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91
91화. 응애, 아기 성좌
헤임달.
그는 북유럽 신화에서 아스가르드를 지키는 신들의 파수꾼이었다.
그는 아스가르드로 접근하는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녔고, 원한다면 아홉 세계 모두를 볼 수 있으며, 때로는 세상에 아직 일어나지 않는 미래를 볼 수 있는 자.
그렇기에 누구도 보지 못하는 종말, 라그나로크를 유일하게 알아채고 종말을 알리는 뿔피리, 걀라르호른을 불어 신들에게 종말을 외치는 이가 바로 헤임달이었다.
가장 희고 눈부신 신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새하얀 피부에 수려한 외모를 가진 신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만큼 아름다운 무지개의 다리, 비프로스트를 지키는 자기 소임을 다 하느라 결혼도 하지 않았고 평생을 총각으로 살았다.
이리스.
그녀는 그리스 신화에서 헤르메스와 마찬가지로 신들의 전령 역할을 맡은 여신이었다.
헤르메스가 제우스의 전령으로 인간 영웅들에게 그의 명령을 전달하는 전령이었다면, 이리스는 제우스와 헤라의 명령을 신들에게 전달하는 자.
더군다나 도둑, 상인 등 다른 여러 분야를 담당하는 헤르메스와 달리 그녀는 오로지 전령의 일만을 담당하는 전령의 프로페셔널리스트.
헤르메스의 상징이자 전령의 상징인 카두케우스 지팡이도 원래는 그녀의 것이었다가 헤르메스가 따라 한 것일 정도였다.
재밌게도 날개 달린 여성형 괴물 하피와는 자매 사이였지만, 그녀는 오로지 아름다운 여성의 몸을 가졌고 등에 황금 날개가 달린 여신에 딱 어울리는 모습을 지녔다.
그 덕분에 그 미모에 반한 난봉꾼 제우스가 이리스에게 구애했지만, 그녀는 단칼에 거절했다.
그 일을 계기로 헤라의 신임을 받은 이리스는 그녀의 최측근이 되어 무지개를 선물 받았다.
예로부터 무지개는 하늘과 땅을 잇는 신과 인간의 연결 고리.
무지개의 여신이 된 이리스는 전령의 여신으로 무지개를 타고 다니며 완벽하게 제 임무를 수행했다고 한다.
무지개다리인 비프로스트를 지키는 파수꾼 헤임달.
그리고 무지개, 그 자체의 여신 이리스.
이 둘이 만나자마자 서로에게 끌린 건 운명일 지도 몰랐다.
“비프로스트만큼, 아니 그보다 더 아름다운 무지개여.”
그리스-북유럽 신화 성계 간의 교류 행사에서 헤임달은 첫눈에 반한 운명의 상대, 이리스에게 고백했다.
“나의 다리를 지키듯, 당신을 지키고 싶소.”
“나라는 무지개가 당신의 눈 밖으로 벗어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북유럽 신화에서 발드르, 프레이와 함께 가장 잘 생겼다고 평가받는 헤임달의 고백에 이리스도 얼굴을 밝히며 이를 승낙했다.
그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고 자신의 임무만을 지키던 헤임달과 제우스의 유혹도 거절했던 이리스의 결혼은 양쪽 성계의 신들에게 모두 축복받으며 이뤄졌다.
“나 제우스와,”
“나 오딘은,”
“두 성계를 대표해서 헤임달과 이리스의 영원한 결속을 축복하노라.”
최고신들의 공인 하에 두 성좌는 우주 중심에 있는 성좌 마켓에 신혼집을 마련하고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성좌 마켓을 들리는 성좌들에게 시장 데이트를 하는 두 부부의 모습은 훈훈한 볼거리가 됐을 정도였다.
“헤임달, 이것 좀 봐요. 예쁘지 않아요?”
“그대보다 예쁜 것은 없을 것이오.”
“······젠장, 눈꼴시려워서 못 살겠네.”
그 덕에 신혼부부의 꽁냥꽁냥한 모습을 매일 봐야 하는 헤르메스는 죽창을 찾아야 했지만 말이다.
금실 좋은 부부였기에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이리스의 뱃속엔 두 성좌의 사랑의 결실이 잉태되었다.
“응애! 응애!”
이 경사에 양쪽 성계 모두가 기뻐했다.
심지어 헤임달과는 라그나로크에서 서로를 죽일 정도로 철천지원수인 로키마저 축복할 정도였다.
“헤임달과 이리스의 자식이니 헤이리스가 어때?”
“나쁘지 않군.”
