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96
96화. 완판의 사나이
나한테 조금의 동의도 받지 않은 촬영을 시작한 헤르메스는 내가 요리하는 것이 잘 보이게 오픈 키친 바의 좌석에 앉았다.
“자, 도 셰프. 오늘은 뭘 만드실 생각이죠?”
나는 헤르메스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볼 뻔했지만, 촬영 중이라 간신히 참았다.
아니, 아까 본인 입으로 말했잖아.
“······떡볶이입니다.”
“떡볶이가 어떤 요리인가요?”
그에게는 아까 신상을 통해 통신할 때 이미 떡볶이에 관해 설명해줬지만,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순진무구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방송을 위해 한 번 더 설명하라는 건가?
‘뭐해? 빨리 설명해.’
라고 입 모양으로만 말하는 헤르메스를 보며 나는 속으로 짧게 한숨을 삼키곤 입을 열었다.
그래, 어차피 방송 찍을 거, 떡볶이의 위상이나 높여보자.
“떡볶이는 조선시대 궁궐에서 가래떡과 고기를 간장 양념에 함께 볶아 먹던 음식입니다. 매우 귀한 음식이었죠.”
일단 떡이라는 음식 자체가 한국인의 주식인 쌀을 압축해서 만든 요리였다.
쌀알을 물에 불려서 그대로 쪄낸 것이 밥이라면, 쌀은 밥을 으깨거나 쌀을 가루로 내어 찐 다음에 반죽해서 압축한 요리니까.
그러니 당연히 같은 양의 쌀을 쓴다면 밥을 하는 것보다 그 양이 적게 나왔다.
당연히 쌀도 귀하던 시절, 떡은 오로지 양반이나 왕족들의 전유물이었다.
거기다 고기까지 들어간 요리라니, 귀할 수밖에.
“마복림 할머니께서 1950년대, 처음으로 간장 대신 고추장을 넣은 떡볶이를 만드셨죠.”
동네 중국집에서 춘장에 볶은 떡을 보고 느끼한 양념 대신 칼칼한 양념으로 볶으면 맛있겠다는 생각을 한 마복림 할머니는 춘장과 고추장을 섞어 떡을 볶았고, 그것이 현재의 매콤한 고추장 떡볶이의 시작이었다.
“그래도 쌀떡이라 비싸던 떡볶이가 1970년대 밀떡과 밀 고추장이 나타나면서, 그리고 고기 대신 싼 어묵을 넣으면서 가격이 낮아졌습니다.”
1970년대 미국에서 원조 된 대량의 밀가루와 쌀이 부족한 대한민국의 사정으로 시행된 혼분식 장려 운동 덕분에 밀 떡볶이가 전국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떡볶이를 개발한 마복림 할머니는 재료와 양념을 자신이 선택해 즉석에서 끓여 먹는 즉석 떡볶이를 새로 개발하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니 넘어가도록 하자.
‘컷, 컷.’
역사 이야기를 하고 있자 지루한지 헤르메스가 손날을 목에다 대고 휙휙 휘두르며 끊으라는 눈치를 줬다.
거참, 음식의 역사를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법인데 말이야.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하던 말을 마무리했다.
“이상이 간략한 떡볶이의 역사였고 지금부터는 맛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떡볶이는 고추장으로 매콤한 맛을, 설탕과 물엿으로 달콤한 맛을, 그리고 어묵과 육수, 채소를 통해 나오는 감칠맛을 기본으로 하는 요리였다.
어떤 맛을 더 살리냐에 따라서 개인 취향에 맞는 다양한 떡볶이가 완성되었다.
“재료에 따른 차이도 큽니다. 떡볶이에 라면 사리를 넣으면 라볶이, 치즈를 넣으면 치즈떡볶이가 되고, 크림소스를 넣으면 로제 떡볶이가 되죠.”
그 외에도 쌀떡과 밀떡의 차이, 라면 사리와 쫄면 사리의 차이, 국물이 적냐 많냐의 차이로도 종류가 달라졌다.
그것뿐이랴?
곁들여 먹는 튀김이나 순대, 김밥의 차이로도 맛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요리가 바로 떡볶이였다.
“아무튼, 떡볶이는 대충 그런 요리입니다. 이렇게 말로 하는 것보다 직접 만드는 걸 보여드리는 게 더 빠르겠네요.”
나는 떡볶이 재료들을 가지러 주방으로 향했다.
