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36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36화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써는 게 아니라, 칼을 뽑았으면 너 죽고 나 살자는 마음으로 싸워야 한다.
좀비화의 페널티는 우습게 여길 일이 아니기에, 좀비화가 지속되는 1시간 이내에 모든 변종과 사이코패스를 처리할 생각이다.
가볍게 몸을 풀고, 권총을 손에 쥐며 일행에게 얘기했다.
“내가 신호하면 카페 입구로 뛰어.”
다들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곽찬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입술을 굳게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둘, 셋!”
한발 앞서 정면으로 달려나갔다.
동시에 모든 일행이 좌측 카페 입구를 향해 달렸다.
키리릭- 키릭.
귓가로 들리는 변종의 울음소리.
단층 카페 옥상에 있던 변종이 내 발소리를 듣고 반응하고 있었다.
미끼를 물었으니, 이제 낚시를 시작해 볼까?
난 오른손을 번쩍 들고 허공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
단발의 총성이 드넓은 수성못으로 메아리쳤다.
미끼를 던졌으니, 이제 변종들의 반응을 기다릴 차례.
키에에에에엑!!
예상대로 단층 카페 옥상에 있던 변종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난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연달아 권총을 발사했다.
탕!! 탕!! 탕!! 탕!!
자욱한 안개 때문에 변종의 위치나 명확한 거리는 파악할 수 없지만, 근방의 모든 변종과 좀비에게 내 위치를 알리기 위해 탄알이 다 떨어질 때까지 발사했다.
틱- 틱- 틱-
탄알이 다 떨어지고, 손에 들고 있던 권총을 레그홀스터에 찔러넣으며 정면을 응시했다.
키리릭- 키릭-
총성으로 인해 양쪽 귀가 먹먹하고, 이명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명의 사이로 들려오는 불협화음 같은 변종의 음성이, 내 귓가를 간질였다.
두 눈 부릅뜨고, 모든 감각을 날카롭게 벼리며 가드를 올렸다.
훙-
뒤이어 자욱한 안개를 뚫고 정면에서 달려드는 변종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대한 거미처럼 네 발로 달려드는 기괴한 모습.
하지만 눈먼 총질에 왼팔을 맞았는지, 한쪽 팔을 절고 있었다.
대놓고 얼굴을 들이밀며 내 하복부를 노리기에, 재빨리 백스텝을 밟으며 오른손으로 놈의 머리칼을 휘어잡았다.
그리고 있는 힘껏 지면에 내리꽂았다.
콱!!
머리칼이 뽑히는 바람에 제대로 힘이 실리지 않았다.
하관이 약간 돌아간 것 말고는 큰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훅-!
뒤이어 변종의 오른팔이 기괴한 각도로 꺾이며 내 관자놀이로 날아들었다.
증가한 동체 시력 덕에 변종의 움직임을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예전에는 무차별적으로 휘두르는 변종의 팔도 조심해야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다급히 왼팔을 뻗어 놈의 팔목을 붙잡았다.
“이 새끼…… 힘 좀 쓰네?”
팔목을 붙잡은 왼팔이 덜덜 떨렸다.
하지만 패배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붙잡은 변종의 팔을 잡아당기며 놈의 어깻죽지를 향해 발길질을 가했다.
퍽!!
키에에에에엑!!
뼈마디가 어긋나는 청명한 소리가 들려오고, 앞다리를 모두 잃은 변종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마무리 일격을 가하기 위해 오른발을 치켜드는 찰나, 등 뒤로 느껴지는 섬뜩한 살기에 재빨리 상체를 숙였다.
훙!
반시신경을 높이지 않았다면 인기척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돌아볼 새도 없이 돌려차기를 시도하자, 변종도 기이하게 머리를 비틀며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놈은 반대편 팔로 내 디딤발을 붙잡더니,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잡아당겼다.
난 균형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놈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내 종아리를 물어뜯기 위해 입을 쩍 벌리는 모습을 보였다.
회피? 방어? 아니,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라 했다.
고민할 새도 없이 오른발로 놈의 광대뼈를 후려 찼다.
떡!!
변종의 광대뼈가 함몰되며 상체가 기우는 모습이 두 눈에 들어왔다.
왼쪽 발목을 붙잡고 있던 악력이 사라지는 걸 느끼고, 재빨리 몸을 굴려 상체를 일으켰다.
광대뼈가 제대로 박살 나지 않았는지, 놈은 찌그러진 안면으로 내 얼굴을 노려봤다.
