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89
89화. 배달의 기수
“재료를 보내주시면 앞으로 저희가 포장마차를 맡아서 장사를 하겠습니다.”
“맡겨만 주게.”
‘연성이네 포장마차’의 장사는 임상옥과 김만덕에게 맡기기로 했다.
내가 성좌 마켓에서 계속 머무르며 장사를 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여길 포기하는 것도 아까웠으니 임상옥과 김만덕의 말은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매출이 크게 나는 건 아니지만, 저는 딱 수익의 10%만 가져갈게요.”
계약 조건은 1:9의 수익 배분.
프랜차이즈 업체의 로열티가 대부분 5% 이하라는 걸 생각하면 좀 과한 배분일 지도 몰랐다.
하지만.
“재료를 다 주시고 저희는 조리하고 판매만 하는데 그렇게 많이 주셔도 되겠사옵니까.”
“그러게나 말일세.”
원재료 값이 들지 않게 내가 재료를 매번 보내주고 포장마차 설비도 내가 가져왔다.
김만덕의 말대로 조리해서 판매만 하면 되기에 이 수익 배분이 오히려 내게 손해라고 그들은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뭐, 소작료가 50%나 되던 조선시대에서 살던 분들이니 10%가 싸게 느껴질 수도 있지.
“더군다나 여기서 장사를 하고 있으면 우리의 인지도가 올라서 장사 수익 외에도 우리에게 이득일 텐데.”
“맞습니다.”
그 외의 부가 이득도 있는 모양이었다.
성좌 세계에서 SC, 스타 코인은 성좌력을 나타내는 수단이고 성좌력은 곧 인지도에서 오는 것.
헤르메스가 갓튜브를 운영하는 이유도 다 본인의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서였으니까.
그러니 성좌 마켓에서 장사를 하면서 다른 성좌들에게 얼굴을 알리면 그것만으로도 스타 코인이 생긴다.
“그걸 생각하면 여기서 나는 수익을 모두 가져가시는 게······.”
오히려 나보고 수익을 가져가라고까지 하는 김만덕.
돈을 버는 상인이지만, 제주도 기근 때 사재를 모두 털어 백성을 구휼한 공으로 정조와 만나기까지 한 그녀다웠다.
하지만 난 고개를 저었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는 받으셔야죠.”
나에게 도움을 주는 이들은 모두 그 대가를 받고 있다.
내게 허브용 약초를 공급해주고 있는 채하나의 경우에는 내게 약초의 효과를 전해 듣고 있었고, 마철성의 경우에는 나와 협력하는 대신 그의 성좌 페르세포네에게 특별한 권능을 받았다.
특히 마철성에게는 따로 재료값을 주겠다고도 했지만,
‘연성 동생은 요리하는 거 자체가 즐겁지? 나는 농사 짓는 거 자체가 즐거운 사람이야. 우리 사이에 돈은 넣어둬.’
농부에게 가장 큰 행복은 자신의 작물이 누군가에게 먹히는 거라나?
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매번 키운 작물을 썩혀 없애버려야 했던 그였기에 쓰이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마철성이었다.
그래서 그 대신 종종 가게에 초대해 맛있는 요리를 대접해 주곤 했다.
아무튼, 그냥 맨입으로 부려 먹을 순 없단 말이지.
그렇게 임상옥과 김만덕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 내 머릿속에 문득 의문 하나가 떠올랐다.
“그런데 재료를 어떻게 보내죠?”
“아, 모르고 계셨군요. 하계와 성좌들의 세계를 오가는 전령이 있사옵니다. 그에게 부탁하면 소정의 스타 코인을 받고 물건을 날라줄 겁니다.”
“그건 편리하네요.”
역시 성좌들의 세계에는 없는 게 없네.
그러면 앞으로 재료를 들고 나르느라 [시간의 모래시계]의 사용횟수를 낭비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그럼, 앞으로 ‘연성이네 포장마차’를 잘 부탁드립니다.”
“맡겨만 주시게.”
“내 장사라 생각하고 노력하겠사옵니다.”
상업을 천시했던 조선에서 그렇게 큰 상인이 되었던 임상옥과 김만덕이니 장사가 망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터.
그렇게 나는 둘에게 ‘연성이네 포장마차’를 맡기고 다시 지구로 돌아왔다.
“고생하셨어요, 마스터.”
“본체 통해서 이야기 들었어. 진시황 고놈이 입에서 토사물을 줄줄 흘리면서 도망쳤다며? 역시 내 사장이다!”
“믿고 있었습니다, 사장님.”
돌아오자 나를 반겨주는 직원들.
천오의 본체인 손오공이 성좌였기에 이미 소식을 전해 들은 모양이었다.
심지어 갓튜브에 이미 실황 영상이 올라왔다던가?
대단한 속도였다.