그러자 주방 안에 있던 미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갑자기 괜찮겠어요, 마스터?”
“헤르메스 님이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닌걸요.”
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미야는 그래도 내가 걱정되는 표정이었다.
그녀를 안심시켜주려고 하는 찰나,
“요리하던 사람 어디 갔나?”
헤르메스가 얼른 나오라고 재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 일단 몇몇 재료만 챙겨 들고 다시 오픈 키친으로 향했다.
“일단 떡볶이의 기본인 육수와 채수를 내주겠습니다.”
떡볶이의 핵심은 바로 떡볶이 국물이라고 부르는 소스.
소스의 맛은 양념으로 좌우된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그 양념 맛의 균형을 잡아주고 모자란 맛을 채워주는 게 바로 육수와 채수였다.
“재료를 넣고 육수를 푹 끓여 주겠습니다.”
나는 큰 냄비에 체인 쏘우 크랩과 몬스터 폴락의 말린 대가리, 그리고 다시다를 넣고 육수를 우렸다.
“이런 게 없다면 건새우와 말린 북어 대가리로도 충분합니다.”
물론 성좌들에겐 건새우나 말린 북어 대가리보다 체인 쏘우 크랩이나 몬스터 폴락이 더 흔하겠지만 말이야.
나는 그렇게 육수를 끓이면서 동시에 냄비 하나를 더 마정석 화로에 올렸다.
“이번에는 채수를 끓여줄 겁니다. 던전산 파와 양파, 그리고 핵심인 무를 잘라서 넣습니다.”
파와 양파는 잡내를 날려주고 단맛이 생기게 해준다.
그리고 무에서 우러나오는 무즙은 떡볶이 국물이 시원하고 깔끔하게 해준다.
“그리고 마력수를 여기다가,”
나는 마력수가 가득 튼 통을 냄비 위로 들었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로 내려놓고 바로 불을 붙였다.
“넣지 않습니다.”
“질문 있습니다!”
내가 마력수를 넣지 않고 내려놓자 헤르메스가 센스 있게 질문을 해왔다.
“왜 물을 안 넣나요? 채수를 낸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건 이 채소들 자체에 물이 많기 때문이죠.”
채소는 원래 물이 많다.
그렇기에 물 없이 뭉근하게 끓이면 채소 자체에서 채즙이 흘러나온다.
“이 채즙은 물을 섞지 않은 만큼 진하고 더 맛있습니다.”
나오는 양은 적지만, 그만큼 진한 채수 엑기스가 만들어진다.
오죽하면 부산의 한 떡볶이집은 물을 전혀 쓰지 않고 무에서 나오는 무즙으로만 떡볶이를 해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을까.
“자, 그럼 육수와 채수가 완성되는 동안 우리는 다른 재료를 준비해보도록 하죠.”
육수나 채수나 진하게 우러나오려면 진득하게 끓여야 하는 법.
나는 그사이 다른 재료를 준비하기로 했다.
“떡볶이에 가장 중요한 재료가 뭘까요?”
“떡이요!”
“정답입니다.”
그사이 방송에 익숙해졌다고 헤르메스랑 티키타카를 나누는 나. 자랑스럽다.
나는 피식 웃으며 주방에 떡을 가지러 가려다가 멈칫했다.
좋은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라서였다.
“그러고 보니 헤르메스 님, 맛집 로드와 이왜갓을 보시는 구독좌 님들 수가 어떻게 되나요?”
“성좌들만 따지면 한 8천 명 정도? 프리미엄 구독 성좌들은 1천 명 정도고. 구독좌 여러분, 제가 이렇게 잘 나가는 갓튜버입니다.”
내 질문에 헤르메스가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구독좌는 곧 구독 성좌의 줄임말.
즉, 8천 명의 성좌가 헤르메스의 갓튜브 채널을 구독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성좌들의 세계에 존재하는 성좌들의 숫자는 대략 18,000명.
그중에 8천 명이 구독하고 프리미엄 구독은 1천 명이 하고 있다는 건 절대 적은 수가 아니었다.
그렇다는 건 이 라이브 영상에 출연하면, 최소 8천 명의 성좌들에게 인지도를 쌓을 수 있다는 소리지.
이런 기회를 나만 누릴 수는 없잖아?
나는 씨익 웃으며 주방을 향해 외쳤다.
“미야, 떡이랑 어묵 좀 가져다줄래요?”
“마, 마스터?”
