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94
94화. 전설의 머슴
[‘스스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중세경의 신’이 자신의 오곡을 가져간 농부에게 흥미를 갖습니다.] [‘스스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중세경의 신’이 농부에게 자신의 머슴이 되지 않겠냐고 묻습니다.]스스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중세경의 신.
이 성좌명만큼 자청비라는 성좌를 나타내는 말은 없을 터였다.
그녀는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 남장을 하고 글을 배웠으며, 학문, 무예 등 모든 면에서 남자들보다 우수했었다.
심지어 오줌 멀리 싸기도 꼼수를 부려 남자들보다 멀리 쌀 정도.
그녀의 짝이자 문곡성의 아들인 문 도령도 자청비를 이길 수 없었다.
공부를 마치고 헤어지는 날, 자청비는 문 도령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하룻밤의 연을 맺는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자청비는 문 도령의 돌아오겠다는 말을 믿고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 와중에 자신을 범하려는 정수남을 죽였다가 서천 꽃밭의 환생 꽃으로 되살리기도 하고 직녀의 수양딸이 되기도 하고 선녀들의 부탁을 들어주고 천계로 향하기도 한다.
문 도령과 재회한 자청비는 문 도령의 어머니가 낸 시험을 훌륭하게 통과해 문 도령과 결혼을 할 수 있게 된다.
이후 자청비를 탐하던 남자들에게 살해당한 문 도령을 되살리기도 하고, 수라멸망악심꽃으로 천계를 침략한 요괴들을 몰살시키며 공을 세우기도 한다.
이런 자청비의 공을 인정한 천계에서 문 도령을 날씨를 다스리는 상세경의 신으로, 자청비는 농사와 오곡을 다스리는 중세경의 신으로 임명한다.
참고로 자청비를 범하려다 죽다 살아난 정수남은 하세경의 신이 되어 농사를 짓는 데 쓰이는 가축을 기르는 목축의 신이 되었다.
“여자의 몸으로 차별도 많이 받았지만, 자청해서 활약해 원하는 것을 모두 얻어내 신까지 된 여신이죠.”
“듣기만 해도 엄청난 신이시네.”
신화를 잘 모르는 마철성은 내 설명을 듣고는 혀를 내둘렀다.
나도 한국 신화는 잘 모르는 편이었지만, 영동 할매와 만난 이후에는 종종 찾아서 공부했던 덕분에 이렇게 알고 있는 거지만.
“그냥 엄청난 신이 아니에요. 한국 신화에서 가장 뛰어난 먼치킨 신이죠.”
“뭔······ 치킨? 먹는 거야?”
“······아뇨. 그냥 강한 신이라는 거예요.”
본래의 능력도 뛰어나지만, 수라멸망악심꽃을 들고 수만의 요괴들을 몰살시킨 신은 자청비가 유일했다.
“암, 농사는 힘든 일이니까. 힘이 좋아야지.”
그런 내 설명을 마철성은 자기식대로 해석한 모양이었다.
그건 그렇고, 자청비에 대해 호의적이네?
나는 의아해져서 그에게 물었다.
“자청비 님과의 계약을 받아들이실 거예요?”
사실 성좌와 헌터와의 계약이 일 대 일인 건 아니었다.
권속은 오로지 자신의 주인인 성좌에게만 봉사해야 했지만, 헌터는 권속이 아니었으니까.
하나의 성좌가 다양한 헌터와 계약하듯이, 원칙적으로는 헌터도 다양한 성좌와 계약할 수 있었다.
실제로 그런 헌터들도 종종 있었고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칭송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도 당연히 있었다.
헌터는 자신과 계약한 성좌에게 계속 후원을 받으려면 공물을 바쳐야 했다.
그것이 업적이 되었든, 물건이 되었든, 헌터 한 명이 준비할 수 있는 공물은 한정적.
그걸 두 명 이상의 성좌에게 나눠서 바친다면 당연히 내려오는 후원도 줄어들 수밖에.
