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37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37화
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변종이랑 사이코패스는.”
-우측 산책로 말고 정면 산책로 따라서 이동하다 보면 오른쪽에 섬 같은 거 하나 보일 거야. 찬혁이 형 말로는 둥지섬이라고 불리는 곳인가 봐.
둥지섬?
시선을 돌려 수성못을 쳐다보자, 저 멀리 나무가 우거진 섬의 윤곽이 두 눈에 들어왔다.
족히 100m 이상 떨어진 거리.
“저기에 사이코패스가 있다고?”
-처음에 총성 듣고 새들이 엄청 날아갔거든. 그때 사람의 움직임도 보였어.
“몇 명이야?”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어. 내가 확인한 건 8명 정도.
“변종들 움직임은 없어?”
-상가 지역에 있던 변종은 전부 죽은 거 같고, 저 끝에 사거리 쪽에서 움직임 하나 포착됐어.
“저 끝이 어디야.”
-우리가 있는 카페 쪽으로 꺾지 말고 직진하면 돼. 산책로 따라서 200m 정도 직진하면 사거리 보일 거야. 사거리 도착하면 둥지섬도 잘 보일 거고.
전완수의 설명을 듣고 사거리 방면을 응시했다.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거리는 100m가 한계.
이에 산책로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 * *
직사각형 모양의 수성못.
평면도를 그린다면 현재 내 위치는 좌측 하단.
좌측 변의 산책로를 따라 이동하며 주변 건물을 살폈다.
일행이 있는 4층 카페, 그 맞은편의 단층 카페, 그 옆으로 줄 지어선 2층에서 3층 사이의 건물들.
상권이 형성된 지역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저곳에 있던 10마리의 변종을 처리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지형을 살피며 이동하다 보니, 바닥을 살피지 못하고 구덩이에 빠지는 일이 있었다.
얇은 천을 바닥에 깔아 그 위에 흙을 덮어둔 상태라서, 육안으로 구별할 수 없었다.
지름 3m 크기에 깊이도 3m에 달하는 구멍.
그 속에 8마리의 좀비가 갇혀 있었다.
좀비화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덩이에 빠졌다면 속수무책으로 살점을 뜯겼을 것이다.
다행히 좀비화를 사용한 상태라서, 물려도 감염의 위험은 없었다.
빠르게 좀비들을 처리하고, 하체를 접으며 구덩이 밖으로 뛰어올랐다.
좀비화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서전트 점프만 3m 50㎝를 뛸 수 있었다.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좀비화에 광폭화 효과까지 중첩되어서 족히 7m는 뛰어오를 수 있었다.
더는 인간이라 보기 어려운 신체 능력.
내가 직접 행하고도, 스스로 의구심이 들었다.
이런 나를…… 아직 사람이라 생각해도 되는 걸까.
키리릭- 키리리릭-
머릿속으로 잡념이 차오른 순간, 귓가를 간질이는 낡은 수레바퀴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근원지로 시선을 돌리자, 20m 전방의 건물 외벽에 붙어 있는 변종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느새 사거리에 도착한 상태였고, 변종은 건물에 적힌 수성 스퀘어라는 글자를 뜯어내고 있었다.
놈은 인기척을 느꼈는지, 180도로 고개를 꺾으며 이곳을 쳐다봤다.
“이…… 러지…… 마?”
놈은 기이하게 머리를 돌리며 괴상한 말을 읊조렸다.
변종의 입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반사적으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사람도 아닌 것들이,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안개에 면역을 가진 사람은 전체 인구의 20%.
나머지 80%는 좀비로 변했다는 말이 된다.
그중 일부는 대장 좀비, 또는 변종으로 변했을 것이다.
대장 좀비도 그렇고 변종도 그렇고,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게 꼴사납기 짝이 없다.
마치 이 세상의 주인이 뒤바뀐 느낌이지 않은가?
주객전도(主客顚倒)도 유분수지,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모습이…… 거북하게 느껴졌다.
하루아침에 세상의 판도가 뒤집히고, 인간이 바이러스 취급을 당하는 꼴이다.
“이러지…… 마. 안…… 돼? 안 돼, 이러지 마?”
변종은 입꼬리를 올리며 세상 해맑은 표정을 짓더니, 건물의 외벽에서 내려와 이곳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난 두 주먹을 말아쥐며 보호대의 내구도를 확인했다.
[손목 보호대: 85%]10마리의 변종을 처리했지만, 보호대의 내구도는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마지막에 확인했을 때 70% 초반이었는데, 보호대의 레벨이 올라가며 복구 속도도 빨라졌다.
