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28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28화
건물 4층에 올라 30분 정도 휴식을 취했다.
패시브 스킬 재생 덕에 통증이 서서히 완화되기 시작했다.
재생이 없었다면…… 온종일 근육 경련에 시달리며 아무것도 못 했을 것이다.
설여원이 건네주는 미지근한 물로 목을 축이고, 일행을 돌아보며 물었다.
“다친 사람은?”
“너 혼자 싸웠는데 우리 중에 다친 사람이 있겠냐?”
최현이 콧방귀 뀌며 얘기하자, 전완수도 싱겁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인마, 그건 우리가 할 말이지. 이젠 괜찮아?”
“괜찮아.”
“실험하면서 뭐 좀 알아냈어?”
“당장 필요한 게 뭔지 알 것 같아.”
체력 스탯은 좀비화에 도움이 안 되고, 정신력 스탯은 일상에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좀비화의 효율을 높이려면 정신력 스탯에 투자하는 게 맞고, 스킬에 의존하지 않을 때는 체력 스탯을 높여야 하는데…….
현재 좀비화의 재사용 대기시간은 70시간.
정신력에 너무 많은 포인트를 투자해야 하는 게 아깝지만, 지금은 페널티를 줄이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다.
또한 하울링과 광폭화를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정신력 스탯을 150까지 올려야 한다.
현재 스탯이면 좀비화를 사용하지 않아도 알파 변종과 어떻게든 비빌 수 있기에, 조금이라도 여유 있는 지금, 정신력 스탯을 높이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또한 미확인 변종을 마주쳤을 때를 대비해서라도, 정신력에 투자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시야의 우측 상단에서 점멸하는 노란 불빛을 확인하고, 곧장 플레이어 정보를 열었다.
예상대로 1,000마리의 좀비를 처리했다는 문구와 함께 100포인트가 주어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저번에 사용하지 않고 남겨둔 포인트까지 총 112포인트.
110포인트를 정신력에 투자하면 광폭화의 사용 조건도 충족시킬 수 있다.
찰나의 고민 끝에 110포인트를 정신력에 투자했다.
정신력을 높이면 좀비화의 페널티도 줄어들기에, 슬럼프를 줄이는 쪽으로 비중을 높였다.
남은 2포인트는…… 체력에 넣어야겠다.
[플레이어 정보]-캐릭터 이름: 에덤 화이트
-능력: 강화
-스탯: 근력 22(+0), 체력 22(+1), 반사신경 25(MAX), 동체 시력 5(+15), 정신력 150(MAX)
*근력과 체력은 2포인트에 1스탯이 증가합니다.
-스탯 2: 골밀도 16(MAX), 표피강화 16(MAX)
*스탯 2는 2포인트에 1스탯이 증가합니다.
-현재 처리한 좀비의 수: 98/1500
-남은 포인트: 0
-스킬: 좀비화, 급가속 Lv.1, 하울링 Lv.1, 광폭화 Lv.1
-패시브 스킬: 재생, 광란
플레이어 정보의 하단으로 변동된 좀비화의 능력치도 표시되었다.
[좀비화]-60분 동안 좀비의 성향을 지닙니다.
-좀비에게 물려도 감염되지 않으며, 모든 신체 능력이 2배 증가합니다.
-좀비화가 끝나면 ‘과부하’ 효과가 적용되어 1시간 동안 모든 능력치가 반감됩니다.
-좀비화의 재사용 대기시간은 12시간입니다.
*정신력이 최대 수치에 도달했습니다.
*추후 하울링, 광폭화의 레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이구나?
스킬 하울링과 광폭화 옆에 왜 레벨이 적혀 있나 했더니, 정신력을 최대 수치까지 높여야 하울링과 광폭화의 레벨을 올릴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반사신경이 최대 수치에 도달한 뒤에 급가속이 생성되고, 추후 습득하는 포인트로 급가속의 레벨을 높일 수 있도록 설계된 것처럼 말이다.
과연 스킬 레벨업에 소모되는 포인트는 얼마나 될까?
또 얼마나 나를 괴롭히려고, 소모되는 포인트를 표시해두지 않은 걸까.
‘어휴, 하루 이틀인가.’
난 입맛을 다시며 옆에 있는 설여원에게 물었다.
“곽 대표님은 어디 갔어? 정우 형한테 여기 상황은 알렸어?”
“정우 오빠한테는 얘기했고, 곽 대표님은 수하들 너무 많이 잃어서 좀 채워온다고 나갔어.”
