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81
81화. 호국영령들을 위하여
“먹기만 해도 힘이 불끈불끈 솟는 충무 김밥을 위하여!”
“우리를 승리로 이끈 공중 뗏목을 위하여!”
“이 모든 걸 가져온 도연성을 위하여!”
이게 다 무슨 소리냐고?
무슨 소리겠어.
우리가 한일전에서 일본을 완벽하게 눌러버리고 승리를 거둔 뒤, 열리는 축하연의 소리지.
“한반도를 위하여!”
“위하여!”
아쉽게도 술이 없어서 차가 담긴 잔을 부딪쳐야 했지만, 한반도 성좌와 권속들의 얼굴은 술에 취한 듯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다 위에선 항상 우리에게 원수나 다름없었던 일본을 완벽하게 눌러버렸으니까.
“흐하하하, 최무선 장군의 화포는 여전히 용이 불을 뿜듯 대단하더이다.”
“하하, 과찬입니다, 대사.”
전혀 과찬이 아니었다.
권속이 된 이후에도 연구에 꾸준히 매진한 건지, 최무선의 화포는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불을 뿜어댔다.
일본 쪽 해양 성좌와 권속들은 자신들의 배를 무참히 뚫는 최무선의 화포에 기겁하며 도망갈 정도였다.
“그러는 대사야말로, 왜놈들의 배 사이를 용감하게 파고들면서 백병전을 하지 않았습니까?”
“흐흐흐, 내가 대포는 못 써도 몸 쓰는 건 자신이 있지.”
실제로 장보고는 배가 날쌔게 일본 측 배 근처로 접근하면 곧바로 활을 쏘며 적들을 무수히 쓰러뜨렸다.
당연히 친선 경기라서 살상력이 없는 끝이 뭉툭한 화살이었지만, 장보고가 워낙 강궁(强弓)인지라 화살 한 방에 죄다 픽픽 넘어가더라고.
그 외에도 일본이라면 이를 가는 한반도 성좌들과 권속들은 이를 갈며 적들을 공격했다.
오죽하면 일본 측 배를 박살 내느라 조정 경기인데도 앞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아서 경기 기록 자체는 이번 대회 최하위 기록이 나왔을 정도였다.
물론 그래도 토너먼트 대회라서 일본을 이기고 본선에 오르는 데 성공했지만 말이다.
“와키자카 그놈 표정 봤소? 이번에야말로 미역만 먹으며 목숨을 부지했던 치욕을 갚겠다고 하더니만, 배가 부서지고 울상이 되었더구려.”
“구루시마가 더 가관이었소. 거북선에 탄 이순신 장군을 보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더이다. 하긴, 그자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지.”
그 결과, 일본 측, 특히 임진왜란에 참전했던 성좌와 권속들은 나라 잃은 표정을 짓고 물러나야 했다.
일본 팀의 대표로 보이는 길의 여신, 무나카타노오오카미가 굉장히 귀신 같은 얼굴을 하고 패전한 채 돌아오는 그들을 맞이하더라고.
적이지만 불쌍할 정도였다.
“하오, 하오! 역시 이순신이다!”
아니, 저 중국 갑옷 입은 권속은 대체 누군데 여기에 와 있는 거지?
중국 쪽 권속이면 1차전 때 우리한테 패배해서 감정이 좋을 리가 없는데도 신나게 찻잔을 부딪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저 중국 권속은 누구예요?”
“진린이라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님을 도와 왜놈들과 싸워준 좋은 분이지.”
내가 옆에 앉아 있던 권속에게 묻자, 그가 답해주었다.
아, 그래서 우리한테 졌어도 일본의 패배를 기뻐하는구나.
하긴, 아직도 일본 하면 쟤들도 우리만큼 이를 가니까.
참고로 내게 대답해준 권속은 이순신 장군의 참모이자 거북선을 만든 장수, 나대용이었다.
그렇게 다들 차를 마시면서 신나게 뒤풀이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장보고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곤 사발만 한 찻잔을 내 쪽으로 향하며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흐하하하! 뭐니 뭐니 해도, 우리 신참의 공로가 제일 컸다! 다들 인정하지?”
“옳소!”
“신참 만세!”
아니, 내가 뭘 했다고.
나는 부끄러워져서 찻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그러자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장보고가 내 쪽으로 다가와서 내 어깨에 그 두꺼운 팔을 턱 둘렀다.
“사내놈이 뭘 부끄러워해! 이럴 땐 자신이 한 공적을 떳떳이 드러내야지!”
“정말 별로 한 게 없는걸요.”
기껏해야 허공을 나는 뗏목으로 상대 진영을 정찰하고 중간중간 충무 김밥을 우리 팀 선박에 보급해준 게 전부였다.
견우가 준 천우혁선에는 대포도 없고 적들과 싸울 병사도 없었으니까.
거기다 중간에 조정 경기인데 하늘을 나는 건 치사하지 않냐는 일본 측 선수들의 주장 때문에 다시 바다 위로 내려와서 보급에만 열중했다.
