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88
88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이, 인정 못 한다!”
진시황은 씩씩대며 검을 뽑아서 자기 머리 뒤에 떠오른 미미(美味) 두 글자를 휘저어 치워버렸다.
하지만 어쩌나.
이미 성좌 마켓에 있는 많은 눈이 두 글자를 똑똑히 봤는데.
“크크크, 입은 아니라고 하지만, 기운은 솔직하네.”
라고 내 옆에서 키득거리는 헤르메스를 포함해서 말이다.
“할 일 없으세요?”
“내 할 일이 성좌 마켓 관리거든? 이 무례한 인간 요리사.”
내 핀잔에 코끝을 찡그리는 헤르메스.
아 맞다. 상업의 신이었지.
하지만 평소에 행실이 워낙 상업의 신 다웠어야지.
나는 피식 웃으며 툭 물었다.
“그렇게 갓튜브 촬영하고 있으니 사설 렉카 갓튜버인 줄 알았죠.”
“어, 어떻게 알았어?”
헤르메스는 자신이 갓튜브 촬영 중인 걸 어떻게 알았냐며 눈을 둥그렇게 떴다.
성좌답게 인간들과 달리 자기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영상 촬영이 가능했기에, 촬영 중인지 아닌지 겉으로만 봐선 모르기 때문이었다.
근데 내가 헤르메스 님이랑 하루 이틀 일해보나?
“제 식당 소개, 프로듀스 알바 플래닛 999까지 건수만 있으면 영상을 찍는 방낳신이신데 이걸 안 찍을 거라고 생각하는게 바보죠.”
그런 내 설명에 헤르메스가 입술을 삐죽였다.
“갓튜브 촬영은 덤이고. 사실은 진시황네 패거리가 너한테 해코지하지 않을까 감시하러 온 거야.”
이미 성좌의 메시지로 진시황이 내게 무례하게 군 걸 보았기 때문에 상업의 성좌로서 감시하러 나왔다나?
헤르메스 외에도 나에게 호의적인 성좌들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근처에서 구경 중이었다.
안 그래도 되는데 말이지.
지금도 봐. 결국 요리의 ‘맛’으로 승부하니깐 트집을 잡지 못하고 당황하고 있잖아?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닌 모양이었다.
“도, 독이다!”
진시황의 부하 장수 중 하나가 목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그의 손에는 다 먹은 어묵 꼬치가 들려 있었다.
“독이라고?”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옵니까?”
독이라는 말에 새파랗게 질린 임상옥과 김만덕.
음식점에서 먹을 것에 독이 나왔다는 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니까.
하지만 여기서 당황하거나 바로 사과를 하면 그건 하수다.
나, 도연성.
오랜 장사 경력으로 일부러 문제를 일으키는 손님들도 많이 겪어 왔다.
그렇기에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상황부터 파악하기로 했다.
“독이라고 하셨나요?”
“그래! 네놈이 감히 황제 폐하께서 드실 요리에 독을 타다니!”
“독이 정말 있었다면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독이 어디에 있었나요? 어묵인가요? 아니면 오뎅탕 국물인가요?”
내 말에 주춤거리는 장수 성좌.
여기에 있는 모두가 어묵과 오뎅탕 국물을 마셨다.
그런데 본인의 것에만 독이 있을 리가.
그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눈알을 굴렸다.
그리고 나는 그의 눈이 진시황에게 살짝 갔다가 떨어지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아하, 그렇게 된 거구만?
처음에는 맛으로 내 요리에 트집을 잡으려 했지만, 예상 밖으로 너무 맛있었던 터라 모두가 감탄부터 터뜨렸다.
심지어 진시황마저도 그랬으니, 맛으로 억지 트집을 잡는 건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다면 진시황의 분노를 감당할 수 없었겠지.
그래서 저 장수 성좌가 총대를 메고 독이 들었다는 모함을 내게 뒤집어씌우려는 모양이었다.
“어디에 독이 있었습니까?”