잔뜩 독기가 서린 눈빛, 금방이라도 내 사지를 찢어 죽이겠다는 살기가 느껴졌다.
알파 변종은 학습능력이 있기에, 싸움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내게 불리하다.
내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그에 맞춰 반격을 도모할 테니까.
치지직- 치직-
-재형아! 상가 지역에 있던 변종들 그쪽으로 가고 있어!
옆구리에 차고 있던 무전기에서 설여원의 브리핑이 들려왔다.
총성을 들은 변종들이 모여드는 것 같으니, 본격적으로 청소를 시작해 볼까.
“다이브.”
두근.
심장에서 아찔한 진자운동이 느껴지고, 이마 위로 핏대가 솟아올랐다.
전신의 근육이 팽팽하게 당기고, 혈액순환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안개로 인해 차단되어 있던 시야가 반경 50m 범위로 넓어지고, 당황한 변종의 표정이 두 눈에 들어왔다.
-스킬 하울링이 해금됩니다.
(적들을 향해 포효를 내지를 시 스킬이 사용됩니다.)
-스킬 광폭화가 해금됩니다.
(발동어를 입력하세요.)
정신력을 150까지 높인 덕에, 좀비화 중에 사용할 수 있는 두 개의 스킬이 개방되었다.
하울링은 발동어를 입력할 필요 없지만, 광폭화는 발동어를 입력하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광폭화라는 단어는 일상에서 사용할 일이 없기에, 이름 그대로 광폭화라고 지었다.
그럼…… 이번 기회에 스킬도 확인해 봐야겠다.
곧 건물의 외벽을 타고 이곳으로 접근하는 변종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두 눈에 포착되는 숫자만 7마리.
대부분의 변종이 먹잇감이 없는 우측 산책로를 버리고, 상가 지역에 밀집해 있었던 모양이다.
권총을 발포해서 놈들을 유인하지 않았다면 일행이 위험에 처하는 일이 발생했을지도 모르겠다.
키리리릭- 키릭- 키에에…….
양팔이 부러진 변종과 광대뼈가 함몰된 변종은 내 모습을 바라보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폐부에 들어찬 탁한 숨을 내쉬며 놈들을 돌아보자, 변종들은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는 모습을 보였다.
본능적으로 아는 건가?
상위포식자가 나타났다는 것을.
난 두 주먹을 말아쥐고, 폐부 깊숙이 숨을 들이쉬며 변종들을 향해 포효를 내질렀다.
“크어어어어어어어!!!!”
-반경 50m 내의 적에게 두려움을 각인시킵니다.
-두려움이 각인된 적은 1분간 이동속도 30%가 감소합니다.
상가 지역에서 히죽거리며 달려오면 변종들은 금세 사색이 된 표정을 짓더니,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겁에 질린 사람이 그 자리에 얼어붙은 것처럼, 변종들도 당황한 것으로 보였다.
이에 입꼬리를 올리며 읊조렸다.
“가속.”
쾅!!
지면을 박차며 바로 옆에 있는 변종부터 처리했다.
두 팔이 덜렁거리는 변종과 광대뼈가 함몰된 변종은 발악조차 못 하고 머리가 터져나갔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50점이 주어집니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50점이 주어집니다.
일격에 두개골이 터지며 고깃덩어리로 전락하는 변종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좌측 골목에 있는 변종을 쳐다봤다.
쾅!!!
아스팔트 지면을 박차며 노도와 같이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좁혀지는 변종과의 거리.
2층 외벽에 붙어 있던 변종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쩍!!!
망설임 없이 주먹을 내지르자, 변종의 안면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일그러지며 맞은편 건물의 통창을 뚫고 들어갔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50점이 주어집니다.
눈앞으로 떠오르는 홀로그램을 닫으며 지면으로 보이는 변종을 직시했다.
쾅!!
떨어지는 힘을 이용해 있는 힘껏 놈의 척추를 내려찍었다.
그러자 허리가 반으로 접히며 변종의 입에서 핏물이 터져 나왔다.
키에에에…… 케엑!
등이 뒤집힌 바퀴벌레처럼 사지를 파르르 떠는 녀석.
징그럽기 짝이 없는 모습에, 양손으로 놈의 머리를 붙잡고 있는 힘껏 비틀어버렸다.
떠덕!!
‘다음.’
고개를 돌려 또 다른 변종이 있는 장소를 쳐다봤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사냥감들이 사라졌다.
