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13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13화
눈앞에 떠오른 홀로그램을 보고 두 눈이 화등잔만 하게 떠졌다.
반사적으로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평소 쓰지도 않던 영어가 절로 나왔다.
“예쓰!”
주변의 모든 사람이 내 얼굴을 쳐다봤다.
“왜, 뭐가 예스야.”
뭐라고 해야 좋을까.
민망함에 구레나룻을 긁적이며 얘기했다.
“그…… 제가 플레이하는 캐릭터가 더 강해졌어요.”
“캐릭터?”
“네.”
이덕배는 어벙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런 말도 잇지 않았다.
게임을 모르다 보니, 어떤 반응을 보여야 좋을지 감을 못 잡고 있었다.
뒤이어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뭔지 몰라도 재형 학생이 강해졌다는 거지? 그럼 좋은 거 아니야?”
“그럼요. 좋은 거죠.”
“으하핫! 뭔지 몰라도 축하해!”
가벼운 목례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현재 스탯과 스킬의 변화를 살폈다.
[플레이어 정보]-캐릭터 이름: 에덤 화이트
-능력: 강화
-스탯: 근력 22(+0), 체력 22(+0), 반사신경 25(MAX), 동체 시력 5(+15), 정신력 10(+30)
*근력과 체력은 2포인트에 1스탯이 증가합니다.
-스탯 2: 골밀도 16(MAX), 표피강화 16(MAX)
*스탯 2는 2포인트에 1스탯이 증가합니다.
-현재 처리한 좀비의 수: 52/1000
-남은 포인트: 12.
-스킬: 좀비화, 급가속
-패시브 스킬: 재생
증가한 수치만 봐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실질적인 힘의 변화는 크게 없지만, 부가적인 요소가 대폭 증가했다.
반사신경과 동체 시력, 정신력이 순식간에 대폭 증가했으니까.
플레이 정보를 확인한 뒤, 곧장 스킬도 확인했다.
[좀비화]-35분간 좀비의 성능을 지닙니다.
-좀비에게 물려도 감염되지 않으며, 모든 신체 능력이 2배 증가합니다.
-좀비화 발동 후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개방됩니다.
-좀비화가 끝나면 ‘과부하’ 효과가 적용되어 18시간 동안 모든 능력치가 반감됩니다.
-좀비화의 재사용 대기시간은 70시간입니다.
*스탯 ‘정신력’을 높이면 좀비화의 수치가 변경됩니다.
지속시간이 20분에서 35분으로 증가하고, 능력치 반감 페널티가 24시간에서 18시간으로 줄었다.
또한 재사용 대기시간도 100시간에서 70시간으로 변경되었다.
30포인트를 투자한 결과치고는 다소 빈약한 변화였다.
아쉬운 마음은 뒤로하고,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스킬을 확인했다.
[급가속 Lv.1]-5초간 이동 속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급가속의 재사용 대기시간은 10분입니다.
*20포인트를 투자하면 스킬 레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게 다야?
고작 5초?
5초를 위해서 20개의 포인트를 투자했다고 생각하니 아깝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20포인트를 근력에 투자했으면 10스탯은 올라가는 건데…….
그래도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사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남은 12포인트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피해서 아껴두는 게 좋겠다.
동체 시력에 투자해서 새로운 스킬을 습득해도 되겠지만, 급가속처럼 아쉬운 스킬이라면 마다하고 싶다.
체력적인 한계나 근력이 부족한 순간을 위해 아껴두는 게 좋겠다.
부우웅-
뒤이어 튜닝숍의 정문으로 차량의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자리에서 일어나 1층으로 향했다.
자욱한 안개 너머로 바리케이드를 열어주는 박재우와 황덕록의 모습이 보이고, 눈부신 상향등과 함께 퀘스트를 완료한 일행이 돌아왔다.
승합차에서 내린 일행은 챙겨온 통조림과 각종 식자재를 내렸다.
“재형아!”
뒤이어 내 얼굴을 확인한 이정우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달려왔다.
난 반색하며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 빼고 퀘스트 하기 있어요?”
이정우는 대답 대신 내 전신을 위아래로 훑으며 다행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뒤이어 설여원과 전완수, 최현, 정진영까지 달려왔다.
정작 사지에서 돌아온 건 여기 있는 일행인데, 내 안부부터 걱정해 주었다.
민망한 마음이 들다가도, 일행의 따뜻한 마음에 절로 웃음이 번졌다.
크르르르르…….
먼발치서 들리는 좀비들의 울음소리에 다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정우는 바닥에 내려둔 상자를 들며 얘기했다.
“들어가서 얘기하자. 체취 퍼지면 좀비들 몰려올지도 몰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승합차에 있는 짐을 내리고, 서둘러 튜닝숍으로 들어갔다.
