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74
74화. 지구육회탕탕이
알비스는 노점상에서 조금 떨어진 자신의 작업 공간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겉으로 보기엔 허름한 작업장이었지만, 격을 보는 내 눈엔 특별한 것이 보였다.
“알비스 님, 이거 아공간이죠?”
“비슷해. 공간을 조금 왜곡시켜놨다.”
알비스와 함께 경계를 넘어서자 생각보다 크고 웅장한 대장간이 드러났다.
“어? 여긴 대체······.”
“밖에서 보는 것과 안이 달라?”
나야 아공간이나 성좌들의 공간 장난에 익숙했지만, 이런 걸 처음 보는 윤진하와 연준이는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뭐하고 그렇게 멍하니들 서 있어! 빨리 와서 내놓지 못해?”
“뭐, 뭘요?”
“재료! 그리고 몸 수치! 맞춤 제작할 거 아냐?”
“아, 넵!”
윤진하가 허겁지겁 만년한철을 꺼내서 알비스를 향해 달려갔다.
알비스는 줄자 대용으로 쓰는 끈을 하나 꺼내서 그녀의 팔과 몸에 대가며 수치를 쟀다.
“뭐 만들 거야?”
“전투용 창이요. 제가 모시는 성좌님이 발키리셔서 발키리 스타일 창이면 좋겠어요.”
“발키리?”
“······왜 그러시죠?”
발키리라는 말에 눈썹을 꿈틀거리는 알비스와 당황하는 윤진하.
나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진하 씨는 스루드님과 계약한 헌터예요.”
“뭐야, 스루드 쪽이었어?”
“서, 성좌님의 이름을 그렇게 버릇없이······.”
“흥! 나는 괜찮아! 그나저나 스루드랑 같은 스타일이라면 설명은 필요 없겠네.”
알비스는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윤진하에게 손을 휘휘 내저었다.
“됐어. 저리 가.”
“꺅!”
S급 헌터인데도 처음 보는 드워프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던 윤진하는 연신 당혹스러운 표정이었지만, 연준이는 그것도 부러운 듯 보고 있었다.
“부럽다.”
“부러워?”
“당연하지. 만년한철로 검을 만들면 지금보다 얼마나 더 강해질 수 있는데.”
얼마나 아쉬운지 연준이의 눈이 알비스가 들고 있는 만년한철에서 떨어지질 못했다.
짜식, 그렇게 탐났다니.
나는 연준이의 등을 딱 치면서 알비스 쪽으로 밀었다.
“그래? 그러면 너도 가서 만들어달라고 해.”
“그, 그게 무슨 소리야, 형?”
나는 피식 웃으며 알비스에게 물어봤다.
“알비스 님, 창 만드는데 그거 다 쓰실 겁니까?”
“다 쓰긴. 발키리식 창이면 이거 반이면 쓰고도 남아.”
그 말에 윤진하가 짧게 숨을 들이켰다.
“다른 장인들은 전부를 써도 모자라니 다른 금속도 섞어야 한다고 했는데······.”
“인간 나부랭이들이야 워낙 손기술이 떨어지니 금속 아낄 줄 모르는 거지! 나는 안 그래!”
이게 인간과 권속의 차이.
역시 만년한철을 다룰 줄 아는 알비스를 찾아오길 잘했다.
나는 윤진하를 보며 물었다.
“진하 씨, 이러면 제가 만년한철 크게 아껴드린 거죠? 그 절반 제게 수고비로 떼어주시겠어요?”
삼천 그룹의 회장이 S급 헌터에게 선물할 정도로 귀한 만년한철.
그것도 빙백룡의 기운이 서려 있는 전설급 재료였다.
그런 귀한 재료를 절반이나 달라고 하다니.
언뜻 보면 무례할 수도 있는 요구였지만,
“그렇네요. 원래로라면 모자랐을 텐데 남기까지 하니. 사장님이 원하는 대로 쓰세요.”
윤진하는 조금도 불쾌해하지 않고 흔쾌히 허락했다.
솔직히 좀 머뭇거릴 줄 알았는데, 쿨하게 주네.
“고마워요. 진하 씨.”
“아니에요. 만약 드워프 님을 소개시켜주지 않으셨어도 저는 드렸을 거예요. 받은 은혜가 있으니까요.”
