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40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40화
곽찬혁과 한지현이 무전을 주고받는 동안, 우리는 현 상황을 정리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재정립했다.
전완수는 이마를 문지르며 착잡한 표정을 짓더니,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그러니까, 알파 변종이 같은 변종의 시체를 먹으면 미확인 변종으로 진화하는 거지?”
“그렇지.”
“이 정도면 뭐, 이름도 새로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 뭐…… 알파 플러스? 어때.”
“소고기냐?”
눈꼬리를 치켜뜨며 묻자, 전완수는 어깨를 으쓱이며 최현을 쳐다봤다.
최현은 가만히 턱을 매만지더니,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알파 투 어때.”
“다들 작명 센스가 왜 그 모양이야?”
설여원이 눈살을 찌푸리자, 최현은 괜히 심술을 내며 얘기했다.
“그럼 여원이 네가 말해봐. 괜찮은 거 있어?”
“지금 그게 중요해? 알파든 알파 투쁠이든, 수성 호텔에 있는 4명이 문제잖아.”
“가서 처리하면 그만이지. 뭐가 걱정이야.”
“변종으로 변했을 가능성이 있으니 이러는 거 아니야.”
“찬혁이 형 퀘스트에 14마리로 나왔잖아. 그럼 수성못에 다른 변종은 없다는 거 아니야?”
“퀘스트 내용에 변종으로 변한 동료를 처리하라고 적혀 있었지, 변종으로 변한 사이코패스를 처리하라는 내용은 없었잖아.”
“아니 확률적으로 생각해 봐. 사이코패스 중에 변종으로 변한 놈이 있으면 진즉에 나타났겠지. 변종만 14마리를 만났는데 전부 찬혁이 형 동료였다는 것만 봐도…….”
설여원과 최현이 언성을 높이기에, 난 두 사람을 진정시키며 얘기했다.
“둘 다 진정해. 우리끼리 싸울 일이 아니잖아.”
설여원과 최현은 서로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회피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전완수는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야, 이건 내 생각인데 말이야. 사이코패스들 아직 인간으로 남아 있을 확률이 높은 거 아니야?”
“무슨 근거로.”
“사이코패스들 사이에 4명의 플레이어가 남은 거잖아?”
“맞아.”
“대장 좀비로 변했으면 소란을 듣고 도망칠 계획을 세웠을 거고, 변종으로 변했으면 다른 알파 변종 시체 뜯어먹으러 나왔겠지.”
일리 있는 말이다.
사이코패스들 사이에 가브리엘의 능력을 지닌 놈들은 둥지섬으로 탈출했으니, 뒤처진 놈들은 안개 속에서 시야확보가 어렵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도망칠 용기가 없어서, 소란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전완수의 의견에 난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여원이 멍한 표정으로 전완수를 쳐다보자, 그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왜 그렇게 쳐다봐.”
“가끔 보면 완수는…… 똑똑한 거 같아서.”
“……퉤.”
“퉤? 퉤퉤!”
“퉤퉤퉤!”
두 사람은 서로 침 뱉는 시늉을 하며 시시덕거렸다.
이젠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서 그런지, 서로 거리낌 없이 전부 표현한다.
다들 친해진 건 좋지만, 말 한마디 꺼내기가 어려워졌다.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자, 설여원은 대뜸 내 등을 때렸다.
“왜 또 한숨이야! 복 나가!”
어깨를 움츠리며 놀란 표정을 짓자, 최현은 혼자 배꼽을 잡고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다들 이런 생활에 익숙해진 나머지, 퀘스트 중에도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설여원과 전완수, 최현이 수다를 떠는 동안 난 테이블로 걸어가 홀로그램을 열었다.
시야의 우측 상단에서 노란 불빛이 점멸하고 있었다.
플레이어 정보를 확인하자, 어느새 1500의 좀비 카운트를 전부 채우고 150포인트가 주어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12마리의 변종과 2마리의 미확인 변종, 그리고 곽찬혁이 떠먹여 준 좀비들로 손쉽게 채울 수 있었다.
더 많은 좀비 카운트를 올리지 못해 내심 아쉬웠다.
치료제에 제한시간만 없었으면…….
쓸데없는 생각은 제쳐두고, 포인트를 어떻게 배분하는 게 좋을지 생각했다.
근력과 체력의 비중을 높이는 게 좋지만, 근력에 투자하는 건 무리수가 있었다.
일전의 경험을 토대로 생각했을 때, 근력을 높인 뒤에 포인트가 부족하면 골밀도를 높일 수 없다.
아무리 근력이 높아도 골밀도가 따라주지 않으면 평범한 주먹질에도 내 뼈가 먼저 부러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150이라는 포인트가 여유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근력과 체력이 개방되면서 1스탯을 높이기 위해서는 2포인트가 필요했다.