헤르메스의 촬영이 시작되고 나서부터는 방해가 될까 봐 주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미야가 당황해서 나를 불렀다.
나는 얼른 그녀보고 나오라고 손짓했다.
그걸 본 헤르메스가 내 의도를 눈치챘는지 씨익 웃으며 미야에 대해서 묻기 시작했다.
“호오, 새로운 게스트인가요?”
“제 파트너이자 저희 ‘연성이네’의 부주방장, 미야입니다.”
고개를 황급히 젓던 미야는 내가 이름까지 말하자 체념한 채로 재료를 들고 오픈 키친으로 나왔다.
헤르메스는 짓궂은 표정으로 미야를 보면서 말을 걸었다.
“오, 익숙한 얼굴이네요. 프로듀스 알바 플래닛 999에 나오지 않았나요?”
“······네.”
인간들에 비해 성좌들은 괜찮다지만, 그래도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 미야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귀가 빨개진 걸 보니 조금 미안해지는걸.
하지만 여신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그녀가 수천 명의 성좌들에게 인지도를 알릴 기회였다.
헤르메스도 그걸 알고 있는지 그녀의 자기소개를 유도했다.
“그 유명한 ‘연성이네’의 부주방장을 하고 있는 분이라니, 정체가 궁금해지네요. 정체가 뭔가요!”
“미, 미야라고 합니다, 바바 야가인······.”
한때 여신이자 성좌였다고는 하지만, 상대는 신화급 성좌.
거기다 헤르메스의 구독좌들이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입을 열려니 미야가 많이 긴장한 모양이었다.
나는 재빨리 끼어들어 그녀를 돕기로 했다.
“미야는 저만큼 요리 실력이 뛰어난 권속입니다. 특히 디저트 쪽은 제가 따라가지도 못할 정도로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죠.”
“오호, 그런가요?”
“저희 가게에 들렀던 성좌 분들이라면 아실, ‘여신의 은실’이라는 디저트도 미야가 만든 겁니다.”
“그거 저도 먹어 봤어요! 겉은 입에서 사르르 녹는데 속은 달달하고 고소해서 맛있던데요?”
“하하, 역시 헤르메스 님이 맛을 좀 아시네요.”
눈앞에서 나와 헤르메스가 본인의 칭찬을 하고 있자, 미야의 얼굴이 빨개졌다.
하지만 우리 둘에게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 건지,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마스터에게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아, 앞으로 잘 부탁디립니다!”
이런, 말이 꼬였다.
하지만 그 정도는 귀여운 실수로 봐줄 수 있지.
중요한 건 따로 있었거든.
미야가 노력한 부분은 말이 아니라 자그마한 마법이었다.
그녀가 손짓하자, 떡볶이 떡들과 어묵들이 일어나서 정중하게 귀족식 인사를 했으니까 말이야.
“이야, 마녀다운 재치네요. 오늘 영상 조회수 떡상 각인데?”
그 헤르메스가 즐거워할 정도면 말 다 했지.
상기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미야를 향해 나도 작게 속삭여줬다.
“잘했어요.”
“다, 다행이에요.”
한 건 했다며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미야.
이번 촬영을 계기로 그녀가 여신으로 돌아가는 길이 짧아진다면, 나도 더 노력해야겠네.
나는 괜히 배에 힘을 주고 한층 적극적으로 다시 멘트를 시작했다.
“그러면 지금부터 떡과 어묵을 손질할 겁니다. 미야?”
“아, 네, 넵! 우선 떡을 따뜻한 물에 불려줍니다.”
내가 재빠르게 따뜻한 마력수를 넓은 보울에 담아 가져다주자, 미야가 다시 손가락을 놀렸다.
그러자 떡볶이 떡들이 스스로 움직여 차례대로 보울 위로 올라가선 다이빙하듯이 퐁당퐁당 빠지기 시작했다.
“으헤헤헤, 이거 재밌네. 여러분도 그렇죠?”
미야의 재주에 헤르메스와 실시간 라이브 시청 성좌들이 빵 터진 모양이었다.
나도 시선을 떼지 못할 정도로 재밌었지만, 요리를 진행해야 했기에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내 할 일을 시작했다.
“전 채소를 썰 겁니다. 떡과 어묵만큼 중요한 거죠.”
떡볶이에는 파가 많이 들어갈수록 맛있다.
그래서 나는 던전 파를 수북하게 썰었다.