이래저래 좋은 사이라고 할 순 없었지만, 센스는 좋았던 로키였기에, 헤임달은 그가 지어준 헤이리스라는 이름을 태어난 아이에게 붙이기로 했다.
“머리카락은 당신의 황금 날개와 같은 색이군. 거기다 무지갯빛 기운이 흘러내리고 있어.”
“아이의 흰 눈 같은 피부는 당신을 닮은걸요.”
신화급 성좌인 헤임달과 전설급 성좌인 이리스의 자식인 헤이리스는 부모의 장점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누구보다도 뛰어난 자질과 격을 품고 태어났다.
모두가 헤이리스가 위대한 성좌가 되리란 걸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여, 여보, 우리 아이가······!”
하지만 이 부부의 행복은 영원하지 못했다.
막 걷기 시작한 아이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파! 배고파!”
괴로운 듯 우는 아이.
헤임달과 이리스는 북유럽 신화 쪽 치유의 여신인 에일과 그리스 신화 쪽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를 불렀지만, 그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부부가 아픈 아이를 두고 전전긍긍할 때, 우주의 모든 지식을 알고 있는 자, 북유럽 신화의 최고신 오딘이 나섰다.
“이 아이는 성좌의 격을 갖췄지만, 성좌가 될 수 없다. 그 때문에 마력 고갈이 일어나고 있군.”
“왜 그런 겁니까, 위대한 오딘이시여.”
헤임달의 고통스러운 질문에 오딘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아이는 신들의 자식이나, 하계의 그 어떤 존재도 이 아이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우리 성좌들은 인간들이 알아줘야 힘을 얻지 않는가?”
“하오나 많은 성좌가 이 아이를 알고 예뻐합니다. 그 정도 인지도에도 부족합니까?”
“우리의 기원은 인간의 믿음에서 시작한다. 아무리 땅이 비옥해도 씨앗도 없이 자라날 수 있는 식물은 없는 법이지.”
오딘의 진단에 헤임달과 이리스 부부는 절망했다.
지금은 신화시대에서 한참이나 동떨어진 시기.
이제 와서 어떻게 인간들에게 자신들의 딸을 알릴 수 있겠는가.
“차라리 우리가 아직 인간들에게 추앙받던 시절에 이 아이를 낳았다면······.”
울면서 후회하는 이리스의 말에 헤임달이 고개를 저었다.
“그대가 숭배받던 시절과 내가 숭배받던 시절에 차이가 있소. 우리가 동시대의 신이 아니니 그래도 힘들었을 것이오.”
이리스가 속해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380년 테살로니카 칙령으로 로마가 국교를 기독교로 바꾸면서 그 신앙이 희미해졌다.
반대로 북유럽 신화는 그보다 한참 늦은 시기에 정립이 되었다.
믿음 자체는 1세기경에도 존재했지만, 헤임달은 독일 지방이 아닌 노르웨이 지방에서만 믿어졌기에 그의 등장은 빨라야 10세기 이후였다.
이렇게 두 신이 믿어진 시기에 차이가 있었기에, 헤이리스는 언제 태어나도 마력 고갈에 시달릴 운명이었다.
그렇게 두 성좌가 딸의 비극적인 운명에 좌절하고 있을 때였다.
“나의 이리스여. 결혼과 행복한 가정을 관장하는 내가 이 안타까운 일을 더는 지켜볼 수가 없어 왔노라.”
“헤라 님!”
이리스의 직속상관이자 최고신 제우스의 배우자, 헤라가 두 부부와 헤이리스를 찾아왔다.
그녀는 인간 영웅 헤라클레스에게 했던 것처럼 자신의 젖을 헤이리스에게 물려주었다.
“이러면 당분간은 마력 고갈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신체도 헤라클레스처럼 튼튼해지겠지.”
“감사합니다, 헤라 님.”
“하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단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해.”
헤라의 젖을 먹고 건강해진 헤이리스였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아이가 뛰어다닐 무렵에는 다시 마력 부족으로 고통받기 시작했다.
잠깐의 희망 끝에 다시 찾아온 절망에 좌절하던 헤임달과 이리스에게 해결책을 가져다준 건, 그들의 동료 헤르메스였다.
“내 조카가 고통받는 일은 보지 못하지. 헤이리스를 성좌로 만들 방법을 알아냈어.”
진짜 피가 이어진 조카는 아니었지만, 그리스 신화에서 유이하게 전령의 신을 맡고 있기에 헤르메스는 이리스의 딸 헤이리스를 자신의 조카로 여기고 있었다.
“정말이야, 헤르메스?”
“가네샤가 알려준 방법이니 틀림없어.”
헤르메스는 지혜의 신인 가네샤에게 알아 온 방법을 두 부부에게 알려주었다.
