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8
8화. 먹는 게 남는 거다
기도실의 제단 앞에서 누군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후우.”
한숨의 주인공은 이번 전설급 퀘스트를 깬 장본인, A급 헌터 발키리 윤진하였다.
180이 넘는 장신의 키에 잘생겼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중성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수려한 외모로도 유명하지만, 그녀가 유명한 이유는 강하기 때문이었다.
뛰어난 전투 센스에 던전과 레이드에서 펼치는 눈부신 활약, 거기다 유니크 클래스 ‘발키리’의 소유자라는 점까지.
헌터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관심을 받을 자격이 있는 스타였다.
“야이 빌어먹을 성좌야!!!”
본성이 털털하고 입이 좀 험하다는 점만 빼고 말이다.
윤진하는 기다리고 기다리다 나온 퀘스트 보상을 확인하곤 머리를 쥐어뜯으며 비명을 질렀다.
[전설 퀘스트 보상 : 제림니르-플레스케스텍(전설급)(식용 가능)]“내가 그 멧돼지를 잡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고작 요리? 요오리? 으아아!”
물론 보통 요리는 아니었다.
요리에 무려 등급이 붙어 있었으니까.
그것도 게이트 사태 이후로 몇 번 나타나지 않은 전설급.
물론 요리가 아니라 아이템이었으면 그녀도 충분히 기뻐했겠지만.
“길드원들에게 어떻게 보상해주지······.”
S급 던전을 공략하고 S급 던전 보스를 내장과 근육을 상하지 않고 잡아야 했던 전설급 퀘스트는 절대 그녀 혼자 할 수 없는 난이도였다.
전설급 퀘스트의 보상을 노리고 길드에서 대대적으로 그녀를 지원해주었기에 퀘스트를 달성하는 게 가능했다.
때문에, 이번 퀘스트의 보상은 그녀 혼자 독점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만 나가게 생겼네.”
보상으로 아이템이 나오면 윤진하는 자신이 쓰는 대신 그동안 모아놓았던 돈으로 길드원들의 보상을 갈음할 생각이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녀가 모아뒀던 전 재산을 다 털어야 할 정도였지만, 전설급 아이템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으니까.
단, 요리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대체 요리가 무슨 보상이야······.”
거친 헌터 생활 중에도 한 번도 눈물을 보인 적이 없던 윤진하였지만, 지금은 정말 울 것만 같았다.
한참을 고개를 떨구고 있던 그녀의 콧속으로 맛있는 냄새가 스르륵 스며들었다.
“우이씨, 왜 냄새는 좋고 난리람. 가뜩이나 더 열받게.”
보상이 요리란 걸 알고 절망했을 때는 몰랐는데 조금 진정하자 진한 고기 냄새가 절로 입에 침을 고이게 했다.
“이거 먹어도 되나?”
이름을 보면 그녀가 잡았던 제림니르로 만든 요리일 터.
던전의 재료는 사람이 먹을 수 없다.
하지만 이건 성좌가 보상으로 내린 요리. 거기다 식용 가능이라는 문구까지 붙어 있었다.
“하, 한 입만 먹어볼까?”
처음에는 이 요리라도 나눠 먹어서 돈이라도 아낄까 하는 생각이었지만, 그러기엔 냄새가 너무 좋았다.
침을 꼴깍 삼킨 윤진하가 조심스럽게 제림니르-플레스케스텍(전설급)을 썰었다.
“와, 고기 부드러운 거 봐. 거기다 이 육즙, 미쳤네.”
던전에 들어갈 때가 아니면 맛집 투어를 다니는 게 취미일 정도로 맛잘알인 윤진하였다.
그런 그녀의 눈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바이킹식 통삼겹살은 딱 봐도 맛있어 보이는 요리였다.
“그럼, 한 입만······.”
한 입이라고 하기엔 꽤 큼지막하게 썬 한 점이었지만, 윤진하는 입을 크게 벌리고 고기를 입에 와락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 순간, 맛이라는 것이 그녀의 입에서 폭발했다.
“으으으음!!!”
맛있는 걸 먹었을 때 나타나는 진실의 미간.
윤진하는 입 안을 가득 채우는 고기의 풍미에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미쳤다. 겉은 너무 바삭한데 속은 어쩜 이렇게 촉촉하지? 완전 겉바속촉이네. 거기다 이 진한 고기 맛은 뭐야?”
미미(美味). 그야말로 극상의 맛.
이 정도 맛이라면 전설급 요리라는 등급이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 한 입만 더 먹을까?”
한 입이 또 다른 한 입을 부르고 먹을 때마다 한 입의 양이 커져갔다.
그녀의 손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플레스케스텍으로 향했다.
이미 그녀의 머릿속에 이미 요리를 나눠 먹겠다는 생각은 없어진 지 오래였다.
“진짜 너무 맛있어. 어? 다 먹었네?”
꽤 큼지막한 통삼겹살이었건만, 이미 접시는 깨끗이 비워져 있었다.