“양배추도 들어가면 좋습니다. 양배추는 국물을 빨아들여 맛있기도 하지만, 소화에도 좋거든요.”
던전 양배추도 마찬가지로 수북하게 썬 다음엔 채수가 끓고 있는 냄비를 열고 무를 꺼냈다.
“채수가 충분히 빠져나간 무는 무말랭이처럼 말랑하면서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좋습니다.”
나는 수분이 빠져나가 쪼그라든 무를 가늘게 썰어서 따로 모아놓았다.
이러면 채소 준비는 끝이었다.
“마스터, 떡도 다 불려놨고 어묵도 썰어놨어요.”
“그럼, 이제 양념을 만들 차례네요.”
떡볶이 양념의 기본은 고추장과 간장, 설탕, 그리고 고춧가루다.
고추장과 간장, 던전 보석 벌꿀은 1:1:1로, 고춧가루는 상태를 봐 가면서 추가해 준다.
“여기서 더 매운 맛을 원하시면 폭렬초 열매 가루를 넣거나 고춧가루를 더 넣어도 됩니다. 헤르메스 님은 어느 정도 맵기를 원하세요?”
“안 맵고 달달하게요.”
누가 소년 신 아니랄까 봐.
달달한 떡볶이를 선호하는 헤르메스를 위해 폭렬초 열매 가루는 넣지 않고 고춧가루만 살짝 더 넣고 양념 재료를 섞었다.
물 한 방울 넣지 않은 양념이기에 잘 섞이지가 않네. 그럴 때면 물을 넣어줘야지.
나는 다시 채수 냄비를 열었다.
“크, 마력수 한 방울 들어가지 않은 채수가 가득 나왔네요. 헤르메스 님, 한 번 보시겠어요?”
“이런 걸 놓칠 순 없죠. 제가 한 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영상에 쓰라고 헤르메스에게 국물이 자작자작하게 나온 채수 냄비를 보여준 뒤, 내용물을 체에 걸렀다.
그러자 진한 채수 엑기스가 만들어 놓은 양념에 들어갔다.
달큰한 채소향과 매콤한 양념이 만나자 벌써 떡볶이 향이 나기 시작하네.
“이걸로 떡볶이 양념 소스가 완성됐습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요리해볼까요? 미야. 넓은 전골냄비 준비해줘요.”
“네, 마스터.”
미야가 가져온 전골냄비 위로 나는 체인 쏘우 크랩과 던전 북어 대가리로 우려낸 육수를 붓고 만들어 놓은 양념 소스를 섞었다.
그러자 이번엔 육수의 감칠맛까지 섞인 떡볶이 국물이 완성되었다.
“여기에 떡을 넣고 끓입니다.”
끓이는 요리를 할 때는 가장 늦게 익는 재료부터 넣는 게 정석이었다.
이 중에선 떡이 제일 늦게 익기 때문에 나는 양념과 떡을 함께 넣고 익혔다.
그다음은 차례로 썰어놓았던 채소를 넣어 주고 마지막에 어묵을 넣어 준다.
그렇게 떡이 익을 때까지 끓이다가 국물이 너무 졸아들면 육수를 더 부어가며 끓여서 농도를 맞춰주면 완성.
“자, ‘연성이네’ 표 떡볶이입니다.”
전설급 쌀가루가 섞인 쌀떡으로 만든 연성이네 떡볶이.
과연 그 맛은 어떨까?
“너무 맛있어요!”
눈이 휘둥그레지며 감탄을 터뜨리는 미야.
“자, 잠깐! 이렇게 맛있는 거라는 말은 없었잖아!”
방송 촬영 중인 것도 까먹고 반말로 돌아올 정도로 놀란 헤르메스.
이 둘을 놀래킬 정도로 떡볶이는 대성공이었다.
후후, 고등학생 때 용돈을 벌려고 방과 후마다 여고 앞에서 떡볶이 노점을 했던 경험은 어딜 가지 않네.
“······.”
“······.”
“저기, 헤르메스 님? 미야?”
너무 맛있게 했나?
이미 둘은 방송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떡볶이에 집중하고 있었다.
“양이 모자라요!”
“인간 요리사, 뭐해? 얼른 더 만들어줘!”
“······지금 라이브 방송 중 아니에요?”
“방송이고 뭐고 빨리!”
이번 방송은 망한 건가.
하지만 그게 오히려 더 실감 나는 방송이 된 모양이었다.
띵! 띵! 띵! 띵!