“그······, 그래! 이 꼬치에 독이 들어있었다! 보아하니 독성이 있는 나무로 만든 거로군!”
내 추궁에 당황하던 장수 성좌는 할 거면 똑바로 하라는 듯한 진시황의 눈빛을 받고 서둘러 말을 이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진시황 옆에 있던 다른 성좌가 말을 보탰다.
“그러고 보니 이 꼬치, 겉으로 보면 대나무로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협죽도 같습니다.”
“협죽도라면 독이 든 식물 아닌가?”
“맹독을 품은 식물이지요. 대나무랑 비슷해서 암살용으로 쓰기도 합니다.”
“감히 인간 주제에 전설급 성좌이시자 곧 신화급으로 승격하실 황제 폐하를 독살하려 들다니!”
한번 시작된 오해는 사방으로 퍼져 진시황 패거리가 한목소리로 나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무기를 뽑아 나를 내려치려는 듯 기세가 아주 흉악했다.
“허, 참.”
물론 당사자인 나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이었다.
협죽도? 독살?
손님을 웃게 하기 위해 요리를 만드는 내게 터무니없는 누명이었다.
“뭣하면 내가 정리해줄까?”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헤르메스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내가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고 있자 당황하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씩 웃었다.
“아닙니다. 저 대신 대답해줄 분들이 있거든요.”
“분들?”
헤르메스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갈(喝)!!”
천둥을 닮은 고함과 함께 하늘에서 여덟 개의 오색구름이 나타났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위에는 사람, 아니 신선들이 올라타 있었다.
“팔선(八仙)이 어찌······.”
그들을 보고 진시황이 묵직한 신음을 흘렸다.
구름 위의 여덟 신선은 전날 내 식당에서 밥을 먹었던 이철괴, 종리권, 여동빈을 비롯한 팔선이었다.
놀랍게도 한상자, 장과로, 하선고, 남채화, 조국구도 함께해 여덟 신선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거기 너!”
“히, 히익! 저 말씀이십니까?”
여동빈이 구름을 몰고 앞으로 나와 검으로 가리키자, 꼬치에 독이 들었다고 모함하려던 장수 성좌가 사색이 되었다.
시대로 따지면 장수 성좌가 여동빈보다 한참을 더 앞선 선조였겠지만, 이곳은 인지도와 격으로 그 급이 나뉘는 성좌들의 세계.
이름도 유명하지 않은 그 장수는 여동빈에게 한참이나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 나무 꼬치는 내가 선계에서 친히 영험한 대나무를 꺾어 깎아준 것이다. 어딜 감히 모함하려 드느냐!”
“그, 그건······.”
“시끄럽다! 네 목도 이 검으로 깎아버리겠다!”
여동빈이 검을 그의 목으로 가져다 대며 으르렁거리자 장수 성좌는 식은땀만 흘릴 뿐 대답하지 못했다.
장수 성좌에게 동조하던 다른 성좌들도 합죽이가 된 듯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러게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말았어야지.”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히죽 웃었다.
그런 날 보며 헤르메스가 기가 찬다는 듯 말했다.
“이거 니가 파놓은 함정이야?”
“함정이라뇨. 그냥 대비한 것뿐이죠.”
요리와 맛에 있어서는 질 자신이 없었다.
그러면 진시황이 다른 곳에서 날 공격해 올 거라는 건 뻔히 예상되는 바였지.
그래서 나는 여동빈에게 헬프를 요청했다.
다음에 팔선 모두에게 식사를 대접한다는 조건으로 여동빈은 열심히 어묵용 꼬치를 깎아줬고 말이야.
‘세상에 신선한테 부업을 시키는 식당 주인은 너밖에 없을 거야.’
천오가 그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지만, 여동빈은 오히려 심심했는데 잘 됐다며 검 수백 자루를 허공에 띄워 이기어검술로 꼬치를 깎았다.
제자인 연준이가 그 모습을 봤어야 했는데.