“오딘의 말대로 인간 세계에서 신앙의 씨앗을 얻어와야 성좌가 될 수 있어.”
“그럼 인간 세계로 이 아이를 내려보내야 한단 말인가?”
헤임달의 물음에 헤르메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거기서 신으로, 아니 적어도 권속급으로 인정을 받아야 제대로 된 성좌로 승격할 수 있을 거야.”
“이런 시대에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지구는 이미 ‘신’에 대한 믿음을 잃은 곳이었다.
그나마 명맥을 이어가던 종교도 게이트 사태 이후 자취를 감췄다.
성좌들이 후원과 계약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지만, 헌터나 각성자들만 그들을 믿었으니 ‘신앙’으로 보기엔 미약했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방법이 있는 거야, 헤르메스?”
간절한 이리스의 물음에 헤르메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벌써부터 무지개를 타고 돌아다니는 헤이리스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 둘의 딸이라 그런지 무지개를 자유자재로 타고 다니네. 무지개를 통해서라면 인간 세계로 가는 것도 자유롭지.”
헤르메스의 말에 이리스와 헤임달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지개가 천상과 지상을 잇는 다리라는 건 누구보다도 그들이 잘 알고 있었으니까.
“인간 세계에서도 전령 노릇을 하는 건 어떨까?”
“전령?”
“택배 기사, 아니 퀵 배달 기사라고 해야 하나? 지금 인간 세계는 물류 배송이 힘들어졌거든.”
게이트 아포칼립스 초창기, 던전과 몬스터의 출현으로 곳곳의 교통로가 끊기고 물류의 배송이 방해를 받았다.
로켓배송의 시대에 살고 있던 지구의 인간들은 예전 같지 않은 속도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고.
헤르메스는 그 점을 지적했다.
“그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 존재라면 인간들은 ‘신’이라고 여기지 않을까?”
진심으로 신이라고 믿진 않겠지만, 많은 지구인들이 농담으로라도 ‘배송의 신이시여, 감사합니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성좌의 씨앗이 생겨난다.
헤르메스는 그걸 노리자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이가 어느 정도 찬 뒤, 헤이리스는 무지개를 타고 지구로 내려와 택배 일을 시작했다.
* * *
헤이리스의 입에서 흘러나온 설명을 들은 나는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당신이 지금까지 인간 세계의 모든 퀵 배달과 택배 배송을 담당했다고요?”
“네. 지구 기준으로 10년 전부터 해왔어요.”
헤이리스의 말에 나는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기억이 하나 있었다.
“어쩐지, 10년 전부터 택배가 빨라졌더라니.”
20년 전, 게이트 사태가 벌어진 이후로 한동안 택배고 퀵 배달이고 모두 올스탑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던전과 몬스터 때문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불편한 것은 불편한 것.
다들 예전처럼 물류가 자유롭게 오고 가길 염원했다.
그러던 중, 혜성처럼 나타난 것이 H&E 통운이었다.
언제 어디든 고객님의 소중한 물건을 배송해주겠다는 슬로건을 걸고 야심 차게 출발한 H&E 통운은 놀랍게도 게이트 사태 이전만큼 물류 배송을 정상화했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H&E 통운을 ‘택배신’이라는 별명으로 부를 정도였으니까.
“그럼 H&E 통운이 설마······?”
“네. 헤임달&이리스이자 제 이니셜에서 따온 거예요.”
자신의 이름인 헤이리스에서 H와 E를 따왔다며 그녀가 수줍게 웃었다.
세계적 통운 회사인 H&E 통운의 직원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모두 접수 담당.
놀랍게도 택배 기사는 오로지 자신뿐이라고 헤이리스가 말했다.
그 말인즉슨, 지구의 모든 택배를 그녀 혼자서 배송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헤르메스 삼촌이 가르쳐줘서 마음만 먹으면 1초에 지구 4바퀴는 돌 수 있어서 어렵진 않아요. 삼촌은 1초에 7바퀴를 돌지만요.”
무지개를 담당하는 신들의 딸이자 전령의 신을 스승으로 삼고 있는 헤이리스에게 그런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니, 그것보다 헤르메스가 거의 광속에 가깝게 움직인다는 게 더 신기한데?
“그, 그럼 설마 지금까지 저한테 퀵이나 택배를 배송해주신 것도?”
“네. 제가 했어요.”
세상에.
어쩐지 간식이나 음료를 준비하고 나가도 물건만 있고 아무도 없더라니.
1초에 지구 네 바퀴를 도는 존재를 내가 어떻게 잡겠어.
나는 이제야 알게 된 사실에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일이 많이 밀려있네요, 이제 일어나봐야······ 앗!”