충무 김밥 도시락만 나른 건 아니었고, 중간중간 화약이 모자라는 배에 화약을 옮겨주거나 병사가 모자란 배에는 병사를 옮겨주거나 말이지.
해수면보다 살짝 위를 나는 식으로 항해를 하면 흔들림 없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쨌든, 그런 내 말에 장보고와 최무선을 비롯한 주변 성좌와 권속들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네, 전쟁에서 정찰과 보급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나? 덕분에 내 화포에 화약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맞다. 네가 아니었으면 그 치졸한 놈들의 수작에 몇 번이고 당했을 거다.”
최무선과 장보고의 칭찬에 나는 멋쩍어져서 그저 웃기만 했다.
하긴, 일본 측에서 파놓은 함정이 얼마나 많던지.
내가 허공에서 정찰하면서 발견하지 않았다면 큰 피해가 있긴 했을 거다.
하지만 칭찬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제일 대단했던 것은 역시 충무 김밥이지.”
“흐하하하! 맞다. 소문은 들었지만, 그렇게 대단한 음식을 만들 줄은 몰랐다고, 신참.”
[당신이 만든 ‘충무공을 위한 충무 김밥(영웅급)’에 부여된 특수 효과가 부여됩니다.] [특수 효과 [신토불이], [바다의 수호 기사], [호국영령]이 적용됩니다.]내가 만든 충무 김밥의 효과는 [신토불이]와 [바다의 수호 기사], 그리고 [호국영령]이었다.
[신토불이]는 고향의 음식을 먹으면 전체적으로 능력치가 상승하는 특수 효과로 아마 선조들에게 익숙한 동치미를 만든 덕분에 나타난 것 같았다. [바다의 수호 기사]는 판금 갑오징어의 영향인지 바다에서 방어력이 상승하는 버프였고.“[호국영령]이라. 특수 효과도 특수 효과였지만, 그 이름만으로도 힘이 나더군.”
[호국영령]은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명예로운 영혼들을 뜻하는 말.충무 김밥이라는 이름에 들어간 ‘충무’의 의미, 그리고 진짜 호국영령인 선조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내 의지가 깃들어 나타난 특수 효과였다.
“그 효과를 받는 순간 몸에 힘이 넘치더라니까? 흐하하하!”
[호국영령]의 효과는 나라의 이름을 건 국가대항전에서 일시적으로 그 격을 한 단계 올려주었다.실제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성좌와 권속들은 나라를 위해 싸웠던 이들이 대부분이라 모두 이 특수 효과를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영웅급 성좌였던 이순신 장군은 전설급 성좌가 되어 눈부신 활약을 펼쳤고 말이야.
이 어마어마한 버프 덕분에 한반도의 성좌들은 기세등등하게 일본 팀을 박살 낼 수 있었다.
먹을 걸로 특수 효과를 받았으니 도핑 아니냐고?
성좌들의 세계에서는 누가 더 좋은 버프를 받고 게임에 참가하느냐가 실력이라고 여겨지는 곳.
당장 일본만 해도 전설급 성좌인 무나카타노오오카미가 직접 버프를 내려줬으니 오히려 정정당당한 버프였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씨익 웃고 있을 때였다.
“이게 모두 네 공이다.”
이순신 장군이 직접 나에게 다가와 내 공을 치하하며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나는 벅차오르면서도 쑥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저었다.
“모두 여러분이 살아생전에 쌓은 덕업 덕분이지, 제 공이 아닙니다.”
실제로 나라에 해를 끼친 원균이나 배중손, 김통정은 충무 김밥을 먹었어도 격이 올라가지 않았을 거다.
그러니 이 충무 김밥으로 얻은 효과는 내 공이 아니라 말 그대로 호국영령인 그들의 공이었다.
“다시 한번 후손들을 대표해, 나라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그들을 향해 고개를 깊숙이 숙여 감사 인사를 드렸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도 선조들의 흐뭇한 웃음이 선하게 머리에 떠올라 내 얼굴에도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이제 낯부끄러워지는 감사의 시간은 지났으니 진짜 승리를 축하하고 즐길 차례였다.
“여러분.”
축하연에 자리했던 모든 성좌와 권속들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히죽 웃으며 그들에게 물었다.
“효과는 둘째치고, 충무 김밥의 맛은 어떠셨습니까?”
나라를 위한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요리사니까 맛도 중요하단 말이지?
내 말을 듣자 모두가 엄지를 척 치켜들어 보였다.
“김에 밥을 작게 싸 놓으니깐, 먹기가 참 편하더군!”
“아무래도 항해 중에는 바빠서 수저를 써서 뭐 먹기가 참 불편했는데 아주 편했어.”
“손으로 먹어도 좋고 나눠준 이쑤시개로 찍어 먹어도 좋았지.”
충무 김밥의 먹기 편한 점을 말하는 이도 있었고,
“밥에 심심하게 간이 되어있어서 그런지 자극적인 반찬들과 먹기 좋았지.”
