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90
90화. 영양 보양 전복죽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나는 당황해서 쓰러진 퀵 배달 기사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저기요. 저기요? 괜찮아요?”
“배고···파요······.”
그 말이 마지막으로 고개가 푹 꺾이길래 처음엔 죽은 줄 알고 식겁했다.
다행히 기절한 건지 잠든 건지는 몰라도 흉곽이 미묘하게 올라갔다 내려오는 걸 보면 살아는 있어 보였다.
“아니, 방금까지 택배를 나르던 사람이 배가 고파서 기절한다는 게 말이 되나?”
만화나 소설 속에서야 배고프다고 풀썩 쓰러지는 과장이 나온다지만, 현실에서 그럴 리가.
아니, 그런 경우가 있다.
“설마, 저혈당 쇼크?”
최악의 사태를 떠올린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당뇨병 환자가 아니더라도 오랜 시간 굶거나 식이 습관이 잘못됐을 경우, 저혈당 쇼크가 와서 기절하는 일이 있다.
조금이라도 의식이 있는 경우에는 사탕이나 과일주스 혹은 꿀 등 당이 있는 저혈당 대비 간식을 먹이는 게 중요했다.
만약 의식이 없는 경우라면, 재빨리 병원으로 데려가 적절한 처치를 받도록 해야 했다.
“큰일이네. 일단 의식이 있는지 체크부터 하자.”
우선은 몸에 착 달라붙는 라이더 슈트를 입고 있는 배달 기사의 목 부근 지퍼를 가슴까지 내려주었다.
숨을 편하게 쉬게 해주기 위해서였다.
그러곤 얼굴을 완전히 가리고 있는 풀 페이스 오토바이 헬멧을 벗겨냈다.
이걸 쓰고 있어서 넘어질 때 다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의식을 확인하는 데 방해되는 헬멧이었으니까.
“어?”
그러나 나는 헬멧을 벗기자마자 위급함도 잊고 당황함 신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헬멧을 벗기자 거기서 나온 건, 눈처럼 새하얀 피부를 한 미녀의 얼굴이었고,
“머리가 무지개색이야?”
찬란한 금발 위로 찬란한 무지개가 빛나고 있었으니까.
무지개색으로 염색했다는 소리가 아니었다.
금발 위로 무지갯빛 기운이 스며 있었다는 소리였다.
“······인간이 아냐?”
넥타르를 마시고 성안(星眼)을 개안한 내 눈에는 그녀가 인간이 아닌, 초월자임이 명확하게 보이고 있었다.
“택배를 배달하다가 내 방 앞에서 배고파서 쓰러지는 성좌라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인 거지.”
나는 갑자기 벌어진 이 황당한 사태에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메에에~”
기절해서 말이 없는 택배 기사와 당황해서 말을 잃은 나 사이에서 황금양만이 시원하게 울며 기절한 택배 기사의 볼을 할짝였다.
* * *
“쉬라고 해놓고 불러서 미안해요, 미야.”
“괜찮아요. 제게 맡기세요, 마스터.”
일단 기절한 택배 기사를 내 방으로 옮겨 침대에 눕히고 나는 미야를 불러왔다.
방금 전에 쉬고 있으라고 해놓고 다시 불러서 미안하긴 했지만, 택배 기사의 상태를 봐줄 수 있는 존재가 미야밖에 없었다.
인간이 아닌 성좌를 병원 응급실에 데려갈 수는 없었으니까.
그나마 미야가 오랫동안 마녀 생활을 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마녀들이 기독교인들에게 배척받은 이유 중 하나는 그녀들이 환자를 치료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으니까.
마녀들은 대대로 내려오는 오랜 경험으로, 그리고 숲에서 살았기에 약초에 대한 지식이 많았기에 환자를 치료할 수 있었다.
마치 기적처럼 보이는 이 [질병 치료]를 교회의 사람이 아닌 이들이 행하는 것에 교회는 악마의 마법이라고 그들을 마녀로 몰아갔다.
그 말인즉슨, 마녀들의 의학 지식은 당시 사람들에게 ‘기적’으로 여겨질 정도로 뛰어났다는 소리지.
“배가 고파서 쓰러진 거예요, 마스터.”
그리고 내 예상대로 미야는 택배 기사의 상태가 어떤 건지 알아냈다.
······잠깐, 배고파서 쓰러진 거라고?
“진짜 배고파서요?”
