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35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35화
베타 테스트 이후에 난이도가 Hell로 올라가면서 오류들이 튀어나오는 건가?
내 생각을 일행에게 들려주자, 전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불가능한 가설은 아니야. 테스트도 없이 난이도를 올렸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어.”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나도 모르지.”
곤란한 마음에 머리를 긁적이며 설여원을 쳐다봤다.
설여원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소리 없이 흐느끼는 곽찬혁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곽찬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몇 차례 심호흡을 하더니, 이곳을 돌아보며 천천히 다가왔다.
지직- 지지직-
-일반 플레이어에게 퀘스트가 전송되지 않습니다.
-일반 플레이어에게 퀘스트가 전송되지 않습니다.
곽찬혁과 거리가 좁혀지자, 또다시 오류 메시지가 출력되기 시작했다.
거슬리는 소음과 어지럽게 올라오는 문구에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데, 그 속에서 곽찬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게.”
“네? 뭐라고요?”
소음으로 인해 곽찬혁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리지 않았다.
그러자 곽찬혁은 내 앞으로 성큼 다가오더니, 서글픈 목소리로 얘기했다.
“내 동료들…… 편히 쉴 수 있도록 도와줘. 부탁할게.”
어차피 각성 퀘스트를 완료하려면 이곳에 있는 변종들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다.
그러니 곽찬혁이 묻고 싶은 건 각성 퀘스트를 먼저 완료하더라도, 이곳에 있는 변종들을 정리해 줄 수 있겠냐는 질문이었다.
이미 난 답을 정했지만, 일행의 의견을 묻고 싶었다.
일행의 얼굴을 쳐다보자, 최현이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제가 찬혁이 형 처음 만났을 때 그랬죠? 동료들 변종으로 살아가게 내버려 둘 거냐고.”
“……그랬지.”
“우리가 소총이랑 수류탄을 왜 챙겼겠어요? 도와주려고 챙겼지.”
최현의 말에 곽찬혁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개 숙였다.
설여원도 시원섭섭한 표정을 지으며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에 전완수는 뚱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아니 도와주는 건 도와주는 건데, 이 짜증 나는 소리랑 홀로그램 좀 어떻게 안 되나?”
전완수의 투정에 곽찬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짜증 나는 소리?”
본인에게 하는 말이라 생각한 건가?
오해가 쌓이지 않도록 상황을 설명했다.
설여원과 전완수, 최현, 그리고 나는 파티를 맺은 덕에 서로의 홀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지만, 곽찬혁의 눈에는 우리가 이유 없이 인상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모든 설명을 들은 곽찬혁은 허공에 오른손을 움직이며 얘기했다.
“혹시 이것 때문에 그런가?”
“이거요?”
“나도 홀로그램이 생성됐거든.”
의구심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그는 무언가를 클릭하는 시늉을 보였다.
띠링.
-일반 플레이어는 좀비 플레이어의 퀘스트를 공유할 수 없습니다.
-일반 플레이어는 좀비 플레이어의 퀘스트를 공유할 수 없습니다.
…….
…….
또 다른 문구가 눈앞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새로이 나타난 문구 덕에, 드디어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긴급 퀘스트가 생성되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똑같은 퀘스트가 생성되기 마련이다.
이전과 차이점이 있다면, 이번 퀘스트는 일반 플레이어가 아닌 좀비 플레이어에게 생성된 퀘스트.
우린 좀비 플레이어가 아니기에, 일반 플레이어에게 퀘스트가 전송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도배된 것이다.
난 곽찬혁을 쳐다보며 물었다.
“긴급 퀘스트예요?”
“퀘스트는 맞는데…… 홀로그램이 찢어져 보여.”
“홀로그램이 찢어져요?”
“테두리가 이상해. 글자도 깨져 있고, 꼭 바이러스 걸린 것처럼.”
전완수를 쳐다보자, 그는 손가락을 튕기며 확신에 찬 표정을 지었다.
우리의 예상이 맞았다.
대장 좀비, 즉 좀비 플레이어에게 긴급 퀘스트가 생성되는 건 오류인 모양이다.
제작자가 처음 라스트아크를 만들 때는 넣었다가, 베타 테스트 때 배제한 내용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난이도가 올라가고, 좀비 플레이어들의 자유도가 높아지면서 삭제되지 않은 데이터가 발현된 모양이다.
제작자도 몰랐겠지.
대장 좀비가 인간을 지키고, 변종의 죽음에 슬퍼할 줄은.
곽찬혁은 깨진 글자를 유심히 살피더니, 퀘스트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지키지 못한 약속: S]-동료를 지키지 못해 죄책감에 사로잡힌 곽찬혁. 당신에게 남은 마지막 책임은 변종으로 변한 동료들에게 안식을 선사하는 것입니다.