그러니 지금은 안전한 스탯에 투자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근력과 체력의 최대 수치는 동등한 모습을 보였으니,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체력을 높이면 표피강화까지 높일 수 있기에, 리스크 없이 방어의 비중을 높일 수 있다.
“제발 15가 천장이기를.”
저번에는 +15가 최대 수치였다.
이번에도 똑같은 수치이기를 바라며, 체력 스탯에 포인트를 투자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15스탯을 넘어 +20까지 올라갔다.
-체력이 최대 수치에 도달했습니다.
-스탯 2의 표피강화가 개방됩니다.
-개방된 스탯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전 포인트의 2배가 필요합니다.
역시 이럴 줄 알았어.
개방된 스탯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전 포인트의 2배가 필요하니, 스탯 2에 속하는 골밀도와 표피강화는 1스탯을 높이는데 4포인트가 필요한 것이다.
스탯 1의 최대 수치가 15에서 20으로 증가한 것처럼, 스탯 2의 최대치도 10에서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대략 15 정도 되려나?
표피강화 스탯을 15 높이려면…… 총 60포인트가 필요하다.
체력을 높이는데 40포인트, 표피강화를 높이는데 60포인트면…… 딱 100포인트가 소모된다.
‘깔끔하게 떨어지도록 설정했구나.’
제작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반사적으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처음으로 제작자의 머리 위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난 팔짱을 끼며 고심에 잠겼다.
아직 112포인트가 남았으니, 지금이라도 근력에 투자하면 골밀도까지 최대치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근력에 투자하면 다음 좀비 카운트를 채울 때까지 스킬의 능력 향상은 기대할 수 없다.
지금도 근력은 충분한데, 굳이 더 찍을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방어력과 유틸기에 집중하는 건 어떨까.
표피강화에 적당히 포인트를 투자하고, 남은 포인트로 급가속의 레벨을 높이면 더욱 안정적인 전투가 가능할 것이다.
급가속은 좀비화 중에도 사용할 수 있기에, 활용도가 높은 스킬이었다.
아직 두 번째 에피소드.
다양한 변종이 나타나는 건 세 번째 에피소드부터 시작되기에, 그전에 유틸기의 성능을 높여두는 게 좋겠다.
‘하울링이랑 광폭화는…… 아직 아니야.’
하울링은 지금 상태로도 충분하고, 광폭화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광폭화의 레벨을 높인다고 해서 광란의 발동 확률이 줄어드는 건 아니니까.
실험차 광폭화의 레벨을 높여보는 것도 괜찮겠지만, 이는 제작자의 덫에 말려드는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 이유 없이 스킬 발동 조건을 정신력 150으로 정한 게 아닐 것이다.
150포인트를 투자해야 레벨업이 가능하도록 설정해 두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좀비화와 관련된 스킬은 뒤로 미루는 게 좋겠다.
생각을 정리한 뒤 표피강화에 40포인트를 투자하고, 급가속의 레벨이 올라갈 때까지 남은 포인트를 투자했다.
-스킬 급가속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급가속 Lv.2]-10초간 이동 속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급가속의 재사용 대기시간은 10분입니다.
20포인트를 투자하자 레벨이 올라갔다.
이 정도면 할 만한데?
지속 시간이 30초만 돼도, 웬만한 싸움에서 밀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속 시간을 높이기 위해 다시 20포인트를 투자했다.
하지만…… 이번엔 아무런 홀로그램도 떠오르지 않았다.
설마 스킬 레벨도 2배의 포인트가 소모되는 건가?
확신을 얻기 위해, 20포인트를 더 추가했다.
-스킬 급가속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급가속 Lv.3]-15초간 이동 속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급가속의 재사용 대기시간은 10분입니다.
역시, 스킬도 2배의 포인트를 요구했다.
급가속의 레벨을 4로 만들기 위해서는 80포인트가 필요하다는 뜻이니, 이것 역시 뒤로 미루는 게 좋겠다.
남은 포인트는 12.
어디에 쓰는 게 가장 좋을지 고민한 끝에, 동체 시력에 5포인트를 추가했다.
-동체 시력이 최대수치에 도달했습니다.
-새로운 스킬이 생성됩니다.
-스킬 ‘감지’가 생성됩니다.
역시, 반사신경과 동체 시력은 같은 부류였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근력과 체력은 스탯 2로 연결되고, 반사신경과 동체 시력은 스킬로 연결되며, 정신력은 좀비화와 연관되어있다.
[감지 Lv.1]-5초간 전방 50m 내의 좀비와 변종의 움직임을 감지합니다.