“성좌들도 참 가십거리를 좋아하는 것 같아.”
“그만큼 심심하니까. 괜히 하계의 인간들을 지켜보면서 후원해 주는 게 아니야.”
하긴, 성좌들을 직접 겪어보니, 알 수 있었다.
지고한 존재인 성좌들에게 인간은 정말 하찮기 그지없는 개미와도 같은 존재.
그런 개미가 예뻐서 계약을 맺고 후원을 해주는 건 아니었다.
심심하니까 개미 중에서 종종 특별한 모습을 보이는 개미들을 키워주는 것에 불과했다.
나는 조금 더 특별한 개미에 불과했고.
그런 내 생각을 말하자 직원들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사장님은 개미라고 보기엔······.”
“이렇게 큰 개미가 어딨어?”
“······개미핥기?”
권속의 격을 갖추고 성좌들과 교류하는 내가 개미보다 더 특별하다는 건 알겠는데, 개미핥기라니······.
칭찬인지 아닌지 모를 미야의 표현에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피곤하니 먼저 들어가 쉴게요. 여러분도 최근 고생했으니 푹 쉬세요.”
어묵에 들어갈 몬스터 폴락과 판금 갑오징어를 다듬느라 고생이 꽤나 많았다.
그러니 모두에게 휴식을 주고 나도 2층의 내 방으로 올라갔다.
* * *
“아차, 그걸 까먹었네.”
내가 이렇게까지 고생한 이유가 뭔가.
바로 성좌 마켓에서 신들이 먹는 음식의 재료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정작 그 과정이 너무 오래 걸려서 원래 목적을 까먹을 뻔했다.
“하긴, 워낙 그동안 일이 많았어야지.”
헤르메스에게 넥타르를 받고 성좌력을 소모할 수단으로 성좌 마켓 이용을 제안받았다.
그 심사를 위해서 가네샤를 손님으로 맞아 배부를 때까지 밥을 먹여주었고, 그 뒤에 겨우 허가받은 뒤에는 한반도 해군 올스타의 의뢰를 받거나 진시황과 대결을 펼치거나 하면서 정신없는 나날들이었다.
“흐흐흐, 이제야 새로운 재료를 얻을 수 있겠네.”
아마 헤르메스나 가네샤가 내 중얼거림을 들었다면, 기껏 성좌 마켓 이용 권한을 얻어서 산다는 게 요리 재료냐고 핀잔을 줬겠지만, 내게는 요리 재료가 제일 중요했다.
물론 성좌 마켓에는 전설급 아이템이나 스킬들이 있겠지만, 나한테는 그다지 필요가 없었거든.
“이미 주방을 포함해서 가게 전부가 성좌들이 바꿔준 아이템으로 그득하고 요리 스킬은 지금 가지고 있는 걸로 충분하니까.”
이제 와서 전투 스킬을 얻어서 던전 공략할 것도 아니니 내겐 정말 필요가 없었다.
나중에 스타 코인이 남으면 연준이 녀석 아이템이나 좀 챙겨줘야지.
저번에 만년한철 검에 그렇게 침을 흘리는 걸 보니 아이템 욕심이 보통이 아닌 모양이었다.
할 줄 아는 게 요리밖에 없어서 매번 요리밖에 못 해줬는데 물질로 남는 선물도 좀 해줘야지.
“자, 그러면 한번 살펴볼까?”
나는 손목의 문신을 건드려 성좌 마켓 시스템 창을 띄웠다.
저번에는 의뢰 게시판을 봤다면, 이번에는 다른 프리미엄 마켓 판매자들의 글과 스타 마켓의 직거래 글을 살펴보았다.
“와, 요리 재료가 이렇게 없다고?”
헤르메스 이 거짓말쟁이.
누가 거짓말과 사기의 신 아니랄까 봐 신들의 요리 재료를 살 수 있다는 그의 말은 순 허풍이었다.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정말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하아. 하긴, 성좌들 사이에서 요리 문화가 발달했다면, 기를 쓰고 내 밥을 먹으러 올 리가 없지.”
대부분의 신들은 넥타르, 암브로시아, 암리타, 소마 등의 불로불사용 음식을 먹는 선에서 만족한다.
인간들처럼 밥을 먹어야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굳이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나 해야 할까.
그러니 요리할 필요도 적었고, 덩달아 요리 재료를 사고파는 일도 줄어들었겠지.
“······그래도 이건 너무 했다.”
거래 게시판을 샅샅이 뒤져서 그나마 요리에 쓸 만한 품목을 찾아낸 게 겨우 이 정도였다.
[자청비의 오곡(五穀) 세트(판매자 : 자청비) – 250 SC]이건 제주도와 한반도에서 농경의 여신으로 여겨진 자청비가 파는 오곡, 즉 쌀, 보리, 콩, 조, 기장의 종자였다.