오늘도 수억 건의 택배 배송이 있다며 일어나려는 헤이리스가 비틀댔다.
전복죽의 효과로 마력과 원기가 회복됐지만, 온전히 회복되려면 시간이 좀 걸리는 모양이었다.
나는 서둘러 그녀를 말렸다.
“조금 쉬다가 가시죠. 이러다간 또 쓰러집니다.”
“염치없지만 그럴게요. 다른 데서 쓰러졌다면 큰일이 났을 거예요.”
헤이리스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다시 침대에 몸을 뉘었다.
“그나저나 10년이나 이 일을 하셔서 일에 익숙하실 텐데, 왜 마력 고갈로 쓰러지신 겁니까?”
“그건······.”
헤이리스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평소에는 마력 고갈이 오면 던전에 들어가 마력을 흡수하거든요. 그런데 여기 근처를 지나갈 때면 항상 너무 맛있는 냄새가 나서······.”
예약도 힘든데다 그녀 자신이 성좌가 아니라서 이용도 못 하기에 마력이 풍부하게 깃든 우리 식당의 음식 냄새가 그녀에겐 고문이란다.
그래서,
“냄새를 가득 맡고 던전에 들어가서 마력을 흡수하면, 음식을 먹는 느낌이라도 들거든요.”
“네?”
“그, 그래서 평소엔 여기를 지나서 던전을 들리는데, 오늘은 그 텀이 길어서 그만······.”
아니, 이 무슨 눈물 없이는 듣지 못할 이야기야.
우리 식당 음식 냄새를 반찬 삼으려고 마력 흡수를 미뤘다가 배고파서 쓰러지다니.
나름 유명한 신인 헤임달과 이리스의 딸이 이런 궁색한 처지라는 것에 나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그런 나를 눈치채지 못한 건지, 헤이리스는 나를 보면서 눈을 반짝반짝 빛내기 시작했다.
“삼촌한테 듣긴 했지만, 정말 맛있는 요리였어요. 거기다 마력 회복까지 된다니. 역시 대단해요.”
말하면서도 연신 아쉬운 듯 전복죽 그릇을 내려다보며 입맛을 다시는 헤이리스.
나는 그 짠한 모습에 한숨을 짧게 내쉬며 입을 열었다.
“한 그릇 더 드릴게요. 그리고 앞으로는 그냥 들러서 드시고 가세요.”
“그래도 돼요?!”
그냥 밥을 먹고 가라는 내 말에 헤이리스의 얼굴이 환해졌다.
하지만 곧 시무룩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저었다.
“성좌 분들도 줄 서서 먹어야 하는 식당이잖아요. 제가 그래도 될지······.”
물론 다른 성좌들이 줄 서서 기다릴 때, 그녀만 받아주면 문제가 되겠지.
하지만.
“제 지인들은 예외입니다.”
성좌라도 내가 허락한 지인들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도록 해놓았다.
‘신야식당’ 영업일이 아닌 날에 초청하면 되니까.
그걸 설명해주자 헤이리스의 안색이 환해졌다.
“그, 그런데 ‘연성이네’ 식당 사장님의 지인이라니. 제가 그런 대접을 받아도 될까요······?”
성좌의 자녀로 태어났지만, 성좌가 되지 못한 본인의 처지 때문일까?
헤이리스는 내 제안에 기쁘면서도 걱정된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지인보다는 은인이라고 하죠.”
“네?! 은인이요?”
내 말에 더 놀라는 헤이리스.
나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저를 포함해서 많은 배달을 해주셨잖아요.”
그녀는 지난 10년간 인간들의 행복한 택배 생활을 책임져 주었다.
그녀의 정체를 몰랐던 평소에도 고마운 마음에 항상 음료를 준비했던 나였다.
거기다 내가 지구에서 물건을 시킨 탓에 성좌 마켓과 지구까지 오느라 에너지를 더 쓰기도 했고.
“인류를 도와주신 ‘택배신’께 밥 한 끼 공양해드리는 것 정도야 어렵지 않습니다.”
“사장님······.”
그러니 인류의 대표로 이 정도도 못할까.
내 말에 감격한 건지, 헤이리스가 눈물을 글썽일 때였다.
[권속급의 격을 갖춘 지구의 인간이 인류를 대표해서 감사를 표합니다.] [그동안 누적된 인류의 인지도가 합쳐져, ‘성좌의 씨앗’이 생성됩니다.] [‘무지개 위를 달리는 택배 기사’의 영혼에 성좌의 기운이 태동하기 시작합니다.]헤이리스가 내 눈앞에서 성좌가 되고 있었다.
너 양아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