“아, 정확히는 마력이 떨어져서 쓰러진 거예요.”
“마력이요?”
성좌한테 마력이 필요한가?
내가 의아해서 묻자 미야가 안쓰러운 눈빛으로 택배 기사를 보며 대답했다.
“온전한 성좌는 따로 마력이 필요 없죠. 그 존재 자체로 별이 되는, 완벽한 존재니까요.”
“그렇다는 말은······.”
“네. 온전한 성좌가 아니에요.”
권속을 까마득하게 넘어서는 격 때문에 당연히 성좌인 줄 알았다.
거기다 머리에 무지갯빛 기운도 돌았으니까.
하지만 미야의 말을 듣고 다시 택배 기사를 보니 머리카락을 제외한 나머지 몸에서는 어떠한 색의 기운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마치 권속처럼 말이다.
“권속치곤 비정상적으로 격이 높긴 하지만, 성좌는 아니에요. 그래서 꾸준히 마력을 흡수해줘야 하는데, 그게 안 됐나 봐요.”
존재 자체로 완벽한 성좌들과 다르게 격이 낮은 권속들은 주기적으로 마력을 흡수해줘야 한다고 미야가 설명했다.
예를 들면 에녹에게 마력은 곧 피.
그래서 내가 주기적으로 만들어 주는 미역부각으로 피를 회복하면서 마력을 같이 회복했단다.
천오는 본체가 성좌인 지라 따로 마력을 흡수할 필요는 없었고.
미야 같은 경우에는,
“저도 한때는 성좌였었기에 마력을 유지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어요. 가끔 모자랄 때는 마스터의 음식으로도 충분히 회복할 수 있으니까요.”
그건 다행이네.
나는 내 식사가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택배 기사를 보았다.
“그러면 마력이 깃든 요리를 먹으면 회복될 수 있다는 거죠?”
“네.”
그럼 망설일 것 없지.
가서 보양식을 하나 만들어와야겠네.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일어날 때였다.
“아, 마스터. 그 전에 던전 보석 벌꿀로 꿀물을 만들어 주시겠어요?”
“꿀물이요?”
“네. 보석 벌꿀 꿀물로 마력을 조금이나마 보충시켜야 요리를 먹을 정신이라도 차릴 것 같아서요.”
아, 그렇지.
환자에게 아무리 보양식이라고 해도 무턱대고 소화하기 힘든 음식을 먹이면 오히려 탈이 난다.
먼저 기력을 회복시키는 게 중요하지.
“알겠어요. 잠깐만 기다려요.”
나는 식당 주방으로 내려가 던전 보석 벌꿀을 미지근한 마력수에 타서 다시 미야에게 가져다주었다.
미야는 내가 가져다준 빨대로 조금씩 택배 기사의 입술에 꿀물을 적셔주었다.
“으음······.”
마력이 깃든 꿀물이 입안으로 흘러들어오자 조금씩 정신을 차리는 듯한 택배 기사.
휴, 다행히 위험한 상황까지 간 건 아니구나.
“여기는 미야에게 맡길게요.”
“네, 마스터.”
나는 택배 기사를 미야에게 맡기고 다시 주방으로 내려왔다.
정신을 완전히 차리면 먹을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환자니깐 먹기 편하게 죽을 만들어줘야겠지? 그러면서 보양이 되는 음식이라······.”
여러 메뉴를 고민하던 나는 결정을 내렸다.
“역시 아픈 사람한테는 전복죽이지.”
바다의 황제라고 불릴 정도로 전복은 몸에 좋은 음식 재료였다.
전복에는 타우린과 아르기닌이 풍부한데, 타우린은 잘 알려진 피로 회복 음료의 핵심 성분일 정도로 피로 회복 능력이 탁월했다.
거기다 아르기닌 역시 헬스중독자들의 필수 영양제일 정도로 몸을 건강하게 하는데 좋은 성분이었다.
거기다 전복 전체가 단백질 덩어리라 기력 회복에도 좋았고.
“마침 좋은 전복을 셀키가 잡아다 줬으니까, 딱이네.”
이번에 많이 쓰였던 판금 갑오징어를 잡을 때, 셀키가 ‘어비스 아발론’이라는 멋진 이름으로 불리는 것들을 잡아 왔다.
말은 멋지지만, 해석하면 ‘심해 전복’이라는 뜻.
말 그대로 심해 속에서 사는 대형 전복이었다.