그녀는 나를 [초 재생]이라는 스킬을 얻는 요리를 만들어 준 은인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만년한철도 달라고 하면 자신의 아이템을 못 만드는 한이 있어도 나눠줄 생각이었나보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내가 그렇게까지 염치없지는 않지.
“나중에 축하 파티 때 아주 든든히 요리해드리겠습니다.”
“기대할게요!”
환하게 웃는 윤진하를 뒤로하고 연준이를 보니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 된건지 머뭇거리고 있었다.
으이구, S급 헌터라는 애가 저렇게 눈치가 없냐.
“뭐 해. 진하 씨한테 감사 인사 해야지.”
“누, 누나 정말 고마워······.”
“나 말고 사장님께 인사드려. 사장님 아니었으면 너라도 안 줬어.”
“형 고마워······.”
그렇게 우리가 훈훈하게 감사 인사를 주고 받는 꼴이 보기 싫었는지 알비스가 소리를 빽 질렀다.
“너도 당장 이리 오지 못해?! 확 안 만들어 줄까 보다!”
“가, 갑니다!”
검을 만들지 못할까 봐 허겁지겁 달려가는 연준이를 보며 나는 흐뭇하게 웃은 뒤, 윤진하에게 속삭였다.
“저는 요리 준비 좀 하고 올 테니, 여기서 연준이 좀 봐주세요.”
“네, 다녀오세요.”
쟤가 25살에 S급 헌터라지만, 나나 윤진하에게는 아직 애처럼 보이거든.
나는 그렇게 보모에게 연준이를 맡기고 잠시 결계 밖으로 나가 전화를 걸었다.
다름 아닌 내 가게, ‘연성이네’였다.
– 오늘 연성이네는 휴업임다.
“여보세요? 천오야?”
이 대충대충 대답하는 목소리는 천오가 틀림없었다.
에녹은 깎듯이 예절을 지켜서 받을 거고 미야는 전화를 안 받을 테니까.
– 어? 사장? 밖에서 웬일로 전화를 걸었어? 혹시 싸움 났어? 내가 갈까?
“싸움은 무슨 싸움.”
– 에이, 뭐야.
아니, 왜 내가 밖에서 싸울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너는.
그리고 암만 싸움이 났다고 해도 널 부르면 안 되지.
인간들끼리 싸우는데 제천대성이 날뛰면 되겠냐.
이상한 오해를 하고 있었지만, 천오가 받아서 다행이다.
지금부터 부탁할 건 천오가 해줘야 했거든.
“천오야, [남국의 해안]으로 가서 셀키한테 ‘낙지’ 좀 잡아달라고 해줘.”
– 낙지? 그 문어처럼 생긴 다리 긴 거?
“응. 많이는 필요 없고 한 세 마리 정도만.”
알비스와 나, 연준이, 윤진하 네 명이 먹을 거면 3마리면 되겠지.
– 맛있는 거 만드는 거지? 많이 잡아놓을 테니 내 것도 만들어줘.
“짜식, 눈치 빠르기는. 알았어.”
– 아싸! 잡으면 천육이 통해서 보낼게!
잠깐, 손오공의 분신이 가게를 빠져나와서 여기로 온다고?
스킬 [신야식당]으로 성지가 되어 권속들의 격을 견딜 수 있는 ‘연성이네’와 달리 여기는 위험했다.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났던 지역이라 천오가 오면 마력이 뒤틀릴 수도 있고.
이 사실을 내게 알려준 알비스는 그가 직접 만든 결계로 주변의 마력을 안정화시킨다고 했었다.
“네가 직접 오지 말고 내가 퀵 서비스 번호 알려줄 테니까 거기 통해서 보내.”
– 그래? 그러지 뭐.
“아, 그리고 던전 들기름이랑 천둥오리 알도 조금 챙겨서 같이 보내줘.”
육회 먹는데 기름이랑 계란 노른자가 빠질 수야 있나.
– 그거면 돼?
“여기 수저도 없으니 접시랑 식기 세트도 챙겨서 보내주고.”
– ······귀찮아졌어.
“모르겠으면 미야한테 물어 봐.”
– 알겠어.
그렇게 천오에게 심부름을 시킨 나는 약초상 구역으로 향해서 육회의 재료로 쓸만한 것들을 샀다.
마력수와 던전산 암염 조금, 던전 보석 벌꿀 결정 몇 개와 후추를 대용할 향신료 조금.
