년한철’이라 불리는 특수한 금속이라고 한다.
무림 계열 던전에서는 금속이 추운 곳에서 오래 있으면 음기를 흡수해서 더 단단해지고 강해지는 특성이 있다.
만년한철은 그 이름대로 오랜기간동안 음기를 흡수해 더없이 단단해진 전설급 금속이라나?
그러나 그 금속의 특별함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혹시 드래곤스톤에 대해서 아세요?”
“아, 대충은 알아요.”
우리 식당에 드래곤스톤으로 만든 돌솥이 있거든.
귀한 드래곤스톤으로 돌솥을 만들었다고 말하면 놀랄 테니 밝힐 수는 없었지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설명을 이어 나갔다.
“이 만년한철은 사실 드래곤스톤이었어요. 빙백룡의 뱃속에서 음기를 흡수해서 만년한철이 된 거죠. 빙백룡이 뱉어낸 걸 우연히 구한 거예요.”
“와.”
만년한철에 드래곤스톤이기까지 하다고?
냉기 브레스를 뿜는 빙백룡의 배 속에 있던 드래곤스톤이라면 엄청난 음기를 흡수했겠네.
내가 윤진하의 말에 감탄을 터뜨리자 그녀의 표정이 뿌듯해졌다.
“제가 이번에 S급 헌터로 승격했다고 회장님이 선물해주신 거랍니다.”
“삼천 그룹 천 회장님이요?”
와, 국밥 할아버지 통 크시네.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윤진하가 드디어 S급 헌터가 된 거잖아?
“S급 헌터 승격 축하드립니다, 진하 씨.”
“헤헤, 감사해요. 정식 승격은 한 달 뒤지만요.”
“그럼, 그때 제 식당에서 파티라도 열죠.”
나는 기꺼운 마음에 그렇게 말했다가 아차 싶었다.
“아, 생각해보니 삼천 그룹 차원에서 크게 축하연을 열겠군요. 제가 괜한 소리를 했네요.”
한국에서, 아니 세계에서 손꼽히는 S급 헌터의 탄생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국밥 할아버지 성격상 그런 축하연을 조촐하게 열 리가 없지.
아마 초특급 호텔에서 어마어마하게 열지 않을까?
아니면 섬을 통째로 빌려서 파티를 열지도 몰라.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윤진하가 고개를 사정없이 가로 저으며 외쳤다.
“아니에요! 저는 ‘연성이네’가 더 좋아요!”
“정말요?”
“네. 회장님께도 꼭 건의해볼게요.”
아, 왠지 국밥 할아버지라면 그러라고 할 거 같아.
메뉴도 국밥으로 시키고 말이야.
나는 S급 헌터 축하연에서 다들 국밥을 먹고 있는 장면을 떠올리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진하 누나, 나는 이미 축하했지?”
“딸랑 문자 하나 보냈지. 으휴, 매정한 놈.”
연준이는 미리 알고 있었는지 문자로 미리 축하를 한 모양이었다.
미안해요, 우리 동생이 무뚝뚝한 성격이라.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연준이의 눈빛이 향한 곳을 보고 의아해했다.
만년한철에 시선이 꽂혀서 떠나질 않는데?
나는 다시 VIP 장인 구역으로 향하는 윤진하의 뒤를 따라가면서 연준이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야, 왜 진하 씨 물건을 그렇게 보는 거야?”
“저거 진짜 구하기 힘든 거야. 거기다 드래곤스톤인 만년한철이라니. 부러워서 그래.”
연준이는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삼천 그룹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삼천 길드나 되니까 저런 걸 구하지.
연준이 말고는 여러모로 중소길드에 불과한 미스틱 길드에선 턱도 없었다.
“갖고 싶냐?”
“당연히 갖고 싶지.”
연준이의 표정을 보니 꽤 많이 갖고 싶은 모양이었다.
어쩐다.
성좌 마켓에 만년한철을 팔려나?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우리는 장인 구역에 도착해 있었다.
“네? 못 만든다구요?”
만년한철을 구해볼 생각에 한참 고민하고 있던 그때, 윤진하의 목소리가 내 주의를 끌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건 저희 수준에서 제련하기가 힘듭니다.”
“여긴 한국에서 제일 뛰어난 장인이 있는 곳이잖아요.”
“이 정도 격이 높은 만년한철은 대장장이 성좌의 후원을 받는 독일이나 그리스에서나 가능할 겁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거기서도 힘들 겁니다. 인간이 다룰 수준이 아니에요.”
직원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일반 만년한철은 자신들도 전력을 다하면 제련할 수 있지만, 빙백룡의 기운이 서린 만년한철은 자신들도 불가능하다는 소리.
그 말에 윤진하의 표정에서 영혼이 빠져나갔다.
“이걸로 무기 만들려고 도끼도 팔았는데······.”
아, 그 대형도끼.
윤진하의 유일한 무기였는데 그걸 팔았다면, 곤란하겠는걸.
윤진하의 표정은 세상을 잃은 듯해서 보기 안쓰러울 정도였다.
“누나, 내 검 빌려줄까?”
“됐어. 난 검이랑 안 맞아.”