“역시 크네.”
한 마리가 내 얼굴만 한 자연산 전복이라니.
이거 시중에 팔 수만 있으면 아마 같은 무게의 금보다도 비싸겠네.
물론 못 먹고, 못 팔지만.
“일단 손질부터 하자.”
나는 심해 전복 위에다가 던전산 암염을 뿌리고 솔을 들어 전복의 빨판 부분과 옆을 깨끗이 닦아주었다.
껍데기로 덮여 있는 다른 부분에 비해 전복은 이 부분으로 바닥이나 암석에 달라붙어 기어 다니기에 깨끗이 닦아줄 필요가 있거든.
내가 열심히 솔로 심해 전복을 닦고 있을 때, 하품을 하며 천오가 주방으로 들어왔다.
“으하암, 사장, 뭐 해?”
“안 잤어? 마침 잘 됐다.”
“윽, 일 시키려고.”
목을 움츠리는 천오를 보며 나는 심해 전복을 들어 보였다.
“도와주면 맛있는 거 해 줄게.”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바로 태도를 바꾸긴.
나는 피식 웃으며 천오에게 쌀을 절구에 좀 빻아달라고 했다.
“밥을 하는 게 아니고?”
“죽을 할 거거든. 생쌀로 죽을 쑤면 거칠고 입자가 커서 먹기가 힘들어.”
그렇다고 믹서기로 완전히 갈아버리면 입자가 아예 없는 미음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딱 그 중간으로 요리하려면 쌀을 빻아줄 필요가 있었다.
평범한 쌀이라면 믹서기로 살짝 갈아버리면 그만이지만, 이건 마철성이 기른 던전 쌀이라서 평범한 믹서기의 칼날로는 갈리지가 않았다.
알비스한테 믹서기 칼날을 새로 만들어달라고 해야 할까 보다.
여하튼 내 지시에 천오가 코끝을 찡그렸다.
“빻는 건 귀찮은데.”
“귀찮음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맛의 시작이란다.”
“하긴, 귀찮을수록 맛있어지더라.”
맛있어진다는 말에 수긍하고 천오가 쌀을 빻는 동안 나는 심해 전복을 마저 손질했다.
“다음은 껍질을 분리해야지.”
껍질의 얇은 부분으로 숟가락을 넣어서 똑 따면 전복 살과 껍데기가 쉽게 분리된다.
그러나 익숙하게 숟가락을 들어 올렸던 나는 집어넣지도 못하고 다시 내려놔야 했다.
“숟가락으론 안 되겠네.”
심해 전복이 너무 컸거든.
나는 [최초의 칼]을 꺼내 전복 껍데기와 붙어있는 살 부분을 살살 도려내서 분리했다.
그러자 탱글탱글한 전복살과 오색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전복 껍데기가 분리되었다.
“이야, 이걸로 자개장 하나는 만들겠네.”
무지갯빛으로 번쩍이는 자개장의 주재료는 바로, 이 전복 껍데기.
심해 전복, ‘어비스 아발론’의 경우 껍데기의 크기가 어마어마해서 따로 팔아도 될 정도였다.
혹시 모르니 판금 갑오징어의 껍데기처럼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챙겨놔야지.
“다음은 내장을 분리하고, 이빨을 제거해야지.”
“이빨? 조개한테 이빨도 있어?”
절구에 여의봉을 쿵쿵대며 쌀을 찧던 천오가 신기해하며 물어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전복을 뒤집어 그 구조를 설명해주었다.
“자, 여기에 이 녹색으로 두툼한 주머니가 보이지? 이게 전복의 내장이야.”
“으엑, 왜 녹색이야?”
“전복은 암수에 따라 색이 달라지거든. 얘는 녹색인 걸 보니 암컷이네.”
심해 전복도 일반 전복이랑 똑같다면 암컷일 터였다.
살짝 아쉽네.
전복은 산란을 하면서 영양분이 빠지는 암컷보다는 수컷이 더 맛있거든.
하지만 그렇게 크게 차이는 안 나니까.
나는 떼어낸 전복 살을 코끝으로 가져가 향을 맡았다.
“뭐해? 왜 냄새를 맡아?”
“전복은 이것저것 잘 먹지만 해초류를 좋아하거든.”
일본에서는 다시다만 먹고 자란 전복을 최상품으로 쳐주었다.
