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92
92화. 너 양아치니?
“꺅! 사장님! 저 성좌 됐나 봐요!”
성좌의 기운이 태동한다는 메시지는 거짓이 아닌 모양이었다.
방금까지 마력 부족으로 힘들어하던 헤이리스가 기운이 펄펄 넘치는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아니, 그것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몸 전체에서 황금빛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황금색?! 서, 설마······.”
“네, 전설급 성좌가 되신 것 같네요. 축하드려요.”
성좌가 되자마자 전설급이라니.
아마 이미 그녀를 잘 알고 있는 성좌들이 많은 덕분에 인지도, 그러니까 성좌력이 이미 많이 쌓여 있었던 덕분일 터였다.
헤이리스는 하나의 성계도 아니고 그리스 신화와 북유럽 신화, 무려 두 신화의 신들에게 이쁨받는 아기 성좌였으니까.
“부모님이 그렇게 노력해도 안 되던 일을 사장님이 이뤄주셨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헤이리스는 자신이 전설급 성좌가 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더는 마력 고갈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울먹이면서 내게 감사 인사를 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한 건 그저 감사를 표한 것뿐인데요. 전부 그동안 헤이리스 님이 고생하신 선업이 돌아온 겁니다.”
“사장님······.”
“아마 저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 물어도 똑같은 대답이 나올 거예요.”
아닌 게 아니라 정말 그녀가 없었다면, 인류의 행복지수는 지금보다 절반 이하로 깎였을 터였다.
마력 고갈에 위험 속에서 전 지구를 무지개를 타고 돌아다니면서까지 택배 업무를 했던 그녀였으니 이 정도는 당연한 보상이지.
내 말에 헤이리스가 눈물을 훔쳐내며 해맑게 웃었다.
“그렇다면 성좌가 되었지만, 모든 인류에게 감사의 의미로 택배 일을 계속할게요.”
그녀가 택배 기사 일을 했던 건 성좌가 되기 위한 인지도를 쌓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성좌가 된 이후에도 계속 그 일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었다.
“그래 주시면 정말 감사하지만, 괜찮으시겠어요? 성좌로서 앞으로 하실 일이 많을 것 같은데······.”
내가 아는 성좌 중엔 한가한 이도 있었지만, 자신의 직무를 다하기 위해 바쁜 성좌들도 많았다.
어린 성좌인 헤이리스는 아마 더 바쁘지 않을까?
성좌가 되었다고 끝이 아닐 테니까 말이지.
그러나 헤이리스는 내 우려에 고개를 저었다.
“마력 고갈 걱정이 사라졌으니 오히려 시간이 남을 거예요. 마력 회복에 시간이 꽤 걸리거든요.”
1초에 지구를 무려 4바퀴나 돌 정도로 빠른 그녀였지만, 마력 회복 속도는 느렸다.
한 번 던전에서 마력을 회복할 때마다 1시간은 걸리는 데다 하루에 5번씩은 마력 흡수를 해야 했다고 한다.
“하루에 일하는 시간의 절반을 마력 흡수에 썼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 일을 두 배로 할 수 있게 됐으니 문제없겠네요!”
“······그, 그렇군요.”
왜 그녀가 가게 앞에서 쓰러져 버렸는지 알겠다.
그녀는 워커홀릭이었다. 그것도 아주 지독한.
하지만 본인이 하겠다는데 더 말릴 수는 없었기에 나는 쓰게 웃을 뿐이었다.
“그래도 사장님 덕분에 제가 성좌가 될 수 있었던 건 사실이니까, 보답하게 해주세요. 이래 봬도 전 성좌니까요!”
헤이리스의 의기양양한 모습에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내가 어떤 소원을 빌 줄 알고 저러는 거지?
성좌가 된 지 1분도 지나지 않은 아기 성좌답네.
“정말 괜찮습니다.”
“제가 안 괜찮아요. 제가 제대로 보답하지 않으면 부모님과 헤르메스 삼촌 그리고 저를 아끼는 모든 성좌 분들이 저를 혼내실 테니까요.”
음, 그건 좀 무섭긴 하다.
아까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오딘도 나오고 헤라도 나오던데.
최고신의 분노라니, 상상도 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무난한 보상을 고민해 보았다.
“음, 뭐가 좋을까요?”
이제 갓 성좌가 된 헤이리스에게 스타 코인을 달라고 할 수도 없고.
택배는 이미 열심히 하겠다고 했으니······.
“잠깐, 택배?”
나는 머릿속을 스치는 아이디어에 손가락을 딱 튕겼다.
“헤이리스 님에게도 좋고 제게도 좋은 부탁이 떠올랐습니다.”
“네? 저한테도 좋으면 보답이 아니지 않나요?”
의아해하는 헤이리스를 보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이건 제게도 간절한 부탁이니까 꼭 들어주셔야 합니다.”
“그, 그럴게요······.”
