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76
76화. 연어 타르타르
“형?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연준이가 떨리는 동공으로 내게 물어온다.
하긴, 육회탕탕이를 먹고 스킬 [양의검법]을 얻었으니 당황할 만도 하겠지.
음식을 먹고 스킬을 얻었다고 하면 누가 믿겠어?
이미 경험이 있는 윤진하는 침착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연준이 입장에선 기절초풍할 일이겠지.
나는 피식 웃으면서 물었다.
“어때, 쓸 만한 스킬인 거 같아?”
“쓸 만하고 자시고가 아니라 이건······!”
그렇게 말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양손을 따로 놀리고 있는 게 저 녀석은 천성이 헌터인 모양이었다.
생각해보니 원래 쟤가 가지고 있던 [청강검(영웅급)]에 이번에 얻을 만년한철 검까지 얻게 되면, 양손으로 제각각 검법을 따로 펼칠 수 있겠네?
검으로 유명한 S급 헌터의 이검류라니.
와, 상상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네.
“대체······.”
그렇게 연준이가 당황하고 있을 때, 윤진하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저는 매우 쓸 만한 스킬인 것 같아요!”
드드득.
높게 올라간 윤진하의 소매가 흘러내리며 노출된 그녀의 손목에는 은빛 금속성 광택을 지닌 비늘이 돋아나 있었다.
이미 스킬 [고르곤 스케일]을 발동시킨 모양이었다.
“사장님, 포크 좀 빌릴게요.”
그렇게 말한 윤진하는 포크를 들어 있는 힘껏 자신의 손목을 내리찍었다.
그러자 꽝 하고 마치 자동차 사고가 나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거 성능 좋은데요?”
그렇게 말하는 윤진하의 손목에는 빨간 점 세 개가 살짝 나 있었다.
S급 헌터의 힘이라면 단숨에 포크가 살을 뚫고 뼈를 관통했겠지만, [고르곤 스케일]의 단단한 방어력으로 생채기가 조금 난 걸로 끝이었다.
“그런데 이 포크는 뭘로 만들어진 거예요? 전력으로 내리쳤는데 휘어지지도 않네?”
“하하, 좀 튼튼하죠?”
카론의 은화를 녹여서 만든 거라서 아마 평범한 헌터용 아이템보단 튼튼할 겁니다.
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아마 저 포크가 아니라 일반 포크였으면 내리치는 순간 철사처럼 제멋대로 휘어지거나 부러졌겠지.
“사장님 덕분에 다쳐도 걱정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다칠 일이 없게 만들어 주셨네요.”
윤진하의 눈빛이 반짝인다.
[초재생]은 다쳐도 순식간에 회복시켜주는 스킬.그 스킬 덕분에 부상 걱정을 하지 않고 마구 활약한 결과 S급 헌터로 승격할 수 있었던 그녀였다.
그런데 이제는 아예 방어력을 올려 주는 스킬을 얻게 해줬으니, 나를 보는 그녀의 눈빛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빛나고 있었다.
“사장님은 제게 신이에요!”
“하하, 스루드 님이 서운해하시겠어요.”
“뭐 어때요. 둘 다 섬기면 되죠!”
[당신을 향한 신앙을 발견했습니다.] [성좌력이 소폭 상승합니다.]노, 농담 아니었어? 진짜로 성좌력이 올라가 버리네?
내가 당황하고 있자, 연준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형은 알고 있었던 거야? 형이 한 요리를 먹으면 스킬이 생긴다는 걸?”
“음, 대충?”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는 알고 있는 거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내 말에 연준이가 머리를 감싸 쥔다.
“형, 이건 장난이 아니라고. 헌터들이 스킬을 새로 얻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알고 있어?”
“내가 그 정도도 모를까 봐?”
비전투계 각성자와 달리 대부분의 전투계 각성자는 각성할 때 얻는 하나, 혹은 두 개의 스킬을 가지는 게 전부였다.
그 외의 방법으로 스킬을 얻으려면 성좌와 계약해서 스킬을 내려받거나 스킬이 붙은 아이템을 사용하는 것뿐.