100의 공물을 바치는 게 아니라 50의 공물을 두 성좌에게 따로 바쳐야 했으니까 말이다.
“철성 형님은 페르세포네 님이랑 계약을 이미 했잖아요.”
저승의 안주인이면서 동시에 봄과 씨앗의 여신인 페르세포네.
그래서 [농부]인 마철성과 잘 맞는 성좌였고 실제로 마철성에게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런 내 말에 마철성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페르세포네 님께는 죄송하지만, 요즘 한계에 부딪혔어.”
“한계요?”
“종자의 권능만으로는 더 좋은 작물을 키울 수가 없거든.”
봄은 씨앗을 소생시키고 싹을 틔우게 하는 탄생의 계절이지만, 작물을 자라게 하고 결실을 맺게 하는 건 결국 뜨거운 여름과 수확의 가을이었다.
페르세포네의 권능이 거기까진 미치지 못했기에, 마철성은 농사를 지으면서 매번 고민했다고 한다.
“연성 동생이 이번에 이 뛰어난 씨앗을 가져온 것도 내 작물에 한계가 있어서 그런 거 아냐?”
“한계라뇨. 저는 지금도 충분히 형님의 작물을 잘 쓰고 있는걸요.”
“하지만 아쉬웠지. 안 그래?”
아니라고 고개를 저으려다가 나는 멈칫했다.
실제로 더 좋은 쌀로 쌀 떡볶이를 만들고 싶어서 그에게 [자청비의 오곡 세트]를 전해준 것이었으니까.
그런 내 모습을 본 마철성이 쓰게 웃었다.
“그것 봐. 장사하는 사람 보면 딱 알아. 품질이 아쉬운 건 절대 안 쓰거든.”
“형님······.”
“동생을 탓하는 게 아니야. 내가 좀 더 좋은 작물을 기르고 싶어졌을 뿐이지.”
마철성은 솥뚜껑만 한 손바닥을 쥐락펴락하면서 이를 악물었다.
“나 말이다. 처음에는 내가 기른 작물을 누가 먹어준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매번 기른 작물을 땅에 묻으면서 내 속이 시커멓게 탔거든.”
농부에게 작물은 자식이라고들 한다.
잘 키운 내 자식을 어디에 쓰지도 못하고 죽여야 하는 그 심정을 나도 잘 안다.
나 역시 처음에는 누구도 먹지 못할 텐데도 던전산 재료로 요리를 만들었으니까.
“그때, 연성 동생이 딱 나타나 준 거야. 내 작물을 써주는 사람이었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고마운 건 저였죠.”
덕분에 성좌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요리의 범위가 넓어졌으니까.
인류 문명의 시작부터 그랬듯, 농부와 요리사는 서로에게 윈-윈인 관계였다.
“그래서 결심한 거야. 내 작물을 더 훌륭하게 키워야겠다고. 그 작물로 연성 동생이 더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게 해야겠다고 말이지.”
“형님······.”
이 얼마나 고마운 마음인가.
하지만 고마운 만큼 나 역시 그를 생각해줘야 했다.
“그렇지만 형님이 위험해지실 수도 있어요.”
성좌들은 질투심이 많은 존재였다.
공물을 아무리 공평하게 두 성좌에게 나눠서 바친다고 해도 조금이라도 그 균형이 어긋나는 순간, 적게 받은 성좌의 분노를 피할 수가 없었다.
만약 숨 막히는 전장 한 가운데서 돌연 한쪽 성좌가 삐져버린다면?
자신이 준 능력을 회수해 가버린다면?
상상도 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 헌터에게 벌어질 수도 있었다.
많은 성좌의 계약 요청을 받는 S급 헌터들도 하나의 성좌에게만 충실한 경우가 흔했다.
그래서 내가 마철성의 선택을 우려하는 것이었고.
그런 내 우려에 마철성은 결심을 굳힌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나, 헌터에서 은퇴할 거다.”
“네? 은퇴요?”
마철성의 폭탄 발언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은퇴라니?
