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41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41화
비상구에 갇힌 일행은 사색이 된 표정으로 철문을 바라봤다.
다들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난 마른침을 삼키며 일행의 팔을 잡았다.
모두의 시선을 유도한 뒤, 위를 가리키며 어서 올라가라고 손짓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계단을 올랐다.
밑으로 내려가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미 우리의 위치를 들킨 이상 안개 속에서 놈을 따돌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쾅!!
뒤이어 철문을 가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계단을 울리는 굉음에 일행은 놀란 미어캣처럼 걸음을 멈추고 5층을 돌아봤다.
“야, 변종이 저렇게 강해?”
최현의 물음에 대답 대신 어서 이동하라고 손짓했다.
철문의 경첩이…… 일격에 틀어진 게 보였다.
다른 이들은 파악하지 못한 것 같지만, 난 분명히 느꼈다.
저기 있는 놈은 평범한 알파 변종이 아니다.
미확인 변종이다.
알파 변종이라면 말을 더듬어야 정상인데, 저기 있는 놈은 말을 절지 않았다.
그리고 반사신경을 높인 뒤로는 알파 변종을 마주해도 털끝이 곤두서거나 공포를 느끼지 않았다.
반면에 저놈은…… 목소리만 들었을 뿐인데, 잊고 있던 두려움이란 감정이 치솟았다.
이는 반사신경을 높이면서 모든 감각이 예리해졌기에, 나보다 강한 적과 아닌 적을 구분하는 힘이 생긴 것이라 생각된다.
쉬지 않고 계단을 오르자, 앞서가던 곽찬혁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심장을 부여잡았다.
벌써 12층까지 올라왔다.
비좁은 비상구라서 그런지, 다들 호흡이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이에 12층 철문을 조심스레 열고, 복도의 상황을 살폈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곡선 형태의 복도.
일행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하며, 문이 반쯤 열린 객실로 들어갔다.
다들 객실에 들어서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설여원은 헛구역질을 하더니, 트림과 함께 얘기했다.
“방금 뭐야. 알파 변종이야?”
그러자 옆에 있던 전완수가 입을 열었다.
“알파 아닌 거 같아. 말을 안 더듬었어.”
전완수도 느낀 모양이다.
최현도 이를 느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말하는 속도도 빨랐어. 힘도 알파보다 훨씬 세고. 재형아, 저거 아무래도…….”
“미확인 변종.”
내가 먼저 대답하자, 다들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곽찬혁은 미확인 변종을 마주한 적이 없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몇 시간 전에 형도 봤죠? 알 모양으로 변한 변종.”
“그게 미확인 변종이야?”
“네, 라스트아크에는 없던 설정이에요. 아무래도 알을 깨고 나온 놈이 있는 거 같습니다.”
“게임에 없던 설정이라고?”
라스트아크는 에피소드를 진행할수록 좀비와 변종의 공세가 강해지고, 별 해괴망측한 괴물들이 나온다.
좀비 게임인지, 괴수물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그런 상황에 플레이어의 결정에 따라 게임의 라인이 바뀌고, 모든 요소가 무작위로 출현할 수 있는 게임.
그것이 로그라이크 게임이자, 라스트아크였다.
그런 라스트아크의 난이도가 Hell로 올라갔으니, 변종의 진화체가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설명을 들려주자, 곽찬혁은 이마를 문지르며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였다.
뒤이어 내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럼…… 저기 있는 미확인 변종은 사이코패스 플레이어들이 변종으로 변했다는 거야?”
“그렇죠. 4명 중에 최소한 두 명이 변했다는 게 되고, 한 놈이 다른 하나를 잡아먹었다는 말이 되죠.”
설여원은 불안한 표정을 짓더니, 손톱을 깨물며 내게 물었다.
“재형아, 그럼 남은 2명도…… 이미 변종으로 변했을 가능성이 있는 거 아니야?”
설여원의 물음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이에 내가 생각한 가설을 들려주었다.
“이 호텔에…… 미확인 변종이 두 마리일 가능성도 있어.”
“미확인 변종만 두 마리라고?”
전완수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당황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지금껏 사이코패스 플레이어들이 인간이냐, 대장 좀비냐, 알파 변종이냐에 맞춰 계획을 세웠다.
대장 좀비로 변했다면 중간에 도주하는 모습을 보였을 것이고, 알파 변종으로 변했다면 11마리의 변종이 사망한 것을 보고 시체를 먹으러 나왔을 것이다.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기에, 그들이 아직 인간의 모습이라 판단하고 야밤에 이곳을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설에 허점이 존재했다.