이것들도 드문 케이스였지만, 정말 드문 예로 ‘업적’을 세우면 스킬이 생겨나기도 했다.
내 [신야식당]처럼 말이다.
“나도 남들보다 스킬이 조금 많은 편이긴 하지만······.”
아, 그러고 보니 연준이도 검선에게 직접 배워서 스킬을 얻는 예외 케이스였지?
그러다 보니 다른 헌터들의 질투도 많이 받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나는 힘들게 수련과 연습을 통해 얻어서 다들 뭐라고 하진 않았어. 그런데 이렇게 쉽게 요리를 먹는 것만으로 스킬을 얻을 수 있다면 정말 난리가 날 거야.”
스킬을 얻을 수 있는 요리를 만드는 게 쉬운 건 아니지만, 먹는 헌터들 입장에서는 이것보다 쉬운 일이 없겠지.
손님으로 와서 앉아서 먹기만 하면 바로 스킬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연준이는 그 손쉬움과 스킬을 얻을 수 있다는 가치 때문에 내가 다른 헌터들에게 시달릴까 봐 걱정하는 모양이었다.
“걱정하지 마라, 동생아.”
“일이 이런데 어떻게 걱정을 안 해.”
“내가 누구냐?”
“······요리사?”
그렇지.
나는 요리사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 무릎에 앉아 할아버지가 만든 국밥을 분석할 때부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방에 틀어박힌 연준이 밥을 먹일 때부터,
그리고 사람과 성좌들 가리지 않고 손님들에게 요리를 해주는 지금도 난 요리사였다.
“스킬을 얻게 해주는 건 내 일이 아니야. 나는 손님이 웃을 수 있도록 맛있는 요리를 해줄 뿐이지. 내 요리가 맛없었어?”
“아니.”
내 말에 당치도 않다는 듯 바로 고개를 젓는 연준이 녀석.
짜식, 맛있었다니 흐뭇하구만.
“요리가 아닌 스킬이 목적인 손님에게는 요리해주지 않을 거다.”
“그건 좀 아깝네요······.”
내 요리로 얻은 스킬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윤진하가 아쉬워했다.
스킬을 목적으로 요리를 먹고 싶었다는 소리가 아니라, 한계에 부딪친 헌터에게 스킬이 얼마나 큰 효과를 주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이기에 그런 거겠지.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살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또 모르죠? 정말 간절한 손님은 내 요리를 먹고 생겨난 어떤 기적에 웃을지도?”
그러니까 사연이 정말 딱해서 스킬이 간절히 필요한 사람에게는 줄 수도 있겠다는 소리다.
스킬만 목적이라 맛이 어떤지도 모르고 요리 내놓으라고 하는 사람들한테는 국물도 없을 거고.
“그렇구나. 형 생각이 그렇다면 괜찮겠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연준이 녀석을 보며 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짜식, 형이 그렇게 걱정됐냐?
나는 연준이와 윤진하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 두 사람이 조용히만 해주면 큰일 날 일 없을 겁니다. 비밀 보장해주실 거죠?”
“당연하지.”
“그럼요!”
연준이는 내 친동생이고 윤진하는 지금까지도 비밀을 잘 지켜주었으니 믿을 수 있겠지.
그리고 S급 헌터인 저 둘을 누군가가 협박해서 비밀을 뜯어낼 것 같지도 않고 말이야.
“배도 불렀는데 몸 풀러 가자. 새로 얻은 스킬도 시험해볼 겸.”
“누나도 각오해야 할 거야. 평소의 두 배로 공격할 테니까.”
“맞아도 상처 하나 안 날걸? 나더라도 금방 회복될 거고.”
어우, S급 헌터들의 눈빛이 살벌하게 허공에서 부딪쳤다.
그래도 우리 식당에서 싸우게 할 순 없지.
“자, 오늘 요리는 여기 까집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싸우려면 나가서 싸워주세요.”
그렇게 내 말에 서로 실력을 겨룰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찬 두 헌터가 의기투합해서 가게를 나갔다.
“어휴, 그렇게 싸움이 좋을까?”