헤르메스의 방송에 스타 코인으로 도네이션 채팅을 보내는 성좌들의 효과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내용을 볼 수는 없지만, 아마 자기들도 먹고 싶다는 이야기 아닐까?
직접 요리를 대접해 주진 못했지만, 방송으로라도 그들의 식욕을 자극할 수 있어서 기쁘네.
잠깐만.
이거 밀키트 홍보하기 딱 좋은 타이밍 아니야?
나는 애절한 눈빛으로 내게 떡볶이를 달라고 하는 미야와 헤르메스를 그대로 둔 채 에녹에게 손짓했다.
다행히 눈치 빠른 에녹은 주방에서 이번에 시제품으로 나온 떡볶이 밀키트를 들고 왔다.
“이건 제가 이번에 출시하는 떡볶이 밀키트입니다.”
내 손에 들린 밀키트 세트를 카메라, 그러니까 헤르메스의 시야에 잘 보이게 들어 올리면서 나는 영업용 스마일을 지었다.
“요리를 해본 적이 없으신 분들도, 요리에 재능이 없으신 분들도 이 밀키트 하나면 제가 만드는 것과 똑같은 떡볶이의 맛을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으으, 이 얼마나 자본주의적인 말인가.
하지만 밀키트가 잘 팔리면 이 영상을 보는 성좌들도 떡볶이를 먹을 수 있을 터였고 헤이리스에게도 도움이 되겠지.
“자, 아까와 똑같은 방법으로 밀키트를 조리해볼 테니 비교해 보세요.”
나는 밀키트를 뜯어 육수와 양념, 그리고 떡과 어묵을 꺼냈다.
“채수 엑기스는 이 양념에 미리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육수와 양념을 냄비에 넣으면 양념이 완성됩니다.”
제대로 떡볶이를 만들려면 아까 내가 한 것처럼 육수와 채수를 내는 것부터 해야 하지만, 밀키트는 간단히 요리할 수 있어야 하는 법이었다.
동봉된 팩을 뜯어 냄비에 붓고 끓이면 끝.
떡과 어묵 역시 한꺼번에 넣고 익을 때까지 끓이면 ‘연성이네’ 떡볶이가 완성된다.
“혹시 가지고 계신 야채가 있다면 같이 넣고 끓여주셔도 됩니다만, 없어도 충분히 맛있을 거예요.”
왜냐면 채수 엑기스에 이미 채소의 맛이 진하게 우러나 있거든.
“자, 완성입니다.”
“와! 이렇게 쉽게 만들어지다니!”
새로 만들어진 밀키트 떡볶이에 헤르메스가 환호하며 달려들었다.
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마지막으로 화면을 향해 어깨를 으쓱했다.
“어때요, 참 쉽죠?”
밀키트로 요리하는 것까지 보여준 이유는 홍보를 위해서도 있었지만, 요리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서도 있었다.
밀키트가 기본적으로 요리를 귀찮아하는 이들을 위한 제품은 맞았지만, 진짜 요리를 아예 안 해본 사람들을 위한 건 아니었거든.
아무리 밀키트고 내가 조리하는 음식이 아니라지만, 다들 맛있게 먹어줬으면 했다.
그리고 그런 내 의도는 제대로 먹힌 모양이었다.
[‘재앙을 정복한 배고픈 코끼리’가 밀키트 100개를 주문합니다.] [‘봄을 가져오는 저승의 안주인’이 밀키트 2개를 주문합니다.] [‘전장을 누비는 힘의 처녀’가 밀키트 20개를 주문합니다.]가네샤로부터 시작해서 성좌들의 주문 요청이 끊임없이 밀려들기 시작했으니까.
이거 완판 각인가?
아, 하나 까먹을 뻔했네.
“혹시 만들기 어려우신 분은 성좌 마켓의 ‘연성이네 포장마차’로 방문하시면 제가 만든 것과 똑같이 맛있는 떡볶이를 드실 수 있습니다!”
포장마차에서는 야채도 많이 넣은 떡볶이를 팔 생각이었다.
그러면 밀키트조차 요리하기 귀찮은 성좌들은 포장마차에 들러 떡볶이를 포장해가겠지.
어떻게 되든 내게 유리한 장사였다.
“방송을 시청해주신 맛집 로드와 이왜갓 시청좌분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봐요!”
“잠깐만, 채널 주인은 난데?!”
헤르메스의 당황한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이날의 라이브 방송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던전 브레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