“30분도 더 됐는데 아직도 소식이…….”
“저기 오네.”
설여원은 창밖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살피자, 일렁이는 안개의 표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1층으로 향하자, 건물로 들어오는 곽 대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대로에 세워둔 수하들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이 근방은 석 달간 청소해서 그런지 좀비가 별로 없네요. 최대한 모았는데, 120마리 정도 됩니다.”
“오히려 좋습니다. 성김공 쪽의 생존자가 300명인데, 120마리를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자질에 문제가 있는 거죠.”
곽 대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내 시선을 회피했다.
이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심경의 변화라도 있으세요?”
“아닙니다. 박재형 씨가 능력을 증명했으니…… 저도 보여줘야죠.”
“혹시…… 제가 너무 압박하는 걸까요?”
조심스레 묻자, 곽 대표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그냥…… 이제야 실감이 나서요.”
“뭐가 말입니까?”
“제가 좀비라는 거요.”
곽 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에 난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씁쓸한 마음에 일행을 돌아보자, 다들 착잡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곽 대표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사람처럼, 천장을 바라보며 폐부에 들어찬 탁한 숨을 내쉬었다.
뒤이어 입꼬리를 올리며 얘기했다.
“허황된 꿈을 꾼 걸까요.”
“…….”
“지킬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비록 좀비의 모습으로 변했지만, 내 사람을 지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곽 대표님…….”
곽 대표의 눈가가 파르르 떨리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훅, 하고 숨을 뱉으며 엷은 미소를 짓더니,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성 대표가 이상하다는 것도 어느 정도 느꼈어요.”
“…….”
“하지만…… 그냥 믿고 싶었습니다. 알면서도 속고 싶었어요. 성 대표를 만날 때면…… 내가 아직 사람이라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곽 대표의 말에 설여원은 등을 돌리며 눈가를 훔치는 모습을 보였다.
최현은 미간을 긁적이며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나도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곽 대표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었다.
곽 대표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더니, 금세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박재형 씨랑 얘기하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군요. 내가 지키려고 한 게 사람인지, 내 알량한 미련인지.”
“…….”
“저는…… 제가 아직도 사람 같은데,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볼 때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이 듭니다.”
“…….”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해요. 자고 일어나면 다시 동료들과 웃고 떠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악몽이 끝나지를 않네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그의 말에 유감을 표할 수도 없고, 그의 고통을 이해한다는 알량한 거짓말도 할 수 없었다.
곽 대표의 처절한 현실은 백 마디 말로도 위로할 수 없기에, 차라리 함묵하는 걸 택했다.
곽 대표는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 차례 심호흡과 함께 얘기했다.
“박재형 씨 말이 맞아요. 이제 그만…… 받아들여야겠습니다. 정리할 건 정리해야, 남은 사람들이 나아갈 수 있다는 말,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박재형 씨가 사과할 게 뭐 있어요? 이게 다 미련을 버리지 못한 제 탓이죠.”
곽 대표는 비록 좀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지금껏 만난 그 어떤 생존자보다 사람 냄새가 나는 사람이었다.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맡긴 것 같아서, 밀려드는 죄책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이를 곽 대표도 느꼈는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박재형 씨, 여기까지 나오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고마워요.”
“저는…….”
“선택 잘하신 거예요.”
차마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곽 대표는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박재형 씨 말대로 저도 정신 차려야죠. 제가 아무리 사람이라 생각해도, 결국 좀비라는 건 변하지 않잖아요.”
“…….”
“아, 그리고. 300명 중에 혹시라도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4단지에 합류시켜도 될까요? 제가 같이 들어가서 확인하면 수하들도 건드리지 못할 겁니다.”
“네, 그렇게 하세요.”
“고맙습니다. 생각나는 사람이 몇 명 있어서요.”
“알겠습니다.”
“그럼…… 한 30분 정도? 아니지, 4단지에 있는 동료분과 무전기로 대화하면서 기다리세요. 정리 끝나면 제가 여기로 다시 오겠습니다.”
대답 대신 한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곽 대표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난…… 가볍게 목례하며 그의 손을 잡았다.
좀비에게 위로받는 인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말도 안 되는 형국이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은 달랐다.
30대 형님에게 위로받는 기분.
성김공을 마주했을 때는 느끼지 못한, 가슴 뭉클한 인간미를 느꼈다.
* * *
“이거 빨리 열어달라고!”
“한 대표 나오라고 해. 한 대표!”
“나와서 같이 싸워야 할 것 아냐!”