실망했을 때는 언제고 윤진하가 아쉬운 마음에 포크로 접시를 두드리고 있을 때였다.
[제림니르-플레스케스텍(전설급)을 먹어 요리에 깃들어 있는 능력을 획득합니다.] [무한히 재생하는 제림니르의 기운이 당신에게 깃듭니다.] [스킬 [초재생]을 습득합니다.]갑자기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에 윤진하가 눈을 크게 떴다.
[초재생]. 이른바 힐링 팩터라고도 불리는 능력.던전의 고위 몬스터 중에서도 소수가 가진 기적의 능력이었다.
어떠한 상처를 입어도, 심지어 신체 일부가 잘려 나가도 회복이 가능한 극한의 생존 스킬이었다.
지금껏 어떤 각성자도 얻지 못한 능력이었는데,
“요리를 먹어서 스킬을 얻었다고? 그것도 [초재생]을?”
윤진하의 손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이 능력만 있다면 부상 걱정 없이 지금보다도 더 격렬하게 전투에 나설 수 있었다.
최고급 영약으로도 스킬은 얻지 못한다.
그런데 요리를 먹어서 이런 스킬을 얻게 되다니.
“성좌님, 제가 존경한다고 말했던가요? 존경합니다! 아니 사랑해요!”
방금까지 성좌에게 험한 말을 하던 건 잊은 채 전장을 누비는 힘의 처녀에게 사랑과 존경의 기도를 올리는 그녀였다.
정작 당사자인 성좌 스루드는 자신의 영역에서 사라져가는 플레스케스텍을 보며 아까워서 울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얼마 후, [초재생]을 얻은 윤진하의 달라진 활약과 함께 성좌가 내려준 요리를 먹으면 스킬을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 * *
“또 오세요.”
오늘의 마지막 손님이 나갔다.
밤새 숯가마에서 요리한 뒤, 차를 몰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아침 해가 뜨고 있었다.
눈붙일 겨를도 없이 식당을 열고 장사 준비를 하면서 오늘은 고생 좀 하겠는데 싶었지만,
“성좌가 내려준 축복이 좋긴 좋네.”
나는 조금도 피곤함 없이 팔팔한 몸을 움직이며 씨익 웃었다.
전장에서만 활성화되는 ‘전장의 축복’.
요리사인 내게 전장은 ‘주방’이었기에 식당에 있는 동안은 힘이 넘쳐났다.
아, 설마 식당 나가면 바로 피곤해서 쓰러지려나?
“그럼, 식당에서 나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은 다 해놓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축복과 함께 보상으로 받았던 반지의 확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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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드 룬 반지(영웅급)]– 룬문자 나우드(ᛀ)가 새겨진 반지.
– ‘결핍’, ‘고통’, ‘고난’을 의미하는 나우드 룬의 마력이 각인되어 있다.
– 각인 스킬 [마나 번] : 지정한 대상의 마력을 태워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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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이었던 최초의 검과는 달리 이번 보상은 영웅급 반지였다.
하지만 그게 전혀 아쉽지 않을 정도의 효과였다.
“스킬이 붙어 있네?”
각성자를 비각성자와 구분하는 가장 큰 요소가 무엇인가.
뛰어난 신체 능력도 상태창을 볼 수 있는 능력도 아니었다.
바로 기적을 일으키는 힘, 스킬이 바로 각성의 꽃이었다.
때문에, 스킬이 붙어 있는 장비는 기존 등급보다 한 등급 위로 쳐주는 게 보통이었다.
즉, 이 영웅급 반지는 전설급이나 마찬가지란 소리였다.
“거기다 [마나 번]이라니. 마나를 태울 수 있다고?”
분명히 성좌 스루드는 이 반지를 주면서 내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마력 과다로 죽기 때문에 내가 만든 성좌용 요리를 먹지 못한다는 고민.
“혹시 재료에 있는 마력을 태우라는 걸까?”
아니다. 그러면 성좌가 먹을 요리에 있는 마력도 사라진다.
성좌에게 줄 음식 그대로 내가 맛을 봐야 의미가 있지.
그렇다면 설마······.
나는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생각에 침을 꿀꺽 삼켰다.
“음식을 먹고 내 몸에 과하게 쌓인 마력을 태운다?”
죽을 정도의 마력이 담긴 음식을 먹고 몸의 마력을 태워서 살아남는다니.
이 무슨 비윤리적인 인체 실험 같은 소린가.
하지만 이 발상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었다.
아니, 오히려 솔깃한데?
“일단 시험부터 해 보자.”
나는 어제 삼겹살을 정육하면서 함께 떼어놓았던 갈매기살을 냉장고에서 꺼냈다.
갈매기살의 양도 많아서 3~4kg 정도 됐지만, 일단 조금만 떼어서 팬에다 구웠다.
치이익!
달궈진 팬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멧돼지 갈매기살.
하지만 평범한 열로는 굽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부탄가스 토치를 가져와 위아래로 열을 가해줬다.
“이 정도면 익은 거 같은데?”