오죽하면 그 무뚝뚝한 연준이가 위로를 다 해줄까.
그나저나 인간 수준으로 안 되고 대장장이 성좌의 후원을 받는 특별한 장인에게만 가능하다라······.
잠깐, 그 특별한 장인이 바로 이 근처에 있잖아?
“진하 씨. 그 만년한철 저한테 맡겨보실래요?”
“네?”
“그거 다룰만한 장인을 한 명 알고 있거든요.”
정확히는 사람이 아니라 드워프지만.
내 말에 눈을 크게 뜨는 윤진하와 연준이.
나는 둘을 보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
“대신, 그거 조금 나눠 써도 됩니까?”
못 만드는 거 만들게 해주는데 수고비 정도는 받아도 되잖아?
연준아, 기다려라. 형이 만년한철로 아이템 만들어 줄게!
* * *
내가 윤진하와 연준이를 데리고 간 곳은 아까 알비스를 본 1층 장인 구역 외곽 노점상이었다.
“무슨 일이야?”
주인으로 보이는 늙수그레한 노인이 의자에 앉아서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우릴 보았다.
의자에 앉아 있고 여름인데도 무릎 아래로 담요를 덮고 있어서 그 키가 짐작이 안 되는 상황.
평범한 사람들이 보면 그냥 덩치가 좀 작은 노인이라고 생각했겠지.
나는 히죽 웃으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알비스 님. 오랜만입니다.”
움찔.
내가 이름을 부르자 노인이 몸을 경직시키는 게 보였다.
“무, 무슨 소리야? 알비스라니! 내 이름은 그런 게 아니야!”
“뭣하면 스루드 님한테 확인해달라고 할까요?”
“······.”
지금이라도 내가 요청하면 성좌의 메시지를 내려줄 것 같은데 말이지.
내 협박 아닌 협박에 알비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제길, 여기서 아는 얼굴을 볼 줄은 몰랐는데. 어떻게 알아낸 거야?”
알비스가 투덜대자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피식 웃었다.
사실 분장은 완벽했다.
때문에, 얼굴만 봐선 몰랐겠지만, 권속의 격이 보였으니까.
그러니 모를 수가 없지.
“알비스 님이야말로 왜 여기 계세요?”
“왜긴. 이쪽에 흥미가 생겨서 그렇지.”
‘연성이네’를 개조하고 나서 알비스는 지구의 문물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주방 도구나 가게의 인테리어를 보면서 나름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 모양.
“정말 뭘 만드는 거에 진심이신 분이네요.”
“흥! 요리에 진심인 놈한테는 듣고 싶지 않다.”
나는 그의 대답에 큭큭 웃으며 연준이와 윤진하에게 그의 소개를 했다.
“소개해 드릴게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드워프, 알비스 님입니다.”
“네?”
“드워프?”
두 사람이 당황하자 인간 노인으로 분장하고 있던 알비스가 담요를 걷어내고 짧은 다리를 드러냈다.
“반갑다. 인간 요리사의 친구들인가?”
“지, 진짜 드워프?”
“그럼 드워프지. 뭐겠어?”
“다들 드워프는 처음 봐서 그래요. 이해하세요.”
퉁명스럽게 중얼거리는 알비스를 내가 진정시켰다.
뭐, 나도 두 번째 보는 거지만.
알비스는 아직도 당황하고 있는 윤진하와 연준이를 내버려 두고 내게 물었다.
“조용히 숨어 살고 있는 나는 왜 찾아온 거야?”
“부탁드릴 게 있어서요. 진하 씨, 그거.”
윤진하는 내 말에 얼떨결에 만년한철을 꺼냈다.
그러자 알비스의 눈이 번쩍였다.
“호오, 상등품의 드래곤스톤이군.”
“무림 쪽에서는 만년한철이라고 부른대요.”
“들어본 적이 있다. 음기를 흡수할수록 단단해지는 철이라지?”
알비스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만년한철을 두드렸다.
“내게 이걸 제련해달라고 온 거군?”
“네. 해주실 수 있죠? 인간들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해줄 수야 있지.”
알비스는 씨익 웃으며 나를 보았다.
“넌 뭘 해줄 테냐?”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요?”
나 역시 그를 마주 보며 히죽 웃었다.
“맛있는 밥 한 끼 해드리죠.”
“좋다. ‘연성이네’ 사장의 요리라면 충분하지.”
흔쾌히 승낙하는 알비스.
내 입으로 말하긴 뭐해도 성좌들이 먹고 싶어서 줄 서는 내 요리의 가치는 꽤나 비싼 편이니까.
거기다 다른 드워프라면 몰라도 그는 이미 내 요리를 맛봤으니까 거부 못하겠지.
“여기서 요리해도 되죠?”
“상관은 없는데, 여기서 만들게?”
“때마침 신선한 재료가 있거든요.”
나는 아까 얻은 우둔살을 들어 올리며 씨익 웃었다.
“육회를 만들어드릴게요.”
역시 광장시장 하면 육회지.
이렇게 된 거 낙지도 구해와서 탕탕이까지 해버려?
지구육회탕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