아무튼, 선계의 대나무로 검선 여동빈이 직접 깎은 어묵용 꼬치를 독살용이라고 모함한 장수 성좌는 크게 지뢰를 밟은 셈이었다.
검선 여동빈은 장수 성좌의 목에 검을 들이댄 상태에서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희랍의 상재신, 혁이매사(赫尔墨斯)시여! 선량한 상인을 함부로 무고한 이 자를 그냥 지나칠 생각이시오?”
“그럴 리가.”
내 옆에 있던 헤르메스가 얼굴색을 바꾸며 대답했다.
열심히 이 해프닝을 갓튜브로 찍고 있었던 그였지만, 자신의 권능을 모욕하는 이런 사태는 용서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너! 감히 상업의 성좌인 내 앞에서 정당한 상업 행위를 모함과 누명으로 방해하려는 죄를 묻겠다!”
“자, 잠깐······!”
“너는 앞으로 성좌 마켓에 발을 들일 수 없으며, 대행을 통해서도 거래를 할 수 없을 거야. 당장 꺼져!”
“안 돼!”
독으로 나를 모함하려던 장수 성좌는 헤르메스의 추방 선언과 동시에 어딘가로 빨려가듯 신형이 사라져 버렸다.
“저런, 영구 추방이면 앞으로 꽤나 고달파지겠구먼.”
“그렇게 심한 벌인가요?”
“성좌 마켓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건 스타 코인 사용도 불가능하다는 것. 무언가를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옵니다.”
아, 마트 이용도 못 하는데 계좌까지 막혀서 인터넷 쇼핑도 못 하게 된 거구나.
생각보다 상업의 성좌들이 가진 막강한 권능에 나는 새삼 헤르메스를 다시 보게 되었다.
“헤헤, 이게 얼마만의 영구 추방이냐. 조회수 각 오졌따리.”
“······.”
다시 본 거 취소.
어쨌든, 그렇게 문제를 정리하고 나니 진시황의 표정이 한층 더 일그러져 있었다.
날 공격하려다 자기 신하만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니 그럴 만도 하지.
그때, 그의 옆에서 문관 하나가 진시황의 귀에다 속삭였다.
성좌들의 귓속말이라 환골탈태를 한 내 귀에도 들리지 않았지만, 진시황의 표정이 밝아지는 걸 보니 이번엔 쓸만한 계책을 내놓은 듯했다.
“크하하하! 역시 짐의 꾀주머니로다. 울료!”
“보잘것없는 지혜이옵니다, 폐하.”
울료라면 흔히 위료자라고 잘못 알려진 병법서 ‘울료자’를 지은 병법가였다.
즉, 꾀돌이라는 소리.
그가 진시황에게 조언한 계책이 대체 뭘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 진시황이 웃으며 자신의 배를 두드렸다.
“대진 제국의 성좌들이여! 저 보잘것없는 어묵을 모두 먹어서 장사를 못하게 하거라. 양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무능한 식당으로 만드는 거다. 짐의 명령이다!”
“예, 폐하!”
······기껏 짜낸 계책이 겨우 먹어서 해치우자였어?
나는 황당함에 그들을 바라보았지만, 진시황이 명령하면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성좌들이 포장마차로 달려들었다.
“간장 뿌리지 마! 그냥 먹어!”
“으악! 꼬치가 목 안을 찔렀다!”
“뜨거워! 내 입천장!”
“씹지 마! 삼켜!”
“그 와중에 왜 맛있냐, 이거.”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네.
수십 명의 성좌들이 꼬치를 양손에 들고 물어뜯고 국물을 삼키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크하하하! 짐의 가신들이 적을 모조리 무찌르고 있구나. 장하도다. 여섯 나라를 멸망시켰듯이 저 어묵을 모조리 해치워라!”