-움직임이 포착된 적은 감지의 지속 시간이 끝나도 10초간 위치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감지의 재사용 대기시간은 1시간입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1시간?
이걸 좋다고 해야 좋을지, 나쁘다고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일단 포인트 배분이 끝났으니, 정리된 플레이어 정보를 확인했다.
[플레이어 정보]-캐릭터 이름: 에덤 화이트
-능력: 강화
-스탯: 근력 22(+0), 체력 42(MAX)
*근력은 2포인트에 1스탯이 증가합니다.
-스탯 2: 골밀도 16(MAX), 표피강화 16(+10)
*골밀도는 2포인트에 1스탯이, 표피강화는 4포인트에 1스탯이 증가합니다.
-현재 처리한 좀비의 수: 4/3000
-남은 포인트: 7
-스킬: 좀비화, 급가속 Lv3, 감지 Lv1, 하울링 Lv1, 광폭화 Lv1
-패시브 스킬: 재생, 광란
스탯 1에서 반사신경, 동체 시력, 정신력 스탯이 사라졌다.
더는 올릴 수 없으니, 불필요한 정보라고 인식된 모양이다.
뒤이어 무전을 마친 곽찬혁이 돌아왔다.
홀로그램을 닫고 곽찬혁을 쳐다보자, 그는 일행을 눈으로 훑으며 얘기했다
“얘기는 다 했고, 5단지 감시는 이정우 씨랑 이덕배 씨, 김희연 씨가 담당해 주기로 했어.”
“희연이가요?”
“어, 김희연 씨가 가브리엘이라서 같이 감시하겠다고 그러더라고.”
“아 참, 형은 직업이 뭐예요? 혹시 완전히 인간으로 돌아온 거예요?”
“한번 플레이어로 인식돼서 그런지, 직업도 돌아왔어. 가브리엘.”
곽찬혁이 수색대로 활동한 이유가 있었다.
가브리엘의 숫자가 늘어나면 우리에게도 희소식이기에,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형, 무기는 헌팅 나이프밖에 못 드리는데 괜찮아요? 아니면 먼저 쉘터로 돌아가셔도 돼요. 저희가 호위해드릴게요.”
“괜찮아, 나도 힘닿는 데까지 도와야지.”
곽찬혁이 괜찮다고 하자, 설여원은 소총을 건네며 얘기했다.
“저보단 오빠한테 어울릴 거예요.”
곽찬혁은 멍한 표정으로 소총을 받아들더니, 아랫입술을 깨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고맙다.”
소총을 줘도 여전히 불안하기에, 난 레그홀스터에 넣어둔 헌팅 나이프를 건네주었다.
그는 가볍게 나이프를 휘두르더니,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계획은 정했어?”
곽찬혁의 물음에 일행의 얼굴을 쳐다봤다.
다들 어깨를 으쓱이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알아서 하라는 시늉을 보였다.
이에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지금 가죠.”
“지금? 해 뜨고 움직이는 게 아니고?”
“수성 호텔에 있는 사이코패스들도 같은 생각일 거예요. 도망치기 전에 저희가 먼저 잡아야죠.”
손가락으로 두둑, 소리를 내며 얘기하자, 곽찬혁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길 안내는 나한테 맡겨.”
“아, 출발하기 전에 퀘스트부터 받으세요.”
곽찬혁에게 각성 퀘스트를 공유하자, 그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항상 신세만 지네.”
“이번 퀘스트 완료한 뒤에 전부 갚으셔야 합니다.”
“내가 어떻게 갚아야 좋을지…….”
“우리 잘 먹어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자, 곽찬혁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배 터지게 먹을 준비해.”
무기를 정비하고, 우린 1층으로 향했다.
* * *
곽찬혁과 전완수가 선두에 서고, 설여원과 최현, 내가 후방을 담당했다.
수성못의 좌측 변을 따라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이미 변종의 정리가 끝났지만, 야심한 시각에 접어든 만큼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게다가 수성못에서 들리는 개구리 울음소리 때문에,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청각과 시각, 후각까지 차단된 상황.
가브리엘의 능력을 지닌 설여원과 전완수, 곽찬혁의 손에 우리의 목숨이 달려 있다.
발소리를 죽인 채 사거리에 다다르자, 설여원은 슬쩍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재형아, 좀비화 재사용 대기시간은 얼마나 남았어?”
“방금 끝났어.”
설여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는 곽찬혁을 쳐다봤다.
곽찬혁은 마른침을 삼키며 주변을 살피더니, 따라오라는 손짓과 함께 언덕으로 향했다.
뒤이어 우측으로 휘어진 언덕이 나오고, 수성 스퀘어 건물과 주차장 사이의 도로에 진입했다.