해초의 향이 전복 살에 은은하게 배어난다나?
심해 전복도 은은하게 해초 향이 나는 걸 보니, 얘도 최상품인 모양이었다.
전복이나 심해 전복이나 크기는 커도 식성은 비슷한가 보네.
“이건 나중에 쓸 거니깐 따로 빼놓고.”
“응? 그걸 먹는 거야?”
내가 심해 전복의 내장을 따로 빼놓자 천오가 기겁했다.
나는 그런 천오를 보며 씨익 웃어주었다.
“전복 내장의 맛을 모르면 전복의 반도 안 먹은 거라고 할 수 있지.”
전복 내장은 게웃이라고 해서 더럽고 먹기 힘든 재료가 아니었다.
반쯤 소화된 다시마나 미역 같은 해초와 소화액의 맛이 고소하면서 쌉싸름한 것이 없어서 못 먹는 부위였으니까.
나는 모래주머니를 칼로 썰어버린 뒤, 이 모래주머니처럼 못 먹고 버리는 부위를 찾았다.
“이빨?”
“정답이야.”
나는 내장과 연결된 전복의 입속에서 심해 전복의 이빨을 찾았다.
전복은 이 이빨로 해초류를 갉아서 먹는 생물이었다.
그리고 전복의 이빨을 쑥 빼버렸을 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몬스터는 몬스터네.”
정말 작은 조약돌처럼 생긴 전복의 이빨과 다르게 심해 전복의 이빨은 돌칼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크고 날카로운데다가 개수도 많았다.
이거 안 뺐으면 큰일 날 뻔했어.
그다음, 나는 모래주머니와 이빨을 떼어낸 전복을 죽에 넣고 익혀야 했기에 먹기 좋은 크기로 살을 썰고 내장도 토막 내었다.
크기가 크니깐 이거 써는 것도 한 고생이네.
하지만 크면 좋은 점도 있지.
“이렇게 크고 싱싱한 전복 회를 안 먹어볼 수 없지.”
전복은 크면 클수록 회로 먹기 좋다.
조직이 단단하고 씹는 맛이 있거든.
나는 아무 양념도 찍지 않은 채, 거대한 심해 전복 회를 한 점 입에 넣고 씹었다.
오도독! 오도독!
와, 얼마나 살이 단단한지 턱이 얼얼할 정도네.
하지만 겉살의 단단함을 지나면 속살은 아주 부드러웠다.
거기다 씹을 때마다 짙은 해초 향과 바다향, 그리고 전복 특유의 단맛과 감칠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게,
“크, 죽인다.”
정말 어떤 미사여구도 필요 없이 감탄이 터져 나오는 맛이었다.
놀라운 건, 전복 살만 먹었을 뿐인데, [천미통]이 특수효과인 [원기 회복]이 있다고 알려올 정도였다.
이걸로 죽을 끓이면 아마 죽어가던 황소도 펄펄 날뛰게 만들게 분명했다.
아, 그건 낙지였던가?
아무튼, 죽에 들어갈 야채도 잘게 썰어 준비를 마쳤을 때쯤, 천오가 내게 다가왔다.
“쌀은 다 찧었어?”
“응. 이 정도면 돼?”
“오케이. 그럼 끓이자.”
우선 달군 냄비에 들기름을 살짝 두르고 전복살과 내장, 찧은 쌀을 함께 넣고 볶는다.
“으흠, 고소한 냄새.”
천오의 코가 벌름거릴 정도로 고소한 냄새가 올라오면, 손질한 던전 당근, 던전 표고버섯, 던전 애호박을 넣고 함께 볶아준다.
중간에 던전산 암염을 넣어서 간도 해줬다.
“이제 마력수를 붓고 느긋하게 끓이면 되는 거지.”
죽은 정성의 요리.
원래라면 오랫동안 뭉근하게 끓여야 부드럽고 먹기 좋게 만들어진다.
생쌀이 익는 데 오래 걸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력수는 무려 380도 이상에서 끓는 재료였기에, 마력수 기준으로 뭉근하게 끓이면 금방 익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네.”
내장이 풀어져 녹색 빛을 띠는 전복죽 위에 간을 조금 더 하고 들기름과 깨를 뿌려주면 완성.
[당신이 만든 ‘어비스 아발론 죽(영웅급).’에 특수효과가 부여 됩니다.] [특수효과 [원기 회복]. [증혈]이 적용됩니다.]증혈이 붙은 이유는 아마 심해 전복 내장에 미역이 있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자식, 좋은 것만 먹더니 효과도 두 배로 주네.