A급 헌터가 되고 파티 역시 A급으로 달성해 방금 길드를 세운 사람이 무슨 은퇴란 말인가?
황당해하는 나를 보며 마철성이 피식 웃었다.
“내가 길드를 만든 이유를 아직 말 안 해줬지?”
“네.”
“은퇴하려고 만든 거야.”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대체.
은퇴하려고 길드를 만드는 사람이 어딨어?
“내 농작물을 계속 소비해주는 동생이 있어서 결정했지. 이젠 농사에만 전념하겠다고 말이야.”
“아······.”
하긴, [농부]는 비전투계 클래스였지 전투계 클래스가 아니었으니까.
그가 [농부]로 A급 헌터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건 타고난 신체 조건과 농사 스킬을 전투용으로 쓸 수 있던 센스 덕분이었다.
아마 전투계 클래스로 각성했다면 진즉에 S급 헌터가 되고도 남았을 사람이 바로 마철성이었다.
“그런데 그만두더라도 저놈들 밥 벌어먹게는 해주고 그만둬야지. 그래서 길드를 만든 거야.”
파티 ‘근육 마초’는 리더이자 창립자인 마철성이 빠지면 그대로 와해 될 게 뻔했다.
서로의 인연과 의리로 얽힌 울타리 같은 파티였기에, 핵심인 마철성 없이 유지될 리가 없었다.
“그래도 길드를 창설해서 집처럼 만들어 놓으면 내가 없더라도 다들 그 집을 지키고 가꾸며 살아가겠지. 안 그래?”
마철성은 거기까지 말하곤 씨익 웃었다.
“연성 동생, 우리 길드 이름이 왜 ‘창해’ 인지 알아?”
“아뇨.”
창해 길드.
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땐, ‘왜 근육 길드가 아니지?’라는 생각만 들었다.
마철성은 피식 웃으며 이름의 유래를 설명해주었다.
“옛날, 이 땅이 창해라고 불릴 때, 굉장히 힘이 좋은 역사(力士)가 하나 있었나 봐. 창해 역사라고 불리는.”
“아.”
그 ‘창해 역사’라면 나도 안다.
한 고조 유방의 책사로 유명한 장자방, 즉 장량이 진시황을 암살하기 위해 손을 잡았던 파트너가 바로 창해 역사였다.
장량은 120근이나 되는 철퇴를 만들어서 창해 역사에게 진시황을 죽이게 했지만, 안타깝게도 실패했다지.
그런데 그 창해 역사가 우리 선조님이라고?
“나도 잘 몰라. 우리 부길마, 그러니까 내가 은퇴하면 길드 마스터를 할 놈이 창해 역사랑 계약을 맺어서 조금이나마 아는 거지.”
“여사용 씨가요?”
“응, 맞어. 그놈이 물려받을 거라 길드 이름을 ‘창해’로 지은 거야. 이미 이야기는 다 되어 있고.”
만날 때마다 ‘여사용을 거꾸로 하면 용사여~’라고 썰렁한 개그를 치던 그 덩치 큰 사람이 차기 길드 마스터라니.
나는 차후 창해 길드의 이미지가 어떻게 될까 걱정이 되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나를 보며 마철성이 쓰게 웃었다.
“걱정되면 아까 투자 이야기는 안 들은 걸로 할게.”
“어떻게 그러나요. 이미 하기로 한 건데. 바꿀 수야 없죠.”
마철성이 길드에서 빠지면, 창해 길드와 나와의 연결고리는 약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철성이 자신의 동생들이 고생할 창해 길드를 신경 쓰지 않을 리는 없을 거다.
그러면 투자 조건이 크게 바뀐 것도 아니니까, 뭐.
“자, 그러면 이제 두 집 살림을 해볼까?”
“형님, 단어 선택이 조금······.”
누가 성좌 두 명과 계약을 맺는 걸 두 집 살림이라고 표현하겠어.
성좌들과 직접 만나는, 특히 페르세포네와 직접 만나보기까지 한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으허허허, 조금 불경했나?”