구경을 나온 주변의 다른 성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이마를 짚었지만, 급격하게 줄어드는 어묵 꼬치의 수와 국물의 양, 그리고 쌓여가는 다 먹은 꼬치의 산더미를 보며 진시황은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곧 준비한 어묵 꼬치와 국물이 동이 날 것 같았다.
“······괜찮겠나?”
걱정 많은 임상옥이 내게 물었지만, 나는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이것도 다 상정 범위 안이었으니까.
나는 씨익 웃으며 내가 가져온 짐에서 지금까지 팔았던 것과 동일한 양의 어묵 꼬치를 꺼내 들었다.
그동안 인간과는 비교도 안 되게 많이 먹는 성좌들을 상대해 온 나였다.
그런 내가 양을 적게 준비했을 리 없잖아?
내가 괜히 국밥 할아버지한테 공장을 빌린 게 아니었다.
어지간한 어묵 가게 1년 치 양만큼 어묵을 뽑아냈다고.
참고로 이런 어묵 꼬치가 세 꾸러미는 더 있었다.
“국물은 다 데웠죠?”
“네. 뒤에서 탕을 달이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오뎅탕 국물 액기스도 많이 챙겨온 상황.
액기스를 마력수에 넣고 데워주면 리필용 국물도 완성이다.
내가 어묵 꼬치와 국물을 다시 포장마차에 채워놓자 진시황의 표정이 다시 구겨졌다.
“이런 비열한······!”
“양으로 승부를 걸어오면 양으로 상대하는 게 정석 아니겠습니까.”
요리사는 먹는 입이 많아지면, 손님을 쫓아내지 않는다.
어떻게든 손님을 먹이게 하려고 하지.
거기다 이 승부는 내가 질 수가 없거든.
“배, 배불러······.”
“포만감이 보통이 아니야.”
“내가 이렇게 적게 먹는 성좌가 아닌데?”
10개까지는 거뜬히 먹던 성좌들이 20개가 넘어가면서부터 비틀대기 시작했다.
문관들보다 덩치도 크고 더 많이 먹는 장군 성좌들도 40개까지가 한계였다.
원래 어묵이 생각보다 양이 많고 배부른 음식이기도 했지만,
[당신이 만든 ‘몬스터 폴락과 판금 갑오징어살로 만든 납작 어묵 꼬치(영웅급).’에 특수 효과가 부여됩니다.] [특수 효과 [포만감]이 적용됩니다.]내가 요리를 만들 때 의지를 불어넣어 띄운 특수 효과의 영향도 있었다.
사실 이걸 노리고 띄운 특수 효과는 아니었다.
어묵 꼬치가 서민 음식이기에 적은 돈으로 쉽게 배부르길 원해서 원했던 특수 효과였는데, 이게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은 나도 몰랐다.
“결국 자신들의 위세와 신분만 믿고 백성을 생각하지 못한 나으리들의 말로 아니겠습니까.”
김만덕의 말대로 내가 성좌들에게 좋은 요리를 주겠다고 랍스터 버터구이 같은 걸 준비했다면, 이 싸움에서 패배하는 건 나였을 터였다.
하지만 나는 신분 고하와 상관없이 맛은 똑같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 생각과 어묵 꼬치에 스며있는 서민들의 소망을 읽지 못한 저들의 오만이 이 결과를 낳게 했다.
“이 못난 것들! 비켜라, 짐이라도 더 먹겠다!”
빵빵해진 배를 부여잡고 더 먹지 못하는 부하들이 답답했는지, 진시황이 직접 꼬치를 들고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역시 별수 없는 높으신 나으리.
맛있는 음식을 조금씩 다양하게 먹는 것에 익숙했을 그는 결국 어묵 꼬치 30개를 넘기지 못하고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우, 우욱!”
“폐하, 여기서는 안 되옵니다. 보는 눈이 많사옵니다.”
먹은 것을 토해내려는 진시황을 환관 조고가 서둘러 말렸다.
진시황 같은 성좌가 싸움에서 패배한 것도 모자라 먹다 지쳐 다 토해버리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인다?