전투계 헌터들을 보면 머리에 더 강해지겠다는 생각밖에 없는 것 같다니깐.
물론 휴일임에도 기어코 요리할 정도로 요리에 미쳐있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말이야.
나는 그렇게 피식 웃으며 오픈 키친에 남아있던 내 몫의 요리를 보았다.
“확실히 스킬을 줄 수 있는 걸 알게 됐으니 나도 먹어볼까?”
‘적합한 마력’으로 전환하기 전의 요리는 이미 먹어봤을 때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렇다면 ‘적합한 마력’으로 바뀐 육회탕탕이와 뭉티기를 먹으면 나한테도 스킬이 생기려나?
나는 두근대는 마음으로 젓가락을 들어 육회탕탕이와 뭉티기를 한 점씩 먹었다.
“음, 역시 맛있다.”
내가 만든 요리지만, 정말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그렇게 한참 음미하며 요리를 즐긴 뒤, 꿀꺽 삼켰을 때였다.
쩝, 안 되는구나.
게이트 사태 이후 인간 각성자와 헌터에게 ‘스킬’이라는 기적이 내려졌다.
이런 ‘스킬’은 권속이나 성좌가 쓰는 ‘권능’의 열화 복사판이라고 전에 왔던 성좌 손님이 말해줬었지.
즉, 인간은 ‘스킬’, 권속 이상의 격을 지닌 존재는 ‘권능’을 쓴다는 소리였다.
“그러니깐 나는 이제 스킬을 쓸 수 없는 몸이 됐다는 소리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스킬 고자라니!
물론 권속이 됐으니 열화판인 스킬이 아니라 권능을 쓸 수 있게 됐으니 나쁘진 않다.
내가 가진 격이 권속급으로 성장하면서 기존에 내가 쓰던 스킬 [신야식당], [천미통]도 ‘권능’이 되어버렸고 말이다.
“어쩌다 내가 S급 헌터보다도 대단한 사람이 되어버렸냐.”
F급 비전투계열 각성자가 알고 보니 인간을 초월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남은 요리를 모두 먹었다.
스킬의 유무에 상관없이 역시 맛있었다.
* * *
일주일이 지났다.
그 사이 윤진하의 창과 연준이의 검도 무사히 완성되어서 알비스가 저녁에 몰래 밥을 먹으러 오기도 했고, 무기를 받으러 온 연준이의 함박웃음을 보기도 했다.
윤진하도 신이 나서 창을 들고 돌아갔고 말이야.
“오늘도 고생하셨어요, 마스터.”
“미야도요.”
물론 본업인 ‘연성이네’와 ‘신야식당’도 무탈하게 손님을 받으며 성업 중이었다.
모든 게 잘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소고기를 못 구하네.”
저번에 구했던 고르곤의 우둔살은 육회탕탕이와 뭉티기를 만드는 데 다 써버렸다.
견우가 가지고 왔던 꽃등심과 고르곤의 우둔살을 맛봤더니 소고기로 제대로 요리를 해보고 싶어졌단 말이지.
– 형, 미안해. 아직 고르곤이 나오는 던전이 열렸다는 소식은 못 들었어.
– 삼천 길드의 정보에도 소 형태의 몬스터가 나오는 던전은 현재 없대요. 좋은 소식 전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고르곤이나 소 형태의 몬스터가 나오는 던전이 열리면 천오를 보내서라도 고기를 잡아 올 생각에 미스틱 길드의 연준이와 삼천 길드의 윤진하에게 던전 정보를 부탁해놨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런 던전이 적은 모양.
“왜 이렇게 없는 걸까요?”
“소 형태의 몬스터가 고위급 몬스터라서 그렇습니다. 성좌나 권속과 마찬가지로 몬스터 역시 ‘인지도’와 관련이 있으니까요.”
“고위급 몬스터요?”
내 말에 에녹이 유리잔을 닦으며 대답했다.
“소는 예전부터 많은 문명권에서 숭배받았던 신성한 동물이죠. ‘오록스’라는 소를 아십니까?”
“오록스요?”