“그리고 숨겨진 맛을 낼 이건 빼놓으면 안 되고.”
내가 고른 건 던전 배라고 불리는 스톤페어였다.
마력 증기를 쬐었을 때, 즙을 내어서 코밑에 바르고 향을 들이키면, 기관지에 흡입된 마력을 정화해주는 터라 꽤 수요가 있는 과일이었다.
“하지만 내겐 그저 돌배일 뿐이지.”
아닌 게 아니라, 스톤페어는 진짜 산에서 자라는 야생 배, 돌배랑 똑같이 생겼다.
시큼하고 떫은 맛까지 딱.
애초에 맛을 본 사람은 나밖에 없었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이 향이 산뜻하고 달콤해서 내가 만들 육회에 포인트를 줄 재료이기도 했다.
쾅! 쾅! 쾅!
그렇게 돌배와 재료들을 챙겨서 다시 알비스의 결계로 돌아오자 결계 안의 대장간에서는 만년한철을 제련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알비스가 만년한철을 모루에서 망치로 두들기고 있었고 그 모습을 윤진하와 연준이가 홀린 듯이 보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만년한철은 열을 써선 안 되기에 오히려 차갑게 꽁꽁 얼린 뒤 제련을 해야 한다고 한다.
덕분에 대장간 안은 서늘한 냉기로 가득 차 있었다.
“오히려 좋네. 육회가 신선한 채로 유지될 테니.”
나는 근처의 작업대를 깨끗이 닦고 사들고 온 재료를 내려놓았다.
“알비스 님, 여기 작업대 좀 쓸게요!”
“마음대로 해!”
좋아, 주인의 허락도 받았으니 이제 제대로 요리를 만들어볼까?
[‘전장의 축복’은 당신이 전장에 있는 동안 축복이 유지되게 해줍니다.] [주의, 요리사 클래스인 당신의 전장은 ‘주방’입니다.] [현재 장소가 주방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축복이 적용됩니다.]“오.”
요리를 하는 곳이 바로 주방이라는 건가?
재료를 꺼내고 요리를 할 마음을 먹자마자 ‘전장의 축복’이 적용되었다.
덕분에 ‘연성이네’의 주방이 아니었지만, 나는 익숙한 느낌으로 요리를 시작할 수 있었다.
“먼저 농축 소스부터 만들자.”
나는 알비스가 차를 끓일 때 쓰는 작은 냄비에 마력수와 던전산 암염을 넣고 던전 보석 벌꿀 결정을 가루로 만들어 넣었다.
그리고 농축 소스의 핵심인 던전 배, 스톤페어를 채 썰어서 넣었다.
“알비스 님, 여기 물 끓일 데 있어요?”
“대장간에 불이 없겠냐! 저기 용광로 써!”
공교롭게도 만년한철을 제련하는 데에는 뜨거운 불이 필요 없어서 용광로는 개점휴업 상태였다.
나는 마정석 용광로에 불을 피운 다음 냄비를 올려 소스를 끓이면서 졸였다.
“이러면 던전 배의 향긋함과 단짠이 모두 만족되는 농축 소스가 만들어지지.”
용광로의 화끈한 열기 덕분에, 순식간에 졸아든 소스.
이제 이걸 차갑게 식혀야 하는데, 그건 어렵지 않았다.
“사방이 냉기니까.”
만년한철을 차가운 상태에서 제련하느라 입김이 하얗게 폴폴 날 정도였다.
가만히 놔둬도 식겠지.
그다음엔 본격적인 고기를 손질할 시간이었다.
“우선 고기를 얇게 채를 썰어야지.”
[최초의 검]으로 고기를 감싸고 있는 근막을 제거해주고, 근육의 결대로 썰어준다.육회는 익히지 않고 생으로 먹어야 하기때문에 힘줄이나 근막, 질긴 부위는 모두 제거해야 했다.
“우와 고기가 색이 너무 예쁜데요?”
알비스의 아이템 제작과정이 질린 걸까, 윤진하가 어느새 내 곁으로 다가와 요리를 지켜보러 왔다.
연준이 녀석은 마치 귀신에 홀린 것 같이 무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있었고.
“괜찮죠? 지방도 적고 아주 매끈한 선홍빛이 도는게 상등품이네요.”
나는 내가 손질했지만서도, 예쁘게 다듬어진 고르곤 고기를 보면서 감탄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흔히 소고기하면 마블링을 최고로 치지만, 육회를 할 때는 오히려 지방을 피해야 하거든요.”