“맞아! 짭짤한 동치미 조각에 매콤한 오징어를 같이 먹으니 조화가 절묘했어.”
“그리고 마지막에 동치미 국물 크! 목이 막히더라도 아주 시원하게 넘겨주더라니까?”
충무 김밥과 동치미 김치, 그리고 오징어무침의 맛이 마음에 든 이들도 있었다.
“흐하하하! 무엇보다 양이 푸짐해서 좋았다. 아주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구나!”
“장보고 대사께서 먹은 김밥이 무려 백하고 쉰두 개인 걸 아십니까?”
“크흠!”
맛있는 나머지 너무 많이 먹어서 눈총을 사는 이까지 있을 정도였다.
이렇게까지 좋아해 주다니.
나는 그런 성좌와 권속들을 보면서 흐뭇하게 웃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내 말에 다시 집중하는 선조 님들.
나는 손가락을 펴며 주변을 가리켰다.
“막상 경기 때는 맛있게 먹고 축하연 때는 아무것도 안 먹는다는 게 아쉽지 않습니까?”
“그, 그렇긴 하지······.”
다음 경기를 대비해 많이 만든 충무 김밥이 아직 남아있긴 했지만, 경기 내내 먹고 축하연에서도 먹긴 좀 그런 법.
그래서 한반도 성좌와 권속들이 조금씩 챙겨온 다과와 주전부리랑 차를 마시는 중이었다.
대승을 거두고도 이런 조촐한 잔치는 좀 아니잖아?
그래서 나는 히죽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자고로 잔치에는 국밥이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뜨끈한 국밥 한 그릇씩 올리겠습니다.”
나라를 위해 힘을 쓴 양반들인데 든든한 국밥 한 그릇씩 먹어야 하지 않겠어?
* * *
조정 경기를 아주 오래 하고 왔음에도 지구로 돌아왔을 때는 고작 1분이 지나있었다.
[시간의 모래시계]로 지구의 시간이 거의 지나지 않도록 조절해둔 게 다행이네.하지만 그렇게 시간을 벌었음에도 시간이 모자랐다.
얼른 요리를 해서 다시 저쪽으로 건너가야 하니까.
“자, 모두 하던 일 멈추고 저 좀 도와주겠어요?”
주방에 들어선 나는 다음날 장사 준비를 하는 미야와 천오, 에녹을 불렀다.
나는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는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지시를 내렸다.
“바쁜데 부탁해서 미안해요. 30명 정도가 먹을 음식을 빠르게 만들어야 할 거 같아요.”
“30명이나?”
천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번에 함께 경기에 참가했던 사람들이랑 먹을 음식이거든.”
“30인분이라면 어떤 요리를 준비해도 바쁘겠네요. 마스터는 어떤 요리를 생각하시나요?”
미야의 물음에 나는 이미 생각해놨던 걸 답변했다.
“빠르게 준비하려면 이것저것 다양하게 준비하는 것보다 단품 요리가 나을 거예요. 국밥을 준비할 겁니다.”
국밥은 밥을 하고 국을 끓여낸 다음 부어서 나가기만 하면 된다.
반찬이야 김치만 있어도 충분하지.
먹을 때도 간단하면서도 든든하게 먹을 수 있고.
그런 내 말에 에녹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국밥은 조리가 오래 걸리지 않습니까? 저번에 사장님이 만드는 걸 보니······.”
에녹의 말대로 국밥의 단점은 국물을 끓여내는 데 오래 걸린다는 것.
소뼈든 돼지 뼈든 사골 국물을 내려면 아주 오랫동안 푸욱 국물을 고아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국밥도 있거든.
“콩나물국밥을 할 겁니다.”
북어나 멸치로 깔끔하게 국물을 내고 시원한 콩나물과 수란을 넣어 함께 먹는 전주의 대표 음식.
이거라면 국물을 오래 낼 필요도 없이 시원하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었다.
“그런 식이라면 빠르게 만들 수 있겠네요.”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 국밥도 있었다니, 오늘도 사장님께 많은 걸 배웁니다.”
내 말에 미야와 에녹이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천오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우리 콩만삼천오백팔십삼이를 요리에 넣겠단 말이야?”
“······어느새 13,583가닥이나 키운 거냐?”
셀키랑 노는 것도 시큰둥해지니 이제 콩나물 기르기에 진심인 듯한 천오였다.
어쩐지 주방에 콩나물시루가 점점 늘어나더라.
“아무튼 잘됐네. 이번에 콩나물이 좀 많이 필요할 것 같았는데.”
“너무해!”
천오야, 우리가 식물을 키우는 이유는 먹기 위해서야.
물론 관상용식물, 애완식물도 있다지만, 적어도 콩나물은 아니거든.
나는 씨익 웃으며 손뼉을 짝 쳤다.
“자, 콩나물국밥 한 그릇 든든하게 만들어 봅시다!”
한국인의 국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