“많이요.”
“용서해주시지 않겠어? 너그러운 성좌님들이신데?”
말을 마치고 너털웃음을 터뜨린 마철성은 양손을 하늘에 펼쳤다.
“‘스스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중세경의 신’ 님! 당신의 머슴으로 살겠습니다!”
머슴이 되겠다는 선언을 이렇게 기쁘고 우렁차게 외치는 사람이 있었을까.
하지만 듣는 쪽에선 확실히 기쁜 모양이었다.
[‘스스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중세경의 신’이 농부가 자신의 머슴이 된 걸 기뻐합니다.] [‘스스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중세경의 신’이 다른 성좌와 계약한 것을 자신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스스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중세경의 신’이 농사일은 원래 품앗이하는 법이기에 같은 농경신들끼리는 개의치 않아 한다고 말합니다.]품앗이라니.
서로 돌아가면서 농사일 도와주는 것처럼 계약 헌터도 함께 공유한다는 소린가?
조금 황당하긴 했지만, 또 그 설명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기에 납득이 되기도 했다.
마철성도 성좌가 자신을 오해 없이 받아준 것에 감사한 눈치였다.
“감사합니다, 성좌님. 열심히 머슴 노릇 해보겠습니다.”
마철성이 말하니 묘하게 어울리네.
금방이라도 ‘제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요!’라고 말할 것만 같았다.
[‘스스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중세경의 신’이 자신은 자신을 범하려고 했던 정수남이도 머슴으로 삼았을 정도로 관대하다고 합니다.] [‘스스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중세경의 신’이 그런 자신의 머슴이 된 농부에게 선물을 내립니다.]번쩍!
빛이 번뜩이더니 계약의 선물로 마철성의 손 위에 새로운 씨앗이 생겨났다.
농부답게 마철성은 작은 삼각뿔 형태로 생긴 씨앗이 뭔지 알아보는 눈치였다.
“이건 메밀인데?”
“메밀이요?”
“어. 이걸 빻으면 메밀가루가 되지.”
“괜찮네요.”
메밀이라.
메밀가루로 만들 수 있는 요리도 꽤 되지.
메밀전병도 좋고 시원한 메밀국수도 좋고 말이야.
마철성은 새로운 고급 종자를 얻어서, 나는 메밀로 만들 요리가 늘어나서 좋아했다.
[‘스스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중세경의 신’이 메밀은 오곡과 함께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작물이니 잘 길러내라고 당부합니다.] [‘스스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중세경의 신’은 자신의 머슴을 믿는다고 말합니다.]그런 마철성에게 자청비가 신뢰를 보이는 순간이었다.
[두 명 이상의 성좌의 신뢰를 얻습니다.] [위대한 업적이 당신의 클래스를 진화시킵니다.] [당신의 클래스가 ‘성좌의 농부’가 됩니다.]“······라고 떠올랐는데, 동생은 뭐 아는 것 좀 있어?”
세상에, 나처럼 마철성도 클래스가 진화해버렸다.
물론 요리사와 농부의 차이가 있기에 완전 같지는 않겠지만, 나는 마철성에게 나의 경험을 말해주었다.
마철성은 여전히 아리송해하는 듯했지만,
“뭐, 지금처럼 농사를 지어보면 알 수 있겠지.”
라며 헌터 일을 그만두고 농사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당황한 표정의 마철성이 쌀 몇 포대를 들고 가게로 찾아왔다.
“도, 동생. 이것 좀 봐야겠는데?”
그가 내게 가져온 건,
======================
[두 여신의 보살핌을 받은 쌀(전설급)]– 중세경의 신으로서 농경의 여신인 자청비가 직접 선별한 종자로 키운 쌀.
– 키우는 과정에서 페르세포네의 축복으로 싹을 틔우고, 자청비의 관심으로 성장했다.
– 두 여신의 권능 하에 [성좌의 농부]의 스킬로 자라난 쌀이라 대단한 격을 품고 있다.
======================
무려 전설급의 쌀이었다.
이왜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