“지금은 멸종한 소의 조상쯤 되는 종입니다. 지금의 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한 소였죠.”
인류의 조상들은 그런 소를 사냥했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이 오록스의 뿔에 목숨을 달리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문명 속에 소와 관련된 신들이 많은 건 그 덕분이라고 한다.
“오록스가 가축화되고 지금의 소로 바뀌고 오록스도 멸종했지만, ‘강력한 소 형태의 괴물’에 대한 이미지는 남아있습니다.”
“그 때문에 소 형태의 몬스터들도 인지도가 높아서 고위급 몬스터가 됐다는 거군요.”
“네. 고위급 몬스터가 나오려면 던전 자체의 등급이 높아야 하니깐요. 그래서 생각보다 자주 등장하지 않는 겁니다.”
나는 아쉬움에 입맛을 쩝 다셨다.
“현실의 한국에서만 소고기가 비싼 줄 알았는데 던전에서도 소고기는 귀한 존재였네요.”
그때였다.
“사장! 견우랑 직녀한테 소포 왔어!”
“지금 나갈게!”
견우와 직녀가 그때 말한 답례를 이제 보낸 모양이었다.
나는 성좌 전용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까악!”
“깍깍!”
······그런데 그 소포를 까마귀와 까치가 들고 온 모양이었다.
가게 앞에 수많은 까마귀와 까치 무리가 거대한 소포 꾸러미를 가운데 두고 주변에 앉아서 나를 향해 울고 있었다.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새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어, 가져다줘서 고맙다.”
“까악, 까아악!”
“깍깍! 깍깍!”
내가 손을 들자마자 모든 새들이 울기 시작했다.
당황한 나를 위해 천오가 그 말을 번역해주었다.
“오히려 자신들이 고맙다는데? 이제 다신 대머리가 될 일이 없어졌다고 엄청 좋아하고 있어.”
“앗, 아아······.”
얘들이 바로 그 탈모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견우와 직녀를 따로 같은 시간에 ‘연성이네 신야식당’에서 만나도록 예약한 오작교 형제단이구나.
“잠깐만 기다려. 너희한테 줄 게 있어.”
나는 서둘러 주방으로 돌아가 냉장고에 있던 던전 연어 필렛을 꺼내 들었다.
톰의 탈모를 낫게 해준 연어니, 오작교 형제단에게도 효과가 있겠지.
그래도 일일이 스테이크까지 구울 시간은 없었으니 빠르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로 하자.
“천오야, 이거 칼로 썰어서 다져줄래?”
“알겠어.”
나는 두툼한 던전 연어 필렛을 꺼내 칼과 함께 천오에게 넘겼다.
천오가 그걸 다지는 동안 나는 던전산 쪽파와 양파, 향신료를 다졌다.
“미야, 던전 레몬으로 레몬 제스트를 좀 만들어 주세요.”
“네, 마스터.”
미야가 던전 레몬의 껍질을 깨끗하게 씻은 뒤 강판에 갈았다.
나는 모두가 준비한 재료를 한군데 넣고 양념을 살짝 한 뒤 한꺼번에 섞었다.
“연어 타르타르 완성.”
이게 바로 서양식 연어 회무침이지.
원래라면 원형 틀에 넣고 모양을 잡아줘야겠지만, 지금은 저 많은 까마귀와 까치들에게 먹여야 하니깐 그냥 큰 접시에 담아서 주기로 했다.
“자, 고생해준 보답이야. 맛있게 먹어.”
내 말에 신이 나서 연어 타르타르에 달려드는 까마귀와 까치들.
놀랍게도 연어 타르타르를 먹자마자 그들의 휑한 머리에서 깃털이 자라기 시작했다.
“까아악!”
“깍! 깍깍!”
나는 오작교 형제단이 맛있음과 발모의 기쁨에 울면서 요리를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면서 소포 꾸러미를 풀었다.
“와, 옷이네?”
“제가 준 베틀로 짠 천인가 봐요.”
직녀가 보낸 답례 소포는 직접 천을 짜서 만든 ‘연성이네’ 직원 유니폼이었다.