* * *
10세 미만의 아이들을 제외한 모두가 휴게실에 모였다.
의자가 10개뿐이라서 몇몇은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이정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코스트코에서 있었던 일을 듣고, 일행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난 코스트코에 다녀온 일행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다들…… 수고 많았어요. 도움이 못 돼서 미안해요.”
쓴웃음을 지으며 얘기하자, 설여원은 콧방귀를 뀌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평소에 그런 기분이야. 그러니 괜히 사람 미안하게 만들지 말고 같이 좀 다녀.”
설여원의 말에 다들 싱겁게 웃으며 공감을 표했다.
뒤이어 이정우는 들고 온 권총을 책상 위에 놓으며 얘기했다.
“리볼버 3정. 탄알은 총 22발 남았어요. 이건 밖에 나가는 사람들이 챙기는 게 좋을 거 같은데, 다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상관은 없다만, 이유가 있나?”
이덕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이정우는 태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쇠뇌랑 소총을 같이 들고 다니는 건 비효율적인 것 같아서요. 육탄전이 시작되면 소총이랑 쇠뇌가 서로 부딪쳐서 걸리적거립니다.”
“그럼 쇠뇌 쓰는 사람이 권총 챙기고, 쇠뇌 없는 사람은 소총 챙기는 거로 하자고. 다들 이의 없지?”
이덕배가 실개천 너머의 일행을 쳐다보며 묻자, 다들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습득한 총기에 대한 사항은 얼추 정리됐으니, 난 결인들을 쳐다보며 물었다.
“혹시 상점 이용권 받은 사람 있어요?”
손을 드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10시간 동안 기절했던 내가 유일한 획득자였다.
이정우는 손까지를 끼며 물었다.
“재형이 너는? 얻었어?”
“저만 얻은 것 같네요.”
“그럼 보호대 강화하는 데 써.”
“네? 아니에요. 보호대 없는 사람부터 챙기는 게…….”
일행의 표정을 보고 말을 끝맺지 못했다.
다들 이정우의 의견에 동의하는 반응이었다.
정진영은 팔짱을 끼며 하품을 하더니, 입맛을 다시며 내게 물었다.
“여기서 보호대 제일 많이 쓰는 사람이 누구야?”
“……저요.”
“그럼 보호대부터 강화해야지. 여기서 주먹으로 좀비들 때려잡는 사람이 너 말고 더 있어?”
미안한 마음도 들고,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내게 힘을 실어주는 만큼, 더 열심히 싸워서 보답해야겠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라스트아크의 상점을 열고 보호대 강화권을 구매했다.
망설임 없이 보호대를 강화하자, 검은빛의 보호대가 한 차례 번쩍이며 눈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보호대 Lv. 2]-좀비의 공격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자가재생기능이 존재합니다.
-90% 이상 손상 시, 10시간의 복구시간이 소요됩니다.
-내구도가 0으로 떨어지면 장비가 파괴됩니다.
80% 손상에서 90% 손상으로 변경되고, 12시간의 복구시간이 10시간으로 줄었다.
설명에는 적혀 있지 않지만, 보호대를 강화하면 이전보다 내구도 감소 폭이 줄고, 자가재생도 빠르게 진행된다.
이덕배는 두 눈을 껌벅이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내 전신을 훑으며 물었다.
“방금…… 뭐 번쩍이지 않았나?”
“보호대 강화할 때 생기는 빛이에요.”
“또 번쩍이는 거 아니지?”
“강화할 때만 그래요. 평소엔 지금처럼 검은색입니다.”
이덕배는 얼떨떨한 정신을 다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이정우는 모든 사람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모인 김에 각자 필요한 거나 서로에게 불편한 게 있으면 얘기하죠.”
이정우의 물음에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부귀영화를 누리는 격이었다.
그러자 눈치를 보던 박재우가 입을 열었다.
“형, 필요한 게 있긴 합니다.”
“얘기해.”
“컨트롤러랑 인버터가 필요해요. 이전에 사용하던 몇 개가 고장 났어요. 아무래도 버스에 넣어두다 보니 흔들리면서 고장 것 같습니다.”
박재우의 말에 이정우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이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앙버터는 알아도 인버터는 뭐야.
먹는 건 아닐 테고.
그러자 눈치를 보던 황덕록이 박재우의 팔뚝을 툭 치며 얘기했다.
“쉽게 설명해야지 인마.”
“……여기서 더 어떻게 쉽게 설명해.”
황덕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열었다.
“독립형 태양광 시스템에 쓰이는 부품이에요. 간단하게 얘기하면 태양광 패널…… 그러니까 pv패널은 생성한 전기를 pv컨트롤러를 통해 배터리에 충전해요. 우리가 전기를 사용할 때는 배터리에 있는 전기를 인버터를 통해 220v 교류로 출력하고요.”