내가 살짝 흥분해서 말하자, 헤이리스가 겁을 먹었는지 목을 움츠렸다.
이런 걸 보면 아기 성좌 같아서 살짝 웃음이 나왔다.
나는 웃으며 내 부탁을 설명했다.
“앞으로 제가 성좌 마켓에 내놓고 싶은 상품이 있습니다.”
“상품이요?”
“밀키트라는 겁니다.”
밀키트.
손질이 끝난 재료와 소스를 포장해서 파는 상품으로, 동봉된 조리법대로 조리하기만 하면 요리 초보도 훌륭하게 요리를 할 수 있는 상품이었다.
보통 찌개나 전골류, 볶음류처럼 팬이나 냄비에 넣고 익히기만 하면 되는 요리가 많지만, 감바스 알 아히요처럼 독특한 밀키트도 존재했다.
그런 밀키트를 만들 생각을 한 이유는 간단했다.
“제 식당을 찾고자 대기하는 성좌 분들이 너무 많아져서요.”
직원을 늘리고 한 번에 입장하는 좌석의 수가 늘어나도 예약 손님의 수가 줄어들지 않는다.
아니, 장사를 할수록 입소문이 나서 대기열이 더 늘어나기만 한다.
아무리 영겁의 세월을 사는 성좌들이라도 이런 한없는 기다림엔 언젠가 싫증이 날 터.
그런 성좌들의 천벌이 두려운 건 아니었다.
처음과 달리 이제는 나를 지지해주고 보호해주는 성좌들이 많이 생겼다.
진시황도 나를 건드리지 못했는데 다른 성좌들이 내게 천벌을 내리려 할까, 과연?
“천벌은 두렵지 않지만, 손님을 너무 기다리게 하는 것도 죄송하니까요.”
그래서 밀키트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내가 직접 요리해 주는 것만큼은 못하더라도,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는 밀키트라면 ‘연성이네’의 맛을 즐길 수 있을 테니까.
간단한 요리더라도 음식을 거의 팔지 않는 성좌 마켓에서라면 불티나게 팔릴 터였다.
그리고 ‘연성이네 신야식당’을 대기하는 성좌 중에서도 밀키트에 만족하고 다음 차례를 기대하는 이들도 있을 거고.
“그런데 그 밀키트가 왜······?”
“밀키트는 신선도가 생명이거든요. 헤이리스 님이 빠르게 배달해주셨으면 합니다.”
마력이 깃든 재료가 상하는 속도는 지구 음식보다 훨씬 느리다지만, 그거야 평범한 지구 기준으로 했을 때의 말이었다.
성계는 곧 우주 공간.
그 드넓은 공간을 아무리 빠르게 간다고 해도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걸릴 수밖에 없었다.
1초에 지구를 4바퀴나 도는 헤이리스라도 지구에서 해왕성까지 가는 데 7시간이 걸린다.
태양계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명왕성까지 가는데 무려 12시간이었고 완전히 태양계를 벗어나려면 쉬지 않고 달려서 2년이 넘게 걸렸다.
헤이리스니까 이 정도로 끝나는 거지, 다른 수단으로 배송하려면 그 시간을 보장할 수가 없었다.
제단을 쌓고 공물로 전송하면 되지 않냐고?
그 많은 성좌의 제단을 다 쌓는다면 ‘연성이네’는 운주사 천불천탑이나 앙코르와트 부럽지 않은 대사원이 되어버리겠지.
그럴 수 없으니 택배 기사가 필요했다.
“조금 힘드실 수도 있겠지만, 성좌에게 직접 택배를 보내다 보면 인지도도 늘어나실 겁니다.”
드디어 성좌가 되었다지만, 아직은 아기 성좌.
헤이리스에게도 이 택배 일은 큰 도움이 될 터였다.
그런 내 설명을 들은 헤이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할게요.”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아기 성좌라니까 괜히 기세로 정한 게 아닐까 걱정되는 마음에 한 번 더 물었다.
당연히 성좌라 나보다 더 오래 살았겠지만, 성좌한테 나이가 곧 성숙함을 나타내진 않더라고.
그런 내 우려에도 헤이리스는 똑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도 않은걸요. 거기다 제게도 도움이 되는 일인데 여기선 거절하는 게 바보겠죠?”
헤이리스는 그렇게 말하곤 배시시 웃었다.
우와, 저만한 미인 성좌가 웃으니깐 숨이 턱 막힐 정도네.
전령의 여신이 아니라 미의 여신을 해도 됐겠어.
“사장님?”
“아, 아닙니다. 이제 몸도 회복하셨으니 가셔야죠?”
두 번째로 가져다준 전복죽은 애저녁에 비운 상태.
헤이리스는 살짝 아쉽다는 표정이었지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치료도 해주시고 성좌가 되게 도와주시기도 했는데 여기서 더 폐를 끼칠 순 없죠.”