이건 마철성에게 전해주면 지금보다 더 좋은 곡물을 키워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환생 꽃 3종(뼈살이 꽃, 살살이 꽃, 피살이 꽃) 세트(판매자 : 할락궁이) – 1,000 SC]이건 요리로 쓰긴 힘들겠지만, 연금술 재료로 쓰기 좋을까 해서 한번 살펴보았다.
하지만 너무 비싸서 사는 것까진 좀 그렇네.
1,000 SC면 내가 가진 SC의 절반 가까이 써야 하니까.
이것 외에도 수라멸망악심꽃이라는 무시무시한 꽃도 있었는데 그건 무려 5,000 SC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했다.
천계를 침공한 악귀들을 단숨에 전멸시켰던 결전 병기라나?
아마 내가 살 일은 영영 없을 것 같았다.
[오병이어 세트(판매자 : 마태오) – 525 SC]설마 마태오가 십이사도 중 하나인 그 마태오인가? 마태복음을 쓴?
그렇다면 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는 예수님이 5천 명을 먹이고도 남은 그 오병이어겠네.
그러나 상세 설명을 보니 기적은 사라져서 평범한 기념품이라고 한다.
하긴, 진짜 기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면, 저 가격일 리가 없지.
그 외에도 성 게오르기우스가 잡은 용의 꼬리 토막이라던가 만나 가루 1포대라던가 여러 상품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사서 쓰기에는 아쉬운 것들 투성이.
“쩝, 진짜 아이템이나 사서 연준이 줘야 하나?”
내가 한숨을 내쉬며 다른 항목을 더 찾아보고 있을 때였다.
[하늘을 달리는 황금양 크리소말로스(판매자 : 제우스) – 200 SC]음? 황금양? 거기다 제우스가 파네?
그리스 신화에서 황금양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게 하나 있긴 했다.
이아손이 왕 자격을 증명하기 위해 마녀 메데이아의 도움을 받아 가져온 황금 양털.
사실 그 황금 양털의 주인인 황금양은 포세이돈의 아들 크리소말로스였다.
덕분에 사람의 말도 할 줄 알았고 하늘을 날 수도 있었다.
“그래서 프릭소스와 헬레 남매를 구하기 위해 제우스와 헤르메스가 황금양을 보냈었지.”
황금양 크리소말로스는 계모에게 죽기 일보 직전이었던 두 남매를 등에 태우고 하늘을 날아 바다를 건넜다.
거기서 헬레가 실수로 바다에 빠져 죽고 오빠인 프릭소스는 무사히 콜키스 땅에 도착해 콜키스의 공주와 결혼할 수 있었다.
신들의 도움으로 살아났기에, 황금양을 제우스에게 공물로 바쳐 제사를 지내고 털만 따로 보관했다나?
“자기를 태워서 살려준 양을 제물로 바치는 것도 좀 그런데 말이야.”
그래도 제우스는 그 양을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고, 그 별자리가 바로 우리가 하는 황도12궁의 하나인 양자리였다.
그런데 그 양이 왜 매물에 올라와 있는 걸까?
그것도 살아있는 채로.
“에이, 설마 그 양은 아니겠지.”
아마 같은 후손이라던가 비슷하게 황금 양털을 지닌 양일 터였다.
가격만 봐도 그렇게 비싸지도 않고.
“그러고 보니 미리가 요즘 외로움을 많이 탄다고 했었지?”
양은 원래 무리를 짓고 사는 동물.
원래 살던 아벨의 양 무리에서 홀로 떨어져 나와 우리에게 온 미리는 요즘 외로움을 타는 모양이었다.
미야가 함께 살면서 가족처럼 대해주고는 있지만, 일 때문에 24시간 함께 해 줄 수는 없었으니까 말이야.
원래 무리의 양 친구들을 더 데려오면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아벨은 지금 봉인된 상태.
미리의 친구들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사서 미리의 친구로 삼아야겠네.”
설명을 보니 숫양인 모양이었다.
그러면 미리와 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청비의 오곡 세트와 황금양을 구매했다.
내 스타 코인 계좌에서 잔고가 빠져나가면서 [배송 중]이라는 글자가 시스템 창에 떠올랐다.
“그 전령이라는 자가 물건을 가져다주겠지? 얼마나 걸리려나?”
임상옥과 김만덕에게 들은 성좌 마켓 담당 택배 전령을 떠올리고 있을 때였다.
똑똑똑.
누군가 내 방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벌써? 에이, 설마.
나는 반신반의 하면서 현관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곳에는,
“우왓!”
“메에에~”
황금 털을 가진 양 한 마리와 작은 상자, 그리고
“퀴, 퀵이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며 비틀거리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음?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인데?
내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배고파······.”
털썩.
택배 기사는 그 말을 남기고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져 기절해버렸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영양 보양 전복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