은은한 광택이 도는 비단 재질의 유니폼은 놀랍게도 바느질 자국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바느질 솜씨가 있을 수 있죠?”
한때 방직의 여신이었던 미야도 놀랄 정도의 솜씨였다.
나는 어렸을 때 들은 고사성어를 떠올리며 그걸 설명해주었다.
“천의무봉(天衣無縫)이라는 말이 있어요. 선녀들의 바느질 솜씨가 매우 뛰어나서 바느질 자국이 없다는 소리죠. 그게 진짜일 줄 몰랐네요.”
직녀는 센스 있게 에녹의 옷은 지금과 유사한 연미복 스타일의 멋진 정장으로 만들어 주었고, 나와 미야는 조리복이었다.
거기다 직녀는 자신에게 베틀을 주고 친절하게 대해주었던 미야에게는 미야가 평소에 자주 쓰고 다니는 ‘후드’도 따로 만들어 보냈다.
“직녀 님······.”
소매 끝에 박음질 된 ‘나의 친구에게’라는 문구를 매만지며 미야가 기쁜 미소를 지었다.
친구가 생겨서 다행이네.
나는 흐뭇하게 웃으면서 천오에게 온 옷을 보았다.
“음.”
천오에게 온 건 목을 감싸는 붉은 스카프 하나.
하긴, 천오는 설거지 담당이니 딱히 유니폼이 필요 없지.
그래도 서운해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와! 스카프야!”
서운해하기는커녕 천오는 잔뜩 신이 나서 덩실덩실 춤을 추며 스카프를 바로 자신의 목에 둘렀다.
순수해서 좋네.
그다음은 견우의 소포였다.
“어? 소고기잖아?!”
이번엔 내가 덩실덩실 춤을 출 차례였다.
견우가 보낸 건 다름 아닌 천우(天牛)의 고기였다.
저번에 먹은 꽃등심을 제외한 나머지 부위를 모두 보낸 모양이었다.
“어디 보자, ‘제가 먹는 것보다 사장님께 드려서 많은 성좌들에게 맛있게 먹히는 게 천우도 원하는 바일 겁니다. 그래서 고기를 보냅니다.’라네. 선지도 따로 보냈다고?”
신선한 소고기와 함께 온 밀봉된 항아리에는 찰랑대는 소의 피도 한가득이었다.
“피군요!”
이번엔 에녹이 덩실덩실 춤을 췄다.
피가 그렇게 좋을까.
미역부각으로 피가 모자란 일은 사라졌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피가 좋은 모양이었다.
다음에 선지해장국이라도 해줘야겠는데?
저번에 얻은 돼지 피로 피순대까지 만들면 기뻐서 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건 뭐지?”
오작교 형제단이 가져온 건 옷과 고기, 피만이 아니었다.
거대한 부피를 자랑하는 꾸러미가 하나 더 있었다.
내가 의아해하며 꾸러미를 풀자 거기서 나온 건,
“가죽 뗏목?”
견우가 은하수를 건너기 위해 천우의 가죽으로 만들었던 뗏목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아니, 이걸 왜 날 줘?
나는 서둘러 견우의 편지를 다시 펼쳤다.
– 언젠가 쓰실 일이 있을지도 몰라 뗏목도 같이 보냅니다. 절대 상제의 명을 거역하고 은하수를 건너려고 했던 게 들키면 안 되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
······이 양반 증거인멸 하려고 나한테 보낸 거구만?
나는 헛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이걸 가져도 어디에다가 쓴다고. 허, 참.”
하지만 놀랍게도 내가 배를 쓰는 날은 금방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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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좌 마켓 의뢰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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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세이돈배 조정 경기 참가자 모집
– 한반도 성좌 연합에서 조정 경기에 참여할 성좌 및 권속을 구합니다.
배를 가지고 운전할 줄만 알면 악 성향, 선 성향 모두 상관없습니다.
연락해주세요.
글쓴이 : 이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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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들어갈 수 있게 된 성좌 마켓에서 이순신 장군님의 글을 보게 됐거든.
이거 안 도와드리면 한국 사람 아니지?
장군님이 부르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