나와 미야는 집 밖으로 나와 헤이리스가 가는 길을 배웅했다.
헤이리스가 밖으로 나와 발을 탁탁 두드리자 그녀의 발에서 오오라처럼 무지개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면 저는 가볼게요.”
“이제 성좌가 되셨으니 배는 안 고프시겠지만, 음식이 먹고 싶어지면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그럴게요!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부모님이랑 같이 와도 될까요? 제가 성좌가 된 기념으로 식사를 대접해 드리고 싶어서······.”
그녀의 부모님이라면 헤임달과 이리스인가?
뭐, 그 정도야 충분히 해줄 수 있지.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말만 하세요.”
“감사합니다! 저희 부모님도 사장님께 꼭 감사의 답례를 하고 싶으실 거예요.”
“하하, 괜찮은데 말이죠.”
뭐, 준다면 거절은 하지 말아야지.
딸의 목숨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니 꽤 중요한 걸 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헤이리스가 무지개가 솟아 나오는 발로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그리고 쾌활한 목소리로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났다.
“택배 배송은 언제나 H&E를 이용해 주세요!”
“하하하.”
어마어마한 속도로 무지개만 남겨놓고 떠난 헤이리스를 보며 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아직 하는 짓은 아이 같았지만, 그래도 성좌가 탄생하는 데 내가 한 손 보탰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부럽네요.”
같이 헤이리스를 배웅하던 미야가 아쉬운 표정으로 헤이리스가 남겨놓은 무지개를 보고 있었다.
아, 맞다. 그랬지.
미야도 성좌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존재.
자신과 비슷한 처지였던 존재가 눈앞에서 성좌가 되었으니 씁쓸할 터였다.
무지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미야를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미야.”
“네, 마스터.”
“언젠간 꼭 미야도 성좌로 만들어 줄게요.”
“말씀만이라도 고맙네요.”
미야는 내 말에 살포시 미소 지으며 고맙다는 눈빛을 내게 보냈다.
어허? 내 말을 안 믿는 눈치네?
“살아있는 인간 중에서 성좌를 탄생시킨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 믿어도 돼요.”
“이미 다 준비된 상황에서 숟가락만 얹은 거지만요.”
미야는 그렇게 말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곤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사실 요즘은 성좌가 안 되어도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왜요? 여신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했잖아요?”
내 물음에 미야가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여기서 요리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생활도 나쁘지 않아서요. 그리고,”
“그리고?”
“제 생각만큼 인간들이 나쁜 존재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미야의 눈이 똑바로 나를 직시한다.
“마스터는 인간에게 실망했던 제게 다시 인간을 믿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셨어요. 고마워요.”
“그건 다행이네요.”
나는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인류가 그녀에게 한 짓은 너무나도 지독했으니까.
그렇게 언젠가는 다친 마음도 치유하고 여신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기도를 속으로 조용히 올렸다.
······저 수많은 성좌 중에 한 명은 들어주겠지, 안 그래?
“그나저나 어떤 음식으로 밀키트를 만들 생각이에요?”
“생각해 놓은 게 있어요.”
밀키트를 만들려면 재료가 쉽게 상하지 않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게 제일이었다.
그리고 다양한 성좌들의 입맛을 만족시켜야겠지.
“그런 의미에서 꼭 하고 싶었던 게 있어요. 사실 시간만 충분했으면, 포장마차 때 하려고 했었는데.”
“그게 뭔데요?”
어묵 꼬치와 오뎅탕 국물이 있으면 당연히 옆에 함께 팔아야 할 메뉴가 있지.
“떡볶이요.”
떡 넣고 어묵 넣고 양념 넣고 끓이기만 하면 조리 끝.
밀키트로는 떡볶이가 제격 아니겠어?
“아마 불티나게 팔릴걸요?”
K-분식으로 성계를 평정해보자고.
나는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 * *
그렇게 헤이리스를 배웅하고 미야도 자신의 오두막으로 돌려보내고 다시 내 방으로 왔을 때, 나는 까먹고 있던 걸 기억했다.
“맞다. 택배.”
택배를 전해줄 헤이리스가 쓰러지는 바람에 완전히 까먹고 있었네.
나는 현관 앞에 놓여 있는 [자청비의 오곡 세트]가 담긴 상자를 챙겨 들었다.
그리고 남은 하나,
“메에에.”
현관 옆에 얌전히 앉아 있던 황금양을 마주했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는데도 얌전히 있어 줬구나.
착한 양이네.
미리와 같이 살게 해도 사고는 안 칠 듯했다.
“미리에게 데려다주면 친구가 생겼다고 좋아하겠지.”
내가 그렇게 흐뭇해하고 있을 때였다.
“메에에, 그 양 처자, 예뻐?”
“······양이 말을 하네.”
나는 느끼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벌렁거리는 양을 보며 할 말을 잃어버렸다.
너 양아치니?
너, 머슴이 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