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15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15화
작업은 밤이 늦도록 계속되었다.
야밤에도 시끄럽게 울리는 작업 소음으로 인해, 설여원과 난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소리를 듣고 접근하는 좀비들을 처리하고, 설여원이 먼발치의 좀비를 발견하면 쏜살같이 달려들어 근방의 좀비들을 재빠르게 격퇴했다.
그렇게 여명이 밝을 때까지 작업은 계속되었고, 늦지 않게 차량 개조가 완료되었다.
차량 개조로 다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3주간 푹 쉬어서 그런지 탈진하는 사람은 없었다.
급히 태양광 패널을 버스에 싣고, 컨트롤러와 인버터, 배터리는 중형 트럭에 실었다.
패널도 트럭에 싣고 싶었지만, 공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자, 완수랑 여원이, 현이는 이거 받아.”
박재우는 새까만 쇠뇌를 일행에게 건네주었다.
총 3개의 쇠뇌.
설여원은 쇠뇌를 흔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거야? 연사 가능하다는 쇠뇌?”
“완전히 연사는 아니지만…… 이전 모델보다는 훨씬 편리할 거야.”
“생각보다 많이 무겁네?”
“당연하지. 쇳덩어리니까.”
“그럼 휘둘러서 좀비 잡아도 되는 거지?”
“상관은 없지만 굳이? 차라리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게 더 확실하지 싶은데.”
설여원은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견착도 해보고, 여러 동작을 취하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그렸다.
박재우는 설여원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더니, 쇠뇌를 가리키며 얘기했다.
“거기 수직 손잡이 있지? 그거 앞뒤로 움직여봐.”
“이거?”
끼리릭-
설여원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박재우를 쳐다봤다.
박재우는 싱겁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뒤로 당기면 장전, 앞으로 밀어도 장전이야.”
“둘 다 장전이라고?”
“시위를 당겨야 발사되는 게 석궁이다 보니, 소총처럼 완전한 연사는 안 되더라고.”
뒤이어 박재우는 저 앞에 보이는 나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방아쇠 꾹 누르고, 수직 손잡이 앞뒤로 움직이면서 쏴봐.”
설여원은 박재우가 시키는 대로 나무를 조준한 채 방아쇠를 당겼다.
퉁! 퉁! 퉁! 퉁! 퉁!
수직 손잡이가 앞뒤로 움직일 때마다 볼트가 발사됐다.
거의 0.3초에 한 발씩 발사되는 수준.
설여원이 놀란 눈으로 박재우를 쳐다보자,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신기하지? 볼트 누름판을 위로 덮어서 그래. 각도가 틀어지지 않도록 바람구멍도 뚫었으니 둔기로 쓸 생각은 버려.”
설여원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쇠뇌를 쳐다보며 물었다.
“잠깐만, 누름판을 위에 달면 장전은 어떻게 해야 돼?”
“장전은 위쪽으로 하는 게 아니라 거기 옆에 보이나?”
“옆에?”
“어, 철판 보이지? 약간 구불구불한 철판.”
“커다란 썬칩 과자처럼 생긴 이거?”
“어어, 거기다 볼트 넣으면 돼. 대신 볼트가 대각선으로 들어가면 안 되고, 평평하게 일직선으로. 오케이?”
설여원은 연신 감탄을 터뜨리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실험은 이쯤하고, 난 사람들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아이들이랑 지혜, 예정이, 수연이, 성하는 승합차로. 완수랑 현이, 진영이형이랑 이민정 씨, 한슬기 씨는 버스로 이동해 주세요.”
그러자 어린아이들이 이민정의 다리에 붙으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떨어지기 싫다는 건가?
나도 이민정과 아이들을 떨어뜨리긴 싫지만, 혹여나 버스에서 분만이 시작되면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다.
이를 이민정도 알기에, 아이들을 진정시키며 승합차로 안내했다.
이덕배와 이현배, 최만석, 천호진, 설여원이 중형 트럭에 탑승하고, 독일산 중형차는 김희연과 내가 탑승했다.
김희연은 긴장한 표정으로 운전석에 올랐다.
몇 번이고 마른침을 삼키며 심호흡하는 김희연을 보고, 괜스레 내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희연아, 연습 많이 했지?”
“네, 자신 있어요.”
자신 있다는 대답과 달리 표정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직 출발도 안 했는데, 벌써 핏기가 없었다.
김희연은 운전면허가 없기에, 지난 3주간 전완수에게 운전을 배웠다.
물론 설여원도 그 옆에서 운전을 같이 배웠다.