그 격이 떨어져 신화급 성좌로의 승격도 한참 멀어질 게 뻔했다.
“이, 잊지 않겠, 우우욱!”
“폐하!”
결국, 칠칠찮게 입에서 무언가를 질질 흘리며 도망치는 진시황과 그의 패거리들.
맛과 요리, 그리고 포만감에서 전부 나의 승리였다.
“아쉽다, 여기서 한번 시원하게 토했어야 조회수 떡상인데.”
옆에서 헤르메스가 아쉬운 듯 혀를 찼다.
그의 시선은 진시황이 도망친 방향으로 향해 있었다.
그러나 곧 그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이고, 아쉬워라! 여기를 정리해야 해서 내가 못 가는 게 아쉽네. 이거 떡상하면 찍어서 올린 성좌 격이 올라갈 텐데 말이야!”
일부러 과장해서 크게 말하는 헤르메스.
그러자 그의 말을 들은 구경꾼 성좌 중 몇 명이 몰래 자리를 빠져나갔다.
아마 진시황이 토하는 모습을 찍어서 갓튜브에 올리려는 속셈이리라.
헤르메스는 그들이 사라진 걸 확인하곤,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대신 진시황의 격은 땅바닥에 떨어지겠지. 아이고, 고소하다.”
“상업의 성좌가 이렇게 편파적으로 나와도 되는 겁니까?”
“원래 이 바닥은 냉혹한 거야. 졌으면 당하는 거지.”
상업의 성좌가 윙크하며 저렇게 말하니 반박할 수도 없네.
“하긴, 벌은 받아야죠. 앞으로 진시황과 관련된 성좌는 이 포장마차는 물론 ‘연성이네 신야식당’의 블랙리스트에도 올릴 겁니다.”
“그거 고소하네. 요즘 너네 식당 못 가면 트랜디한 성좌 사이에 끼지도 못한다?”
우리 식당이 그 정도로 핫플레이스가 됐나?
헤르메스의 말에 내가 피식 웃으며 임상옥과 김만덕과 함께 주변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저······, 아직 어묵이 남은 것 같은데 장사 끝났나?”
구경하던 성좌 중 몇 명이 쭈뼛쭈뼛 다가와서 물었다.
“우리는 진시황처럼 자네를 골탕 먹이려는 게 아니고, 그 어묵이라는 걸 먹고 싶어서 그러네.”
“얼마나 맛있으면 저들이 저렇게 배 터질 때까지 먹었는지 궁금해 미치겠다고!”
그렇게 한 두 명으로 시작된 줄은 어느새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나는 줄을 선 손님들에게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어묵 꼬치 하나에 1 MSC입니다. 국물은 공짜예요!”
손님들이 왔는데 음식을 주지 않을 수 없지.
그날, 나는 준비해 온 모든 어묵을 팔아치웠으며, 헤르메스가 말하길 단일 품목 일일 판매량으로 성좌 마켓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한다.
“20 sc라니. 2만 개를 팔았네.”
워낙 싼 음식이라 남는 스타 코인은 많지 않았지만, 2만 개라니.
성좌 한 명당 20개씩 먹었다고 쳐도 1천 명이 넘는 성좌가 내 요리를 먹었다는 소리였다.
그만큼 많은 성좌가 내 요리를 즐거워 해줬다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성좌들 사이에서 당신의 어묵 꼬치와 오뎅탕의 명성이 퍼집니다.] [1,000 sc가 오릅니다.]아, 파는 것과 별개로 인지도는 또 따로 오르는구나.
고맙다, 아낌없이 주는 진시황!
네가 광고해준 덕분에 돈도 많이 벌었어!
참고로 진시황이 시원하게 먹은 걸 토해내는 영상은 갓튜브로 퍼졌고, 그의 격이 영웅급으로 떨어졌다는 소문이 들렸다.
신화급을 코앞에 두었던 그에겐 뼈아픈 결말이었다.
배달의 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