마치…… 더 많은 좀비를 죽이라는 무언의 압박처럼 느껴졌다.
키에에에엑!!
“시끄러.”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변종의 안면에 주먹을 내질렀다.
쩍!!!
바위가 쪼개지는 소리와 함께 웃음기 가득하던 변종의 안면이 함몰되었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50점이 주어집니다.
뒤이어 검게 물든 혈관이 본래의 색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광폭화의 지속시간이 끝났다.
전신을 휘감았던 아드레날린이 썰물처럼 가시고, 모든 것이 무(無)의 형태로 돌아간 듯이 마음의 평온을 되찾았다.
좀비화를 사용하여 순간적으로 육체를 강화하는 건 좋지만, 좀비화의 사용 여부에 따른 감정 기복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이러다 원래의 내 성격을 잃을까 봐, 조금은 두렵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좀비화의 남은 시간은 40분.
근방의 변종들은 얼추 정리된 것 같으니, 슬슬 둥지섬에 있는 사이코패스를 정리해야겠다.
난 무전기를 들고 전완수를 불렀다.
“완수야, 주변에 다른 변종은 없어?”
치지직- 치직- 삑.
-어, 변종은 안 보여.
“남은 변종 3명 맞아? 찬혁이 형한테 물어봐봐.”
무전기 너머로 한동안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자, 뒤이어 전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은 변종 3명 맞아. 퀘스트에 11명 처리로 뜬다고 하네.
“둥지섬으로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돼? 수영해서 들어가야 되나?”
-거기 사거리에서 둥지섬 보여?
전완수의 말을 듣고 우측으로 시선을 돌렸다.
정확한 거리는 모르겠지만 안개에 둘러싸인 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100m까지 넓어졌던 시계가 광폭화가 끝나면서 50m로 줄었다.
내게 흐릿하게 보인다면 여기서 둥지섬까지 최소 50m 이상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보여. 그런데 안개도 짙고 나무도 울창해서 사람 형체는 안 보여.”
-수영해서 가는 게 가장 빠르긴 한데, 수영할 줄 모르면 거기서 오른쪽 산책로로 300m 정도 들어가 봐. 그럼 오리배 타는 곳 보일 거야.
“사이코패스부터 처리할게. 변종들 나타나면 얘기해.”
-오케이.
무전을 마치고 전완수가 얘기한 방면을 쳐다봤다.
오른쪽 300m.
거기서 오리배를 타고 돌아오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다.
여기서 둥지섬까지 단번에 뛸 수 있을까?
까짓거, 해보면 알겠지.
혹시 모르니 무전기와 레그홀스터는 옆에 보이는 나무 벤치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수성못과 맞닿은 부분에 설치된 담장을 부수고, 사거리로 달려가 가볍게 몸을 풀었다.
“후…….”
제자리에서 가볍게 깡충깡충 뛰며 산책로와 수성못의 경계를 직시했다.
뒤이어 상체를 숙이며 읊조렸다.
“가속.”
쾅!!
지면을 박차며 노도와 같이 튀어 나갔다.
순식간에 수성못의 경계가 두 눈에 들어오고, 무너진 담장을 있는 힘껏 박차며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중력을 거스르는 부유감과 함께 안개에 가려졌던 둥지섬의 모습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짧다.’
좀비화와 가속을 사용해도, 60m를 단번에 뛰어넘는 건 무리였다.
그래도 48m가량을 뛰어넘어 섬의 근처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첨-펑!!
물에 빠지는데 무슨 폭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느낌이 이상하다.
온몸이 방수 처리된 것처럼 기이한 촉감이 느껴졌다.
차가운 것 같은데, 수분이 직접적으로 몸에 닿지 않는 기분.
좀비화 때문에 통증이 마비돼서 그런가?
정확한 영문은 모르겠지만, 일단 수면을 향해 헤엄쳤다.
물 밖으로 고개를 내민 채 둥지섬을 쳐다보자, 수풀 사이로 고개를 내민 사이코패스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이 있는 곳으로 헤엄치자,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니까!”
“이쪽으로…… 어떡해?”
“무기! 손에 잡히는…… 챙겨!”
물속이라 선명하게 들리지 않았지만, 다급히 전투 준비에 돌입하는 모양이다.
섬에 올라서며 얼굴에 묻은 물기를 양손으로 문질러 닦았다.
몸은 젖었는데, 왜 물에 닿은 느낌은…….
“뒤져 이 개새끼야!”
깡!