황덕록의 설명에 다들 어벙한 표정을 지었다.
쉽게 말해서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를 연결하는 게 pv컨트롤러고, 배터리의 전기를 끌어올 때 필요한 게 인버터라는 건가?
얼추 이해한 표정을 짓자. 박재우는 손깍지를 끼며 입을 열었다.
“우리 배터리 시스템은 48v 모듈 2개를 직렬로 연결해서 96v로 사용하는 방식이에요. 문제는 pv컨트롤러 고장으로 충전에 문제가 생겼어요. 물론 인버터 문제일 가능성도 있으니 전체적으로 확인해 봐야 합니다.”
박재우가 설명을 덧붙이자, 가만히 듣고 있던 이정우가 이마를 긁적이며 얘기했다.
“잠깐, 그러니까 요점이 뭐야. 컨트롤러랑 인버터가 필요하다, 이거지?”
이정우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나 역시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괜스레 예전에 봤던 SF영화의 한 줄 평이 떠올랐다.
문과는 옥수수나 가져오라는 말을 듣고 코웃음 쳤는데, 내가 옥수수였다.
이정우의 물음에 박재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제가 알기로 혁신도시에 신재생에너지 사업하는 회사가 여럿 있는 거로 알아요.”
박재우의 말에 다들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혁신도시의 중심가는 피하기로 했는데, 전력 문제라면 회피할 수도 없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황덕록이 손가락을 튕기며 얘기했다.
“아! 안전한 곳에 회사 하나 있어요. 안심역 지하도 지나면 바로 앞에 있어요.”
“넌 그런 걸 어떻게 알아?”
“예전에 대학원생 형님 따라서 한번 다녀온 적이 있어요. 태양광 패널 위치랑 컨트롤러, 인버터 위치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 내일 해뜨는 대로 덕록이랑 완수, 재형이는 버스타고 회사 앞으로 가줘. 재우는 여원이랑 현이, 그리고 진영이랑 같이 철물점가서 남은 물건 챙기고. 다른 사람들은 수비에 집중하는 거로 하죠. 이의 있습니까?”
이정우는 순식간에 안건을 정리했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인원에 반박하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뒤이어 전완수가 오른손을 들며 화제를 돌렸다.
“형, 저희 차는 언제 고쳐요? 계속 저 상태로 다녀요?”
“필요한 물건부터 챙기고 차량 점검할 거야.”
“이 근처에 튜닝숍이랑 정비소 몇 개 더 있는데, 거기도 확인하죠.”
“굳이? 여기서는 수리하기 힘든 거야?”
“아니요. 차가 더 필요해요.”
차가 필요하다는 말에 이정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굳이 좀비카를 더 만들어야 하나, 하는 표정이었다.
반면에 전완수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얘기했다.
“기동력이 좋은 차량이 필요해요. 물건을 따로 실을 차량도 필요하고요. 지금처럼 버스에 계속 짐 싣고 다니면 컨트롤러나 인버터, 패널, 또 고장 날 겁니다.”
전완수의 설명에 박재우와 황덕록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차량 개조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
예전보다 인력이 많아졌으니 시간은 단축되겠지만, 용접할 때 발생하는 소음이 문제였다.
근방의 좀비들을 정리해야 작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정우는 가만히 턱을 매만지며 고심에 잠겼다.
이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일 물건부터 옮기고, 완수 말대로 하죠.”
“무턱대고 실행하면 안 돼. 안심역 맞은편으로 200m만 들어가면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되어 있어. 대로변에 있는 좀비들이 공명하면 거기 있는 놈들까지 몰려올 거야.”
“쉽게 생각하고 얘기한 거 아니에요. 짐차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 기동력에 특화된 차량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잖아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벽하게 구축하고 이동하는 게 이로워요.”
전완수의 손을 들어주자, 이정우는 마른세수와 함께 양손으로 턱을 괴었다.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한참이나 고민하던 이정우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그럼 차량 점검이랑 개조는 우리가 하고, 여원이랑 재형이는 수비에 신경 써줘.”
굳이 묻지 않아도 이정우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설여원과 함께 움직이며 수월한 환경에서 좀비 카운트를 올리라는 배려였다.
이정우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나를 신경 써주는 만큼, 결과로 보답해야겠다.
뒤이어 바닥에 앉아 있던 윤혜리가 오른손을 들며 얘기했다.
“그럼 저녁 준비할까요?”
윤혜리의 질문에 이정우는 내 얼굴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남은 음식 탈탈 털어서 든든하게 먹자. 내일부터 또 힘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