“왜요?”
“익히지 않은 지방은 느끼한데다가 탈 나기 십상이에요.”
그래서 지방 없이 순 살코기만 있는 게 오히려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육회를 만들 때 살코기 위주인 우둔살을 쓰는 거지.
“그다음은 살짝 포를 뜬 다음 썰어줄 겁니다.”
나는 먹기 좋을 정도의 두께로 살코기를 포를 뜬 다음 다시 채를 썰어 육회용 고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 모든 과정까지 걸린 시간은 단 3초.
내 칼솜씨에 놀란 윤진하가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소드 마스터라고 불러도 되겠는데요?”
“그러면 연준이 녀석이 섭섭해할 걸요.”
검선의 제자가 아닌 요리사가 소드 마스터라니.
나는 피식 웃으며 썰어둔 육회를 그릇에 담았다.
“이제 농축 소스랑 들기름, 계란만 넣으면 되는데······.”
“퀵이요!”
“잠시만요! 기다려주세요.”
때마침 들려오는 퀵 배달 소리.
이번에야말로 퀵 배달 기사 얼굴 좀 봐야지.
항상 신세 지고 있는데 아직 얼굴도 모른다는 게 말이 돼?
나는 서둘러 결계 밖으로 나갔다.
“반갑습니다. 저는······, 갔네.”
하지만 밖으로 나오니 천오가 챙겨서 보낸 재료만 덜렁 놓여 있고 퀵 배달 기사는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빨리 사라지는 거지? 사람이 맞나?
나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며 재료를 들고 다시 결계로 복귀했다.
“사장님? 표정이 왜 그래요?”
“정말 보고 싶은 사람을 또 보지 못했어요······.”
“······누가 들으면 첫사랑이랑 엇갈린 줄 알겠어요.”
슬슬 그 정도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이제 진짜로 퀵 배달기사님의 얼굴이 절실하게 궁금해질 정도니까.
“휴, 일단 요리부터 다시 하죠.”
나는 채 썰어놓은 육회 위에 아까 만든 농축 소스를 뿌리고 던전 보석 벌꿀 가루와 던전산 암염을 조금 더 넣어주었다.
“그다음엔 이 고소한 들기름을 팍팍 넣어주고.”
“세상에, 너무 고소해요.”
냄새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일 정도로 고소한 들기름 다음에는 잡내를 잡아줄 향신료 가루를 뿌려주었다.
“이걸 최대한 빨리 무쳐주는 게 중요해요.”
“왜요?”
“천천히 무치면 양념 때문에 고기에서 육즙이 흘러나와 맛이 떨어지거든요.”
나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빠른 속도로 고기를 무쳤다.
“그런 다음은 낙지탕탕이입니다.”
나는 셀키가 열심히 잡아다 준 낙지를 [최초의 검]으로 머리와 다리를 분리했다.
그리고 말 그대로 다리를 탕! 탕! 탕! 탕! 쳐주었다.
그러자 먹기 좋은 크기로 썰리는 낙지.
낙지 머리를 뒤집어 내장을 빼낸 뒤 마찬가지로 탕! 탕! 쳐서 썰어주었다.
“윽. 살아 움직이네요.”
고기를 두고 온 윤진하가 꿈틀대는 낙지 다리를 보면서 목을 움츠렸다.
낙지는 잘린 직후에도 신경이 살아있어 다리가 제멋대로 움직이는 생물.
그래서 외국인들에게는 기피 음식으로 유명했다.
“진하 씨는 낙지 못 먹어요?”
“네.”
이런, 의외인데.
그러면 윤진하의 접시에는 낙지를 빼야 하나?
하지만 그런 내 걱정은 기우였다.
“없어서 못 먹어요.”
낙지가 징그러워서 목을 움츠린 게 아니라 먹고 싶어서 몸을 부르르 떠는 거였구나.
나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
윤진하의 접시에 낙지를 더 담아줘야겠네.
“자, 이제 요리를 플레이팅만 하면 끝입니다.”
소스에 절여서 맛과 식감이 부드러워진 던전 배를 제일 먼저 접시에 올렸다.
원래 육회는 생배를 채 썰어서 올리지만, 던전 배, 스톤페어는 생으로는 진짜 먹을 게 못 되거든.