아무리 발소리가 없다고 한들,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이에 주변을 살피자, 무전기로 설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른쪽 산책로! 우리 왔던 길!
설여원의 말을 듣고 우측 산책로 방면을 살피자, 저 멀리 도주하는 변종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놈들은 30%나 둔화된 속도로 진땀을 빼며 도망치고 있었다.
좀비들은 아군이 당하든 말든 자극을 받으면 무조건 달려드는 특징을 지녔지만, 변종들은 아니었다.
변종들은 아군이 죽든 말든, 이길 수 없는 적을 만나면 도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변종들의 연대감이 높지 않다는 방증이었다.
적의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행태.
그렇다면…… 금호강 건너에서 봤던 변종들은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여겼으면 도망가지 않고 모여든 걸까.
그동안의 우리가 그렇게 우스워 보였나?
살기 위해 발악한 우리가 우스워?
이유 없이 감정이 북받치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난…… 이런 일로 흥분하는 사람이 아닌데.
아니면 좀비의 본능에 사로잡혀 폭력성이 차오르는 건가?
이마 위로 핏대가 서며 정체 모를 분기가 전신을 휘감았다.
난 도망가는 변종들을 보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광폭화.”
-5분간 좀비화의 능력이 2배 증가합니다.
“크하……!”
전신에 불이 붙은 것처럼 후끈거리는 열기가 느껴졌다.
날이 추운 것도 아닌데, 입에서 뜨거운 입김이 나오는 기분.
동시에 모든 혈관이 검게 물들며 불룩 튀어나왔다.
곧 50m가 한계였던 시계가 100m까지 넓어졌다.
기존 능력치에서 2배 증가한 좀비화, 거기에 2배를 더 증가시키는 광폭화.
전신으로 터질 것 같은 압력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상체가 접히고, 전신이 압축되는 통증에 인상을 찌푸리며 이를 갈았다.
뒤이어 서서히 압력이 적응되고, 온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후…….”
심호흡을 내면의 화를 다스리고, 저 멀리 도주하기 바쁜 5마리의 변종을 응시했다.
천천히 하체와 상체를 접어 크라우칭 스타트 자세를 잡고, 놈들의 꽁무니를 직시했다.
모든 힘을 발끝에 집중시키고 지면을 박차는 순간…….
쾅!!!!
축지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쇄도하는 칼바람이 찢어지는 귀곡성이 되어 두 볼을 스치고, 지면을 내디딜 때마다 물 위를 걷는 것처럼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100m 이상 떨어졌던 변종과의 거리가 단 몇 초 만에 좁혀지고, 인기척을 느낀 변종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놈들의 시선 끝에 닿은 건……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주먹질이었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50점이 주어집니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50점이 주어집니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50점이 주어집니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50점이 주어집니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50점이 주어집니다.
일격에 한 놈씩, 순두부를 으깨듯이 5마리의 변종을 묵사발로 만들었다.
으깨버렸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것이다.
숨이 가쁘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았고, 버거운 느낌도 들지 않았다.
감당할 수 없는 힘에 스스로도 제어가 힘들었다.
전신을 어루만지는 간질간질한 기운만이 쉴 새 없이 용솟음치고 있었다.
입꼬리는 자꾸만 올라가고, 희번덕거리는 두 눈은 머리가 터진 시신만을 직시했으며, 목에서는 타는 듯한 갈증이 느껴졌다.
이건…… 지금 이 느낌은…….
희열이 차오르고 있었다.
난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곽찬혁의 수하들을 처리할 때보다 4배 가까이 정신력을 높였다.
좀비화는 부담이 되지 않았지만, 광폭화를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으윽……! 제발……!”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이성을 다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뒤이어 설여원의 목소리가 무전기로 들려왔다.
-재형아, 너 괜찮아? 너 왜 그래!
걸쭉한 침을 삼키며 몇 번이고 심호흡을 반복했다.
서서히 이성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제야 무전기를 손에 쥐며 대답했다.
“괜…… 찮아.”
-진짜 괜찮은 거 맞아? 어디 아파?
“괜찮다니까. 그보다 변종이랑 사이코패스부터 찾아.”
무전기에서 설여원의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정신을 가다듬으며 대답을 기다리자, 뒤이어 전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재형아, 들리냐?
“얘기해.”
-여원이가 너 이상한 거 같다고, 데리러 간다고 난리를 쳐서 일단 현이가 잡아뒀어.
하여튼 설여원과 이정우는 걱정이 너무 많아서 문제다.
물론…… 걱정하게 만드는 나도 잘한 건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