곽찬혁은 상체를 숙이며 걸음을 멈추더니, 일행을 돌아보며 물었다.
“수성 스퀘어도 확인하고 갈 거야?”
“아니요. 여긴 없을 거예요.”
“어떻게 확신해.”
“아까 변종들 처리할 때 수성 스퀘어에 있는 변종을 봤거든요. 여기 숨었으면 이미 죽었을 거예요.”
“그럼 주차장으로 간다.”
곽찬혁은 발소리를 죽인 채 좌측에 위치한 주차장으로 향했다.
호텔 공영주차장의 정확한 높이는 모르겠지만, 4층 정도 되는 것으로 보였다.
뻥 뚫린 주차장 구조 덕에, 수색에 속도가 붙었다.
각 층을 샅샅이 살폈지만 인간의 인기척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오랫동안 방치됐는지, 주차된 차량의 위로 자욱한 먼지가 쌓여 있었다.
주차장 두 동을 확인한 뒤, 곽찬혁은 또다시 걸음을 멈추며 물었다.
“본관이랑 신관, 어디부터.”
“어디가 더 넓어요?”
“신관이 더 넓어.”
“그럼 신관부터 가죠. 좁은 곳보단 넓은 곳에 있을 확률이 높으니까.”
곽찬혁은 훅, 하고 숨을 뱉으며 소총을 견착하더니, 두 눈을 매섭게 뜨며 얘기했다.
“지금부터 조심해. 실내는 엄폐물이 많아서 어디서 뭐가 나올지 몰라.”
곽찬혁을 따라 계속해서 언덕을 올라가자, 이윽고 신관의 정문이 안개 너머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좌측에는 본관이 위치하고, 우측에는 별관처럼 생긴 건물이 존재했다.
그 앞으로 보이는 무너진 바리케이드.
옆에 있던 설여원은 입꼬리를 올리며 속삭였다.
“방어하기 좋은 구조는 맞네.”
동감이다.
바리케이드만 견고하게 만들었어도, 이리 쉽게 무너질 지형이 아니었다.
선두에 있던 전완수는 곽찬혁을 쳐다보며 오른손을 휘휘 저었다.
곽찬혁은 전완수의 뜻을 알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정문을 열었다.
정문이 반쯤 열리자, 전완수는 소총을 견착하며 재빨리 로비로 들어가 좌우를 살폈다.
설여원은 쇠뇌를 견착하며 프론트에 숨어 있을지도 모를 사이코패스들을 경계했다.
로비는 멸망한 세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망가진 컴퓨터와 찢어진 라운지 소파, 바닥에 널브러진 각종 쓰레기와 텅 빈 마트까지.
한 달이란 시간 동안, 이곳에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은 말끔히 사라졌다.
* * *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기에, 우린 계단을 통해 이동했다.
곽찬혁을 따라 각 층을 샅샅이 살피며, 사람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했을까.
전완수는 저 앞에 보이는 무언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저기도 확인할까? 사우나.”
안개가 사라진 것으로 보아 최소한 3층 이상.
대략 5층 정도 되는 것 같다.
곽찬혁은 총구를 내리며 조심스레 사우나로 통하는 문 앞으로 향했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세요.”
반사적으로 두 눈이 화등잔만 하게 떠졌다.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오한에 털끝이 쭈뼛서고, 전신으로 퍼지는 저릿한 기운에 다급히 곽찬혁의 팔을 잡았다.
곽찬혁은 놀란 눈으로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 그…….”
황급히 곽찬혁의 입을 가렸다.
내가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짓자, 전완수와 최현은 의구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설여원은 눈치를 보더니, 내 귓가에 입술을 갖다 대며 속삭였다.
“왜 그래, 뭐 있어?”
난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에게 뒤로 오라고 손짓했다.
다들 못 들은 건가?
분명 선명하게 들렸는데?
설마 반사신경이 높아져서, 내 귀에만 선명하게 들린 건가?
발소리를 죽인 채 다 같이 비상구로 향했다.
뒤이어 곽찬혁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속삭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갑자기 왜 그래. 놀랐잖아.”
“다들 못 들었어요?”
내 표정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는지, 다들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이에 퍼석한 입술을 핥으며 물었다.
“도와주세요, 라고 하는 거 아무도 못 들었어?”
“그럼 사이코패스들 저기 있는 거 아니야?”
최현의 대답에 일행은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이에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웃는 목소리로 도와달라는 사람 본 적 있어?”
비상구로 싸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다들 얼빠진 표정을 짓거나, 상체를 부르르 떨었다.
“도와주세요?”
“어.”
고개를 끄덕이며 설여원을 쳐다봤다.
그런데…… 설여원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
“킥, 도와주세요?”
비상구 철문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