-클리어 보상: 치료제
(치료제는 1시간 이내에 접종해야 하며, 한 번이라도 진화한 좀비 플레이어는 효과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클리어 조건: 변종으로 변한 동료들을 처리하세요. (1/14)
-제한시간: 30시간
-수락하시겠습니까?
-Yes or No.
치료제가 포함된 퀘스트.
심지어 퀘스트를 수락할지, 포기할지 결정할 수 있었다.
치료제를 얻을 수 있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지.
곽찬혁에게 퀘스트를 수락하라고 하자,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퀘스트 실패 조건이 있어.”
“실패 조건이요? 설명에 그런 게 적혀 있어요?”
“일반 플레이어에게 페널티가 부여되는 것처럼, 우리도 그런 게 있어.”
“뭔데요?”
“변종으로 변해.”
30시간 이내에 남은 13마리의 변종을 처리하지 않으면 곽찬혁이 변종으로 변한다.
만약 남은 13마리의 변종이 수성못에 없을 가능성은?
아니지, 변종들이 수성못에 남아 있으니 명확한 수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어차피 사람을 먹지 않으면 변종으로 변하는데, 까짓거 퀘스트 수락하고 죽기 살기로 싸우면 되지 않을까?
일행을 쳐다보자, 설여원은 어깨를 으쓱이며 얘기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찬혁 오빠 퀘스트는 재형이 네 손에 달렸어. 네가 선택해.”
전완수와 최현도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류탄과 소총이 있지만, 남은 13마리의 변종을 상대하는 건 버거운 게 사실이었다.
난 찰나의 망설임 끝에,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수락해요.”
곽찬혁이 퀘스트를 수락하자, 쉴 새 없이 울리던 기계음이 사라졌다.
눈앞에서 도배되던 홀로그램 문구도 사라지고, 다시금 을씨년스러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스킬 급가속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끝난 것으로 보아, 여기서 10분을 지체한 모양이다.
이에 일행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아까 얘기했던 4층 카페까지 빠르게 길을 뚫자. 그 뒤에 사이코패스랑 변종의 위치도 다시 확인해야 돼.”
“오케이.”
전완수와 설여원은 쇠뇌를 견착하며 한발 앞서 안개 속으로 나아갔다.
* * *
발소리를 죽인 채 곽찬혁이 얘기했던 삼거리로 향했다.
정확한 삼거리 형태가 아니라, 비뚤어진 삼거리였다.
우측으로 이동하는 산책로가 보이고, 직선으로 15m는 더 가야 갈림길이 나오는 형태.
산책로에 흙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아, 저기에 구덩이가 있는 모양이다.
위험을 떠안을 필요는 없기에, 일행에게 계속 직진하라고 손짓했다.
설여원과 전완수는 좌측으로 붙어서 몇 걸음 이동하더니, 정지신호를 보내며 상체를 숙였다.
이에 설여원과 전완수의 뒤에 붙으며 물었다.
“변종이야?”
“쉿.”
설여원은 내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보이며 전완수에게 속삭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완수 너도 봤어?”
“방금 벽 타고 올라갔지?”
“어.”
둘이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의구심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전완수는 긴장감으로 인해 퍼석해진 입술을 핥으며 얘기했다.
“10m 앞에서 좌측으로 가는 길이랑 직선으로 가는 길이 갈려. 직진하면 수성못 따라서 한 바퀴 도는 길이고, 좌측은 상가들.”
“그래서.”
“갈림길 좌측으로 단층 카페가 하나 있는데, 방금 변종 하나가 카페 옥상으로 올라갔어.”
단층 카페?
내가 아는 카페는 4층인데.
이에 콧잔등을 긁적이며 물었다.
“좌측으로 이어지는 길에 4층 카페 안 보여? 분명 이 근처에 있었는데.”
“여기선 안 보이는데? 진짜 4층 카페 있는 거 맞아?”
설마 없어진 건 아니겠지?
고민에 잠긴 찰나, 뒤에 있던 최현이 입을 열었다.
“야, 혹시 이게 카페 아니야?”
최현은 바로 옆에 있는 붉은 벽돌을 왼손으로 짚으며 얘기했다.
설여원은 최현의 말을 뜨고 고개를 들고 위를 올려다보더니 아, 하는 탄성과 함께 얘기했다.
“등잔 밑이 어둡네.”
이미 카페에 도달한 상태였는데, 변종의 움직임에 집중하느라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다.
시야의 사각에 위치하기에, 설여원과 전완수를 나무랄 수 없었다.
설여원은 건물로 들어가는 길을 유심히 살피더니, 뒤에 있는 일행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이 벽 너머에 카페 주차장이 있고, 6m는 들어가야 입구가 나와.”