먹음직스럽게 노릇노릇 잘 구워진 갈매기살 한 조각.
하지만 이 작은 조각 하나에 먹는 사람을 그 즉시 급성 마력 중독으로 죽게 할 정도로 위험한 마력이 담겨있기도 했다.
“후우, 스루드님, 믿습니다.”
나는 눈을 딱 감고 고기를 입에 넣었다.
고기를 씹는 순간, 탱글탱글한 육질이 느껴짐과 동시에 진한 육즙이 흘러나왔다.
와, 이거 맛 미쳤다.
일반 돼지랑 다르게 육질이 찰지면서도 부드러운 데다 고소한 지방 맛과 돼지 자체의 감칠맛이 너무 절묘했다.
거기다 묘하게 화하게 올라오는 독특한 향까지.
마치 생 와사비를 곁들여 함께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게 마력의 맛인가? 분명 위험한 맛이지만,
나, 도연성.
요리사이기 전에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미식가.
설령 조금 위험하더라도 이 맛을 포기할 수는 없잖아?
아마 최초로 복어를 먹어본 인간도 이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요리사 클래스의 스킬 [재료 분석]이 발동됩니다.] [‘제림니르의 갈매기살’은 구이용으로 적합합니다.] [‘제림니르의 갈매기살’은 [효과 : 상처 재생]이 존재합니다.] [부위와 섭취양에 따라 효과에 차이가 존재합니다.]고기를 음미하고 있자 처음 보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맞아, 나 스킬 있었지.
클래스 ‘요리사’로 각성하자마자 얻은 스킬, [재료 분석].
다만 지금까지 마력이 담긴 요리 재료를 먹어본 적이 없기에 발동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맛있는데 상처 재생 효과까지 있다니.
“왜 스루드와 발키리들이 그렇게 난리를 쳤는지 알 것 같······, 크윽!”
쿵! 쿵! 쿵!
즐거운 맛도 잠시, 한 조각을 삼키자마자 바로 심장 부근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고기에 담긴 마력에 몸이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대로 놔두면 아마 심장이 파열해 그 자리에서 죽겠지.
나는 황급히 반지를 낀 손을 심장께로 올렸다.
“[마나 번]”
스킬을 사용하자 반지에 각인된 룬문자가 검정 빛을 내뿜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터질 것처럼 뛰던 심장도 다시 박동이 줄어들며 원상태로 돌아왔다.
“휴, 죽을 뻔했네.”
조금만 늦었어도 스킬 발동은커녕 바닥에 쓰러져서 그대로 죽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제때 마력을 태우고 나니 의외로 후유증 없이 몸은 멀쩡했다.
“축복이 활성화된 주방에서 먹은 덕분인 거 같은데?”
‘전장의 축복’은 다양한 위해로부터 몸을 지켜주고 능력을 키워주는 버프.
숯가마에 손을 집어넣어도 화상 하나 입지 않게 몸을 강화해주는 축복의 능력 덕분에 후유증은 크게 남지 않았다.
“그래도 많이는 못 먹겠다. 맛만 보는 수준이겠네.”
나는 아쉬운 표정으로 아직 많이 남은 갈매기살을 바라보았다.
진짜 맛있었는데······.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라는 게 이거구나.
저 엄청난 마력만 아니었어도 이미 저 고기는 다 내 입속에 들어갔을 터였다.
“잠깐만.”
지금은 어차피 성좌한테 바칠 것도 아닌데 마력 태우고 먹어도 되지 않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참지 않고 팬 위로 고기를 올렸다.
이번에는 잊지 않고 던전산 암염도 잘 갈아서 뿌려주었다.
그렇게 고기 지방에 소금까지 녹아 아주 환상적으로 갈매기살이 구워졌을 때, 마력을 태웠다.
아니 태우려고 했을 때였다.
[해당 요리의 마력이 사라지면 요리의 효과가 사라집니다. 그래도 태우시겠습니까?]음? 내가 만든 요리에 효과도 있었나?
지금까지 먹은 성좌들은 그런 말이 없었는데?
어떤 효과인지는 몰라도 목숨 걸면서 얻을 건 아니겠지.
내가 던전을 공략하는 헌터였다면 고민했겠지만, 나는 식당 주인이니까.
굳이 목숨을 거는 도박을 할 이유가 없었다.
요리에 목숨 거는 것보다 성좌들에게 요리하고 보상을 받는 게 더 남는 장사잖아?
나는 어깨를 으쓱이곤 스킬을 사용했다.
“[마나 번].”
그렇게 마력을 모두 태운 갈매기살은 곧장 내 입으로 들어갔다.
“흐흐흐, 역시 맛있네. 역시 먹는 게 남는 거야.”
그렇게 순식간에 3kg의 갈매기살이 모두 사라졌을 때였다.
[보이지 않는 저승의 왕이 당신의 소문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보이지 않는 저승의 왕이 아내를 위한 도시락을 만들어 줄 수 있냐고 묻습니다.]카인, 스루드에 이은 새로운 성좌 손님이 오셨다.
애처가의 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