“이거 에녹 씨한테 주면 좋아하겠다.”
“응? 나는?! 요리를 도와준 건 난데!”
에녹만 챙기니까 서운해하는 천오.
나는 피식 웃으면서 죽을 하는 동안 만들어놓은 다른 요리를 가리켰다.
“넌 저걸 더 좋아할걸?”
무려 양젖 버터로 만든 심해 전복 버터구이.
전복이 있는데 버터구이를 안 할 수는 없잖아?
전복 버터구이에서 올라오는 고소한 향에 벌써 천오의 목울대가 침을 삼키느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난 이거 먹을래! 죽 다 에녹 줘도 돼. 괜찮아!”
그럴 줄 알았다.
나는 정신없이 전복 버터구이를 먹고 있는 천오를 두고 죽을 크게 한 그릇 퍼서 2층 내 방으로 향했다.
일단 환자가 제일 먼저 먹어야 하니까.
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주방에서 꿀물이 담겼던 잔을 설거지하고 있는 미야가 보였다.
저런, 놔두면 내가 할 텐데.
나는 일단 제일 중요한 걸 물었다.
“미야, 깨어났어요?”
“네. 방금 정신을 차렸어요.”
여기서 깨어났냐는 물음은 미야가 아니라 당연히 택배 기사 이야기.
미야가 천천히 지극정성으로 꿀물을 먹인 결과 의식을 되찾을 정도로 마력을 회복한 모양이었다.
“저, 죄,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더 누워계세요.”
내가 죽이 담긴 쟁반을 들고 방으로 들어서자, 의식을 차린 택배 기사가 송구스럽다는 얼굴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
환자가 어딜 일어서려고 그래?
나는 그런 그녀를 만류하고 침대 옆으로 갔다.
“일단 설명은 나중에 듣고 이거부터 드세요.”
“이건······?”
“마력이 듬뿍 담긴 전복죽입니다. 맛이 괜찮을 거예요.”
사실 맛은 당연히 최고였다.
아까 간을 봤을 때 나도 모르게 반 그릇쯤 퍼먹고 있을 정도로 훌륭했다.
다만, 아프면 입맛도 떨어지기에 괜찮다는 정도로 표현한 거지.
“제가 이걸 먹어도 될까요? 너무 폐만 끼치는 게······.”
자꾸 민폐를 끼쳐서 죄송하다는 표정을 짓는 배달 기사를 보며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얼른 회복해서 사정을 설명해주시고 튼튼해진 두 다리로 돌아가 주시는 게 제게 도움이 됩니다.”
폐가 된다고 안 먹는다면 언제 회복할 건데?
내 따끔한 눈초리에 택배 기사는 놀랐는지 살짝 울상이 되어 허겁지겁 수저를 들었다.
아픈 사람한테는 미안하지만, 빨리 먹여서 회복시키는 게 우선이었다.
“마, 맛있어요······!”
머뭇거리는 건 처음 한 숟갈을 떴을 때였다.
한번 맛을 보고 나자, 숟가락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거 비유가 아니라 진짜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
“세상에.”
마치 빨리 감기를 한 것처럼 손이 잔상을 남기면서 10초도 안 되어서 죽 한 그릇을 다 해치우는 게 아닌가.
“끅. 앗, 죄송해요.”
잘 먹었다는 트림까지.
나는 기가 막힌 표정으로 그녀를 보며 물었다.
“평범한 택배 기사님은 아닌 거 같은데, 정체가 뭡니까?”
“그, 그게······.”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한숨을 살짝 내쉬며 입을 열었다.
“제 목숨의 은인이시니 솔직하게 대답드릴게요. 제 이름은 헤이리스에요.”
헤이리스?
그런 이름의 신은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내가 모르는 신인가 싶어서 기억을 더듬고 있을 때, 헤이리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신들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신이 되지 못한, 반쪽짜리 성좌예요.”
“······네?”
반쪽짜리 성좌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자 헤이리스는 각오를 굳혔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저는 북유럽 신화의 헤임달과 그리스 신화의 이리스 사이에서 태어난, 일종의 혼혈 성좌입니다.”
눈앞의 택배 기사는 무려 두 신화의 국제결혼으로 태어난 존재였다.
응애, 아기 성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