이미 미확인 변종으로 변했을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았다.
미확인 변종으로 진화한 놈들은 전투를 피해 도망갈 필요도, 밖으로 나와서 알파 변종의 시체를 먹을 필요도 없는 것이다.
변종의 진화방식을 알았을 때 여기까지 생각해야 했는데…….
아니, 알면서도 모른 체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모든 계획을 재정립하지 않은 게 패착이 되었다.
알파 변종에게 학습능력이 있다는 건 지능이 존재한다는 뜻이고, 그보다 상위체인 미확인 변종은…… 이미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일부러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가만히 있어도 우리가 알아서 들어오리라 생각했겠지.
그 순간, 설여원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잠깐만, 뭔가 이상하지 않아?”
“뭐가.”
“왜 안 따라오지?”
설여원의 물음에 말문이 막혔다.
맞네?
놈은 비상구 철문을 가격한 뒤에 잠잠해졌다.
이는 두 가지 이유로 생각된다.
첫째, 우리를 가지고 놀며 이 상황을 즐기고 있을 가능성.
처음 미확인 변종을 마주쳤던 금호강 건너에서, 난 빌라에 갇혀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을 경험했다.
당시 미확인 변종은…… 히죽거리며 나를 가지고 놀았다.
마치 간식 공을 가지고 노는 강아지처럼, 또는 먹잇감을 실컷 가지고 놀다가 잡아먹는 범고래처럼.
둘째, 사이코패스들이 빈틈을 노려 탈출을 감행했을 가능성.
철문을 가격하는 소리에 숨어 있던 사이코패스들이 도주를 택했고, 우리를 쫓으려던 미확인 변종이 목표물을 바꿨을지도 모른다.
난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생각을 정리한 뒤, 확신을 얻기 위해 홀로그램을 열었다.
-클리어 조건: 생존자가 40명 미만으로 내려가기 전에 먼저 처리해야 합니다. (32/46)
클리어 조건에 적힌 사이코패스의 인원을 보고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줄었다.
분명 47명이었는데, 지금은 46명으로 줄었다.
그렇다면 미확인 변종이 사우나에 있었던 이유가…… 한 놈을 잡았기 때문인가?
사우나에 숨어 있던 14명의 사이코패스는 숨죽인 채 미확인 변종이 떠나기만을 기다렸고, 우리가 나타나는 바람에 탈출 기회가 생긴 모양이다.
현 상황을 파악하고 어처구니없는 마음에 콧방귀가 나왔다.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사이코패스들은…… 이곳에서 한 달이나 목숨을 건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안개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변종에게 들키면 꼬리를 자르면서 말이다.
사람을 피 말려 죽인다는 게 이런 건가?
미확인 변종은 사이코패스의 피를 말리며 술래잡기를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우린…… 제 발로 술래잡기에 참여한 꼴이다.
클리어 조건에 생존자가 40명 미만으로 내려가기 전에 먼저 처리하라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식인을 생각했는데, 미확인 변종에게 전부 잡아먹히기 전에 처리하라는 뜻이었다.
모든 상황을 일행에게 들려주자, 다들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내가 조금만 더 안전을 기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에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일행에게 얘기했다.
“미안하다, 내가 좀 더 깊게 생각했어야 하는데. 미확인 변종이 있을 줄은 몰랐어.”
일행은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침대에 앉아 있던 최현이 입을 열었다.
“야, 이게 왜 네 잘못이야? 다들 동의한 거잖아.”
“현이 말이 맞아. 우리도 지금 이동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으니 따라왔지.”
설여원이 최현의 말에 동조하자, 전완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얘기했다.
“그래, 지금은 잘잘못 따질 때가 아니야. 탈출할 방법부터 생각하자고. 하…… 나 술래잡기 못 하는데.”
전완수가 싱겁게 웃으며 얘기하자, 설여원은 그의 팔뚝을 때리며 지금이 장난칠 때냐며 나무라는 모습을 보였다.
곽찬혁도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대답 대신 내 어깨를 토닥였다.
최현은 가만히 턱을 매만지더니, 내 얼굴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사이코패스들이 미확인 변종을 유인했다면 이번엔 우리가 탈출할 기회가 생긴 거야.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한 마리 더 있을 가능성이 있어. 우리도 섣불리 움직일 수 없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자, 최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미확인 변종이 네 말대로 둘이더라도, 아직 5층에 있을 가능성이 커.”
“근거는?”
“모든 사냥의 기본이잖아. 한 명이 몰이하고, 다른 하나가 잠복하고 있다가 처리하는 거.”