불안한 건 사실이지만, 안개 속에서 시야 확보가 안 되는 나보다 김희연이 핸들을 쥐는 게 이로울 것이다.
게다가 내가 운전해서 좀비를 죽이면 좀비 카운트가 올라가지 않지만, 파티원이 운전하는 차량이 좀비를 죽이면 어시스트 카운트가 들어온다.
효율을 더 높이기 위해서라도, 김희연이 핸들을 잡아야 한다.
뒤이어 선두에 있는 버스가 비상등을 점멸하자, 그 뒤로 승합차, 중형 트럭까지 비상등을 점멸했다.
준비됐다는 신호.
이제 가장 뒷줄에 있는 우리가 비상등을 점멸하면 혁신대로로 출발…….
위잉- 위잉-
“어?”
김희연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허둥거리기 시작했다.
쉴새 없이 좌우로 움직이는 와이퍼를 보고, 난 할 말을 잃었다.
“이, 이게 왜 이러지. 잠시만요.”
아무래도…… 차를 잘못 고른 것 같다.
* * *
걱정과 달리 액셀의 힘 조절과 핸들링은 준수한 편이었다.
들어보니 전완수가 핸들 돌리는 방법과 액셀, 브레이크 밟는 방법만 가르쳐주었다고 한다.
하긴, 세상이 망한 마당에 비상등과 깜박이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부우웅-! 부웅-!
뒤이어 선두의 버스가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치지직- 치직- 삑.
-전방에 30마리 정도. 속도 좀 높일게.
동시에 전완수의 무전이 들어왔다.
혁신대로는 시가지와 거리가 멀어서 좀비들이 없을 줄 알았는데, 대장 좀비가 사라지면서 중심가에 뭉쳐 있던 좀비들이 거리로 나온 모양이다.
선두의 버스가 좀비들을 곤죽으로 만들고, 우리는 버스의 속도에 맞춰 대열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조율했다.
그렇게 얼마나 나아갔을까.
선두의 차량들이 고가도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김희연은 좌우를 살피며 휠에 달린 칼날이 벽에 긁히지 않도록 핸들을 조작했다.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애써 엷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희연이 운전 잘하네?”
그러자 김희연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까닥였다.
부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운전에 자신감이 붙은 모양이다.
그동안 운전에 집중하느라 한마디도 하지 않더니, 김희연은 우측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저기 옆에 실개천 보이죠? 저게 율하까지 이어져요.”
이렇게 말해도 내겐 자욱한 안개 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어깨를 으쓱이며 물었다.
“그럼 거의 다 온 거야?”
“이미 고가도로 밑이 율하역이에요. 이제 길 따라서 쭉 들어가기만 하면 수성…….”
치지직- 치직-
-재형아, 재형아 들려?
그 순간, 다급함이 묻어나는 전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무전기를 손에 쥐고 대답했다.
“왜, 무슨 일이야.”
-고가도로 끝에 좀비들이 바글거려. 우회해야 할 것 같은데?
“고가도로 끝에 좀비가 왜 있어. 이 앞에 아파트 단지 있어?”
-그건 아니고, 사거리에 있던 좀비들이 여기까지 올라온 거 같은데?
앞서가던 버스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도로 위에 정차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희연은 창문을 내리고 고개만 빼꼼히 내밀어 도로 상황을 살피더니, 놀란 눈으로 창문을 닫았다.
“고가도로 지나서 50m 정도 가면 좀비들이 바글거려요. 여기서는 400m 정도 거리고요.”
“그렇게 많다고?”
“네, 어쩌죠?”
율하역 주변은 나도 종종 찾기에 잘 알고 있었다.
주변에 아파트도 많고, 사거리에는 아울렛과 하이마트, 디지털프라자 등이 있었다.
인프라 구축이 좋을수록 좀비들의 비중도 높았다.
하지만 사거리도 아니고, 좀비들이 여기까지 어떻게 올라온 걸까.
찰나의 고민 끝에, 난 무전기를 들고 얘기했다.
“대로변에 차량 정차하고 대기. 라이트 끄는 것도 잊지 말고.”
-어쩌려고?
“이럴 때 쓰려고 기동력 좋은 중형차 개조한 거 아니야?”
-…….
전완수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뒤이어 이정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가도로 밑으로 내려가면 좀비들이 더 있을 텐데, 어떻게 올라오려고 그래.
“고가도로 밑으로 내려가면 골목으로 빠지는 길이 많아요. 좀비들 유인한 뒤에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아니면 고가도로 기둥을 이용해서 유턴해서 빠져도 되고요.”
-싸울 생각하지 말고 적당히 흔들다가 빠져나와.
“알겠습니다.”