예고도 없이 뒤통수를 후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눈살을 찌푸리며 옆을 돌아보자, 얼빠진 표정의 남자가 들고 있던 프라이팬을 떨어뜨리며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뒤늦게 내 검은 안구를 발견했는지, 둥지섬에 있는 놈들은 하나같이 공황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덤덤한 표정으로 놈들의 숫자를 확인했다.
“하나, 두이, 석삼, 너구리, 오징어…….”
다 합쳐서 서른둘.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이었다.
이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나머지 15명 어디 있어?”
“예, 예?”
“너희 패거리 47명이잖아. 나머지 15명 어디 있냐고.”
묻는 말에 대답하는 놈은 없었다.
서로 눈치를 보며 뒷걸음질 치기 바빴다.
내가 한 걸음 다가가자, 식칼을 들고 있는 남자가 양손을 바들바들 떨며 외쳤다.
“쒸, 쒸X러마!”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가, 가까이 오지 마. 가까이 오면 확 쑤셔버린다!”
말이 안 통한다.
이에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한번 물었다.
“대답 안 하면, 너희 아프게 죽는다?”
“…….”
“오, 사, 삼, 이…….”
“자, 잠깐!”
그러자 나무 뒤에 숨어 있던 남자가 다급히 오른손을 들며 외쳤다.
남자를 쳐다보며 가볍게 턱짓하자,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나, 남은 놈이 15명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여기 수성못에 47명 남은 거 아니야?”
“그럴 리가.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야.”
미간을 좁히며 노려보자, 그는 격하게 손사래 치며 말을 이었다.
“지지, 진짜야! 도망칠 때 여기 있는 애들이 다였다고!”
“어디서 도망쳤는데?”
“수성 호텔.”
“수성 호텔? 거기가 어디야.”
남자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오른쪽을 가리켰다.
수성 스퀘어 건물을 말하는 건가?
내 표정이 마음에 걸리는지, 남자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저, 저거 글자가 떨어져서 그렇지 호텔이야! 저건 컨벤션센터고, 저 뒤에 언덕으로 올라가면 주차장이랑 본관, 신관 보일 거야.”
“호텔이 너희 아지트였다는 거야?”
“진입로도 하나뿐이고…… 식량도 많아서 버티기 좋거든.”
“그럼 저기 계속 있을 것이지, 왜 여기로 도망쳤어?”
“아니 그게…….”
놈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더니, 내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하, 한 달 전인가? 어떤 미친놈들이 우리 쉘터를 공격했거든. 그래서 죽였는데…… 그것들이 이상한 괴물로 변하더라고.”
“괴물? 혹시 거미처럼 생겼어?”
“어어! 맞아, 거미. 그것들이 씨X…… 호텔까지 쳐들어오는 바람에 급하게 도망쳤지.”
말은 청산유수처럼 하지만, 표정이 간사하기 짝이 없었다.
거짓말이라는 게 지나치게 티 나는 얼굴이었다.
게다가 한 달 전에 찾아왔고, 변종으로 변했다면…… 곽찬혁의 동료들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미친놈 눈에는 모든 게 미쳐 보인다더니.
살려둘 가치가 없는 놈이었다.
“한 달 전에 여기 갇혔으면, 너희는 뭐 먹고 버텼어?”
“어? 그, 그야…… 호텔에서 나올 때 당연히 식량부터 들고 튀었지.”
“말투가 대구 사람이 아닌데, 여기 섬이 있는 건 어떻게 알았고?”
“……어? 아, 아니 그야…… 안개가 퍼지기 전에 여기 섬이 있는 걸 봐뒀으니…….”
“너 플레이어지?”
입꼬리를 올리며 묻자, 놈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마른침을 삼켰다.
이에 확신을 가지고 물었다.
“가브리엘?”
“너 뭐야.”
“여긴 32명이 다라는 거지? 남은 15명은 수성 호텔 가서 찾으면 되는 거고?”
“너 뭐냐고 이 새……!”
뻑!!
남자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안면이 터져 버렸다.
그러자 남은 사람들은 얼빠진 표정으로 쓰러지는 시신을 응시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하나같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었다.
난…… 거기서 멈추지 않고 30명의 두개골을 순두부처럼 으깨버렸다.
사람을 죽였는데,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들이 생존자를 잔혹하게 살해한 사이코패스라서?
아니, 좀비화 때문이었다.
어쩌면…… 난 좀비화의 힘을 빌려 죄책감을 떨쳐내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살인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나만의 정의를 위해.
그릇된 방법이라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내 일행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었다.
그러니 좀비화가 끝나기 전에, 모든 사이코패스를 처리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