그래서 이렇게 맛을 중화시켜준 다음 올리는 게 나았다.
“다음에는 육회를 푸짐하게 올려 주고.”
보기 예쁜 요리가 먹기도 좋은 법.
나는 새빨간 육회가 동심원을 그리도록 예쁘게 펴서 플레이팅했다.
그다음엔 낙지탕탕이와 색을 보완해줄 무순을 올렸다.
천오가 짐을 챙길 때, 사정을 들은 미야가 이것도 필요할 거라면서 챙겨넣어준 무순이었다.
역시, 미야. 센스가 있다니까.
“마지막으로는 이 천둥오리의 알을 노른자만 분리해서 톡!”
하얀 접시에 하얀 배, 그 위에 붉은 육회와 회색의 낙지가 올라가고 녹색의 무순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란 노른자까지 올린 뒤 들기름을 뿌려주면,
“육회탕탕이 완성!”
나는 왜인지 몰라도 옆에 굴러다니던 종을 들어 딸랑딸랑 울렸다.
‘연성이네’가 아닌 다른 곳에서 요리를 훌륭하게 완성했더니 성취감이 장난이 아니네.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육회탕탕이를 내려다보았다.
“이거 마치 우리 지구 같네요.”
“지구요?”
“네.”
하얀 배와 접시를 배경이라고 생각한다면, 붉은 육회는 대지를 뜻했다.
그 위에 푸른 무순은 대지에서 자라나는 푸른 숲과 식물들.
살기 위해 꿈틀대는 낙지는 동물들.
“그럼 노른자는요?”
“제일 꼭대기에서 지구를 내려다 보는 태양?”
“에이, 그게 뭐예요. 과장도 심하셔.”
“진심인데.”
윤진하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지만,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입을 삐죽였다.
그때였다.
“흥미로운 설명이군.”
“알비스 님, 언제 오셨어요?”
“맛있는 냄새가 나길래 왔지.”
알비스는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육회탕탕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지구라. 그리고 그 지구를 파먹는 음식이라.”
알비스가 입술을 끌어올리며 피싯 웃었다.
“나같이 돌을 캐서 파먹고 사는 드워프에게 딱인 음식이군 그래.”
내 지구를 본뜬 육회탕탕이는 알비스의 마음에 쏙 든 모양이었다.
“자, 그러면 드셔보시죠?”
서사가 마음에 들었으면 이제 맛을 볼 차례였다.
나는 젓가락을 들어 노른자를 톡 터뜨린 다음 고기와 잘 섞어주었다.
“노른자로 코팅된 육회와 낙지를 배와 함께 드셔보세요.”
알비스는 내가 건넨 젓가락을 어설피 움직여서 육회를 한 점 크게 떴다.
그리고 내 조언대로 붉은 고기와 낙지, 무순, 그리고 배까지 한꺼번에 들어 올린 뒤 입을 크게 벌려 집어 넣고 오독오독 씹어먹었다.
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어떤가요?”
“내가 평소에 버섯과 과일을 더 선호하긴 하지만,”
우물우물.
“이건 지구를 통째로 먹는 느낌이군. 드워프에게 딱인 음식이야. 크흐흐흐.”
알비스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만큼 맛이 있었다는 거겠지.
어디, 나도 한 번 먹어볼까?
내가 젓가락을 들었을 때였다.
꿀꺽. 꿀꺽.
동시에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리길래 옆을 보니,
“사장님, 우리는 못 먹죠?”
“형, 우리가 먹을 수 있게 해줄 순 없어?”
가련한 눈빛으로 나를 보는 배고픈 두 헌터가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마나 번]으로 마력을 태우려고 했다.
“잠깐.”
나는 마력을 태우려던 손을 거두고 윤진하와 연준이를 바라보았다.
“마력이 그대로 살아있는 상태로 먹어보지 않을래요?”
“······형?”
먹으면 죽게 되는 마력 요리를 먹어보지 않겠냐는 내 말에 연준이가 입을 쩍 벌렸다.
반면, 윤진하는 짐작이 가는 바가 있는지 놀라며 입을 손으로 가렸다.
“사장님, 설마?”
“네. 방법이 있거든요.”
이제 나도 성좌력이 생겼으니 이 요리에 깃든 마력을 적합한 마력으로 바꿀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인간에게 내어주는 내 첫 번째 마력 요리였다.
백발백중 스킬 뭉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