“우리가 술래잡기에 참여했으니, 변수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돼.”
“그러니 밑으로 내려가지 말고 위로 가야지.”
최현의 대답에 다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최현은 가방을 뒤적이더니, 굵은 밧줄을 꺼내며 얘기했다.
“미확인 변종은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는 것 같은데, 계단으로 내려가면 발소리가 울려서 들킬 거야. 그러니 꼭대기로 올라가서 밧줄 타고 내려가자고.”
“밖으로 나가면 체취 때문에 더 쉽게 들킬지도 몰라.”
설여원이 반박하자, 최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얘기했다.
“건물 안에 있는 놈들이 우리 냄새를 어떻게 맡아?”
“남은 한 놈이 외벽에 붙어 있을 가능성도 있잖아.”
설여원이 물러서지 않자, 최현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미확인 변종이 지금껏 수성 호텔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여하지 않은 건 우릴 관찰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거야.”
“그건…… 너무 무리수 아니야?”
“지능이 있는 놈들이잖아. 내 생각엔 총성을 듣고도 나타나지 않은 건 멀리서 지켜봤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
“그래서.”
“우리가 날개가 달린 것도 아니니, 옥상으로 탈출할 거라고는 생각 못 할 거야. 그러니 내려가는 길에 잠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
더는 반박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최현의 의견에 수긍하는 사람도 없었다.
전완수는 일행의 눈치를 보더니, 헛기침과 함께 물었다.
“우리 각성 퀘스트는 어쩌려고. 사이코패스 안 잡아?”
“포기해야지.”
“각성 퀘스트를?”
“퀘스트가 목숨보다 소중한 건 아니잖아.”
최현은 이미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였다.
일행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다들 내 얼굴을 쳐다봤다.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일단 살아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미확인 변종이 하나라면 내가 좀비화를 써서 어떻게든 버텨보겠지만, 정말 둘이라면 위험하다.
탄알도 뚫지 못하는 게 미확인 변종의 살가죽이었고, 수류탄을 발치에서 두 번이나 터뜨려야 간신히 잡을 수 있는 게 미확인 변종이니까.
난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현이 말대로 하자. 살고 봐야지.”
* * *
객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이번엔 내가 선두에 서고, 한발 먼저 상황을 인지하며 일행을 안내했다.
비상구 계단에 다른 인기척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발소리를 죽인 채 위로 올랐다.
13층 객실과 샤워실을 건너뛰고, 곧장 옥상에 다다르자 개구리 울음소리가 먼발치서 들려오고 있었다.
구름에 가려 월광조차 밝지 않은 세상.
긴장되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근처에 밧줄을 묶을 만한 기둥이 없는지 살폈다.
저 멀리, 야자수가 심어져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일행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하며 야자수 앞으로 향했다.
설여원과 전완수, 최현의 밧줄을 엮어서 70m 길이를 만들었다.
대략 14층에서 15층 사이의 높이.
70m면 충분할 것이다.
야자수에 밧줄을 묶고, 선베드 앞의 드넓은 수영장을 가로질러 옥상 난간 너머로 던졌다.
수영장의 깊이는 1m도 되지 않았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일행을 돌아보며 얘기했다.
“너희들 먼저 가.”
혹시라도 미확인 변종이 나타나면 모든 일행이 내려갈 때까지 버텨야 한다.
그래서 마지막에 내려가겠다고 했다.
높이도 상당하고, 조금이라도 힘이 빠지거나 손이 미끄러지면 낙사의 위험이 크다.
다들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설여원이 먼저 어깨를 풀며 얘기했다.
“내가 성공하면 너희도 가능하겠지.”
자신만만하게 나서는 설여원의 모습에, 전완수는 그녀의 팔을 잡으며 얘기했다.
“내가 먼저 간다.”
전완수가 주먹을 쥐었다 펴며 얘기하자, 설여원은 어깨를 으쓱이며 마음대로 하라는 시늉을 보였다.
전완수는 내 곁으로 다가와 밧줄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난간을 잡으며 심호흡을 반복했다.
이에 전완수의 얼굴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급하게 내려가지 마. 천천히.”
“걱정 마셔.”
전완수는 옥상 너머로 한쪽 발을 넘긴 뒤,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지면의 상태를 확인했다.
“어?”
그 순간, 전완수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들려왔다.
곧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다급히 수영장으로 넘어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옥상 너머를 확인하려 하자, 전완수는 내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이에 눈꼬리를 치켜뜨며 쳐다보자, 전완수는 마른침을 삼키며 얘기했다.
“X발…… 1층에 있어.”