-좀비들 얼추 정리되면 얘기해. 다른 사람들은 그때까지 대기한다.
앞에 있던 3대의 차량은 대로변에 정차하며 시동을 껐다.
차량의 모든 유리를 닫아둔 상태기에, 체취가 퍼질 위험도 없었다.
옆에 있는 김희연을 쳐다보자, 그녀는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오빠 지금 뭐라고 했어요? 흔들고 빠져요? 우리가?”
“할 수 있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김희연을 쳐다보자, 그녀는 울먹임에 가까운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읊조렸다.
“괜히 운전하겠다고 했어…….”
“걱정하지 마. 좀비들 들이받을 필요 없어. 다른 곳으로 유인하고 빠지면 돼.”
“저 이쪽 지리도 잘 모른단 말이에요. 자신 없는데…….”
“내가 알아. 나 믿어.”
김희연은 양손으로 핸들을 쥐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난 무전기를 들고 전완수를 불렀다.
“완수야, 들려?”
-얘기해.
“이거 한 80㎞로 달리다가 갑자기 핸들 돌리면 차 넘어가는 건 아니지?”
-야, 그거 튜닝숍에 있던 차야. 21인치 휠에 타이어 단면 폭도 315㎜고 편평비는…….
“급격하게 핸들 틀었을 때 위험하냐고. 그것만 얘기해.”
-웬만큼 휘는 건 다 커버할 수 있어. 차체 높이도 손봐서 크게 출렁이진 않을 거야. 그리고 다마스만 아니면 웬만한 차는 유턴한다고 안 넘어가.
“넘어가는 차도 있다던데? 경차 중에 유명한 차 있잖아. 레이…… 아.”
말해놓고 아차 싶었다.
특정 차량을 비방하는 건 전완수에게 시비를 거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걸.
-뭔 소리야 인마!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 소리지! 안 넘어가! 레이 안 넘어간다고!
“아니면 아닌 거지 뭐 그렇게 화를 내냐. 사람 민망하게.”
-이게 문제야! 그런 유언비어 때문에 정작 진실이 묻히잖아! 검색해 봐! 실험 영상도 있다고! 레이 안 넘아간…….
치지직-
-아아, 완수 무전기 뺏었으니 각자 할 일 하자.
최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멋쩍은 마음에 무전기를 내려놓고 김희연을 쳐다봤다.
김희연은 얼빠진 표정으로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말까지 더듬으며 물었다.
“우, 우리 괜찮은 거죠?”
“안 넘어간대. 가자.”
* * *
부아아앙!
김희연은 있는 힘껏 액셀을 밟으며 고가도로 끝으로 향했다.
그러자 인기척을 느낀 좀비들이 일제히 이곳을 쳐다보며 목젖을 갈기 시작했다.
풍절음 사이로 울려 퍼지는 좀비들의 육성에, 놈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전완수와 김희연의 말대로 바글바글한 모양이다.
“고가도로 끝에 도착하면 얘기해.”
안전띠를 매며 얘기하자, 김희연은 정면을 응시하며 육성으로 얘기해 주었다.
“100m, 80m, 50m, 20m, 끝!”
“틀어!”
끼이이이익!!
김희연은 꽉 잡고 있던 핸들을 좌측으로 돌리며 브레이크와 액셀을 조절했다.
지면으로 기다란 스키드 자국이 생기며 전신이 우측으로 쏠렸다.
차량 손잡이를 쥐고 눈살을 찌푸리며 창밖을 살피자, 일제히 이곳으로 달려오는 다수의 좀비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고막을 찌르는 스키드 자국 소리에 좀비들이 반응하고 있었다.
거대한 장막처럼 도로를 가득 채운 좀비들.
“밟아, 밟아!”
“뭐, 뭘 밟아요?”
“당연히 액셀이지!”
부아아아아앙!!
좀비들의 손길이 뒤 범퍼를 붙잡으려는 찰나, RPM이 치솟으며 차량이 튀어 나갔다.
갑작스레 느껴지는 압력에 목에서 두둑,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김희연을 쳐다보자, 그녀는 두 눈 부릅뜨고 상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액셀을 밟고 있는 오른발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크어어어……!
쾅!!
정면에 있던 좀비는 순식간에 차에 받히며 허리가 반으로 접히는 모습을 보였다.
언제나 조용조용하던 김희연의 또 다른 모습에, 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정면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이런 기분이었구나.
고등학교에 갇힌 생존자들을 구출하던 당시, 내 차에 타고 있던 설여원과 최현이 어떤 기분이었을지 알 것 같았다.
불안한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핸들을 쥐고 있는 운전자를 믿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