4단지 입구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로 족히 200명 이상의 사람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언성을 높이며 한 대표를 불렀다.
그들의 요구는 하나.
나와서 좀비들을 막아달라는 것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죽창부대였다.
성 대표와 함께 나간 20명의 죽창부대가 잔뜩 겁에 질린 모습으로 돌아오자, 김 대표와 공 대표부터 식량을 들고 4단지로 찾아왔다.
김 대표와 공 대표가 내빼는 모습을 보고 밑에 있던 생존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4단지로 모여든 것이다.
사람들의 원성이 커지자, 참다못한 한지현이 바리케이드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다들 뭐하시는 겁니까! 전부 자리를 지키세요!”
“성 대표가 죽었다잖아! 누구든 우릴 지켜줘야 할 것 아냐!”
한 사람이 소리치자, 여기저기서 옳소! 하는 외침이 들려왔다.
그러자 4단지 바리케이드를 수비하던 생존자가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당신들 목숨 우리한테 맡겨두기라고 했소? 왜 우리더러 지켜달래?”
“성 대표가 죽었으니 누구든 통솔자가 나와야 할 것 아냐!”
“거기 김 대표랑 공 대표 있잖아! 왜 여기 와서 행패냐고!”
“뭐? 행패! 너 내려와. 내려와 이 새끼야!”
“언제는 거머리처럼 달라붙고, 곽 대표 사라지니까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개무시하더니, 이제 와서는 무슨 통솔이야! 썩 꺼져!”
바리케이드 위에 있던 남자가 소리치자, 4단지를 수비하던 생존자들이 너도나도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저 개새끼들 잘 먹어서 살 오른 것 좀 봐라! 식량도 지들 몫은 따로 빼둔 거야!”
“배신자 새끼들!”
“가서 B 구역이나 막아!”
성김공 쪽 사람들은 본전도 뽑지 못하고 욕만 된통 얻어먹었다.
“조용, 다들 조용!”
그러자 사람들 사이에 있던 김 대표가 양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사람들의 시선이 김 대표에게 쏠리자, 그는 한지현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한 대표! 우리 이러지 말고 말로 합시다! 지성인답게!”
“거기서 말씀하세요.”
“사람이 이렇게 모여 있는데 어떻게 침착하게 얘기합니까? 들어가서 얘기합시다!”
“그럼 사람들부터 돌려보내고 다시 오세요.”
한지현이 물러서지 않자, 김 대표는 헛기침을 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했다.
“여러분! 일단 각자 자리로 돌아가시고…….”
“우리더러 B 구역 막으라는 거 아니야!”
“그게 여러분 일이잖습니까! 제가 한 대표랑 얘기하고 B 구역으로 갈 테니까 먼저…….”
“시끄럽다 이놈아! 성 대표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주제에 대표는 무슨 대표!”
서로를 깎아내리기 바쁜 사람들.
서로를 헐뜯는 사람들을 보고, 한지현은 환멸감을 느꼈다.
고작 저런 사람들을 지키려고 지금껏 고생했다는 생각과, 고작 저런 사람들 때문에 곽 대표가 실종됐다는 생각에 차오르는 분노와 허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공 대표는 한지현을 쳐다보며 외쳤다.
“한 대표!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진짜!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저도 공 대표님 그렇게 안 봤습니다.”
“……뭐?”
공 대표가 얼빠진 표정을 짓자, 한지현은 뒤에 있는 강요한에게 확성기를 달라고 했다.
사람들의 아우성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한지현을 확성기에 대고 소리쳤다.
“그마안!!”
서로를 헐뜯고 싸우던 사람들은 한지현의 목소리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한지현은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한숨을 내쉬더니, 사람들을 향해 얘기했다.
“다들 이성적으로 생각합시다. 4단지와 3단지는 C 구역, 성 대표님, 김 대표님, 공 대표님 관할구역은 A, B 구역 수비 아니었나요?”
“글쎄 그건 아는데! 지금 성 대표가 없다고 몇 번을 말해!”
“성 대표님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합니까?”
“뭐? 저 여자가 보자 보자 하니까…….”
김 대표는 양손으로 옆구리를 잡으며 성난 표정을 짓더니, 아래턱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야 인마! 너 총성 못 들었어? 그리고 좀비들 울음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렸는데 B 구역에서 뭐 어쩌라는 거야!”
김 대표가 대뜸 소리치자, 한지현의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뒤이어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바리케이드 앞의 사람들을 노려보더니,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이 염치도 없는 인간말종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