“변종한테 들킬 가능성이 높다는 거야?”
“그렇지, 어떻게 할래?”
변종을 처리하고 이동하는 게 가장 안전하지만, 단층 건물 옥상에 있는 변종을 처리하는 건 위험부담이 컸다.
다른 변종들의 시야에 잡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이전처럼 유인해서 처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이전처럼 외길이 아니라서 변수가 존재했다.
이에 설여원을 쳐다보며 물었다.
“여원아, 근처에 좀비들의 움직임은 없어?”
“좀비는 안 보여. 변종들이 전부 잡아먹은 거 같아.”
하긴, 정찰대로 보낸 곽찬혁의 수하들도 말끔히 섭취했으니, 다시금 먹잇감을 찾기 위해 단층 카페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을 가능성이 컸다.
뒤이어 옆에 있던 최현이 입을 열었다.
“야, 그냥 상가 지역 버리고 우측 산책로로 이동하면 안 돼? 굳이 여기로 가야 돼?”
“우측으로 가면 전부 단층 건물이야. 몸을 숨길 수도 없고, 전부 흙길이라서 구덩이도 많을 거고.”
설여원의 설명에 최현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결국 남은 방법은 하나뿐인가?
심호흡으로 긴장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행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너희들 먼저 카페로 들어가.”
“먼저 들어가라니?”
“4층까지 멈추지 말고 올라가. 4층 도착하면 창문부터 가리고 계단 틀어막아. 다들 무전기 챙겼지?”
일행을 쳐다보며 묻자, 다들 들고 온 무전기를 보여주며 서로 눈치 보는 모습을 보였다.
설여원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못마땅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재형이 너, 또 이상한 생각하는 거면 넣어둬.”
“걱정해 주는 건 고마운데, 활용할 수 있을 때 최대한 활용해야지.”
“뭘 활용한다는 거야? 지금 우리 상황으로는…….”
“에덤의 능력을 활용해야지.”
설여원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눈꼬리를 치켜뜨며 물었다.
“지금 좀비화를 쓰겠다는 거야?”
“현아, 권총 줘.”
설여원의 물음을 무시하고 최현에게 손을 내밀자, 그는 설여원의 눈치를 보며 권총을 건네주었다.
그러자 설여원은 대뜸 내 팔을 잡으며 얘기했다.
“너 미쳤어? 지금 좀비화를 쓰면 어쩌자는 거야.”
“아끼다 똥 되는 것보단 미리 쓰는 게 맞아.”
“페널티도 생각해야지. 능력치 반감이랑 재사용 대기시간은 생각 안 해?”
“거기까지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능력치 반감 1시간, 재사용 대기시간 12시간. 퀘스트 제한시간은 35시간 30분 남았으니 세 번은 쓸 수 있어.”
설여원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전완수가 입을 열었다.
“좀비화 재사용 대기시간이 12시간이라며. 그 사이에 변종이 접근하면 어쩌려고?”
“그땐 너희가 지켜줘.”
“…….”
“어차피 여기서 권총을 쏘면 근방에 있는 모든 변종이 달려올 거야.”
“여기서 한 번에 잡겠다는 거야?”
“우리가 톰 크루즈도 아니고 퀘스트 제한시간을 1, 2초 남기고 클리어할 필요는 없잖아? 여기서 한 번에 다 잡거나, 남은 변종을 여유롭게 잡거나. 그렇게 하자고.”
전완수는 눈썹을 긁적이며 설여원의 눈치를 봤다.
내 의견이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설여원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더니,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뒤이어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
“남은 변종만 13마리…… 아니, 13명이야. 좀비화를 쓰면 전부 상대할 수 있어?”
곽찬혁의 눈치를 보며 마리라는 표현을 명으로 정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난 두 주먹을 쥐었다 펴며 대답했다.
“가능할 것 같아.”
“그런 모호한 대답 말고, 확실하냐고.”
“확실해.”
설여원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하자, 설여원은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뒤에 있는 일행에게 얘기했다.
“재형이 말대로 우린 카페로 올라가서 4층 점거하고, 재형이 위치 살피면서 조금이라도 위험해 보이면 엄호 사격하자. 이 똥고집을 누가 말려.”
“아, 여원아. 그리고 완수야.”
설여원과 전완수를 부르자, 그들은 덤덤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쳐다봤다.
난 두 사람에게 단호하게 얘기했다.
“내 위치 살피는 건 고마운데, 너희가 해줘야 하는 일은 따로 있어.”
“뭐.”
“총성이 들리고 변종이 달려들기 시작하면, 분명 여기 있는 인간들의 움직임이 있을 거야. 너희는 거기에 집중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